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04-07 11:46:45
기사수정

▲ 양 팀 감독이 승부의 키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이슬아의 대국에서 이슬아가 선승을 거뒀다.


여수 거북선의 2:1 매직이 다시 등장했다. 7라운드에서 충남 SG골프에 충격의 0:3 완봉 첫 패배를 당했다가 8라운드 여수 투어에서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포항 포스코켐텍에 3:0 완봉승으로 다시 1위에 복귀한 여수 거북선이 전반기 마지막 시합에서 3:0 완봉승의 팀으로 알려진 서귀포 칠십리에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7승 1패의 성적으로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반면 서귀포 칠십리는 또 다시 1:2 패배를 당하며 3승 5패를 기록, 전반기를 6위로 마무리했다.


9라운드 2경기의 방송은 색다르게 시작했다. 기존에는 항상 심판의 대국 개시와 함께 대국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날은 캐스터가 양쪽 감독을 인터뷰 하는 모습부터 보여줬다. 양 감독은 인터뷰에서 100% 만족하는 오더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방송에서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양쪽 감독이 만족할 오더는 무엇이었을까?


▲ 방송 오프닝으로 장혜연 캐스터가 여수 거북선의 이현욱 감독과 서귀포 칠십리의 이지현 감독을 인터뷰 하고 있다.


먼저 여수 거북선의 이현욱 감독은 “솔직히 이슬아 선수를 김수진 선수와 붙이고 싶었다. 상대 전적에서 5승 2패로 앞서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서귀포 칠십리의 이지현 감독은 “오정아 선수를 이슬아 선수와 붙이고 싶었다. 기풍이나 컨디션 등 여러 조건에서 그게 우리 팀에게 최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얘기해줬다.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오정아가 4승 1패로 앞선다.


두 감독이 이슬아 선수를 가장 신경 썼다는 얘기는 이번 대결에서 이슬아 선수가 승부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두 감독의 바람과 달리 이슬아와 대국한 선수는 조승아였다. 2지명끼리의 맞대결이면서 동시에 두 기사로서는 첫 대결, 속기판 2국에서 이루어졌다.


이 바둑은 좌하귀 알파고 파생 정석해서 흑 실리, 백 세력으로 갈리며 시작했다. 첫 번째 접전은 우상귀. 여기에서 흑의 수순이 조금 이상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결국은 끝까지 영향이 있었다. 이 뒤의 접전에서 백이 조금씩 당한 느낌이었음에도 형세는 계속해서 백의 우세, 즉 애초 우상귀 접전에서 백이 우세해졌던 것이고 그 뒤에는 백의 두터움 때문에 흑의 추격전이 잘 안 통했던 것이다.



▲ 검토 중반까지는 잘 몰랐으나 결과적으로 볼 때 초반 접전에서 이슬아가 우세를 잡은 이후 끝까지 형세를 잘 유지한 한 판이었다. 272수 끝, 백불계승.


양쪽 감독이 승부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이슬아 4단의 대국 결과는 이슬아의 승리로 종결됐다. 이어서 장고판 1국은 여수 거북선의 주장 김다영 대 서귀포 칠십리의 후보 김수진의 대결이다. 두 기사는 한달 전 용성전 예선에서 처음 만났고 그때는 김다영이 이겼었다. 대국은 백이 중반까지는 확실히 앞서나갔다. 그런데 어지러운 중앙이 문제. 김수진은 좋다고 느끼면서도 중앙 처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처리가 좋지 않아서 실제로 큰 위기도 있었다. 그런데 김다영 역시 이곳에서 결정타를 날리지 못해서 양쪽 검토실은 모두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끝내기에서 김수진이 손해를 보면서 김다영에게 승리가 넘어갔다.


▲ 요즘 잘 나가는 김다영의 우세가 예상 됐으나, 바둑은 김수진의 우세였던 기간이 훨씬 길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실수가 나오더니 끝내기에서 실족해서 승리는 김다영에게 돌아갔다. 295수 끝, 흑 2집반승.


2:0으로 여수 거북선의 승리가 확정된 가운데, 속기판 3국은 여수 거북선의 3장 이민진 대 서귀포 칠십리의 주장 오정아의 대결이다. 두 기사는 2015년의 첫 대결에서 이민진이 이긴 뒤에 번갈아 가면서 승리해서 지금가지 이민진이 3승 2패로 앞서 있다. 과연 규칙대로 이번에는 오정아가 이길 것인지, 아니면 규측을 깨면서 이민진이 연승을 할 것인지도 관심거리.


바둑은 18수까지 오정아의 흉내바둑으로 시작했는데 백20수에서부터 흉내바둑을 깨고 다르게 진행됐다. 상대의 흉내바둑에 기분이 살짝 상했는지 이민진은 하변의 첫 번째 접전에서 강수를 두다가 실패해서 백이 크게 우세해졌다. 이후 중앙에서 백이 또 다시 포인트를 올려 백이 크게 우세해진 상황.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오정아는 깔끔하게 바둑을 정리하지 못하고 엉뚱한 강수와 때로는 느슨한 수를 두며 바둑을 길게 끌고 갔다. 최후에는 좌하귀에서 큰 패가 났는데 이민진이 처절하게 버티자 점점 차이가 좁혀졌다. 이 무렵 바둑은 11시를 넘겨 늦게까지 이어졌고 잘 버티던 이민진에게도 딱 한번의 찬스가 왔으나 그 찬스를 놓쳤고 바둑은 그대로 끝났다.


▲ 흉내바둑으로 시작해서 오정아의 일방적 우세 속에 진행됐던 이 바둑이 이렇게 늦게까지 승부가 이어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356수 끝, 백 3집반승.


승리한 여수 거북선은 7승 1패의 훌륭한 성적으로 전반기 1위가 되어 다음 주부터의 후반기를 여유 있게 출발할 수 있게 된 반면, 서귀포 칠십리는 3승 5패의 6위로 아쉽게 마쳤다. 그러나 서귀포 칠십리는 개인 승수가 많다는 것이 여전히 장점이어서 후반기에 조금만 분발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7일에는 부안 곰소소금과 경기 호반건설의 대결이 펼쳐진다. 현재 9위와 8위의 대결로 어느 쪽이 승리하던지 팀의 순위가 바뀌지는 않지만 후반기를 대비하는 마음의 여유는 달라질 수 있다. 대진은 오유진 : 문도원, 후지사와 리나 : 판양, 김민정 : 김혜민의 순서. 용병 선수들 중 아직 승점이 없는 두 기사가 만난 속기판 2국이 관전 포인트. 누가 첫 승리를 맛볼 것이냐도 흥밋거리이지만 실제로 그 대결이 승부의 키가 될 확률도 높다.



▲ 팀 순위표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모든 경기는 목,금,토,일 저녁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위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여수 거북선은 유일하게 후보가 없는 팀. 그래서 3국 출전 선수가 오기 전까지는 이현욱 감독이 늘상 상대팀 검토진으로 넘어와서 같이 검토하고는 한다.


▲ 이슬아는 2주전이지만 여수 거북선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여수 거북선을 대표하는 선수이다. 게다가 올해 성적도 팀 내에서 가장 좋다. 그래서 양 팀 감독은 이슬아의 대국을 가장 신경 쓰고 있었다.



▲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조승아. 전반기를 3승 5패로 마쳐서 작년과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과연 후반기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 김다영은 올해 두 자릿수 승수를 목표로 한다고 개막전에서 밝힌 바 있다. 전반기 성적이 5승 3패이므로 딱 목표만큼의 승리를 했다.


▲ 김수진은 여자바둑리그에 올해 처음 데뷔했다. 성적은 2승 2패. 그러나 대국 내용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강한데 왜 이제 데뷔했지 라며 의아해 하고 있다.


▲ 이민진은 전반기 성적 4승 4패. 반타작의 승률이지만 팀에게 1승이 절실할 때 계속 이겨주고 있다. 3주전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이기도 하다.


▲ 서귀포 칠십리의 대들보 오정아는 전반기를 7승 1패의 훌륭한 성적으로 마쳤다. 후반기에도 이런 성적을 낸다면 유력한 다승왕 후보이다.


▲ 이슬아는 승리 인터뷰에서 성적이 좋아진 이유에 대해, "작년에는 제대로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댔다. 이슬아는 잘 알려진 대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바 있다.



▲ 속기판 3국이 끝난 시간. 올해 가장 늦은 시간에 대국이 끝났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69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