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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06 13:17:02
  • 수정 2018-11-06 23: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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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용 프로.

 

유병용을 보면 괜히 바둑만 전공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배우나 모델을 해도 탑클래스에 들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은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180을 훌쩍 넘기는 시원시원한 높이에 수려한 외모와 깨끗한 매너, 게다가 해병대를 다녀온 남자 중의 남자. 남자가 보아도 멋진 상남자가 바로 유병용이다.

 

유병용(30) 프로가 어제 경북 문경에서 막을 내린 문경새재배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던 오픈최강부 우승을 차지했다. 오픈최강부는 프로와 아마가 함께 참가하는 신선한 프로암대회이기 때문에 누가 우승을 차지할 지 바둑동네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아마시절엔 전국대회 우승을 도맡았지만 30줄에 들어선 지금 유병용을 선뜻 우승후보라고 꼽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일단 33명의 프로들이 참여했다. 박민규(29위) 설현준(43위) 홍기표(47위)는 KB리거였고, 프로암리그에서 8전 전승을 거둔 정서준(34위)을 위시해, 박건호 박상진 박종훈 최광호 김희수 등등 호시탐탐 우승을 노릴만한 준마들이 즐비했으니 말이다.

 

역시 프로든 아마든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은 몹시 기쁜 일이다.

 

▲ 문경새재배 4강전에서 유병용(오른쪽)이 랭킹29위 박민규를 상대하고 있다.

 

랭킹83위인 유병용은 지난 날 삼성화재배 아마오픈 우승, 명인전 LG배 초상부동산배 국무총리배 대표선발 등 숱하게 입상했다. 2013년 프로가 되었어도 여전히 속기에 밝아서 KBS바둑왕전 3년 연속 본선물고기이며 현재 한국물가정보 퓨처스리거다.

 

이번 대회 결승은 의외로 아마 박태영이 올라와서 수월하지 않았을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예선에서 연구생인 한용정을 만났는데, 제가 가르치던 제자였으니 저로서는 부담백배였죠. 그런데 제가 반집을 졌어요.(웃음) 그래서 이번엔 쉽지 않겠구나 했어요.”

 

예선은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라서 한판을 패했어도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올 수 있다. 그는 상대가 아마라고 결코 수월했던 건 아니며 오히려 부담만 늘었다고 말한다.

 

입단한 지 5년차인데 유병용은 아직도 체육관에 오면 가슴이 벅차다. “중반의 고비 길에선 으레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서 대국하던 체육관바둑이 지금도 그립죠.”

 

그는 아마시절에도 문경에서는 4강까지밖에 올라보지 못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한'을 풀었단다. 많은 경기를 거푸 이겨야 하는 아마대회에선 연승을 달릴 때 양념처럼 '거의 진 바둑'을 건져내는 한판이 꼭 끼어들기 마련. 혹시 이번 우승에도 그런 경기는 없었을까.

 

“당연히 있었죠. 사실 (홍)기표에게는 진짜 어려운 바둑이었어요. 제가 떼를 쓰자 기표가 귀찮아서 져주었나 봐요.(웃음) 사실 프로 시합에서도 제가 성적이 안 좋거든요. 그런데 그 판을 이기자 ‘어, 이러다간 일내는 것 아냐’ 하는 기분이 살짝 들었죠.

 

▲ 유병용 송지아 커플.

 

본부석에서 시상식 참여를 재촉하는 안내방송이 들려오자 부득불 자리를 뜨면서 대화가 끝을 맺는다. 유병용은 주변을 이내 두리번거리더니 아내가 응원을 왔다며 마무리 멘트를 넣어준다. “군대를 갔다 와서 입단을 했고 결혼 후 첫 우승이에요. 술술 잘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이틀간 8경기의 격전을 치른 끝에 우승컵을 차지한 것은 순전히 아내 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멀찍이 관중석에 앉아있는 아내 송지아 씨에게 눈길을 준다. 송씨는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근무하는 재원.

 

“잘 생긴 것 빼고 맘에 든 점은?”
“매사에 집중하는 모습이 매력이죠.”
“신랑에게 응원 멘트 하나 해준다면?”
“오빠! (우승을) 믿고 있었어! (3초간 뜸들이더니) 생활비 들어오니 참 좋아요!”

 

역시 크든 작든 승부에서 이기면 늘 기분이 좋은 법. 이들 커플에게 결혼 1주년이 곧 다가온다니, 우승보다 더 좋은 선물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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