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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바협 정봉수 회장 “사퇴 고려”…진심인가 블러핑인가 2024-07-05
편집국 jjhbaduk@naver.com

▲정봉수 대한바둑협회장.    


최근 불거진 대한체육회의 바둑종목 도핑 징계로 인해 바둑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대한바둑협회 정봉수 회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회장직 사퇴를 얘기하고 있어 바둑계가 또 한 번 크게 술렁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7월3일 자(字)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봉수 회장이 “전국체전 바둑종목 확정배점 삭제 조치에 책임을 통감하며, Y사무처장과 함께 동반사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전임 회장의 불신임 파동, 대바협 예산의 급감, 예산분배의 부적절성, 전국체전 도핑 적발 등 정회장의 재임 10개월 동안 굵직한 변고가 연속으로 터졌다. 


물론 전적으로 정회장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산적한 바둑계의 난제들을 뒤로 한 채 흐트러진 대바협을 살려보겠다고 호기 있게 나선 그가, 느닷없이 사퇴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만약 도핑 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사과와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라면 ‘반성과 책임=회장 사퇴’는 마치 장발장이 훔친 빵 한 덩어리에 징역 19년형을 때린 극심한 불균형.  


▲정회장의 동반사퇴 발언이 쿠키뉴스 3일자 기사에 실렸다.(이미지 출처=쿠키뉴스)


 



정회장의 동반사퇴 발언을 다시 발췌해 본다. 


정봉수 대한바둑협회 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선수들 (도핑)교육을 철저하게 했어야 하는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 같다. 안타깝다. 대한바둑협회 관리 부재다. Y사무처장과 제가 책임을 지고 동시에 물러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도핑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한 경기도바둑협회와 선수단 교육과 관리 감독의 의무가 있는 대바협 책임자가 나란히 책임을 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회장은 작년 전국체전 당시 대바협 회장에 출마한 상태이기 때문에 경기도협회장은 직무정지 상태였고, 전국체전 도중 대한체육회의 대바협 회장 승인이 떨어졌다. 따라서 도핑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경기도협회장 신분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전국체전 선수선발부터 훈련과정까지의 서너 달은 이미 경기도협회장이었고 과거 7년이나 연속으로 경기도협회장이었다. 크든 작든 책임이 분명 있다.


Y사무처장을 거론한 것은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도 도핑 문제와 관련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정회장과 같은 동렬에 두고서 책임 소재를 나눌만한 체급이 절대 아니다. 서무처장은 사무처의 직원일 뿐이다. 


또 정회장은 사무처장이 자신과 함께 동반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한 것도 아닌데, 언론에다 제멋대로 동반 사퇴 운운한 것은 도핑 여부와 관계없이 또 다른 법적 분란의 소지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정회장이 7년이란 긴 세월동안 경기도협회장을 지냈기에 비켜 갈 수 없는 도의적 책임이 있고, 또 선수단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경기도의 임원이지 대바협 사무처장은 아니다.


당시 불신임을 당한 전임 회장의 부재 상황에서 사무처장이 대바협 사무처를 이끌었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나눠 가지자는 건 한참 잘못 짚었다. 당시에도 대바협 회장대행은 있었고, 사무처장은 대바협의 임원이 아닌 직원이다.  따라서 정히 사퇴로서 용서를 구하고 싶다면 정회장 자신만 사퇴를 하면 될 일이다. 


감정적으로 사퇴 운운할 게 아니라 타 종목처럼 규정에 입각해서 합당한 제재를 가함이 원칙이다. 타 종목의 경우 도핑 사고가 날 경우 시도 지부 관련 임원은 자격정지와 과징금 등을 부과한다는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104회 전국체전 경기 장면.


어느 쪽도 경솔한 점은 인정되지만. 진짜 사퇴를 의도했느냐 아니면 일종의 블러핑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블러핑이란 얘기가 왜 나올까. 쿠키뉴스 기자가 정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게 아니라 정회장 스스로가 3일 저녁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동반사퇴를 얘기했다는 점 때문이다.


자신이 대바협의 여러 난제를 해결할 자신이 없다면 깨끗이 사퇴하시라. 아니라면 쓸데없는 블러핑으로 자신은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는 변죽만 울리는 짓은 말아 달라는 뜻이다.  


사퇴 의사에 대한 분명한 의지표명이 수백만 바둑인의 리더로서 책임 있는 태도일 테다.



바둑일보는 5일 오전 9시50분 정회장에게 동반사퇴에 대한 진의를 묻는 질문을 던져 놓았지만 오후 8시40분 현재까지 답변이 없다. 다만 이후 답변이 당도하면 당연히 알려드리겠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나는바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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