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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2-01 01:16:33
  • 수정 2021-12-01 09: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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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전남바둑협회 기명도 회장. 


광역시도 바둑협회가 하는 일은 참 많다. 크게는 전국체전· 도민체전· 시도리그· 유소년리그· 내셔널리그 등 시도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는 전 대회를 감독 관리하고, 지역기우회· 동호인· 지역연구생· 유소년 승급대회는 물론, 해당 시도에서 실시하는 전국대회까지 운영 조직 관리 결산까지 해야 한다. 한마디로 풀뿌리 바둑을 지탱하는 주체가 바로 시도협회다.


대한민국 17개 시도협회 가운데 잘 돌아가는 곳을 꼽아보시라면 대략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할 것이고, 게 중 엄지나 검지에 꼽히는 지역이 바로 전남일 테다. 


전남은 프로 아마할 것 없이 대회와 행사가 넘쳐나는 곳이다. 전국행사 뿐 아니라 시군협회 행사까지 실로 다양하며, 국내 유일의 바둑중고에서 양산되는 바둑일도 무시 못 할 정도. 


실제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선언되자마자 11~12월 두 달 사이에 순천시장배· 국수산맥배· 김인국수배· 전남도지사배· 순천만국가정원배· 광양시장배 등 크고 작은 대회가 봇물 터지듯 전남에서 개최되었고 예정되어 있다.  


알다시피 전남은 김인 조훈현 이세돌 등 불세출의 國手 3인을 배출했고, 지금도 인구대비 최고의 우수 선수들이 배출되는 바둑인의 고향이다. 바둑에 있어서만큼 전남은 일개 지역이 아니라 가히 수도라 하겠다.   


▲11월초 전남 무안 전남체육회관에서 김재무 전남체육회장으로부터 인준서를 받고 있는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바둑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 바둑종목을 꼭 넣기 위해 제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또한 전남바둑인들이 다양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이 뛰겠습니다.”


지난 6일 전남 무안 전남체육회관에서는 제5대 전남바둑협회장 취임식이 있었다. 바둑계에 투신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 맞는 처신으로 모범적인 협회활동을 해왔다는  평을 듣는 ‘준비된 협회장’ 기명도(69) 신임 회장을 만장일치로 최상석에 모셨다. 


이에 전남협회의 태동에서부터 사무국장 전무이사를 거쳐 협회장까지 이른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을 만나 취임인사와 함께 근자의 바둑계 상황을 두루 얘기할 기회를 가졌다. 




여태 기전무님으로 통했는데 이젠 호칭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겠습니다. 취임 축하합니다. 꽤 성대한 취임식이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성대하기는요(웃음). 때가 때인지라 여전히 감염위험도 있고 해서 조졸하게 치렀죠. 취임식엔 김재무 전남체육회장과 한국기원 양재호 총장. 그리고 시군협회장 몇 분과 전남협회 임원들, 목포시체육회장을 비롯한 타 종목 단체장 등 소수만 참석했어요. 부끄럽습니다만, 제가 전남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을 맡았고 국수산맥배 김인국수배같은 굵직한 국제바둑행사에서 제 역할을 다했고 봤던지, 도체육회에서도 흔쾌히 체육회관을 내어주었습니다.


그간 스포츠바둑을 향한 체질 개선에 가장 앞장선 지역이 전남이라고 보는데요, 이 참에 전남협회 자랑을 좀 해주세요.
자랑이라기보다는 연혁이라 해야겠지요. 전남은 2014년 전국체전 시범종목 때부터 바둑 종목 3연패를 했고 6회 출전에 4차례 종합우승을 이뤘죠. 또 지난해 창설된 시도리그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외 크고 작은 대회가 벌어질 때마다 협회는 항상 곁에 있었죠.


꽤 협회 일을 오랫동안 해 왔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어떤 계기로 협회 직함을 갖게 되었고 그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굉장히 일을 잘 하신다는 평을 받기에 여쭤보는 겁니다.
저는 2005년 전남협회의 창립멤버로 사무국장을 했고 전무를 좀 오래했죠. 원래 공무원생활을 하다 KT에서 퇴직했습니다. 물론 바둑애정은 무한정 가지고 있었기에 당시 전남 각 시군에서 협회를 만들려고 꽤 노력했죠. 목포 광양 여수 순천은 비교적 잘 만들어졌는데 서부권은 조직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하이텔 천리안 등 초기 인터넷바둑 시절인 90년대 초 호남지역 지도사범을 맡았던 것이 지금의 협회일을 하게 된 계기랄까요. 당시 KT소속으로서 전남 전북 제주 세 지역의 조직 관리를 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런 조직관리가 바둑 행정을 잘 소화하는 계기가 되었군요. 사무국장 전무이사 그리고 협회장까지 차근차근 코스를 밟은 건 다른 종목에서도 유래가 없는 일인 것 아닐까요. 전무와 협회장은 책무가 어떻게 다른가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전무였고 17개 시도 전무협의회장도 오랜 기간 맡았습니다. 그래서 상위 단체인 대한바둑협회의 업무도 두루두루 접해왔기에, 다양한 법규나 행정에 관해서는 조금 밝다고 할 수 있겠죠. 제가 가진 책무 내에서, 17개 시도가 결속하고 개선점을 공유하는 노력은 계속할 겁니다. 다만, 협회장과 전무는 무게감에서 확연히 다르죠. 협회장은 대바협 대의원 자격을 갖게 되죠. 또한 협회장은 체육회와 각 바둑기관들 그리고 타 종목 단체들과의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겁니다. 저는 실무 협회장, 비즈니스 협회장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협회장이 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던데.
그렇다면 전 예외가 되겠네요(웃음). 많아서 나쁠 게 없는 게 돈이잖아요. 시군구협회도 마찬가지지만, 제도권에 못 들어오는 현판만 있는 임의단체에서 벗어난다면 돈은 필수가 아닙니다. 지금 협회는 정회원단체이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지원은 이뤄지고 있죠. 한 가지 더 말씀 드릴까요. 협회가 정회원단체가 되면 바둑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겸비해야 하는데, 지금 바둑계는 생활체육으로서 일반 바둑대회만 하고 있는 걸 많이 봐요. 길을 못 찾고 있는 거죠. 체육으로서의 바둑을 제대로 정착만 하면 협회장이 돈을 써야 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이죠. 협회장의 기본 책무는 돈이 아니라 일입니다.


▲ 기명도 회장은 수년간 전국전무협의회 회장을 맡아왔다. 지난 10월30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전무협의회 마지막 회의 주재 모습. 맞은편 앉은 이가 기명도 신임 전남바둑협회장. 


말이 나와서 말입니다만, 지역협회의 활동역량은 17개 시도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잘 돌아가지 못하는 지역협회엔 바둑계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협회의 중추적 일을 해야 하는 사무국장이나 전무들의 생업과 바둑이 연결되어 있다는 게 큰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바둑은 체육이고 체육은 체육회와 유기적인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생업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 그러지 않아도 ‘낯선’ 체육회와 관계를 하기 어렵죠. 일이 있을 때만 체육회에다 연락하자니 좀 생뚱맞다는 느낌도 들 것이고…. 그래서 시도리그나 전국체전을 통해 적극적으로 체육회와의 대화의 통로를 터길 권했던 겁니다. 생활체육으로서는 국민생활체육축전이 있고 엘리트체육으로서 도민체전 전국체전이 있다고 했죠. 전자는 축제 성격이고 후자는 등수에 민감한 경쟁입니다. 상급단체인 체육회는 등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선수의 육성과 지원은 체육회에서 하지만 선수선발과 소통은 전무들 권한이 있거든요. 여기에 소통의 끈이 있는 겁니다. 절대 바둑협회와 체육회는 갑을 관계가 아닙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시도협회가 체육회와 어떤 유기적 관계가 필요할까요.
반복해서 나온 얘기입니다만 단 한가지입니다. 바둑인들도 전국체전을 일반 대회의 하나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바둑행정을 맡고 있는 사무국장이나 전무님들 자체도 그러한 경향이 강합니다.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46개인데, 바둑은 세부종목이 적다보니까(4개) 거꾸로 금메달 하나에 해당하는 점수는 타 종목에 비해 3~4배 배점이 높죠. 따라서 체육회에서는 바둑에 관심이 많아요. 체육회는 상급단체지만 종목관리 단체로서 바둑을 도와주려는 곳임을 알아야 합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협회장으로서의 일과 전무로서의 일이 과연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달에 대전에서 벌어진 전국시도리그를 참관하셨을 텐데요, 산파역으로서 올해 재개된 시도리그를 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첫해 12개 팀이었는데 올해는 8개 팀으로 줄어서 많이 안타깝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시도협회나 대바협이나 시도리그를 하나의 바둑대회로밖에 여기는게 아닌가 생각해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1년에 실시하는 바둑대회가 좀 많습니까? 혹시 시도리그가 위축되고 심지어 없어져도 대세에 영향이 없다는 생각이라면 참으로 위험한 생각일 겁니다. 대바협과 17개 시도가 지자체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매개임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시도리그는 전국체전에 나가는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위한 전초단계로 그 역시 중요하다는 논리라면 충분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결국 책임감 부족이니 우리 모두 반성해야겠죠.


코로나19나 득세한 2년 동안 바둑계가 몹시 황폐해졌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급격하게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없지않겠어요? 무너진 시간만큼 세우는 시간도 필요할 텐데, 일단 대회부터 정상화시켜야죠. 대회가 생겨야 각 기관에서 예산도 나오고 그 예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토양도 단단해진다는 건 다들 아시잖아요. 이를 위해서는 바둑인들이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한발 더 뛰는 수밖에 없죠. 성인 선수들에 비해 유소년바둑이 많이 침체되어 있어서 하루 빨리 정상화로 가야 합니다. 유소년은 특히 대회가 있어야 의지와 목표가 생기잖아요. 우리 모두 코로나만 핑계대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죠. 필요하면 온오프 병행대회도 하고 해야죠.


▲ 전남바둑협회를 이끌어갈 새 지도부. 신철호 전무와 기명도 회장. 


전남협회장으로서 2022년 이후 꼭 이것은 하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국민생활대축전이라고 아직 어떤 대회인지 잘 모르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전국체전이 엘리트체육이라면 생활체육은 국민생활대축전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대축전도 전국체전처럼 체육회에다 신청을 해야 하는데, 먼저 시군체육회에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과거 전국체전에 바둑이 들어가려니까 타 체육인들이 바둑을 안 받아주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처럼 생활대축전도 마찬가지 분위기입니다. 전남의 경우 예정대로라면 23년 1월 투표를 통해서 결정됩니다. 제가 협회장으로서 바둑을 국민생활대축전 시범종목에라도 꼭 가입을 시키고 싶습니다.


끝으로, 협회장은 돈 생기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려고 합니까.
바둑협회는 정회원단체며 국가인정단체이기 떄문에 발전을 거듭 할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 일을 해야 하니까 제가 하는 겁니다. 굳이 말한다면 성취감 때문이라고 할까요. 남들이 일을 잘하면 인정해주잖아요. 바둑동네 어딜 가도 동호인들이 진심 없이 대해주잖아요. 그게 보람 아닐까요. 바둑이 좋아서가 아니라 일이 좋아서 합니다. 협회장은 바둑 좋아하면 일을 못해요(웃음).


이렇게 많은 바둑일을 하려면 체력도 남달라야 할 텐데, 최근 남해안 종주를 끝내셨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 얘기 들으면서 마칠까 합니다.  
우리나이로 이제 70인데요, 흔적을 남겨보자는 뜻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19년 4월 영암군 해안선 330km를 15구간으로 나누어 돌았지요. 그러다 19년 9월부터 21년 1월까지 해남군 땅끝에서 고창군 구십포해수욕장까지 걸어서 서해안 1077,76km를 돌았습니다. 할만 합디다. 그래서 21년 4월부터 9월까지는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탑까지 서해안 786,82km를 완주했고, 최근 또 10월부터 부산 서구 녹산동에서부터 시작하여 광양 진월면까지 남해안 480km를 마칠 예정입니다. 그 이후엔 강릉까지 걷고 있지 않을까요.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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