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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2-07 16:41:43
  • 수정 2017-12-07 16: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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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둘째 딸 김다영 아버지 김성래 첫째 딸 김채영


바둑 승부만큼 힘들고 고독한 작업도 없다는데 이 집안은 뭘 해도 잘 풀린다.


이번엔 막내딸 김다영(19)이 일을 냈다. 5일 밤 11시 넘어 끝난 제1기 여자 기성전 결승 최종국서 동갑내기 오유진을 꺾고 3000만원의 최고 상금 타이틀을 손에 넣은 것.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승부사 가문에 '화룡점정'하는 순간이었다.


김다영은 3부녀(父女) 프로 기사 집안의 막내다. 두 살 위 언니 김채영(21)은 지난봄 벌어졌던 여자바둑리그 대회 MVP였다. 주장을 맡아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팀을 우승까지 이끌어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이 집안의 가장이자 두 딸의 아버지 김성래(54)도 지난 가을 우승의 달콤한 맛을 보았다. 11월 끝난 시니어 바둑리그서 KH에너지 감독을 맡아 조치훈(61) 등 노장 선배들을 이끌고 팀을 정상으로 이끈 것.


프로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바둑계에서 3부녀 입단자가 나온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었다. 그 3명이 모두 같은 해에 정상을 밟은 것도 물론 처음이다. 뼈를 깎듯 고통스러운 승부도 가족 사랑 앞에선 즐거운 놀이로 변하는 것일까. 그들이 이룬 성취는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가족애 덕분이었다.


프로 기사 아버지와 아마 바둑 강사 어머니(이소윤·53)가 운영하던 바둑 교실에서 자매는 자연스럽게 바둑을 배웠다. 지금도 둘은 "어느 한쪽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 맞대결을 싫어한다. 공식전 네 판을 두어 언니가 모두 이겼다. 이번 결승 기간에 언니는 동생의 훈련 및 식사 자리를 한 몸처럼 붙어 다니면서 챙겨줬다. 최종 3국 때 동생은 언니가 가장 아끼는 '승리복'을 빌려 입고 나가 우승했다.


막내는 중요 대국 전날이면 전화로 꼭 엄마의 격려를 듣고 싶어 하는 언니와 정반대 성격을 지녔다. "작은아이는 승부와 관련된 어떤 격려나 위로도 싫어해요. 2국 때 대국 현장에 갔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눈치여서 내려왔지요." 부부는 5년째 강원도 영월에서 바둑 보급 활동 중이다.


김다영은 "나와 언니가 어렸을 때 아빠는 매우 엄격하셨다"며 "요즘엔 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일절 말씀을 안 하셔서 무척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김다영도 이번 결승 3국이 막판 역전돼 우승이 가까워진 순간 아버지와 언니가 전화로 연결, 함께 동네가 떠나가도록 환호했던 사실은 알지 못한다.


아버지 김성래는 "두 딸이 결승전을 펼치고 내가 입회(入會·일종의 심판 역할)하는 장면을 그리며 살아왔다"고 말하곤 했다. 여성 대 시니어 연승전에 3부녀가 함께 선수로 마주치는 상황도 그의 꿈이었다. 이런 소망은 내년 초 바둑TV 특별 대결서 이뤄질 전망이다.


김성래는 시니어 리그서 우승한 KH에너지 감독으로, 큰딸 채영은 여자리그 우승팀 포스코켐텍의 선수로 같은 스튜디오서 만난다



[덧붙이는 글]
조선일보 이홍렬 기자가 쓴 12월7일자 바둑 승부사 가족, 모두 정상 밟은 '최고의 한 해'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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