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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21 0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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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이 곧 생활인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제42회 미추홀리그전 전경.

 

“바둑은 안두면 생활이 안 될 겁니다. 우리는 바둑이 생활이죠. 오늘 황금돼지해 첫 만남이니만큼 첫수를 놓는 설레는 맘으로 딱 네 판만 열심히 둡시다!”

 

맘 좋은 옆집아저씨같은 김종화 치과원장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오후1시 어김없이 조촐한 바둑대회를 연다.

 

바둑학원에선 적수가 없는 어린이도 좋고, '왕년 강1급 아직 안 죽었다'는 아저씨도 좋고, 전국대회를 주름잡던 강호도 좋고, 프로 뺨치는 연구생 출신이 와도 좋고, 또 진짜 프로가 와도 좋다. 미추홀리그는 바둑이 생활인 자들의 격이 없는 공간이다.

 

20일 제42회 미추홀리그가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42명의 유단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띠고 신나는 경쟁을 벌였다.

 

벌써 플랜카드가 ‘제oo회’에 숫자가 공란인 것만 보아도 대회가 얼마나 자주 열리는 지 알 수 있다. 이번이 무려 42회째.  그러고 보니 2018년 마지막 대회 미추홀최강전도 이곳이었고 2019년 첫 대회로 미추홀리그전도 이곳이었다.

 

  새해 첫 리그전인 만큼 새로 합류한 출전자들이 좌중들에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새해 첫 행사인고로 작은 개회식도 이어졌다. 내빈으로는 선수 겸 후원자 겸 대회장인 김종화 치과원장을 비롯하여, 정종호 인천바둑협회 전무와 곽계순 부회장,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 장두화 미추홀기우회 총무가 참석해 대회를 자축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기우회인 미추홀기우회를 확대 개편하여 미추홀리그로 치르고 있다. 당연히 인천 대회였다가 42회째에 이른 지금은 전국대회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지역분포를 보인다. 오늘도 인천 부천 수원 성남 서울. 그리고 멀리 부산에서 찾아왔다.

 

상금은 우승이든 행운상이든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래도 42명의 ‘바생바사’ 기우들은 저녁나절동안 바둑에 푹 빠졌다가 돌아간다.

 

인천의 간판스타 서능욱과 나종훈 또 천풍조 정대상 등 시니어프로들도 출전했고 바둑계를 참 많이 지원해주셨던 이원복 전 의원도 오랜만에 찾아왔다. 그야말로 바둑을 사랑하는 이들이다. 기자도 간만에 선수로 출전했다.

 

또 창밖에는 부모님들이 대거 진을 치고 있다. 소년강자 정준우는 아빠가 왔고 부산에서 온 친구는 엄마아빠 두 분 다 오셨다. 그리고 한바연 5조 박건은 늘 엄마랑, 또 시니어강자인 최호철의 두 딸 은서 민서도 엄마가 에스코트.

 

▲ 새해 첫 대회인 만큼 케이크커팅을 하면서 한껏 기분을 냈다. 앞줄 정대상 현명덕, 뒷줄 천풍조 나종훈 김종화 이원복 서능욱 곽계순.

 

서능욱 프로는 꼬마 정준우에게 져서 3승1패에 그쳤다. 모 도장에서 수학중인 정준우는 한바연 최강조이며 미추홀리그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따라서 다음 대회부터는 한 치수를 올리기로 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프로나 주니어강자들은 0에 맞추고 시니어강자들은 1, 6단급 강호들은 2, 기자 같은 '물1급'은 3에 속해있다. 따라서 치수제로 운영되기에 프로라도 우승하기가 만만찮다.

 

'언제나 스마일' 서능욱은 “바둑 두는 사람은 프로든 아마든 바둑이 있고 대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한다. 미추홀리그는 이번 달에 우승못하면 다음 달을 기대할 수 있어 좋고, 우승자가 3명씩이나 되니 더욱 좋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3승자끼리 마지막 결전이 하이라이트였다. 나종훈 프로와 연구생출신 조광희의 팽팽한 승부에서 중반 나종훈이 유리함을 믿고 느슨한 틈을 타자 잽싸게 조광희가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정준우는 최종국에서 강호 김동섭에마저 꺾고 4승, 그리고 새로운 얼굴 인하대생 이재훈도 만만찮은 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 3승자끼리 우승쟁탈전 나종훈-조광희(승) 경기에 많은 관전객이 모여있다.

 

유단자면서도 대소의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입상해보지 못한 분들은 과감히 용기를 내어 보심이 어떠신지…. 

매월 셋째 주 ‘인천바둑발전연구회’를 찾아오시라. 인천 2호선 모래내시장역 3번 출구에서 1분이다.  ‘김종화 치과’를 검색하면 된다.

담달엔 또 어떤 새로운 생활인을 만나게 될까.

 

대회 풍경은 사진과 함께 전한다.

 

 

▲ 20년 이상 인천바둑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미추홀리그 대회장 김종화 치과원장과 정종호 인천바둑협회 전무이사(왼쪽). 

 

▲ 박영근-나종훈(승).

 

▲ 4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정준우. 정군은 2017년 크라운해태배 우승자로 이창호와 지도대국을 가진 바 있다.

 

최은서(승)-임흥기.

 

▲ 이재훈(승)-이석희.

 

▲ 이원복(승)-정충의.

 

▲ 허혜성-박건(승).

 

▲ 이석희(승)-박정윤.

 

▲ 곽계순은 인터넷 7단의 강자이며 인천바둑협회 부회장.

 

▲ 인천의 간판 서부길.

 

▲ 인천프로의 자존심 서능욱.

 

▲ 3승 최은서.

 

▲ 정종호 인천바둑협회 전무.

 

▲ 한바연 5조 박건.

 

▲ 압구정리그 총무 장혁구.

 

▲ 최강연구생이었던 조광희.

 

▲ 3승자.

 

▲ 행운의 제비뽑기 당첨자들.

 

▲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김동섭과 나중훈. 왼쪽은 미추홀기우회 장두화 총무.

 

▲ 또 행운상. 이석희와 정대상. 정대상은 추첨함에서 자신의 번호를 뽑는 신공을 과시했다.

 

▲ 우승자 이재훈 정준우 조광희.

 

 ▲ 또 행운상. 우승 준우승에 준한다 하여 팻말도 아예 바꿨다. '언제 이런 우승보드 들어보겠습니까?'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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