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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17 15:05:29
  • 수정 2018-02-17 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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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임기를 마친 프로기사회 양건 회장(사진 본인제공).

 

2월이 되면서 프로기사회장 임기가 끝났으니 이젠 그의 이름 앞에 전(前)자를 붙여야 하겠다. 전 기사회장 양건은 각종 기전의 개폐막식과 면장수여식은 물론이며, 각종 길흉사에도 빠짐없이 얼굴을 비추었으며, 아마추어 동호인과의 만남과 대화에도 꽤 적극적이었다. 아마 그는 프로 아마를 넘나드는 활동량에서 역대급 기사회장에 속할 것이다.

 

알파고의 출현, 이세돌의 기사회 탈퇴파동,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분리 등 평소라면 그 중 한 가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큰 사건들이 그의 임기 중에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프로암리그 개최, 기사회 법인화 추진, 구단제 시도 등 한말 개화혁명가 김옥균을 연상시킬만큼 ‘개혁’을 추진했다.

 

뛰어다닌 것에 비하면, 성과물을 손에 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러한 ‘신선한 난제'들을 2년의 짧은 시간 동안 공론화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로 큰 성과였다는 평가가 많다. 큰 짐을 내려놓은 전 기사회장 양건은「바둑일보」와 고별 인터뷰를 가졌다.

 

▲ 2017년 11월 양건 기사회장은 브루노 멕시코대사(가운데) 싯다르타 멕시코바둑협회 유소년 담당 코치와 함께 한국과 멕시코간 바둑교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돌이켜보면, 재수 삼수를 하면서까지 기사회장을 원했던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었나?

어렵다.(웃음) 주어진 상황들도 생각했던 것과 달랐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도 많이 벌어졌다. 그런 일들을 매끄럽게 처리하기에는 나의 능력이 조금 부족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좀 더 어려운 자리였다.

 

프로기사회는 어떤 단체여야 한다고 보나? 규정적인 면과 실질적인 면 모두 포함해서.

과거 기사회장은 기사들의 경조사를 챙기고 친목도모에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기사 수가 늘어나면서 차차 복리후생, 권익향상 등 여러 가지로 할 일이 파생되어 나타났다. 물론 한국기원 정관에는 ‘기사회를 둔다’ 정도만 있다. 그러나 기사가 한국기원의 가장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기원과 기사회의 관계설정 역시 중요한 문제다. 다만 기원은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기 때문에 좀 미묘한 게 사실이다. 프로기사 350명의 목소리가 확실히 전달되려면 확실한 지위를 가질 필요가 있다.

 

‘프로들의 대국기회와 보급기회 제공’이 2년 전 공약이었다.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나?

만족할 수는 없다. 성에 차지는 않지만 대국기회를 제공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것이 프로암리그라는 형태로 일부 나왔다. 기사회 법인화를 추진할 때도 한국기원 측에 ‘대회가 없지 않느냐. 우리가 이를테면 직접 만들겠다.’고 가감 없이 맞서기도 했다.

 

대회를 유치하려면 지금 한국기원체제로는 가능하지 않나?

대회가 없으면 누구보다 힘든 쪽이 바로 기사가 아닌가. 그래서 기사들끼리 자구책을 모색했던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제약이 따랐다. 일례로 계약을 하려니까 법인이 아니고 임의단체기 때문에 기사회가 아니라 기원이 계약의 주최가 되어버러닌 것이다. 항상 기원에 컨펌을 받아야하고 대회 콘셉트를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돌이키기 싫겠지만, 이세돌과 기사회의 충돌 건은 임기 내내 힘들었을 것 같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된 게 없다. 핵심은 무엇인가? (기사회는 기사가 대국료와 상금을 받으면 대회 종류에 따라 3~15%를 적립한 뒤 회원복지 기금 등으로 써왔다.)

해결되지 못했다. 이세돌은 기사회에 사표를 내겠다고 했고 기사회는 받아주지 않은 어정쩡한 상황이다. 기사회 규정에는 탈퇴를 하면 대회를 못나간다. 그러나 규정이 한국기원의 정관에 들어가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임의단체임으로 기사회의 회칙으로는 적용시키기가 어렵다. 기사회에서 한국기원 측에 요구를 하지만 잘 안 되고 있다.

지금은 양쪽 다 휴전상태라고 봐야하는데 양쪽 다 외부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 이세돌이 기사회에 내야 하는 돈 5%는 현재 한국기원이 가지고 있다. 아직 기사회나 이세돌 측이나 아무 곳에도 이 돈을 주지 않은 보류상태다.

 

▲ 2017년 2월 면장수여식 기념 촬영. 왼쪽부터 양건 프로기사회장, 김경환·오병우·문민종 초단, 유창혁 사무총장.

 

애지중지하던 프로암리그가 순항하고 있다. 흥행은 잘 되고 있는가?

프로암리그를 하다보니까 노사초나 문경새재배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 역시 프로랑 아마랑 경기하는 면이 많이 부각된 것 같다. 애초에는 인공지능을 넣으려고 했지만 비용문제로 무산되었다. 지금도 사라진 기획은 아니지만, 돌바람이 무진장 세져서 고민이다(웃음). 총 4억이면 KB바둑리그의 10분의 1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프로와 아마가 만나는 자체는 무조건 팬들이 바라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시청률도 꽤 잘 나오는 것으로 안다.

 

얘기 나온 김에, 한국기원과 대바협의 분리에 대해 어떤 소회가 있나?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 둘 다 있다. 긍정적인 것은 대바협에서는 바둑 팬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기원은 홈페이지 게시판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다(웃음). 대표적으로 바둑진흥법 문제인데, 기원이 먼저 한 것인데 비슷한 법안을 또 내는 걸 보면(대바협이 낸 것은 아니지만) 같은 ‘팀’인데 협력이 아쉽다.

예산문제는 초창기에 문제가 됐던 것이다. 나도 참가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끝내는 결국 대바협이 조금 물러선 느낌으로 마무리 되었다. 지금은 예산문제로 기원과 시끄럽게 하지는 않으려고 하는 거 같다.

 

만족스러운 관계가 되려면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따로 또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 어차피 바둑계라는 큰 틀에서는 동류의식을 가져야 한다. 양측 모두 감정적인 문제가 남아있어 냉전중이다. 초창기에 우려했던 것보다는 낫지만 불안한 것만은 분명하다. 의제에 관계없이 일단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내 것, 네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획기적인 시도가 기사회 법인화 작업이다. 이는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중단된 듯 하여 아쉬움이 클 텐데?

당초 기사회 법인화 추진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까 말한 기전이 없다는 문제였고, 두 번째는 기사들이 한국기원에 구속되어 있는 느낌을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예전에는 기사총회 때 주요 사안을 결정하면 기원에서 수정 보완하여 반영이 되었으나, 언제부턴가 그런 메카니즘이 사라졌다. 따라서 이를 복원하려고 했다.

한국기원과 기사회가 일단 협의된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기원은 바둑TV챌린지배나 jtbc배를 창설했다. 둘째 1년에 2회 실시하는 이사회와는 별도로 2개월에 한번씩 운영위원회가 있는데, 여기에 기사회가 추천하는 분으로 운영위원이 추가된 것이다.

사단법인화는 원래 김효정 기사회장 때부터 기금을 투명하게 하기위해서 법인을 새롭게 만들자는 말이 있었다. 법인이 두 개일 수 없기에 기원은 꺼려하는 것 같다. 기사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에 대해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 기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양건 기사회장.

 

기전축소에 관한 견해는 어떠한가? 과거 국수전 명인전 같은 기전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한국기원에서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이 어디 있냐고 말하고 싶다. 기원에서도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었고 마침내 마케팅팀이 생겼다. 그러나 아직은 기존 스폰서를 관리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서, 뭔가 주도적이고 발전적인 것을 기대했는데 일단 아쉽다. 그러나 일단 부서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지금과 같은 기사총장제하에서 향후 기사회는 어떤 위치여야 한다고 보나?

기원 사무국을 맡은 분이 총장이긴 하지만, 350명 기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힘든 기사회장직을 마치면서 꼭 하고싶은 한마디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건 구단제였다. 임기 중에 구단제에 관한 회의를 네 번하고 운영위원회에 상정했었는데 거의 찬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기사회장이 추진한다고 될 사이즈가 아니었다. 총재님 정도는 나서야 되지 않을까싶다. 결과적으로 잘 모르면서 분수에 맞지 않는 공약을 낸 것이 아닌가 싶다.(웃음)

 

끝으로 못 다한 애기와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바둑에 들어서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2년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차기 회장에게 미안한 맘이다. 이것저것 벌려 놓은 게 많고 해결 못 지은 것도 많은데 잘 수습해줬으면 한다. 능력 밖의 일을 많이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년은 참 긴 세월이라고 새삼 느낀다. 그래도 이렇게 끝나서 다행이다. 이제 한국바둑고 선생님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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