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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11 00:36:21
  • 수정 2023-10-11 14: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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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한국기원 창원지부 결성 60주년 전국바둑대회가 경남 창원지부에서 전국구 베테랑 60명이 출전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지난 8월, 창원에서 벌어진 3.15의거배 취재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꽤 연배가 느껴지는 분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는 어눌한 말투로 '시니어 전국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싶다'고 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결국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많은 얘기를 주고 받게 되었다.  


“제가 김종만이라는 사람입니다. 마산에서 기원을 50년째 하고 있는데, 그 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이 잘 지내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그들을 위해서 자그마한 대회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기원이 널찍하니 대회장으로도 손색이 없고 상금만 마련하면 될 것 같아서 기자님께 한번 상의 해봅니다. 올해가 한국기원 창원지부 60년 된 해거든요. 기념도 될 것 같아서….”


이리하여 9일 마산 학초배의 추억을 간직한 창원지부에서 평생을 바둑과 함께 죽고 살았던 전국의 내로라하는 슈퍼시니어들이 대거 집결하여 추억의 명승부를 펼쳤다. 그 결과 슈퍼 베테랑엔 조민수가 결정되었다.   


호남 맹주 조민수는 9일 경남 창원지부에서 벌어진 2023 창원지부 결성 60주년 전국바둑대회 결승에서 부산 맹장 최호수를 250수만에 흑으로 6집반승을 거두며 최고 베테랑에 올랐다. 우승상금 200만원.





▲결승 조민수(승)-최호수 대결의 종국 장면.


베테랑(vétéran)-.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서 그 방면의 기술과 가능이 뛰어나고 관련 정보에 밝은 사람을 흔히 이렇게 부른다. 우리말로 하면 '역전의 용사' 정도 되리라. 


신영철 최호수 김희중 박성균 이학용 조민수 박강수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바둑스타들이 9일 오전10시부터 창원 마산합포구에서 일제히 비상했다.


전국 만 60세 이상의 슈퍼시니어들에게만 출전기회를 준 이번 대회는 창원지부 김종만 지부장이 사비를 들여서 평생 바둑외길을 걸어온 동료와 후배들을 생각하며 흔쾌히 후원했다. 하필 참가연령을 60세로 한 건 창원지부가 결성된지 꼭 60년째이기 때문.


이날 결승은 영호남의 맹주끼리의 속기파 경쟁이었다. 조민수의 결승행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고는 하지만, 70을 넘긴 최호수의 결승행은 살짝 의외였다. 


시작하자마자 어려운 정석도 피차 공부가 되어있는 듯 즉각 즉각 손이 나갔다. 관전하는 이들도 오랜만에 70~8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대국자 바로 옆에서 의자를 끌어당기며 병풍관전을 하고 있었다. 가끔 잡담도 주고 받으며.


딱, 한번 교전에서 실패한 백은 하변에서 큰 손실을 가져와 실리 부족에 시달렸다. 그러나 끝까지 추격전을 전개하며 격차는 좁혔지만 역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조(민수)사범 축하하네!” 


▲마산바둑, 나아가 경남바둑의 산증인 박진열 사범과 김종만 지부장. 두 사람은 지난 65년부터 같이 입단대회에 도전하기도 했는데, 박진열은 그 후 입단에 성공했고 김종만은 창원지부를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고향 창원에서 바둑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어제의 용사들 60명이 출전했다. 물론 더 많이 신청했지만, 창원까지 길이 멀다보니 중도에 포기한 인원이 좀 있었다. 안동최고수 강신덕, 고양 대표주자 곽웅구, 부산 이수명이 빠진 건 살짝 아쉬웠다. 대신 섭섭치 않게 깍두기 3명이 들어갔다.


일단 신영철 김동섭 김희중 은동기 등 4명에겐 32강 시드를 주기로 했다. 


김희중은 전직 프로 타이틀홀더로서 예우차원이었고, 진안마이산배에 공이 큰 은동기(김해)와 김동섭(함안)은 이곳 창원 부근이 고향이다. 그리고 '대구 국수' 신영철은 최근 건강에 문제가 생겨 큰 수술을 이겨냈고 김종만 지부장과는 막역한 사이라고.


그럼 56명이 4명씩 14개 조로 더블일리미네이션으로 각조 2명씩을 가려, 시드 4명과 합세하여 32명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지역구 강자들이 대거 출전했다. 김달겸 박형렬.


이름이 낯선 선수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부산 창원 대구 등지에서 숨은 강1급들이 꽤 출전했기 떄문일 게다.


32강엔 거의 올라갈 사람이 다 올라갔다. 가끔 '죽음의 조'가 있었는데, 박휘재 장부상 장시영이 속한 6조에서는 박휘재가 '형장의 이슬'이 되었고, '어이쿠' 전주 권병훈이 탈락했다. 요즘 전주바둑클럽을 운영하다보니 승부바둑에 무심했나보다. 


그 외 김해 송남구, 부산 성갑택이 아쉽게 탈락했다. 


반면 의외로 85세의 양완규 대선배가 2승으로 본선행을 이뤘다.


▲본선 32강 모습. 


점심 후 32강이 본격적인 토너먼트로 절반씩 사라진다. 역시 짜릿한 토너먼트가 제 멋이다.


32강부터는 상금이 주어지는데, 32강전의 이변이라면 '무명' 송준구가 전국구 장시영을 꺾었다. 그리고 16강전에서 김희중-조민수 판이 하이라이트였다. 최근 김희중이 제법 많이 이겼다는데 이번엔 조민수가 쾌승을 거둔다. 


건강조심해야하는 김동섭 신영철이 8강전에서 신영철이 이겼다. 최호수는 '요즘 대세' 안재성을 이겨 7학년이 6학년을 이기는 쌍쾌거를 이뤘다. 장부상은 최근 잘나가는 양덕주를 이겨 기염을 토했고, 조민수도 주준유를 돌려보냈다.


결국 4강전에서 부산 최호수가 대구 신영철을 꺾었고 부산이 고향인 성남 장부상은 순천 조민수에게 꺾였다. 


한국기원 창원지부 창설 60주년 전국바둑대회는 한국기원 창원지부가 주최하고 경남바둑협회, 창원시바둑협회가 주관하며, 창원시체육회, 정석기우회, 마산고기우회가 후원했다.







▲마산 합포로에 위치한 한국기원 창원지부. 멀리 건물 4층에 경남바둑협회와 한국기원창원지부 간판이 보인다.  


▲건물 아래 길가엔 대회 축하 화환이 줄지어 놓여있다. 그 중 한국기원 임채정 총재와 대한바둑협회 최종준 회장대행의 것도 있다. 


▲건물 4층 외벽엔 경남바둑협회와 창원바둑협회 현판이 나란히 걸려있다. 


▲경남협회분들의 도움으로 진행이 아주 매끄럽게 ㅣ진행되고 있다.


▲'이제 우리가 7080이 되었구먼요.' 대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부산 최호수, 마산 박진열, 대구 신영철이 대회 개시 직전 함께 조우한 모습.


▲"학초배의 추억을 간직한 이곳 창원에서 전국구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경남바둑협회 박삼열 부회장의 사회로 간략 개막식이 거행되고 있다. 


▲ 박성호 창원시 체육회장, 이병윤 경남바둑협회장, 박필근 경남바둑협회 고문 겸 순용장학회장. “큰돈 벌지 못하는 기원을 운영하면서도 전액 자부담으로 개최하는 이런 전국대회는 처음 봅니다. 김종만 선생은 일생을 바둑과 함께 사신 분으로 바둑에 대한 열정은 옆에서 보기엔 어리석을 정도입니다. 겸손과 배려, 바둑인에게 대한 베품은 경남바둑의 가히 기둥이라고 해야 합니다."(대회장인 이병윤 경남바둑협회장)


▲'경남바둑의 뿌리가 여기 있소이다!' 박삼열 경남바둑협회 부회장, 김종수 창원바둑협회장, 박성호 창원시 체육회장, 이병윤 경남바둑협회장, 한국기원창원지부 김종만 지부장, 박필근 경남바둑협회 고문 겸 순용장학회장. 박진열 프로, 창원시바둑협회 김동대 고문, 주형욱 프로.


▲ 김종만 지부장은 입단대회를 65년부터 70년까지 출전했고, 결국 한계를 느끼며 기원운영으로 돌아섰다고. 74년도 아마최고위 3위에 올랐고 72,73년 학초배에서 우승한 마산의 레전드. 

"마산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63년도 고3 때 마산지원을 출입했고, 기원을 운영한지는 올해로 딱 50년 되었습니다. 옛날이 그립습니다. 보고싶었습니다. 일생을 바둑으로 살아온 선배로서 베풀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모쪼록 너그러이 혜량하시고 오늘 하루 맘껏 회포를 풀어봅시다."




▲손봉민-박필근.


▲안재성, 김세권.


▲'죽음의 조' 장시영-박휘재.


▲천현수-김세권.


▲박성균-권병훈.


▲조민수-서부길.


▲'인공지능의 대가' 서부길이 복기검토를 하자 이학용이 거든다. 은동기(1) 박삼열(4).


▲이병윤-박윤서.


▲최연소자 대 최연장자. 찐기자-양완규(85). 


▲결승같은 32강전. 조민수-김희중.


▲경남바둑협회 박삼열 부회장은 전국체전 경남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김종만 지부장을 '기부천사'라고 말한다. 기원해서 푼돈벌어서 크고 작은 행사에 매번 기부금을 내곤 하는 후한 분이라고. 


▲예선 2패를 한 분들은 일찌감치 막걸리 파티. 


▲하형수.


▲손봉민.


▲천현수.


▲박성균.


▲안재성.


▲양덕주.


▲최호수.


▲서부길.


▲장부상.


▲주준유.


▲박윤서-김동섭. 은동기 최호수 서서 관전하고 있다. 


▲장부상-송준구.


▲4강전1 최호수-신영철.


▲4강전2 조민수-장부상.


▲영호남의 결승대결. 조민수-최호수.


▲슈퍼 베테랑 조민수.


▲'승고흔연패역가희'=이기면 참으로 기쁘고 지더라도 즐겁다. 승패를 초월하여 바둑을 즐기는 맘가짐으로 표현한 기훈(棋訓). 중국 송대 문장가 소동파(蘇東坡)의 바둑시 ‘관기(觀棋)’ 말미에 나오는 구절인데, 이 글씨는 바로 대회장인 경남바둑협회 이병윤 회장의 작품이라고.


▲"전국 각지에서 출전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올립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바둑인에게 배품을 실천하신 김종만 지부장님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인사를 드립니다." 좌로부터 박삼열 경남부회장, 이병윤 회장, 박진열 프로, 김종만 지부장.


▲김종만 지부장은 끝 인사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년에도 대회를 개최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


▲대회장인 이병윤 회장으로부터 우승 상패와 상금을 받는 슈퍼베테랑 조민수.




▲'이 시상 사진도 언젠가 추억으로 남겠지요~!' (뒷줄) 장부상 신영철 조민수 박삼열. (앞줄) 최호수 박진열 이병윤 김종만.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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