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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18 01:06:16
  • 수정 2023-04-18 08: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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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미추홀!' 레미(캐나다)와 알렉스(러시아)의 대화를 김동섭(한국)이 함께 하고 있다.


미추홀리그가 전국을 넘어 세계로 간다. 진짜 간다.


서울 인천은 물론이며 화성 성남 수원 남양주 전주 그리고 전남 신안에서까지 출전 선수들이 몰려드니, 이 어찌 전국대회가 아니라고 할 것인가. 


전국대회의 요건 중 지역만 중요한 게 아니고 출전선수들의 퀄리티도 전국적이어야 하는데, 퀄리티라면 또 할 말 많다. 


서능욱 나종훈 정대상 서중휘 조종신 등 신구 프로에다(호랑이급) 박중훈 김도협 이재철 김종민 안재성 이석희 윤명철 서부길 박휘재 김동섭 전유진 송양석 등 무지막지한 고수들까지(표범급) 즐비하다. 


위 고수들과 ‘겉으로는 비교불가 속으로는 해볼 만한’ 장혁구 김세원 남경석 임춘기 소재경 김승민 하승철(하이에나급), 그리고 이건우 조은호 박한필 임형섭 등 미추홀을 딛고 올라설 미래의 프로까지(치타급). 


빼놓으면 안 되는 초원을 기름지게 만드는 그룹도 있다. 위 고수들에게 늘 밟히면서도 어쩌다 한번 판 맛을 보게 되면, 한 달 동안 술안주로 삼는 최병덕 김종화 곽계순 윤천준 정갑수 정충의…(고라니급). 


가히 기후변화에도 끄떡없는 모범적인 생태계인 미추홀의 퀄리티는 전국대회보다 더 전국적이다.  


진작부터 미추홀에서 입상하는 건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는 것 못지않다는 얘기가 나오던 터에, 이젠 미추홀에 캐나다 러시아 선수까지 출전했으니 살짝 긴장도 주목도가 높아진다. 가히 세계로 가는 미추홀이다. 만국기가 걸려야 할 듯. 예상컨데, 담달엔 대만 중국도 선수를 출전할 듯. 


▲제82회 미추홀바둑리그가 48명의 국제선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시되었다. 


‘봄의 향기 속에서 4월 리그 준비합니다. 바둑사랑 늘 함께 82회 미추홀바둑리그!’ 


지난 3월 대회를 마치자마자 미추홀 단톡방에 윗글이 올라왔고, 시도 때도 없이 톡방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딩동’이 울려대니 어찌 한달 내내 미추홀을 생각지 않을쏜가. 제 아무리 금강산이 그립다 해도 밥보다 그리울 것이며, 밥이 아무리 급해도 내게 더 급한 건 미추홀이다. 


15일 오후2시 인천 모래내시장 인근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는 단톡방 딩동소리에 매료된 ‘밥을 잊은 당신’ 48명 총집결하여 제82회 미추홀바둑리그전을 가졌다.


▲파릇파릇한 새식구들끼리 한판 붙어보아요~! 이서우(11)-박하진(14).


오후1시30분 개막식. 오늘은 되게 분주하다. 일단 낯선 분들이 많이 보인다. 떡 케이크가 준비된 걸 보니 축하할 일이 또 있는가 보다. 


평창대회 최강동호인부 우승을 차지한 안재성과 일반부 준우승을 차지한 인하대 OB 장혁구, 그리고 엊그제 벌어진 기우회초청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무적천사’ 김도협 박중훈 김종민이 만장하신 신사 숙녀 앞에서 박수세례를 받고 시작한다. (그리고 안재성 사범의 따님이 22일 결혼한다는 소식도 전한다.)


유난히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얼굴들이 많았다. 일단 파란 눈의 고수 2명이 미추홀을 찾았다. 한 명은 러시아 랭킹2위인 알렉스라는 친구이며 또 한 명은 캐나다에서 온 레미. 


알렉스는 조혜연 프로와 함께 공부하는 친구이며 타이젬9단의 실력파. 바둑일보에서 기우회초청대회 기사를 보면 알렉스의 활약을 쬐끔 알게 된다. 또한 레미는 이미 압구정리그 백호조에서 뛰고 있는 알아주는 실력이며 역시 타이젬 9단. 찐기자가 볼 땐 레미가 살짝 셀 듯.


바둑소녀 박하진(14)이 조혜연 알렉스와 함께 왔고 학생바둑의 강자 이건우의 동생 이서우(11)도 형과 아빠와 함께 왔다. 그간 형과 함께 미추홀에 놀러온 적은 있지만 선수로서 출전하기는 처음. 또 서중휘 프로가 키우는 타이젬7단 박준우(9)도 첫 출전. 그 외 이태박 윤정현 양지훈 이호영이 새 식구. 


▲서중휘 프로가 알렉스에게 한국바둑의 매서움을 가르쳐주었다. 서중휘 뒤 꼬마는 수제자인 타이젬 7단의 박준우(9). 


2시 정각. 1라운드가 개시되었고 대회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일단 눈길이 가는 경기에서 전유진이 서부길을, 그리고 조종신이 안재성을 잡아 역시 투뿔 한우의 위력을 뽐냈다. ‘투뿔’이란 명예롭게도 자기 레벨보다 +개념인데 덤 3집을 더 상대에게 제공하는 치수를 말한다. 즉 2레벨+ 라면 1.5레벨 쯤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 압구정리그 청룡조를 휘저었던 이재철은 캐나다 고수 레미를 참교육시켰고, 러시아 알렉스도 서중휘 프로에게 한국바둑의 힘을 느껴야 했다. 두 친구들에게 자비란 없었다.


볼만한 건 또 있었다. 말랑말랑한 고라니 찐기자는 표범급 하이에나 소재경을 잡아 파란을 일으켰다.


▲'아 쑥쓰럽구먼~!' 찐기자가 지난달에 이어 나종훈 프로에게 연속 행운승을 거뒀다. 관전하는 이는 양완규 이용직 윤천준 최병덕.


다만, 2라운드에서 살짝 화제가 된 건 찐기자와 나종훈 프로의 리턴매치였다. 


한 달 만에 또다시 ‘고목인가 거목인가’ 해묵은 논쟁에 불을 붙였던 이 승부는 어찌 되었을까. 역시 상대를 의식하다보니 수상전에서 조급증을 느낀 나종훈이 그만 헛 수를 한차례 두게 되었고 그를 재빨리 낚아 챈 찐기자의 행운승.(표현 조절한다고 힘듦. 담달에 또 봐야 함.)


서능욱 정대상 전유진 조종신 장혁구 이재철 이건우 양완규 조은호 박종훈 그리고 찐기자. 다들 올라 올 멤버들이 2연승 대열에 올라선 상황. 다만 찐기자가 이들 쟁쟁한 영웅호걸 중에 끼어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기사를 쓰는 와중에도 좀 충격과 공포.


여기서 고1 조은호는 연구생 3조까지 갔던 꺽다리 소년인데, 어릴 적엔 미추홀에 엄마 손을 잡고 자주 왔었는데 최근엔 학업에 열중하고 있단다. 가끔 바둑이 고플땐 미추홀에 종종 오겠다고.  


▲하승철-오공도사 서능욱.


한번이 힘들지 두 번 세 번은 쉽다고 했던가. 소재경 나종훈을 거푸 꺾고 2연승을 거둔 찐기자가 단연 화제. 첫 준우승을 차지했던 2월 대회는 부전승이 끼어있었고 김종화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서 거둔 성적이었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위 쟁쟁한 호걸 중에 가장 몰랑몰랑한 상대인 양완규 대선배가 3라운드의 짝이다. 85세의 고령에도 어느 출전자 못지 않게 강건함을 자랑하는 양선배도 역시 찐기자를 만나 내심 기뻤을 터.


한 100수 지났을까. 바꿔치기를 하고서 형세가 조금 좋아졌는데, 아뿔싸 까불다가 중앙 요석이 떨어져나가 버렸다.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찰나. 대 반전이 일어난다. 


“졌어! 초반에 내가 이게 죽어서 집이 모자라나봐!” 양완규 선배님이 그만 돌을 걷어버리는 게 아닌가. 


아니. 내가 요석이 잡혀서 바둑이 안 좋은데 당신께서 쓸어 담아버리니 대책이 없잖은가. “아이고 선배님! 이거 이거…”하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양선배는 바람같이 본부석으로 달려가더니 ‘찐기자가 이겼어’ 고해버린다.


오랜만에 서능욱 프로가 3승대열에 올랐고 여자최강 전유진이 정대상 프로를 이겨 단골 우승후보임을 과시했다. 또한 최강 조종신 프로, 동호인 최강자 이재철, 연구생 3조출신 조은호, 그리고 도통 어울리지 인물 찐기자도 합세해 6명이 결승에 올랐다. 


▲결승1. 연구생3조 출신 조은호(승))-여성최강 전유진.


뜻 대로 안되는 것이지만 오공도사 서능욱과 만났으면 했다. 쉬워보여서가 절대 아니고 가장 절친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어영부영 손오공과 알게 된 지 30여년이 넘는다. 찐기자가 92년 바둑계에 들어와서 본인의 이름을 걸고 가장 먼저 관전기를 쓴 건 김수장-서능욱 최고위전 도전자결정전이다. 당시 월간‘바둑’ 기자로서 그 잡지에 실렸던 첫 관전기를 잊지 못한다. 찐기자는 92년 이후 개인적으로도 참 많은 인연을 쌓았기에 평소 주제 넘는 농담도 마구 주고 받는 사이다. 


이재철은 ‘한 번도 두어보지 않았다’며 노골적으로 원했고, 전유진도 ‘저랑 복수전 해야죠’ 하며 경기를 원했다. 그러나 찐기자는 “사범님, 미추홀에서 우승한 지 꽤 되었죠?” 하면서 서능욱에게 추파를 던졌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찐기자-서능욱, 조은호-전유진, 조종신-이재철. 


찐기자는 처음으로 나종훈 프로가 애용하는 ‘1번 다이’에서 경기를 가졌다. 300점 이하 맛세이가 금지되어있다. 졸지에 300점이 된 느낌이다. 왜 이리 장황하냐 하면, 바둑을 졌기 때문. 


워낙 실출귀몰하는 타입이라 초반은 조금 안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석 점 바둑의 위력이 어디 가는가. 중반에 좀 따라붙으며 속기파 손오공이 시간을 더 쓰며 고심하곤 했다. 이때 취재가 본업인 찐기자는 잠시 자리를 뜨면서 '사진 좀 찍고 오겠습니다’. 사실 자리를 뜰 때는 한숨돌렸다고 판단했다. 


5분쯤 즐겁게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와 앉았다. 그 사이 오공도사는 찐하수를 골탕 먹이는 수를 읽어두었음을 곧 알게 된다. 돌아와 1분도 안 되어 돌을 거두고 말았다. 


역시 패싸움을 할 때는 화장실도 가지 말고 집중해야 하는데, 우상귀 우하귀 좌상귀를 몇 차례 왔다리 갔다리 하더니 그만 흑대마가 잡혀 버리는 게 아닌가. 


▲결승2. 단골우승자 조종신 프로-막강 이재철(승).


이재철이 진짜 일을 냈다. 연구생을 거치지 않고 독학으로 프로급의 기량을 갖춘 이재철은 최강 조종신 프로와의 승부에서 2집반의 승리를 거두었다. 


주니어 프로 조종신과 같은 0레벨이긴 하지만, 조종신이 ‘투뿔’인 관계로 6집을 공제하니까 쉬운 말로 정선 치수로 두었다. 정선이라도 어딘가. 젊은 프로에게 정선으로 이긴다는 건 정말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연구생 3조까지 했다는 조은호는 최근 핫한 전유진을 역시 150수만에 불계로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미추홀은 찐기자의 활약상 이외에도 많은 화제꺼리가 있었다. 못다한 이야기는 사진과 함께 전하기로 한다. 


5월 대회엔 꼭 조혜연 프로도 출전하길 바래요~! (주어=전 미추홀러)




#15 곽계순-16 하승철 1라운드 승패 바뀌었습니다.





▲삼부자 출전은 미추홀 역사상 처음이다. 이건우 이서우 이주행.


▲첫 출전한 조혜연패밀리. 조혜연 프로(오른쪽)가 대회 개시전까지 제자들의 기보를 봐주고 있다. 


▲역시 스타를 모두들 알아보자 답례를 하느라 바쁜 조혜연.    


▲"오늘 새로운 식구들이 많고 즐거운 일이 한달동안 많이 있었습니다." 김종화 대회장의 환영사. 그 옆은 미추홀기우회 최병덕 회장과 늘 대회진행을 맡아 수고하는 현명덕 한국장애인바둑협회장.


▲"5월7일 인천체육회장배에 많이들 출전하세요!"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의 축사.


▲새 식구들 모두 일어나세요! 조혜연 프로가(모자 쓴 이) 같이 동행한 제자 알렉스와 박하진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 일어선 사람은 다 새로이 오신 분. 


▲한달동안 각 대회에 나가서 미추홀러임을 과시한 선수들을 불러서 케이크 전단을 하고 있다. 김종민 김도협 박중훈 김종화 최병덕 안재성 장혁구.


▲인천연구생 임형섭-국제통 김도협(승). 


▲알렉스(승)-김세원. 


▲'얼마나 바둑 고프세요?' 김종화-양완규. 김종화 대회장은 참가 숫자가 홀수일 때만 출전을 하고(짝을 맞추기 위해) 오늘처럼 짝수로 떨어질 때는 바둑을 두지 못한다. 따라서 빨리 끝난 분이 있으면 소매를 끌고와 번외경기를 부탁하기도. 


 ▲박휘재-전유진(승).


▲레미는 현재 김찬우 프로에게 사사중이며 국내에서는 바둑영어 강사로 활동.

.

▲배우는 학생들은 늘 둔 내용을 기보로 적어둔다. 박하진은 3레벨로 첫 출전했다. 


▲성남 김동섭(승)-부천 윤명철. 


▲이것이 1번다이. 나종훈-최병덕(승).


▲김도협-이호용(승). 그러고보니 이호용이 기우회초청대회에서 우승한 분 소개에서 빠졌다. 검정고시팀의 에이스 이호용. 


▲이주행(승)-곽계순. 이주행은 이건우 이서우 형제의 아빠.


▲공직자바둑연합회 이용직 전 총장-인천의 자부심 서부길. 


▲1승이 간절한 고라니와 임팔라의 대결. 정충의(승)-장승권.


▲이건우-이재철(승).


▲바람의 파이터 정대상-여자파이터 전유진(승).


▲이건우(승)-김도협. 이서우(왼쪽)과 박중훈이 감상하고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4명 모두 인천에서 바둑을 배운 선수들이다. 


▲우승 대신 준우승 조종신.


▲ 서중휘, 박중훈, 전유진 등 내로라하는 강자는 꺾은 조은호.


▲이재철.


▲안재성.



▲같은 사람 다른 느낌. 곽계순-알렉스(승), 알렉스-곽계순(승). 위 사진은 기우회초청대회에서 곽계순이 정선으로 패했고 아래 사진은 두점으로 곽계순이 승. 


▲레미(승)-송양석. 


▲3승상. 최병덕(시상) 박중훈 김동섭 안재성 박휘재 박한필(앞) 임현섭 서중휘 하승철 서부길 김종화(시상).


▲준우승 시상. 최병덕 찐기자 전유진 조종신 김종화.


▲ 우승 시상. 최병덕 서능욱 조은호 이재철 김종화.


▲행운상 이건우.


▲행운상 그릇세트. 최병덕 알렉스 이서우 곽계순 김종화.


▲레미(캐나다)가 행운대상(5만원)의 주인공.



#15 곽계순-16 하승철 1라운드 승패 바뀌었습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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