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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20 16:28:35
  • 수정 2023-11-21 1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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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일한 결승판이 되고 말았던 이석희-박한필(승). '미추홀키즈' 박한필(12)이 우승함으로써 89회 미추홀 역사상 최연소 우승과 단독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함께 세웠다.


시즈오카(日)의 태양과 항저우(中)의 태양이 드세보여도 결국엔 미추홀(韓)의 '떠오르는 태양'이 더 빛났다. 


쟁쟁한 고수들을 모조리 제치고 미추홀 역사상 최초로 '미추홀키즈' 12세 박한필이 단독 우승을 차지했다. 미추홀리그에 출전한 지 어언 4년차가 되는 찐기자는 우승이 1명인 경우는 처음이며 그것도 초등생 기대주가 단독 우승한 예도 본 일이 없다. 


2레벨 박한필은 스위스리그 4라운드로 벌어진 제89회 미추홀리그에서 같은 3승을 거둔 이석희 사범과의 결승에서 초반 우세를 지키며 넉넉하게 불계승을 거두고 첫 결승 진출과 첫 단독 우승의 진기록을 세웠다. 


현재 초등6학년 ‘미추홀 키즈’ 박한필은 우승 직후 “미추홀에서 많은 사범님들에게서 바둑을 참 많이 배웠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엔 좀 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좋다. 미추홀에 출전한 지 1년쯤 되었는데, 1레벨로 승단하게 되어서 더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한필은 이로써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레벨로 승급하게 되었다. 1레벨이면 안재성 김동섭 서부길과 같은 시니어고수의 레벨이다. 과연 다음달 1레벨 박한필이 몇 승을 거둘지 자못 궁금해진다.


▲제89회 미추홀바둑리그가 4개국 26명이 출전한 가운데 19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리웠다. 친구여! 그리웠다. 미추홀이여-!


바둑은 일상이요 친구였다. 그저 한판 뚝딱 뚝딱거릴 땐 어디서든 바둑이요 흔한 기우였건만, 고작 석 달을 빼먹었다고 이토록 그립게 될지 찐기자는 몰랐다. 매일같이 티격퇴격해도 미추홀이 최고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요즘 바둑캘린더를 보면 크고 작은 바둑대회가 겹치지 않는 날이 없다. 심지어 하루에 5개 대회가 겹치기도 하여 이젠 선택해서 출전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대회가 하도 겹치니까 미추홀을 한 두번 빠질 때만 해도 "너그러이 이해한다"더니, 이젠 주구장창 빠질 태세를 보이자, “이제 한 번 더 미추홀에 빠지면 호적을 파버리겠다”는 김종화 대회장의 불호령에 이번 달엔 꼭 출석하기로 했다. 


19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는 4개국 26명의 미추홀러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왜 4개국이냐? 기사를 다 읽게 되면 알게 될 것임.


▲김종화 미추홀대회장과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 


'촤악~!' 출입문을 열어젖히자 기대와 달리 살짝 횡~하다. 


출전신청을 받을 때부터 출석율이 저조할 것은 알았지만 그래로 좀 심하다. 총 26명이 출전했단다. 64강, 48강때만해도 너무 많아서 즐거운 비명이었는데, 아니 32강도 아니고 고작 26강이라니…


게다가 매 대회마다 진행을 도와주시던 현명덕 대한장애인바둑협회장이 오늘은 자리를 비웠다. 이미 좀 알려졌지만, 과로로 인해 쓰러져 중환자실로 갔다가 최근 일반 병실로 옮겼단다. 또한 그와 함께 대회 도우미 해주시던 분들도 어제 미추홀장애인바둑대회를 치러 연이틀 대회를 치르기엔 무리여서 빠졌단다. 


뿐 만 아니라, 각종 과일이며 떡이며 주전부리도 챙겨주시던 ‘누님’ 곽계순도 오늘따라 보이질 않는다. 이유인 즉, 오늘도 오라는 대회가 많다보니 빠질 수밖에 없었단다. 가장 중요한 대회는 경기도의회의장배가 성황리에 열려 아무래도 수도권 동호인들의 참여가 우선적으로 되다보니 우리의 미추홀은 썰렁하게 된 것.


얼굴 마주칠까봐서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했던 야수들이 안 보이니 숨 좀 쉴 것 같기는 하다. 최홍윤 조종신 서중휘 양덕주 서부길 이철주 이용만 박휘재 소재경 박지웅 양동일 이재철 등 사자 표범 코브라 등이 보이질 않으니 이 또한 즐거울쎄라. 이들만 없다면 미추홀도 고라니들에겐 약속의 땅인데 말이야. 


오늘 이들이 없으니 우승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건 찐기만의 얄팍함만은 아니었다. 대회장인 김종화 원장님이나 최병덕 미추홀회장님의 인사말 중에서도 ‘지금은 우승의 적기’라는 대목은 꼭 끼어있었으니...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이변' 한세형(승)-김동한.


‘두구두구둥~’ 1라운드에선 이변이 잘 일어나지 않는데...  


장애인아시아경기(공식 명칭은 아시안패러게임)에서 남자단체 금메달을 획득한 정인숭은 300이하는 세워찍을 수 없는 '1번 다이'에서 거목 나종훈 프로를 보내버렸다. 

 

비록 뿔(+)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김동섭이 안재성을 꺾은 것도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병덕 회장님이 두 레벨이나 높은 정탁준에게 쾌승을 거둔 건 지금봐도 많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에 일어난 이변과 앞으로 일어날 이변과는 비교 불가능한 이변이 일어났다. 바로 아시안패러게임에서 금메달 두 개를 획득한 히어로이자 어제 미추홀장애인바둑대회에서 대회 4연패의 진기록을 세웠던 김동한이 한세형에게 무참히 깨졌다.


한세형은 이미 미추홀에서 우승한 바 있고 평소 엄청 노력하는 늑대 정도의 파워를 갖춘 시니어 선수. 그러나 기껏해야 늑대 표범 정도가 백수의 제왕 수사자를 KO시킨다는 건 1년에 한번쯤 있는 이변 중의 이변이 맞다. 


"잘 배웠습니다." 막내아들뻘 김동한에게 세상에서 가장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한세형. 이 모습에 모두들 박수를 쳐주었다. 초원의 난동꾼 수사자를 정리해주어 나의 우승확률을 높여주었다는 진솔한 의미로. 


▲이석희(승)-정인숭.


뭐, 26명밖에 출전 안 해서 썰렁하다는 얘기는 쑥 기어들어간다. 수사자가 넘어졌다는 뉴스는  모든 고라니들에게 야릇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아시안패러게임 에이스 김동한이 무너지자 동반 금메달을 땄던 정인숭도 이석희에게 패해 우승전선에서 멀어졌다. 역시 미추홀 금메달은 항저우 금메달보다 따기 어려운 것.


'오~!' ‘하국수’ 하승철이 아시안패러게임엔 출전하지 못했지만 대표선발전까지는 통과했던 김동섭 고수를 이겼단다. 이거 이변의 연속인데...


정대상 프로가 또 한 명의 우승후보군 박중훈을 백을 들고 박살 낸다. 이것도 뉴스다. 혹자는 프로가 아마를 이기는 게 무슨 대순가 하겠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시니어프로가 창창한 주니어고수들에게 버겁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속사포 정대상 프로는 얼마 전 시니어리그에서 서봉수를 축머리 한방으로 보내버렸던 강완이 아니던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그대로 입증하는 처사.


이석희 하승철 김도협 한세형 정대상 박한필 한경남 등 7명이 전승자다. 김동섭 안재성 나종훈 김동한 박중훈 등이 탈락자 명단이다. 전승자와 탈락자들 이름이 뒤바뀌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   


▲'이젠 두 점 못 접겠어~!' 정대상-박한필(승). 


한 2년 전에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던 '노력파' 이석희는 시니어 중 그리 강자군에 속하지는 않았는데 최근 시니어대회에서 성적이 부쩍 좋아졌다. 이번엔 운도 좋다. 하국수 하승철을 이겨 맨 먼저 결승행이다. 


허구한날 해외경기를 찾아다니며 한국바둑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김도협은 이미 세계각국 대회에서 50여회의 우승을 차지한 바 있지만, 그래도 미추홀에서 우승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지난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전일본 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우승상금 300만원을 거머쥐었다고. '원조' 이변의 창시자 한세형을 이기고 시즈오카에 이어 또다시 우승맛을 보기 직전.


마지막 결승행은 초등6년 박한필이다. 아니 정대상 프로를 이 꼬마가 맨주먹으로 돌려보냈단 말인가. 박한필은 2레벨이니까 두점바둑으로 정프로에게 도전하여 훨씬 전보다 농도짙은 내용을 선보이며 승리. '사범님 두점은 좀 힘드시죠?'.


▲결승전 박한필(승)-이석희.


3명의 전승자가 나왔다. 익숙한대로 두명은 서로 만나고 한명은 최강1패자와 만나야 한다. 이른바 '최강1패자'는 김동한으로 결정났다. 뭐, 말이 필요없는 최강1패다. 하긴 미추홀에서 대항마가 되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두 개 정도는 따야 겨우 대항마 역할이 가능하다. 미추홀의 수준이란. 


이석희-박한필, 그리고 김도엽-김동한. 결승대결이다. 김동한은 여기서 이긴다면 준우승급으로 격상이 된다. 하긴 용병이 그 정도 메리트는 있어야지. 


박한필로 말할 것 같으면 미추홀에서 장차 프로가 되기 위해 열심히 갈고 닦는 소년이며 전국  5위 내에 드는 초등 최강자그룹. 상대 이석희는 시니어 최강그룹이다. 


아마 내심 둘 다 즐거워할 상대가 아닐까 싶다. 하긴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해야 하지만 상대에게 내가 우승의 재물이 되긴 싫을 테니까. 이름하여 피차 만만한 상대.


그러나 바둑은 싱겁게 끝이 났다. 초반 포석과정에서 살짝 실수를 한 이석희가 치수에 부담을 가지며 조급하게 서둘다가 그만 불계패. ‘허걱!’ 초등생이 우승을 하다니? 아마 이런 기록은 없을 텐데...


또 한판은 '시즈오카의 태양' 김도협과 '항저우의 태양' 김동한이 만났다. 우변에 흑집이 크게 났고 백은 마지막 흑대마를 노려보지만 곱창김으로는 '김밥 옆구리 터지듯' 잘 둘러싸지지가 않는다. 결국 끙끙 앓던 김도협이 그만 항서를 쓰고 만다. 


이로써 김동한과 김도협은 이석희와 함께 자동 준우승이며, '미추홀키즈' 박한필이 단독우승의 역사를 썼다. 


▲'태양의 전쟁.' 항저우의 태양 김동한(승)-시즈오카의 태양 김도협.


12세 초등 꼬맹이 박한필이 우승했다. 박한필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8월 광주 국무총리배에서 필리핀대표로 참석하여 5승2패의 성적으로 당당 6위에 랭크된 바 있는 기대주. 


박한필의 아버지 박한규 씨는 미추홀톡방에 감사 글을 올렸다. 


“박한필입니다. 미추홀리그의 기라성같은 고수님들과 매번 대국함으로써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펀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한필이는 이중국적으로 필리핀 현 국가대표입니다. 부디 더욱 성장해서 필리핀 바둑의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게 될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며, 그때가 되면 미추홀리그 회원분들을 필리핀으로 초청하여 악어고기를 선사해 드리고 싶습니다. 미추홀리그도 해외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와! 

악어고기... 

해외 전지훈련... 


'이런 날이 빨리 왔으면~!'



다음 12월 미추홀대회는 17일 예정이며 90회 대회 겸 2023년 왕중왕전으로 거행합니다.


사진과 함께 89회 미추홀의 분위기를 느껴보자.



▲기대만땅 반나절이 시작된다.


▲'이변을 만들어낸 자의 책상.' 시니어 한세형은 늘 일찍 도착하여 매번 같은 자리에서 기보공부를 하곤 한다.  


▲한세형.


▲미추홀은 언제부턴가 매 대회마다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사진은 잘 생긴 중국청년으로 한국외대 KFL학부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장위란(21). 타이젬 5단이라고.


▲'그런데 우야노! 첫판부터 우승자 박한필과 붙었으니... ' 한국바둑의 매운 맛을 필요이상으로 느낄 듯.


▲홍일점으로 출전한 '압구정아이돌' 김미애 '우승청부업자' 박중훈. 


▲정탁준-최병덕(승). 


▲'부천 방내기의 달인' 김세원과 아시안페러개임 금메달리스트 정인숭.


▲결승같은 1회전 ㅋ. 안재성-김동섭. 


▲'이변은 계속되지 않았다.' 시즈오카의 태양 김도협(우)에게 막힌 한세형. 


▲시즈오카에서 벌어진 전일본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여 3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쥔 김도협.  관전하는 이는 단장으로 나란히 출전한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


▲그래서 어마어마한 트로피를 받은 김도협. 


▲장혁구-홍동환.


▲'1승을 향하여!' 정충의-박종우.


▲임흥기(좌) 하승철(우) 바둑을 일본 관시기원의 세츠오 9단이 관전하고 있다.


▲장두화 총무와 김종화 대회장이 동분서주하던 진행파트에 천군만마가 합류했다. 바로 곽계순 여사가 부천에서 벌어졌던 경기도의장배에 출전하고서 급히 투입된 것.  


▲따끈따끈한 인증샷! 여성단체부에서 부천팀으로 출전하여 준우승을 했다함. 허민솔 장인지 곽계순, 윤명철 부천바둑협회장. 


▲김도협.


▲임흥기.


▲양완규.


▲박한필.


▲이석희.


▲정대상.


▲곽계순.(엇! 대회엔 불참했다고 해놓고선...)


▲모리노-최병덕(3점). 최병덕 승.


▲모리노-김종화(2점). 모리노 승.


▲모리노-곽계순(3점). 곽계순 만방승!


▲하승철-이석희(승). 


▲한경남-박중훈(승).


▲미추홀바둑교실에선 짬만나면 늘 바둑연구가 이뤄진다. 김미애 장혁구 곽계순 한경남 김세원이 모여 복기중이다. 모리노 9단이 흥미롭게 관전하고 있다. 


▲3승상. 최병덕 박중훈 정대상 찐기자 안재성 한경남 김종화.


▲준우승상. 최병덕 김도협 김동한 이석희 김종화 장두화.


▲우승 시상. 장두화 최병덕 박한필(우승) 김종화.


▲행운상. 최병덕 박중훈(3) 장두화(5) 진종수(2) 김종화.


▲한일 참여 프로들에게 여비를 지급했다. 최병덕(프로 아님), 나종훈, 정대상, 모리노세츠오. 김종화(프로 아님).


▲아시안패러게임 금메달리스트 격려금 전달. 장두화 최병덕, 정인숭 김동한, 곽계순 김종화. 


▲어제 미추홀장애인바둑대회 참관차 한국을 방문했던 관서기원 모리노세츠오 9단 내외(왼쪽)와 장애인바둑에 20년 넘게 후원을 아끼지 않은 김종화 곽계순 부부의 기념촬영. 모니노는 다년간 일본에서 시각장애인바둑에 관해 많은 좋은 하고 있는 참 바둑인. 이날도 하루 왼종일 바둑을 관전하며 한국과 한국바둑을 알아갔다. 


▲아쉬운 반나절이 흘러갔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10미터 앞 '은갈비'에서는 한분도 빠짐없이 뒷풀이를 맘껏 하고 있다. 


▲'마시기 전에~' 사진촬영용 건배제의에 일본의 모리노 내외도 건배를 하고 있다. 정인숭 김종화 장혁구, 오른쪽 사이드로 건너가서, 모리노 부부 정충의 최병덕.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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