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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04 02:00:11
  • 수정 2018-05-04 09: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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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영.

 

그녀는 입단 이후부터 여자바둑계 다섯 손가락 안에 늘 드는 우량주였으나 최정상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입단 8년차에 접어든 요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이젠 최고 높은 곳까지 넘보고 있다. 가장 핫한 기사 김채영(22)이다.

 

김채영은 여자바둑리그에서 작년과 올해를 합쳐 25연승을 달성했고 아직도 기록 갱신중이다. 게다가 엊그제 중국 푸젠에서 벌어진 제1회 오청원배 세계바둑선수권에서 ‘중국 최정’ 위즈잉에게 완전한 승리를 거두며 일약 결승까지 도약했다. 게다가 곧 발표될 여자랭킹에서는 2위까지 다다랐다.

 

5일 어린이날 저녁 좋은 승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바둑리그 25연승에 빛나는 김채영과 그녀에게 8전 전승을 기록 중인 '천적' 최정과의 ‘극과극 매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5일이 채 오기도 전에 기자는 김채영을 만나야 했다. 우승상금 8000만원을 호가하는 초대형 기전 오청원배에서 김채영은 중국 일인자 위즈잉마저 꺾고 최정과 결승 ‘자매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7월에 속개될 결승에서 최정을 꺾는다면 지금껏 그녀가 당한 8연패보다 훨씬 값진 1승을 얻게 될 찬스를 맞은 것이다.

 

김채영은 1일 현재 33승10패. 지난 3월엔 18판, 4월엔 12판을 두었다. 여태 8년간의 이력에서 지금처럼 바빴던 적 없고 지금처럼 바둑가의 관심을 집중시킨 때가 일찍이 없었다. 중국에서 위즈잉을 꺾고 결승진출을 확정지은 1일 밤 ‘바쁜 김채영’과 긴급 인터뷰를 가졌다.

 

▲ 김채영(승)-위즈잉.(사진출처=중국 혁성)

 

결승진출을 축하한다. 승리 만찬은 했는지?
선수단 모두 함께 호텔 밖에서 훠궈(火锅 중국식 샤브샤브)로 저녁을 하고서 2차로 맥주 한잔 하러가려고 한다. 술은 잘 못하지만 술자리 분위기는 좋아한다.

 

위즈잉을 상대로 어떤 특별한 작전이 있었는가?
위즈잉에게 과거 4연패를 당했지만 작년 처음으로 1승을 거두었다. 한번 이겨봤기 때문인지 오늘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은 있었다. 오늘 바둑도 중반 이후까지 나쁘지 않았고, 다만 마지막에 미세해졌다. 계가엔 자신이 없었지만 운이 좋았다.

 

이번 대회에서 어려웠던 판은?
일본의 뉴에이코, 중국의 가오싱과 위즈잉 세 판은 끝까지 미세했다. 세 판 모두 중반까지 좋았는데 끝내기 때 실수가 좀 있었다. 상대한테 기회를 주었기에 어려웠던 판이었고, 내가 부족한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오청원배 성적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나?
24강부터 출전했기 때문에 나는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는 멤버라고 생각했을 뿐 결승진출은 기대를 안 했다. 그러나 중국으로 떠나올 때 친한 기사들이 이번에 느낌이 좋으니 잘해보라고 격려를 많이 해주었던 게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그간 세계무대에서 힘을 못 쓴 이유와 이번에 달라진 점이라면?
다들 세계대회 많이 출전한 것으로 알지만 이번이 두 번째다. 그간 최정 오유진 박지은 오정아 등 쟁쟁한 멤버들 사이를 비집고 국내선발전을 통과하기가 만만찮았다. 랭킹이 낮았으니 선발전 자체를 나가지 못했던 면도 있었다. 최근엔 성적이 좀 좋으니 랭킹도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한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이다. 과거엔 상대를 너무 인정해주었다고 할까. 의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 김채영이 박영훈과 짝을 이룬 SG페어대회 복기 중.

 

2015년에 입단한 동생(김다영)이 여자기성에 오른 것이 언니의 맘을 다잡게 한 건 아닐까?
분발의 계기가 된 것은 맞다. (김)다영이가 최정 오유진 등 기존 강자를 이기는 것을 보면서 ‘쟤도 지는구나?’하고(웃음), 특히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에게 많이 지다보니 스스로 기가 죽어있었다.

 

중국기사와 한국기사 중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쪽은?
상위 5위 안쪽은 다 센 것 같다. 굳이 한쪽을 고르라면 한국이 더 세다.

 

힘이 붙은 게 느껴진다는 평이 많다. 본인 생각은?
남자 기사들을 포함해 객관적인 기량이 앞선 기사들과의 대국에서는 주눅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제대로 바둑을 둬 보지도 못하고 지는 경우도 많았다. 일단 최근엔 이런 약점이 많이 줄어들었고 상대가 누구든 승패와 관계없이 내 바둑을 둘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이 가장 큰 수확이다.

 

드디어 최정 얘기다(웃음). 여자바둑리그(5일)와 오청원배 결승(7월 예정) 연속 만난다. 8전 전패는 말이 안 되는 전적이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이유는?
여자바둑리그 25연승이 화제지만 최정과 만난 기록이 그 속에 포함이 안 되어있다는 것이 흠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번 바둑리그 대결만 해도 꽤 부담스럽지만, 계속 만날 것이고 계속 승부를 하려고 한다면 스스로 극복해야한다. 한 때 최정도 위즈잉에게 내리 6연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 나도 한번만 극복한다면 다음은 보다 쉬울 것이다. 이번 바둑리그가 그 한번이 되길 기대한다.

 

최정과의 대결에서 신경 써야 하는 점은?
지난 1월 여류국수전 결승에서 만나서 2-0으로 패했다. 최근 연패가 길어지니까 ‘또 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조바심 탓에 제대로 된 승부를 못 펼쳤다. 그러나 요새는 조심스럽지만, 실력이 는 것 같다. 오늘 위즈잉과 둘 때도 기가 죽지는 않았다. 심리적인 부분을 잘 추스른다면 과거처럼 일방적이진 않을 것이다.

 

실력이 늘었다는 말에 방점이 찍힌다. 우문이지만 바둑리그와 오청원배 중 하나만 이겨야 한다면?
세계대회 우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오청원배는 내가 이길 것 같다.

 

지금이 전성기인가.
바둑 인생에서 지금은 포석 단계다. 아직 전성기라는 생각은 안 들고, 앞으로도 훨씬 더 많이 늘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 동반 결승진출을 확정하고 포즈를 취하는 최정-김채영.

 

지금까지 최정과는 8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누적이다. 이번 한 번의 승리가 지금까지 당한 모든 패배를 잊고도 남음이 있다. 과연 김채영의 역대급 블록버스터는 완성될 것인가. 일단 5일 예고편, 여자바둑리그를 지켜보자.

 

"실력부족이다. 최정은 두터운 힘 바둑이고 (김)채영은 잔 바둑이며 약간 엷은 맛이 있다. 따라서 스타일상 상극인 점도 있을 것이다. 힘이 좋은 조승아에게도 작년에 두 판을 내준 적이 있다. 희망적인 것은 채영이가 요즘 힘이 좀 붙은 느낌이라서 최정과는 어느 때보다 해볼 만한 승부가 아닌가 한다.”(김채영의 부친 김성래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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