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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10 09:14:32
  • 수정 2018-04-10 1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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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여자아마 랭킹1위 진산(金珊 23).

 

내셔널바둑리그에도 용병이 떴다!

 

시행 7년차를 맞은 내셔널리그에 국내 선수가 아닌 중국 여자유학생이 처음으로 진출했다. 중국 상하이외국어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진산(金珊 23)이 주인공.

 

명지대 바둑학과에서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진산은 현재 중국 여자아마1위의 실력자이며 올 시즌 대구덕영 선수로 뛴다. 전통의 명문 대구덕영은 시니어+여자 선수로 박영진과 김수영 선수가 주력이며, 후보 선수였던 도은교가 지난 3월 입단하여 결원이 생긴 공백을 진산으로 채운 것.

 

진산이 대구덕영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명지대 동창인 윤남기와 먼저 알고 지냈고, 윤남기가 절친 대구덕영 송홍석에게 그녀를 소개해주면서부터. 윤남기는 채현지와 짝을 이뤄 작년 제4회 국제학생페어대회에 출전했다. 결승에서 중국페어를 만났는데, 중국 남자선수가 어려운 상황을 맞으면 순번을 자꾸 여자선수에게 넘기는 것을 보았고 그 여자선수가 에이스였던 진산이었다.

 

아직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진산은 캠퍼스 건물 이름도 익숙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기자가 용인으로 넘어갈 수밖에. 꽃샘추위가 극성이던 3월 어느 날 명지대 용인캠퍼스에서 진산과 대화를 나누었다.

 

중원을 잡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말에서, 중원은 허난성을 말하고, 중국 9개 왕조의 도읍지였던 곳이 바로 뤄양. 진산은 허난성 뤄양 출신이다. 중국 인터넷사이트에 올라있는 그녀의 프로필은 수영과 독서를 좋아하고 낙관적이고 쾌활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적고 있다.

 

중국에서 벌어진 세계대학생바둑대회 시상식. 맨 왼쪽이 김산이며 세번째가 한국의 오명주.(사진출처=중국혁성)

 

상하이외대 한국어과를 재학 중이라고 들었다. 굳이 한국어를 배우게 된 이유는?

어릴 적부터 계속 바둑공부만 했었는데,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싶었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싶어서 지원했다. 한국은 가장 가까운 나라다.

 

한국어과 학생이 한국어를 생각보다 못하는 것 같다. 서울 명동에 놀러 갈 수 있겠는가?(웃음)
중국에서 한국어과를 다니지만 바둑공부 탓에 아무래도 한국말을 잘 하진 못한다. 또 학교 친구들도 다 중국인들이라 한국말을 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도 이유다. (한국에서) 한국어를 못하니까 나간 적이 거의 없다. 한국말을 대부분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하기는 잘 안 된다. 이제 차차 서울도 놀러 나가봐야겠다.(웃음).

 

강의가 비어있는 시간엔 주로 뭘 하나?
자습실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공부한다. 영어 중에서는 주로 바둑영어를 공부한다.

 

▲ 진산의 학교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학과 수업시간표.

 

몇 년째 중국여자랭킹 1위라던데 왜 입단을 못했는가?

입단대회에 처음 나갈 때가 14세였고 그때는 경험삼아 출전했다. 그 뒤로 2년 쉬다가 매년 나갔다. 입단대회에서는 계속 실수를 했다. 실수도 실력인 듯하다.(웃음)

 

한국이나 중국이나 입단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그래도 프로가 되고 싶은가?
지금도 프로가 되고 싶고 입단대회에 계속 나가고 있다. 올해는 8월 달에 중국입단대회가 있다. 아마 그때쯤이면 중국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되면 대구덕영에도 끝까지 출전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럼 이번 입단대회는 자신 있는가?
입단할거라는 애기는 매년 듣는다(웃음). 그 전에도 자신은 있었는데 대회 나가기만 하면 실수를 해서 이번엔 심리상태를 잘 조절하고 나가면 가능하다고 본다. 입단대회 직전까지 잘했는데, 입단대회만 되면 컨디션조절을 잘 못해서 매번 실패했다. 어릴 때부터 위장이 안 좋아서 체력적인 면에서 좀 부족하다. 입단대회 부진도 그것 때문일지 모른다. (그녀는 카페에서 파는 차를 일체 마시지 않고 자신이 중국에서 공수해온 차를 보온병에 담아서 마시고 있었다.)

 

진산은 6세에 바둑에 입문했고 12세에 아마5단에 다다랐고 허난성 여자바둑대회에서 첫 우승을 했다. 12세에 베이징에서 1년간 바둑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중학교 졸업 후 16살 때부터 베이징에서 연구생을 시작했다고. 20세에 아마6단에 이르렀고 2014년 21세에 전국여자아마바둑선수권대회를 연속 석권했다.

 

▲ 진산(흑)이 그의 연인 스웨와 둔 친선바둑. 오른쪽은 한때 중국랭킹1위였던 스웨.

 

(느닷없이) 스웨는 언제부터 사귀었나?
(화들짝 놀라면서) 어떻게 알았는가? 중국에서도 몇몇 사람들만 아는 사실인데 굉장히 놀랍다. 내가 내성적이라 중국에서도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4년 전에 스웨가 먼저 사귀자했다. 그냥 좋은 친구다.

 

스웨가 그때 무슨 말로 사귀자고 했나?
4년이 지나서 생각을 해봐야겠다.(웃음)

 

스웨를 오래 동안 못 보게 되는데, 스웨가 인기가 많아 걱정이 될텐데?
여자라면 (남자) 걱정은 다 하겠지만 내가 걱정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웃음) 영상통화는 자주 한다.

 

스웨와 만났을 때 얘기 해 달라?
스웨도 같은 뤄양 사람이다. 베이징에 연구생으로 있을 때 같은 선생님에게 배웠고, 내가 바둑 깊은 관심을 보이니까 선생님이 2013년에 스웨를 소개를 시켜주셨다. 결혼까지는 아직 생각한 것은 아니다.

 

바둑을 시작한 계기는?
부모님이 바둑을 한 건 아니고, 어머니의 동창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바둑교실을 찾아가니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한국 아마대회는 나가본 적 있나?
아직 없다. 기회가 된다면 대회에 나가보고 싶다. 내셔널을 계기로 한번 꼭 나가보고 싶다.

 

▲ 중국 프로 쑨관췬(孙冠群)과 진산이 프로암리그 결승전에서 대구덕영을 응원하고 있다.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장 궁금하다. 한국에서 바둑 둬 본 사람 있을까?
명지대 동창 윤남기와 두어보았는데 내가 졌다. 기회는 좀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 후 송홍석과 인터넷에서 두 판을 두었는데 역시 다 졌다. 젊은 한국 주니어 선수들에겐 아직 힘들다.

 

인터넷으로 두 판을 두어 본 송홍석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실력 발휘가 좀 안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본기가 탄탄한 것으로 보아 시합이 다가오면서 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며 한국 내셔널에서 뛰는 선수와 엇비슷한 실력이라고 귀띔.

 

끝으로 대구덕영이 어떤 팀인지 아는가?
3월에 있었던 대구덕영과 서울KIBA와 프로암리그 결승전을 응원 갔었다. 대구덕영은 실력이 좋은 팀이라고 들었고 실제로 그런 것 같다. 내가 속해서 더 강한 팀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 4월 개막이 기다려진다.

 

조선족 친구인 이춘란 씨가 통역에 나서 주었다. 이춘란과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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