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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1-27 14:45:21
  • 수정 2017-11-27 16: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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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바둑의 대제전 내셔널바둑리그 대구덕영-강원바둑단 경기 장면.

 

지난 주말 대한바둑협회에서 ‘뉴스레터 10호’ 메일이 왔다. ‘뉴스레터’는 내셔널바둑리그 참가 선수단과 17개시도 협회장 전무 등에게 대한바둑협회의 주요사안에 대해 결정된 바를, 그리고 결정할 바를 알려주는 나름 민주적 소통 도구다.

 

뉴스레터는 챔피언결정전만 남겨놓은 2017 자몽신드롬배 내셔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과 폐막식을 아울러 실시한다는 공지였다. 행사는 12월9일 대전 모 호텔에서 실시하며 선수단과 팬 등 300여명의 대규모인원이 참석한다고 한다.

 

아마바둑 일년을 마무리하는 행사이니 만큼 메인행사만 치르는 게 아니었다. ① 내셔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② 시도초청 단체전 ③ 내셔널바둑리그 폐막식 및 바둑인 시상 등 세부행사가 있었다. 전국 17개시도 바둑협회 임원들과 내셔널바둑리그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면 전 인원이 모이기 쉬운 곳을 찾아야 하고,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급적 행사를 겹쳐 치르는 것은 백번 이해가 된다.

 

다만 기자의 눈길이 꽂히는 부분은 ① 내셔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이다. 전체 개막식을 오후2시에 시작해서 저녁만찬까지 오후8시에 마친다고 되어있다. 그 중 행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내셔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오후2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잡아놓았다. 주니어 3판, 시니어+여성 2판 등 총 5판을 1경기 치르듯 동시에 끝내겠다는 말이다. 이는 아마바둑계의 일년 농사의 클라이맥스라고 해야 할 챔피언결정전이 대단히 홀대받는 처사다.

 

'제4의 리그'이지만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내셔널바둑리그는 프로바둑리그 못지않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경기 수에 비해 '사판(死板)'이 많고 홍보가 덜 된다는 비판도 상존하는 마당에, 고수들의 진지한 바둑을 조금이라도 팬들이 진지하게 즐기게끔 배려할 수는 없었을까.

 

매 판 기보도 저장하지 않는 내셔널바둑리그가 챔프전결정전 5판마저도 번갯불 콩구워먹기로 끝낸다는 건 제대로 된 처사가 아니란 생각이다. 이것이야 말로, ‘감상은 무슨 감상? 우승팀만 가리면 그만이지!’하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 내셔널바둑리그 챔프전에 진출한 서울푸른돌의 분주한 검토실 모습.

 

내셔널의 경우 플레이오프 등 여타의 포스트시즌 경기도 1,2국 동시대국, 3국 별도대국, 4,5국 동시대국 등 세 파트로 나뉘어 치러진 덕에 가슴을 졸여가며 진지하게 감상할 수 있지 않았나.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서 그런 진지함을 볼 수 없다는 건 역시 어불성설이다.

 

챔피언결정전은 당연히 '번기'로 치러야 하고(차후에 고려한다고 쳐도), 5판 모두 차례대로 생중계로 치러야 매 수 쫄깃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보다 바둑인들의 축제다워질 수 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를 단판승부로 끝내겠다는 것과 동일한 발상이질 않은가. (내셔널바둑리그 전반에 관한 얘기는 다음에 다룬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5판을 한 경기씩 충분히 돌아가면서 알차게 치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양 팀 선수단을 전날 집합 시킨 후, 오전10시~12시까지 1,2경기를 치르고 점심 식사 후 오후1시~3시까지 3,4국을 치른다. 또한 마지막 5국은 오후4시~6시까지 치른다(3,4,5국을 다 치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좀 더 고심한다면 전체 일정도 차질없게끔 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주관 방송사에서는 경기수가 늘어나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며, 이는 홍보를 바라는 모든 후원사들이 공통으로 바라는 바가 아닐까. 한판이라도 더 중계해주길 위해서 애써야 할 대한바둑협회가 오히려 '덜 중계하자'는 발상은 이해가 힘들다.

 

한국대표 아마선수들의 1년 농사 하이라이트를 마치 ‘가위 바위 보’ 하듯 한꺼번에 뚝딱뚝딱 해치우는 것은 누가 봐도 아마최고의 무대를 대하는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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