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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12 11: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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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영은 여자바둑리그에서 확실한 1승 카드로 자리를 굳혔고, 박지은 역시 여전히 주장의 위상이 살아 있다.


여자바둑계에서 최정이 차지하는 위상이 전성기의 이창호에 버금간다고 하지만, 최근 국내 여자바둑계에서의 성적만을 놓고 보면 그 최정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리는 기사가 한 명 있다. 바로 김채영 이다. 최정과의 맞대결에서는 밀리지만, 다른 여자기사와의 대국에서는 거의 지지 않는다. 2017 시즌에서 김채영은 정규리그 12승 2패로 최정과 공동 다승왕, 포스트시즌에서도 3승으로 팀을 우승시켰다.

서울 부광약품은 작년 주장 최정을 3년 보호기간 만료로 타 팀에 내줬지만, 그 대신 김채영을 영입했다. 따라서 전력에 변화가 없는 셈인데, 올해 팀 성적에서 그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팀의 승리 공식은 김채영이 1승을 거두고, 다른 두 선수 중 한 명이 1승을 거두는 간단한 작전, 그리고 김채영이 이를 해내고 있다. 즉 서울 부광약품은 3년 동안 최정의 부광약품이었다면, 앞으로 3년간 김채영의 서울 부광약품이 될 것이다.

속기판 2국에서 김채영은 인제 하늘내린의 보배로 떠오른 김미리를 물리치며 팀에 선승을 안겼다. 김채영 3단은 초반 포석은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중반 진입 무렵 큰 손해를 봐서 역전을 허용, 멘탈붕괴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불리한 상태에서도 승부의 끈을 놓지 않고 기회를 엿봤고, 김미리의 실수가 등장하자 바로 낚아채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김미리의 승부수에 정확한 응수로 재재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지켰다.

▲ 새로운 강자 킬러 대 확실한 1승 카드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 결과는 확실한 1승 카드, 김채영의 승리. 207수 끝, 흑불계승.


한편 동시에 시작한 장고판 1국에서는 인제 하늘내린의 주장 박지은이 서울 부광약품의 2주전 권주리에게 승리해서 1:1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초반 독특한 강수를 들고 나온 박지은은 중반 필승의 형세를 구축했다가 좌변에서 스텝이 꼬이며 형세 불명의 상황을 만들기도 했으나, 이후 권주리의 실수를 정확히 응징하며 중앙 백 대마를 포획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 1주전 대 2주전의 대결이라는 표현보다 두 기사의 과거 전적은 차이가 크다. 그 간격이 바둑에 그대로 반영되어 박지은이 승리를 가져갔다. 225수 끝, 흑불계승.


결국 오더가 나왔을 때의 예상대로 승부는 양 팀의 3주전 대결로 결정되게 됐다. 서울 부광약품의 3주전 장혜령은 2017 시즌 9전 전패로 한번도 승점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인제 하늘내린의 3주전 이유진이 다소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문제는 이유진 역시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바둑은 1승에 목마른 장혜령 초단이 초반 난해한 알파고 정석을 들고 나오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유진 역시 이 정석을 알고 있었지만 주변 배석상 이 바둑에서는 백이 유리한 결과였다. 이후 이유진의 추격과 장혜령의 방어 속에서 양 대국자의 실수가 번갈아 가며 등장해서 양쪽 검토진의 애간장을 태웠다. 장혜령은 끝낼 찬스를 몇 번 놓쳤고, 이유진 초단은 만회할 기회를 몇 차례 놓쳤다. 종반에 진입했을 때는 이미 흑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이유진이 대마의 사활을 걸고 끝까지 항전했으나 장혜령의 완벽 방어로 대마가 함몰하며 승패가 결정됐다.

▲ 팀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양 대국자가 중반부터 실수를 번갈아가며 하는 탓에 양쪽의 검토실은 계속해서 희비가 엇갈렸다.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장혜령. 복기에 인제 하늘내린의 최명훈 감독과 주장 박지은이 가세하여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230수 끝, 백불계승.

이로써 장혜령은 9전 10기, 감격의 첫승을 거두는 동시에 팀에 승리를 안겼다. 장혜령의 분투로 서울 부광약품은 2승이 되며 선두 경쟁에 합류한 반면, 인제 하늘내린은 2승의 기분 좋은 출발에서 1패를 당하며 일단 제동이 걸렸다.


계속해서 15일부터 18까지의 4라운드에서는 인제 하늘내린 : 여수 거북선, 서울 바둑의품격 : 서울 부광약품, 부안 곰소소금 : 포항 포스코켐텍, 충남 SG골프 : 경기 호반건설의 대결이 펼쳐진다. 아직 3라운드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벌써 연승팀과 연패팀으로 성적이 갈리고 있는 상황, 이 상황이 4라운드에서도 계속 될 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모든 경기는 매주 목,금,토,일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위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방송이 없는 날이지만 장혜연 캐스터가 인제 하늘내린의 검토실에 들렀다. 인제 하늘내린의 총무, 김미리와 모두 동갑으로 친구이기 때문에 이쪽 검토실이 더 편했다고 한다.

▲ 서울 부광약품의 검토실에는 권효진 감독의 딸 악지우 양(초등 3년)이 팀의 유니폼을 입고 와서 엄마 팀을 응원했다. 왼쪽부터 3주전 장혜령, 백홍석 코치, 권효진 감독, 악지우 양, 최광호.

▲ 김미리는 1,2라운드에서 루이 나이웨이, 오유진 등 강자를 연파해서 팀의 보배로 떠올랐는데, 이번 3라운드에서는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 중반 비관적인 형세 때에는 거의 포기 상태였다는 김채영의 소감이 있었지만, 바둑 내용을 보면 불리할 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끈질김이 숨어 있었다. 아무도 우리 팀을 우승후보로 꼽아주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누구도 우리 팀을 우승 후보로 꼽도록 하겠다는 당찬 각오도 같이 밝혔다.

▲ 권주리는 계속해서 강자만 만나는 불운이 이어지고 있다. 1라운드 때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상대 팀 주장을 만났다.

▲ 한때 세계 바둑 퀸이었던 박지은. 우리 나이로 36세에 접어들어 성적이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본인은 속기도 자신 있는데, 최명훈 감독이 실전 감각이 부족해 보인다며 장고판에만 내보내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 2017 시즌에는 5승 7패로 제 역할을 했었는데, 올해는 초반 2연패로 출발이 좋지 않은 이유진. 우선 연패를 벗어나야 제 컨디션이 돌아올 듯 싶다.

▲ 여자바둑리그에 데뷔했던 2017 시즌에 9전 전패로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냈던 장혜령. 올해는 3라운드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 9전 10기의 투혼을 보였으니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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