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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0-24 11:56:46
  • 수정 2017-11-05 12: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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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기성전 생중계를 함께 진행 중인 박정상(오른쪽)과 김여원 커플. 국내 바둑계에서 부부가 고정 프로그램 공동 MC를 맡은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바둑TV


"공배 자리 두면서 공격하는 건 프로의 특성상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박정상)

하지만 공격 본능이야말로 우리 아마추어들의 특성이거든요."(김여원)

"어디 근질근질하신가요?"(박정상)

"네. 손이 근질근질해서 못 참습니다." (김여원)

부창부수. 바둑계에서 손꼽히는 잉꼬부부가 바둑 프로그램 해설자와 진행자로 팀을 이뤘다. 세계 챔프(2006년 후지쓰배) 출신의 박정상(33) 9단과 프로 입단 직전까지 갔던 김여원(30) 아마 6단 커플이다. 최근 개막한 제1회 여자 기성전 생방송을 매주 1회 함께 이끈다.


2015년 설날 특집 이후 가끔 함께 서 왔지만, 고정 프로의 부부 동반 출연은 이들뿐 아니라 바둑계로서도 처음이다. 방송 경력이 각각 13년, 8년에 달하는 두 사람은 자료 준비 단계부터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출전 기사 성적이나 성향, 일화를 교환하고 오프닝 멘트까지 '입을 맞춘' 뒤 집에서 출발한다. '여자 기사들이 선보이는 반상 스케치'란 대회 슬로건도 둘이 함께 만들었다. 가끔 아내가 챙겨온 간식을 중간 휴식 시간에 나눠 먹어 다른 해설 팀을 부럽게 만들기도 한다. 제작 종료 후엔 반드시 '방송 복기' 시간을 갖는다.


실수가 나올 때 신속하게 수습하는 모습을 보면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한쪽이 잘못된 정보를 말했을 때 파트너가 부리나케 메모해 보여주고, 본인 입으로 정정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들이 가장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은 뜻밖에도 호칭이다. 방송 도중 '오빠' '여원아' 소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 3년간 열애 끝에 2011년 결혼한 7년 차 부부지만 호칭은 아직도 연애 시절 그대로다.


돌발 사태도 간혹 발생한다. 해설 도중 프로 9단인 남편이 놓친 사활 묘수를 아마추어인 아내가 발견해냈다. 무안함과 대견함이 교차하는 이 상황에서 어떤 멘트가 가장 적절할까. 박정상은 "수읽기가 상당하십니다" 하고 띄워 준 뒤 한마디 덧붙였다. "김여원씨는 가끔 수읽기는 괜찮은데 감각에 문제가 있죠?" 남남끼리의 진행이었다면 이런 직격탄(?)은 구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여름 어느 날 아침엔 부부 싸움을 했다. 3~4시간이나 걸리는 중국리그 중계가 예정된 날이었다. 두 사람은 일단 휴전키로 하고 집을 나서 함께 스튜디오에 입장했다. 그리곤 시침 뚝 떼고 무사히 방송을 마쳤다. "한나절 내내 옆에 앉아 말을 섞고 나니 앙금이 다 해소되더라고요. 끝난 후 저녁 먹으러 갔죠."(박정상) "골탕 먹이려고 비싼 메뉴 택해 바가지 씌웠는데 오빠가 못 이기는 척 사주던데요? 호호."(김여원)


여자 기성전 스폰서인 한국제지 측이 이 부부를 콕 찍어 공동 MC를 의뢰했다고 한다.

바둑TV의 김성현 담당 프로듀서는 "바둑과 방송 진행 모두 최고로 인정받는 커플이다 보니 초반 시청률도 만족스럽게 출발했다"고 전했다. 박정상·김여원 부부는 "여성 기전답게 밝고 명랑한 방향으로 갈 생각"이라며 "좀 더 과감한 진행으로 부부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덧붙이는 글]
조선일보 이홍렬 기자가 쓴 10월24일자 「화요바둑」 바둑 프로그램 첫 부부 MC "부부 싸움도 알고 보면 수읽기"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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