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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10 00:39:04
  • 수정 2022-01-10 1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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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앤 더 풍성한 바둑계를 위하여!' 2022년 바둑과사람 신년회에서 시니어랭킹1위 심우섭(왼쪽)이 새해 바둑계가 융성하길 기원하며 건배를 외치고 있다. 


바둑동네가 설날을 맞았다!


임(壬)이 흑색, 인(寅)은 호랑이.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 해'를 맞아 바둑동네가 무탈하고 바둑친구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맘을 담은 '바둑과 사람' 신년회가 벌어졌다. 


8일 서울 바둑과사람 회관에서 바핵관(바둑핵심관계자) 3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조촐하게 새해덕담을 나누었다. Club A7(대표 홍시범)의 직계 방계 페밀리들이 마련한 신년회는 18년 전부터 아름아름 진행해 온 바둑동네의 설날 차례. 


여기서 <바둑과 사람>이 생소할지 모르겠다. 그간 바핵관에게 사랑받던 모임 '아마바둑사랑회(약칭 아바사)'가 40년 전통의 (사)조치훈후원회를 인수하여 올해부터 사람내음 물씬 풍기는 이름 <바둑과 사람>으로 거듭났다. 앞으로는 ‘아마바둑사랑회’라는 이름 대신 ‘바둑과 사람’이 쓰이게 된다.


▲'아마바둑사랑회'라는 정겨운 이름을 뒤로 한 채 올해부터는 '바둑과 사람'이라는 새로운 법인명을 쓰게 된다. '바둑과 사람'은 A7 홍시범 대표가 40년 전통의 사단법인 '조치훈후원회'를 인수하여 더욱 발전시킬 목적으로 새롭게 설립했다. 걸개그림에 새겨진 모든 사진은 2021년 한해동안 바둑일보가 취재한 아마대회 장면들이다. 참고로 우하귀에 걸터놓은 액자(조훈현-이창호)도 공교롭게 기자가 찍은 1993년 왕위전 도전기 사진.


신년회라고 뭐 특별한 게 있겠냐. 그간 떨어져서 지냈던 바둑식구들끼리 다들 무탈함을 확인하고, 새로운 친구의 친구도 만나고, 덕담하고 피차 근황을 물으면서 먹고 마시고 떠들고 노래하고 바둑 두고, 뭐 그런거지….


작년엔 신년회를 걸렀다. 올해도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또 거를 수가 없어서 진짜 조촐하게 식구들끼리 밥 만 먹자고 했다. 아무에도 알리지 않았기에, 그냥 이맘때 쯤 신년회가 있겠지 짐작하고들 삼삼오오 출석도장을 찍었다. 따라서 가까이 사는 바핵관들만 출석체크했다. 


아직 코로나가 깊숙이 개입한 시절인지라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건강한 모습들이 마냥 반가울 따름이다. 최근 2년간 바둑행사가 매우 줄어들어 우리의 만남도 많이 축소되었지만 그러길레 더욱 더 반가웠다. 


다만, 마음만 보내고 몸은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그립긴 매한가지다. 다들 흰머리는 한가닥씩 늘어났을 테지만 우리의 우정은 몇 꺼풀씩 쌓여만 간다는 걸 잊지 말았음 싶다. 그들을 이름을 까먹기 전에 목청껏 불러본다.(직함 생략. 무순) 


기명도 신철호 조민수 양동규 김길곤 이강지 이병희 김인한 이성호 김용섭 하근율 강신덕 서부길 최병덕 김종화 정종호 강명회 윤명철 정민효 김웅환 이광순 김선옥 최계성 정근택  한공민 양완규 김병찬 정한수 강순찬 김영우 김영돈 채영석 황원순 백규환 신병식 조기식 오만식 김명한 황진호 고성환 유영붕 이용재 심재용 김영순 임종일 조국환 이종익 양세모…(이러다가 이름 빠진 분들 섭섭해하실라^^.)


▲심우섭 노사초배 석권 기념대회 결승 모습. 박성균+박장우(승) vs 청산+김희중. 한국기원 박장우 부장과 괴산명필 청산은 타이젬 8단의 실력자들. 


기자는 오후2시쯤 출입문을 열면서 몇명이 왔을까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벌써부터 진을 치고 막걸리잔 옆에 끼고 바둑에 집중하는 이들이 있었다.


박장우-박성균, 김희중-청산, 심우섭-김대환, 김동섭-김종민. 이렇게 고수들 8명이서 페어바둑을 두고 있었다. 좀 뚜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술상을 앞에 두고서 매우 진지하길래,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았다. “이게 타이틀이 뭐죠? ”


행사때만 되면 신이 절로 나는 A7 홍시범 대표의 설명이 난해하다. “아파트 한 채 내깁니다.” 


저 뒷편에서는 곽계순(인천) 손병남(수원) 유경자(서울)님이 여성연맹 대표로서 일찍부터 와 있었단다. 기자가 끼어서 4명 페어바둑을 한판 했다. 


누구는 아파트 한 채 내기를 한다는데 우리끼리도 내기를 하자니까, 손병남 유경자는 바둑이 약해서 그럴 수가 없단다. “기력이 약하면 재력은 있을 것 아니냐?”는 기자의 꼬드김에도 넘어오지 않고 끝내 친선으로 둔단다. 손병남+기자가 재미없는 바둑을 빨리 끝냈다. 


고수들 바둑이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 그 사이 홍대표를 조르고 졸라 진짜 타이틀 명을 알아냈다. 바로 심우섭 ‘바둑과 사람’(구 아바사) 전담사범이 작년 말 노사초배 전국바둑대회 시니어여성부 우승을 차지해 거금 300만원을 탔는데, 그 중 100만원을 쾌척해서 좀 뚜는 분들을 위해 상금으로 내놓았다고.

 

‘아니, 이런 착할 데가 있나!’ 혼자 식해도 아무 말 하지 않을 자기 자산을 이렇게 좋은 일에 쓸 줄 알았던 심우섭 사범을 다시 보게된다. 그는 “제게 져준 분이 있어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묻지도 않았는데 꽤 명언을 남기기도.


▲신년회를 빛내 준 여성연맹회원들이 축하케이크를 절단하고 있다. 독수리 5형제는 장수연, 송병남, 곽계순, 유경자, 송난희. 


그새 한돌기우회 박휘재 김진필이 풍만한 몸매를 과시하며 입장했고, '빡빡이' 정경수 원장도 그가 쓴 ‘바둑천재들의 베이스캠프’를 들고 나타난다. 정원장은 최근 압구정 여자최강전에서 우승한 여자연구생 이서영의 입단을 위해 조력중이라고.


“아이고 이게 누굽니까?” 매년 탁배기 두박스 씩 보내오던 문경의 금동일 선배가 올핸 아예 차떼기로 싣고 날아든다. 49년생 금동일은 문경바둑의 대부인데 문경새재배를 2년째 쉬었으니 얼굴 본 지도 2년째. 50년생인 김희중이 가장 반가워한다.


그는 사실 A7행사에는 자주 얼굴을 비췄다. 괴산에서도 한번 뵈었고 제주행사에서도 부부동반으로 와서 고스톱을 열심히 친 기억이 있다. 


K바둑에 근무했던 이창선 부장이 문경 거주하여 같이 차를 몰았다고. 덕분에 술 고래 이창선은 하루 종일 콜라맨이 될 수밖에.


K바둑 부사장을 지냈던 김종석이 묘령의 아가씨를 대동하고 등장한다. 모두들 묘령의 아가씨와 김종석을 번갈아 보더니, 매우 반갑다고들 난리다. “아니, 전에 봤던 애인이 아닌데?” 라며 아제개그를 해댄다. 알고 보니 묘령은 김부사장의 부인 이승연 씨라고.


김부사장은 K바둑을 그만두고 A7에서 잠깐 일한 바 있는데, 사실 그 짧은 기간이 가장 사람사는 것 같았다고 술회. 지금은 제주도에서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힉! 그럼 제주에서 왔단 말인가.


▲붓글씨명인 청산이 '바둑과 사람' 제자를 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가진 게 별로 없으면서 퍼주는데 재미들린 홍대표는 제주산 벌꿀을 몇 개 가지고 오더니 주위를 환기시킨다.


최근 건강을 되찾고 있는 김동섭 사범에게, 그리고 지난 연말 강산배를 후원해준 김대환에게 선물한다. 회사가 평택인 김대환은 순수 직장인이어서 바둑기부의 뜻이 더욱 각별한 고마운 분이다.


또한 저녁식사 준비에 도움을 준 장수연 송난희 두 ‘아바사 미인’에게 김밥을 예쁘게 썰어준 고마움을 또 벌꿀로 달랜다. 홍대표의 따님, 홍맑은샘의 여동생 맑은비가 그 많은 김밥을 다 말았다고.  


그 사이 테이블을 대령하더니만 서너개를 맞붙여서 놓는다. 뭔가 하나 보다. 바로 붓글씨 명인 청산의 붓글씨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로 한 것. 오늘은 특히 바둑과 사람의 제자(題字)를 쓸요랑이다. 


청산은 거사를 앞두고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더니, 마침 큰 붓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작은 붓을 두 개 포개어서 쓸 거라고 했다. 바로 이럴 때 ‘명필이 붓 가리냐?’는 속담이 생겼으리라. 


청산의 붓글씨는 왕희지체로 일필휘지. 힘차고 어필하는 바가 뚜렷하다. 그는 한글만 애용한다. 그의 작품가운데 한자를 본 기억이 없다. 한글이 그렇게도 아름다운지 새삼 느꼈다. 박수와 함께 괴산명필의 퍼포먼스는 끝이 났다. 바둑과 사람-. 분명 번창하리라 기대만땅.


▲'선배님들 건강하게 지내세요!' 한국전쟁 중에 태어난 바둑계 대선배들의 신년회 축사. 금동일(49년생), 임동균(50년생).


식사시간이 되었다. 이미 밥상보다 술상이 몇시간 먼저 돌았기에 벌써 얼굴에 홍조 그득한 분이 보인다. 호텔식 뷔페 못지않다. 케이크가 시중 5만9000원 짜리는 되어봄직한 게 도착했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홍대표의 처남이 ‘비올렛 제과점’을 운영하니 매년 빵류 100만원어치를 제공한다.) 찹쌀도너츠와 곰보 빵 등 다양하다. 


안주감에는 돼지수육, 홍어, 잔치집에 빠지지 않는 잡채, 토토리묵, 각종 전, 김밥, 광어 송어회. 그리고 주종은 막걸리 소주 맥주 기본 3종 세트에 빠이주부터 보드카 위스키 등 다양한 주풍을 자랑한다. 돈이 떨어지면 떨어졌지 술은 안떨어지는 동네답다. 


아무래 간소해도 바둑의례는 해야 하는 것. 애국가 생략, 국기에 대한 명세 생략이고, 딱 하나 단체합창곡 '바둑과 사람 단가'는 불러야 한다. 코로나 시국이니만큼 떼창은 곤란하니 대표자 한명을 낙점해야했다. 혹시 초대카수 이승주(그의 18번은 '시계바늘'임)?

그 사이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홍대표의 부인 박천금, 처제 박연숙, 따님 홍맑은비와 주방보조 정우열이 소개되고 난 후, 바둑과 사람 '핑크' 박연숙 실장이 시키지 않아도 노래방 기기앞에서 익숙한 듯 번호를 누른다.


또 그 사이 이승주가 아닌 최연장자 금동일 선배가 오늘의 국민카수로 선정이 되었다. 


'자, 허리반동! 반동간에 단가한다! 단가는 '나그네설움!' 혼자서 불러야 함에 더욱 샤우팅이 커져만 갔다. 국민카수는 "문경 노래방에선 99점은 나오는데 이 기계는 손 좀 봐야겠다"고 너스레. 


반가운 손님이 노래가 끝나자마자 백발을 휘날리며 들이닥친다. 바로 아마바둑계 후지사와 임동균. 과거 길거리 바둑축제를 하던 시절부터 바둑과 사람(구 아바사)의 처음과 끝을 같이 해준 정신적 지주가 바로 임동균. 김희중 금동일과 함께 7학년 3인방이 되어서(김희중과 같은 50년생) 더욱 신이 났다.


▲ '바둑과 사람'의 단가 '나그네 설움'을 참석자 중 최연장자인 문경 금동일이 부르고 있다. 


이전에도 자유시간이었지만 이후도 계속 자유시간이다. 올해는 코로나가 서서히 종식될 기미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코로나를 이길 징후가 보이기 때문에, 많은 대회가 열리리란 기대를 가지고 있기에, 다들 지역 바둑대회 얘기로 꽃을 피웠다. 


그리고 끝나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만찬, 야참, 해장참이 계속 이어졌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은 노래자랑 듣는 이에겐 노래고문이 밤이 깊을 때까지 이어졌다.   


“코로나가 득세한 2년 동안 바둑과사람이 안 망하고 버틴 건 여기 계신 바둑오피니언들의 협조와 응원 덕분입니다. 다들 대회가 사라지는데도 불구하고 바둑동네는 오히려 새싹이 돋아났습니다. 위대한 탄생, 黎明의 劍, 棋龍戰, 원봉배, 강산배 등 크고 작은 대회들이 바둑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기부와 후원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겨울을 이기니 봄이 온다는 거죠. 진짜 올해는 달라질 겁니다.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아바사시대를 끝내고 이제 바둑과사람 시대를 맞았습니다. 향후 여러분의 소망과 열망을 담아 본격적인 바둑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바둑인의 사랑과 열정을 담아 새해엔 더욱  성장할 것을 다짐하는 '바둑과 사람' 홍시범 대표.


2022년 바둑과사람 행사일정
1/8(토) 신년회
1/23(일) 2022 活人劍(어느새 우리가)
2/26~27(토 일) 제8회 맑은샘배 어린이최강전
3/19(토) 제18회 운산 제주나들이
4/2(토) 2022 청산 괴산나들이
4/30~5/6(토~금) 黎明의 劍-棋龍戰
6/6(월) 바둑과 사람 이벤트
10/3(월) 2022 선국암 어린이바둑한마당
10/10(월) 제8회 원봉 J.S Together
12/25(일) 제2회 강산배 어린이짝꿍바둑왕전



▲18년째 개최된 '바둑과 사람' 신년회에 30명의 바둑계 오피니언리더들이 한데 모여 새해엔 바둑계가 웅비하길 바라는 맘으로 건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년회는 작년엔 건너뛰고 올해도 규모를 축소하여 진행했다.


▲김종석 전 K바둑부사장, 문경바둑의 대부 금동일, 이창석 경북협회 사무국장,  ‘바둑천재들의 베이스캠프’ 저자 정경수 원장,  김종석의 부인 이승연.


▲'5,6,7학년들의 합반' 괴산명필 청산, 원조 속사포 김희중, 한국기원 박장우, 시니어랭킹1위 심우섭(꼭 그렇게 불러달라고 신신당부), 아마바둑계 맏형 임동균. 


▲여긴 비음주파 김대환과 김동섭. 김대환은 작년 말 강산배 짝꿍어린이페어전을 후원한 순수 직장인이며 원조 아마7단 김동섭은 최근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바둑이 더 새졌다고.


▲김종민 장수연 송난희 심우섭. 김종민은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의지의 한국인으로 전남 신안군과 서울을 오가는 주말부부. 그리고 장수연 송난희는 A7 수요강좌 '야화'의 오랜 회원이며 심우섭은 사범님.


▲심우섭이 시니어랭킹1위에 오른 이유는 바로 작년 12월에 벌어진 노사초배 시니어+여성부문에서 우승했기 때문. 


▲임금님 수라상에 버금가는 맛난 음식들.


▲그 맛난 식사를 만들어준 주방팀. 정우열 홍맑은비 박천금 박연숙. 


▲여성연맹 대표로 참석하여 시종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해주신 유경자(서울) 손병남(수원) 곽계순(인천).


▲한돌기우회 박휘재와 김진필 단장. 


▲'여러분이 있기에 훌륭한 바둑행사가 가능한 겁니다!' 행사 때마다 깔끔한 세팅을 위해 노고가 많은 A7요원들이 한데 뭉쳤다. 이주호, 김동일, 박진창, 정우열, 이승주, 김강열.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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