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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8-28 21:40:35
  • 수정 2018-08-29 1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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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가에서 탁월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두 여걸 김영순.

 

바둑동네 두 여걸이 펼치는 동명이인 프로젝트 '김영순vs김영순'이 온다.

 

30일 오후3시 대전방송 CMB스튜디오에서는 이색 바둑이벤트가 있다. 바둑가를 열심히 누비는 두 맹렬 여성바둑인, 전주바둑협회 김영순 회장과 부산바둑협회 김영순 전무 간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은' 라이벌 매치 한판이 벌어지는 것.

 

전주 김영순 회장은 20년 전부터 이창호사랑회 멤버로 전국대회인 이창호배를 일사분란하게 추진해오면서 야무진 일처리로 행정력을 인정받아 왔다. 그러다 3년 전부터는 전주바둑협회장을 맡아 전북여성바둑대회, 한옥마을바둑대회, 전주시장배 등 굵직한 대회를 연달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 김영순 전무는 출전선수만 1000명을 헤아리는 부산시장배 전국대회를 준비부터 진행까지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야무진 여걸이다. 그는 2011년 부산 바둑계는 물론 전국 17개 광역시도바둑협회의 유일한 홍일점 전무이사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다.

 

▲ 부산바둑협회 김영순 전무, 전주바둑협회 김영순 회장.

 

전주 김회장과 부산 김전무가 처음 서로 대면을 하게 된 것은 20년 전. 김회장이 전주에서 이창호배를 개최할 때부터 이미 ‘전주 김영순’은 여러 바둑인들에게 회자될 수밖에 없었고, 부산여성팀은 당시에도 입상을 자주했기에 ‘부산 김영순’ 또한 거명이 자주 되었다. 이때부터 서로 눈인사 정도는 하고 지냈던 사이.

 

두 사람이 오래된 라이벌은 아니다. 20년째 부산팀과 전주팀을 이끌고 전국바둑대회를 다니는 두 사람은 여태 한 번도 서로 바둑판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던 기억이 없다. 그들은 목례 이상의 인사를 하게 된 것도 사실 몇 해 되지 않는다. 김전무와 김회장은 2년 전 충남 예산에서 벌어진 전국체전에서 각기 부산과 전북팀의 임원으로서 조우하면서 서로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고.

 

동시에 두 사람을 익히 알고 있던 기자가 당시 두 사람을 불러세워서 사진 촬영을 한 적이 있다(젤 위 사진이 그것이다). 그때부터 기자는 이제나 저제나 한번 기사화를 해야겠다는 맘을 가지곤 있었지만, 부산과 전주가 결코 가깝지 않았고 그들이 피차 캐리어우먼으로서 바쁜 일과 탓에 두 사람이 같이 차 한잔 할 시간이 통 생기질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음에랴.

 

▲ 전주한옥마을바둑대회의 김영순 회장. 왼쪽은 오인섭 전북바둑협회장이며 오른쪽은 김삼배 한국초등바둑연맹 회장.

 

그들을 라이벌이라고 불러도 된다. 일단 아마4단은 짱짱한 기력이 그렇고, 어린 시절부터 바둑에 심취해서 지금까지 바둑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며, 부산과 전주에 지역구를 둔 영호남의 만남이기도 하며, 전직 영어선생님(전주 김회장)과 국어선생님(부산 김전무)이라는 점도 닮았다. 무엇보다 흔치않은 바둑행정의 한 축을 맡으며 탁월한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는 점에서 그러하다.

 

바둑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아도 막상막하. 전주 김회장은 전북도지사배, 전북아마최강전, 전주시장배 여성부에서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10여년 전부터 전북 성인여성으로서는 최고수라는 얘기. 이에 맞서는 부산 김회장도 부산시장배, 대구시장배, 노사초배 등 유수의 여성단체전에서 우승을 이끌었고, 현재도 그가 이끄는 부산동백팀은 자타공인 전국 최강.

 

▲ 이철승 부산바둑협회장과 그 콤비 김영순 전무.

 

자, 아무리 친선이라고 해도 승부는 승부. 제 아무리 점잖은 여성바둑리더라고 해도 김영순에게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이 고취되는 것은 인간지사 당연한 일. 더욱이 한번 지면 여러 번 지는 것과 같다. TV방송이라는 것이 재방 삼방 등이 있는 고로 ^.^.

 

과연 누가 이길까. 이미 그들은 잘 알고 있으며 그들과 복수의 대국을 해 본 바둑인 K씨의 평이다. “정말 딱 호선이다. 부산 김전무와는 3승1패를 했고, 전주 김회장과는 4승을 했다. 단, 전주는 네 번 모두 내기바둑이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K는 아마7단의 실력자이며 이들에게 석 점을 접었다고.

 

또 별명이 바둑토토인 J기자는 “이번 매치는 큰 배당이 나오지 않아 패스”라며, 다만 바둑스타일은 부산 김전무가 더프하고 전주 김회장은 균형이 잡혔다고 팁을 준다.

 

▲ 바둑여걸 김영순을 사이에 두고 기념촬영을 한 영광의 사나이는 김용수 대전협회 부회장. 그는 이번 김영순매치를 성사시킨 일등공신이다. 역시 2년전 충남 예산 전국체전에서.

 

한편 이번 매치가 결정되기까지의 사연은 이랬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 전국 17개시도 바둑협회 전무회의가 있었다. 이곳에서 전무들의 회식 중에, 대전 김용수 부회장이 ‘같은 이름을 가진 미모의 바둑여걸 둘이서 바둑을 겨루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바둑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운을 띄웠고, 동석했던 각 시도 전무들이 맞장구를 치면서 급 추진되었다.

 

농반진반으로 흐를 뻔한 얘기가 실제로 성사된 것은 CMB 대전방송 간부였던 대전 김용수 부회장이 프로모터를 자임했고, 바둑광인 오인섭 전북협회장, 그리고 CMB 대전방송과 올 6월 론칭에 성공한 K바둑(대표 양재호)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주 김영순 회장은 살갑다.
부산 김영순 전무는 사납다.

 

그들이 한창 바둑을 접했을 80년 당시 <크라이머 대 크라이머>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번 주말 그들이 주연이 된,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바둑대결 <영순 대 영순>이 온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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