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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11 20:24:13
  • 수정 2023-09-11 21: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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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리그 제87회 대회가 인천바둑발전회관에서 34명의 마니아들이 모인 가운데 일제히 시작되었다. 


지난 주는 김삿갓배(양주), 이번 주는 여성연맹대회(서울), 다음 주는 전남도지사배(전남 장흥)과 부천시장배…. 


요즘 너무 바쁘다. 찐기자만 바쁜 게 아니고, 열성 바둑인들에겐 크고 작은 대회가 즐비하여 주말마다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다 목이 쉴 지경이다. 웬만한 마니아들은 바둑캘린더를 지참할 정도. 


해바라기의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라는 노래를 아시는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게 간혹 있다. 고향... 초등시절... 뭐, 그런 것이 우리의 기억 저편에서 ‘그때 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거기엔 사람이 없고 거기엔 현재가 없다. 가족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언제나 현재여서 반가움은 덜하다.


미추홀은 불변의 법칙이 통용된다. 전국을 돌아다니다가도 돌아온 고향집은 늘 언제나 항상 그대로다. ‘그대로’라고 해서 ‘옛것’ ‘오래된 것’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 미추홀은 포근하고 아담하여 언제나 안기면 스르르 잠이 드는 엄마 품이니까. 


미추홀바둑리그 제87회 대회가 추석맞이특별전으로 10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 진짜 ‘바생바사’ 34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뭐, 추석맞이특별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추석 설날이 아니면 그냥 바둑을 두는 거고, 추석 설날이면 또 바둑을 두는 거니까. 특별한 걸 보통으로 만드는 게 미추홀의 특장점이고 보면 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미추홀이다.  


▲과일과 주전부리.


달력으로는 가을이지만 여름이 아니라고 하지는 못하리라. 여름의 상징 수박과 가을의 상징 포도가 나란히 먹거리로 나와 있다. 게다가 캔디 초코릿 과자 등 입이 심심할 때 던져넣는 주전부리가 가득하다. 


오늘도 ‘전에 맹키로’ 애국가제창으로부터 신입회원들 소개와 프로기사 소개 그리고 회장단 인사말로부터 미추홀이 개시된다. 


언제보아도 복덕방 아저씨 같은 훈훈한 김종화대회장이 “소소한 지방대회가 많아서 날짜잡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간다”는 요지로 대회사를 했다.


이어서 오늘 벌써 두탕 째 뛰고 있는 열정가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 겸 미추홀회장은 “오는 24일 인천시장배가 개최되고 이미 거의 다 참가신청이 완료되었다. 막바지 신청을 받아주니까 빨리 하라”는 신신당부도 잊지 않는다.


최회장은 오늘 오전 (인천서) 서울로 출타하여 여성연맹대회에 축사도 해주었고 기념대국도 한판 '뚜디리고' 다시 왔다. 김종화 대회장의 부인 곽계순 여사도 같은 코스로 이미 한 바퀴 돌고 왔다. 김종화 곽계순 최병덕 이 세 분은 뭐가 좋아서 돈 써가면서 이리 분주한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상도 박종우 유창우님이 새로운 얼굴이다. 신입회원은 혼자 대뜸 나타나는 경우는 잘 없고 기존 회원들의 소개로 인해 인도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이 분들이 전혀 새 얼굴은 아닌 것이 전국동호인대회를 순방하는 미추홀러들에겐 비교적 낯 익은 얼굴이다. 박종우님은 강원도에서 오신 분. 


참, 대회장을 깨끗이 청소해주시고 대회 진행과 사회를 봐주시는 미남 장두화 총무님과 현명덕 한국장애인바둑협회장 이하 석광현 김종관 임서준 등 도우미여러분의 노고를 잊지 않아야 한다. 


▲열심히 바둑공부하는 '미추홀 독서실' 풍경.


‘오늘은 34명이니까 입상하긴 쉽겠지.’ 


결론부터 말하면, 우승 2명, 준우승 2명, 3승자는 7명이 나온다. 물론 2승을 거두어도 1만 원권이 나가니 본전치기는 되는 셈이지만, 그래도 3승 이내에 들어야만 입상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무대 앞에서 사진 촬영이라도 하니까 말이다. 


11/34라... 뭐, 두 명만 재끼면 될 것 같은데.... 


나종훈 서능욱 정대상 최홍윤 등 프로 4명에 이재철 김도협 박지웅 박중훈 이민호 양동일 등 프로 빰치는 주니어들이 즐비하다. 뭐, 부질없는 확률 따지지 말고 그냥 열쉼히 바둑 뚜자. 


다행이라면 23번 이후에 이들 0레벨이 몰려있다는 점이다. 흐흐흐....


참고로, 본 기사에 실린 사진 중 일부는 유튜브 영상을 캡쳐한 것이 나오는데,  특별히 오늘 대회는 유튜브 미추홀바둑리그 제87회 추석맞이특별전(김종관 제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8-Qe0BAGik

  

▲나종훈 프로-임연식(승).


1라운드에서부터 파란이 일어난다.


'고목' 나종훈 프로는 과거 전국구였던 임연식에게 첫판부터 나가떨어졌다. 거의 고라니인 윤천준은 한때 우승맛을 보았던 한세형을 이겼다. 


또 눈길이 먼저 가는 최병덕 곽계순 김종화는 첫판부터 추풍낙엽이다. 이 분들은 아낌없이 살과 뼈를 내어주는 착한 고라니이긴 하지만, 이미 준우승 경험이 ‘다수’ 있는 찐기자가 볼 때는 좀 걱정되는 면도 있다. 아무리 착해도 열 받으면 대회를 없애버리지 않을까 하는…. 


참고로 찐기자는 곽계순 최병덕과 함께 오는 10월 춘천닭갈비배에 ‘김종화치과’라는 팀명으로 나갈 예정이다.(김종화치과에서는 선수단에게 가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헉! 박지웅이 최홍윤을 꺾었다. 물론 주니어 프로는 덤 5개를 추가로 주는 조건이었지만, '프로를 이겨라!' 이벤트에 걸린 상금 5만원은 일찌감치 박지웅의 차지가 된다. 굉장히 아깝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테다. ‘내가 (최홍윤과 붙어서) 상금을 타야 하는데’라고 큰소리 치는 분들 말이다.  


▲최홍윤 프로-박지웅(승)


2라운드. 


서부길은 곽계순에 이어 윤명철을 보내고 2승, 박휘재는 양완규 임연식을 제압하며 2승.


'꺅!' 김동섭이 서능욱을 보내버렸다. 이건 좀 뉴스인데, 요즘 김동섭이 몸이 좀 쇠약하지만 정신은 매우 강성해진 듯. 또한 김동섭은 대진표상엔 표기가 빠졌지만, 원뿔(+)을 달고 있다. +는 최근 컨디션이 매우 좋음을 상징하는 대목.


'소문 안 난' 방내기의 제왕 김세원은 오랜만에 등판한 동호인최강자 이재철에게 나가떨어졌고, 역시 만만찮은 동호인 강자 이민호는 최홍윤을 꺾은 박지웅을 꺾어버렸다. 


이제 3라운드. 


시니어 박휘재가 정대상을 뉘였다. 가만, 이거 이러면 프로가 다 떨어진 것 아닌가?


오호, 표범끼리 붙어 표범이 이겼다. 김동섭이 서부길을 꺾었고, 이재철은 신안에서 온 김종민의 꿈을 꺾었고, 이민호는 해외대회를 섭렵하고 다니는 김도협을 꺾어 동반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1 이재철(승)-김동섭.


▲결승2. 박휘재-이민호(승).


박휘재-이민호, 김동섭-이재철. 결승무대에 프로는 없고 아마 중에서 시니어와 주니어의 대결로 좁혀졌다.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는 최원호룰이란 것에 따르면, 주니어와 시니어의 대결에서는 호선에 덤 15집 이상이 정설. 그러면 호선으로 치자면 8집 정도를 덤으로 주니어가 주는 건데, 지금 미추홀에서는 시니어가 정선으로 들어가니까 약간 더 불리하다고 하겠다. 


불길한 예상을 그대로 적중했다. 잘 나가는 박휘재는 이재철에게 패했고 더 잘 나가던 김동섭은 이민호에게 패했다. 


언제부턴가 미추홀에선 프로라고 해도 우승 맛을 기대하긴 힘들어졌고, 주니어 고수들이 더욱 막강한 공룡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늙음을 슬프하기 보다는 젊음에 부딪혀보는 정신이야 말로 백발을 물리치는 첩경일 것이니, 우승을 놓친 게 슬픈 게 아니라 준우승이야말로 대견한 일이다. 


※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신 기우님들 건강과 행복 넘치시길 기원합니다. 10월 미추홀은 넷째주 일요일(10.22) 오후1시입니다. 다시 도전과 열정 불태웁시다. 좋은 밤 되세요. 








▲정대상(승)-정인숭.


▲이민호(승)-유창우.


▲거물 고라니의 혈투. 최병덕-김종화(승). 


▲인천협회 부회장끼리. 곽계순-서부길(승). 슈퍼고라니가 힘을 못 쓴 이유는....


▲새벽부터 (인천서) 서울 대회에 나가서 축사하고 지도대국을 갖는 등 피곤해서리.... 최병덕(승)-이광순 한국여성연맹회장.


▲곽계순여사도 같은 행마. 곽계순(승)-장학재 서울바둑협회장. 곽여사는 여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여성연맹에 기부. 


▲송양석-김도협(승).


▲고라니과 윤천준이 '거함' 한세형을 꺾었다. 진짜.


▲임춘기-김동섭(승).


▲이석희(승)-박종우.


▲김승민-박중훈(승).


▲'찐기자의 눈은 못 속여!' 언더그라운드의 도박사들이 필시 만원증권배를 하는 듯한데... 계시기 아래 노란 돈다발이 보임. 부천의 절친 김세원-임흥기.


▲최홍윤 프로-박지웅(승). 박지웅은 '프로를 이겨라' 이벤트에서 첫판부터 당첨. 당첨금 5만원을 확보. 


▲몇수 진행도 안되었는데 둘 다 죽은 돌과 죽을 돌이 피차 흥건하다. 서부길-김종민.


▲'대단하다. 이민호!' 내셔널리거를 꺾다니. 박지웅-이민호(승).


▲'1승을 향하여!' 곽계순(승)-최병덕. 김종화 대회장 왈, "최병덕 회장님은 우리부부에게 1승씩을 헌납했어요~!" 




▲프로를 이겨라! 특별이벤트 시상. 박지웅 김종화(시상). 


▲행운상 신진서 세계대회 우승기념 부채. 최병덕(시상), 박중훈 박상도 김종화(시상). 


▲행운상 시상. 국민은행 최고급부채 이재철 정한필.


▲월간바둑9월호 행운상. 최병덕(시상) 최홍윤 윤천준 임흥기 박종우 서부길 석광현 김종화(시상).


▲3승상. 양동일 김종민 박중훈 최홍윤 서능욱 정대상 나종훈 김종화(시상),


▲준우승 김동섭 박휘재.


▲우승 이민호 이재철.


▲행운대상 시상. 윤명철(좌), 준우승 정대상 프로.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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