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0-04-20 03:18:30
  • 수정 2020-04-20 10:12:48
기사수정

▲문화와 예술이 있는 '바둑이상향'이 괴산 평화한옥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사진은 판소리 한마당.


지난 겨울 이후 근 반년이나 기우들이 보고팠다.
예년처럼 소문은 내지 않았지만 극성스런 친구들은 알아서 모여들었다.
사람 내 나는 바둑 한 수하러 다들 모여들었다.
한옥과 바둑은 척 봐도 어울릴 듯하다.
게다가 소리도 있고 막걸리에 파전도 있다.
오후엔 분위기 싸하게 봄비님도 오신다더라.


시(詩) 서(書) 화(畵) 창(唱) 무(舞) 음(飮) 주(酒) 그리고 바둑(棋)이 함께 하는 괴산바둑나들이가 19일 충북 괴산 ‘붓글씨 명인’ 청산 정순오의 평화한옥 앞마당에서 조용하지만 꽤 질펀하게 펼쳐졌다. 


“과거 우리의 바둑은 문화와 예술과 어울렸기에 더 가치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바둑의  풍류에 대해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잊고 있었던 바둑의 멋과 맛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붓글씨 명인 청산 정순오)


▲청산(왼쪽에서 두번째)은 괴산 갈은계곡에서 2015년 당시 김인 유창혁 등과 어울려 선국암바둑대회 퍼포먼스를 했다. 


한복차림에 고무신. 그리고 긴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붓글씨 명인 청산은 ‘제2의 고향’ 괴산 갈은계곡에 유서 깊은 바둑바위가 있음을 알았고, 그로부터 2015년 선국암바둑대회를 계기로 바둑과 문화예술이 함께 하는 바둑유토피아를 꿈꿔왔다. 


어렵사리 만든 그 대회가 1년 만에 명맥이 끊어지며 큰 실망을 하던 차에,  그 꿈에 클럽A7 홍시범 대표가 기름을 끼얹으면서 ‘괴산나들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꽁꽁 묶인다. 


괴산나들이는 이 두 괴짜들이 의기투합한 안빈낙도의 결정체다. 나들이가 벌써 4년째다. 그들은 1년을 오로지 이 나들이를 위해 산다고 할 만큼 지극정성이다. 


▲역동적인 동래학춤을 보여주고 있는 무형문화제 3호 박소산 선생. 


괴산나들이는 우리네 바둑인들이 바둑세상의 주인임을 피차 격려하는 자리였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고, 이기면 더 좋고 지면 더 유쾌한 것을 보면 분명 잔치가 맞다. 이긴 사람보다 진 사람이 더 많은 선물을 가지고 가는데도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하니 이 우얀 일인고.

 

“우리가 먼저 가게 되어도 걱정마세요. 우리 딸과 아들이 계속 이어서 할 거니까요.” 


빈말이 아니다. 이날 청산의 아들과 길산(홍대표의 아호)의 딸은 이미 첫해부터 이 행사장에서 바둑인들의 온갖 수발을 다 들며 물려받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으니까. 


하염없이 떨어지는 바둑돌 소리와 빗소리와 함께 우리의 우정도 깊어만 갔다. 

서로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괴산나들이를 돌아보자.


▲ 청산 정순오의 대표 붓글씨 작품으로 함석헌 선생의 '함께 비...' 글을 적었다. 


▲ 괴산 사리면 산중턱에 자리 잡은 청산 청순오 평화한옥 외경. (사진이 조금 날았다~^) 그래서-


▲원래 모습을 급하게 인터넷에서 뒤졌다. 청산은 이 한옥을 수년에 걸쳐 손수 지었는데 거의 문화재 수준이다. (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그링자>)


▲앞마당엔 장독대가 정겹게 도란도란 놓여있다.


▲ 한옥 내부의 작업실에서 청산이 2017년 바둑일보 제자(題字)를 써주는 모습.


▲오전11시가 다가오자 궂은 날씨에도 서울 청주 전주 인천 제주 등지에서 속속들이 사람고픈 바둑고픈 이들이 모여들었다. 


  1. ▲번데기앞에서 주름을 잡는 이는 누구?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A7 홍시범 대표의 범상한 '길산체'.


▲그가 쓴 글씨는 바로 메뉴판 간판.


▲잔치엔 빠질 수 없는 푸드코트 운영자님들. 박연숙 박천금, 괴산바둑협회 도우미와 청산의 부인 '달마당' 나미희, 그리고 홍맑은비. 붉은 유니폼은 A7 식구들이다.


▲이곳에서는 먹을 거리 일체를 'A7화폐'로 교환하여 써야 한다. 진짜 오백원이면 막걸리 1통,  파전 1장을 구입할 수 있으며 식사도 할 수 있다. 남으면 내년에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무통장입금은 큰일난다.


▲ 일찍 온 손님들을 위해 집단바둑 한판. 사진 맨 오른쪽에 수상한...


▲초등시절 반공포스터에서 자주 본 남파간첩(?). "이곳 위치가 어디냐 하면 말이야..." 그는 아마바둑의 미남스타 심우섭이다. 


▲청산 정순오가 초대된 손님들을 일일이 소개하고 있다. 


▲작년행사에서 '대타'로 함께 한 조애란 명창(판소리 사랑방 '소란')이 기우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올해도 또 괴산을 방문하였다고. 


▲ 조명창은 판소리와 바둑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자주 듣지 못하던 '북간도아리랑' 등 20여분간 공연을 이어갔다.


▲판소리 대가 서동률의 단가 시범.


▲ 서동률 선생은 '놀부가' 가운데 놀부가 화초장을 메고 가는 대목을 익살스럽게 부르고 있다. 고수 김철준.


▲동래학춤의 대가 박소산 선생은 현재 우리민족의 애환이 서린 방방곡곡을 돌며 천일기도를 하는 중이라고. 700일 째를 이곳 괴산에 들러 바둑인을 만나고 있다 한다. 


▲진짜 한마리 학처럼 보이지 않는가.


▲내셔널리거 양세모가 동부인하고 자녀들까지 함께 나왔다. 이들은 나중에 또 나온다.


▲초대손님 '붓명인' 유필무 선생을 소개하고 있다. 유선생도 과거 선국암바둑대회 퍼포먼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내년엔 바둑을 배워오겠습니다!' 고수 김철준은 명창 조애란의 낭군. 


▲괴산은 유난히 산이 많다. 청산과 길산(A7 홍대표의 아호) 그리고 아프리카음악의 대가 평산도 있었다. 제주도로 향하던 배에서 우연히 만난 A7 홍대표와 사상이 같아서 흔쾌히 친구가 되었다고. 평산은 자작시 한편을 읊었다. 


▲가슴이 뛰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둑타임. 


▲고수의 풍모를 느끼게 하는 청주 최계성+정근택 페어.


▲산 중턱에서 비가 오기 직전이라 다들 추위에 떨면서도 한 명도 흐트러짐없이 바둑에 열중하고 있다. 박휘재+김성연 페어 정수연+정규하 페어.


▲이용목+주준유 페어.


▲김상범+김범영 페어, 도재형+서정만 페어.


▲한공민+송남희 페어.


▲도재형+서정만 페어가 전반전이 끝나고 작전을 숙의하고 있다.


▲장수연+전규하 페어도 작전타임. 그러나 실력이 엇비슷하여 피차 큰 도움이 못되는 듯.




▲시상식 장면. 누구나 다 상품을 받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두구두구둥~'


▲승리한 팀은 달랑 하나의 선물인데


▲패배한 팀은 복수의  선물이 한아름이다. 주최측 왈, '패배한 사람이 있어 승리가 빛난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함께한 예술인들은 주로 고스톱에서 입상했는데, 역시 한아름이다.  선물은 냉면 버섯 막걸리 열무김치 고춧가루 등 집에 들고가면 환영받을 물건들 뿐이다.


▲이 분이 등장하면 선물이 또 나오기 마련.


▲박스에 든 것은 또 무엇이건디~? '아, 저기 쌀도 보인다.' 

 

▲또 참가상으로 저기 화분을 가리킨다. 화분마다 작은 소나무를 키웠다는데, 갈 때 하나씩 들고 가시란다.


▲또 이벤트의 제왕답게 화투짝이 등장한다. 흑사리 피를 골랐다.


▲좌중에게 미리 나눠준 화투짝에서 흑사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당첨이 된다. 당첨자들이 모두 선물 꾸러미를 들고 자신의 화투짝을 자랑한다. 


▲최연소 당첨자 5세 양혜원 양. 삼광을 정확히 가지고 있었다.ㅋㅋㅋ


▲홍대표(좌측)는 양희웅 이유아 양혜원 양세모 등 '4인 가족'을 따로 불러 선물꾸러미를 안겼다. 


▲이번엔 경매놀이. 경매 6만원에 낙찰된 '동수상응' 족자. 주인은 김진필 씨, 서예위원회장 여천 이종집 선생과 청산.


▲'세고취화' 글씨는 경매 11만원에 '아바사' 박연숙 실장이 가져간 후-.


▲' 곧 삼각트레이드 한다. 청주의 정근택 씨는 평소 아바사에 많은 후원을 하시는 분이라고.


▲ 이제 본격적인 이벤트의 시간. 한없이 퍼주는 홍대표가 청산에게 행운권을 추첨하라 하자, 청산은 그많은 사람들 중에 부인 달바당을 연속으로 두번이나 뽑는 귀신신공을 과시. 


▲ 덕분에 달마당은 선물과 함께 푸드코트에서 열심히 일한 수입까지 보여주며 자랑. '다 바둑 좋아하는 남편과 사는덕입니다!'


▲ 달마당과 푸드코트를 운영한 박연숙 실장과 알바로 고생한 아들 정다빈 군과 함께.


▲ 어젯밤에 청산을 시켜서 이벤트 기념품 부채를 만든 홍대표는 또 한껏 나눠준다. 서울서 한 트럭 싣고와서 다 비우고 간다.


▲일본 고급부채를 선물받은 사람들. 청산, 달마당, 서동률 명창, 유제성.


▲가진 것 없는 부자 홍대표와 청산. 안빈낙도의 전형인 그들은 일년을 오로지 이 행사를 위해 산다. "우리가 상에 없어도 괴산나들이는 계속 됩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158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