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04-29 11:33:44
기사수정

▲ 경기 호반건설이 갈 길 바쁜 인제 하늘내린을 물리치며 꼴찌 탈출을 위해 분전하고 있다.


2018 시즌은 여수 거북선이 너무 독주를 한 까닭에 선두 경쟁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포트스시즌 진출을 위한 중위권 다툼이 가장 치열한 볼거리로 떠올랐는데, 사실 그에 못지 않게 흥미진진한 재미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꼴찌 탈출 경쟁이다. 9팀의 경쟁이니 9위를 차지하는 팀은 결국 나올 수밖에 없지만, 참가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우승, 준우승은 못할망정 최하위로 끝내고 싶은 팀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각 팀의 감독 및 선수단은 어떻게든 9위만은 면해서 후원해준 팀의 체면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리그 막판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 갈 길 바쁜 다른 팀의 발목을 잡으며 승리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28일 진행된 3경기에서 9위에 있던 경기 호반건설이 6위 인제 하늘내린을 잡고 공동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어찌 보면 공동 꼴찌이지만, 9위는 아니다. 그리고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연승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인제 하늘내린은 뼈아픈 패배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에 놓이게 됐다. 어제 패한 서귀포 칠십리와 마찬가지로 8패째(5승)를 당했기 때문에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해진다.


가장 먼저 끝난 속기판 2국은 인제 하늘내린의 김미리 대 경기 호반건설의 김혜민의 대결. 경기 전 이번 경기의 승부판이 될 것으로 지목된 바둑이다. 바둑은 초반 포석이 끝날 무렵 발발한 전쟁으로 좌변에서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다. 흑이 좌변 대마를 방치하고 우변에 큰 실리를 차지한 것, 바둑은 흑 대마의 사활이 승부로 떠올랐다. 얼핏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상황, 그러나 잡기에는 너무 큰 대마. 김혜민은 주변 포위망이 완전치 않다고 생각하고 슬그머니 타협안을 제시했는데, 김미리가 거부하고 하변에서 버텼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마지막 찬스였다. 백이 다시 칼을 뽑아들어서 잡으러가자 이제는 대마가 살 길이 없었다.


 승부판으로 지목됐던 이 대국에서 김혜민이 김미리의 큰 대마를 포획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끝냈다. 126수 끝, 백불계승.


장고판 1국의 대국자는 인제 하늘내린의 박지은 9단 대 경기 호반건설의 김은선. 최근 성적이 부진했던 박지은이지만 그래도 박지은이다. 특히 같은 80년대생 여자기사를 만나면 같은 시대 활동했던 동료기사를 만나면 그 위력이 배가된다. 초반 좌하귀 정석과 우상귀 접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낸 박지은은 좌변에서 실리를 차지하자 편하게 중반에 임하게 됐다. 이후 하변과 상변에 흑집을 내주는 대신 중앙에 백집을 마련하면서 무리없이 마무리하며 승리, 1:1 균형을 잡는데 성공했다.


▲ 위기에 빠진 팀을 위해 주장 박지은이 김은선에게 승리하며 1:1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224수 끝, 백불계승.


1:1의 상황이므로 속기판 3국이 승부판이 됐다. 주인공은 인제 하늘내린의 이유진 대 경기 호반건설의 판양. 올해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오청원배 본선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가 판양. 그 아쉬움을 팀의 꼴찌 탈출에 힘을 쏟으며 풀었다. 초반 우하귀 정석에서는 이유진이 득점을 올렸지만, 이후 좌변 접전에서 행마가 꼬이면서 역전당했다. 이후 이유진은 우변 패싸움을 하면서 반전을 꾀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판양의 승리로 끝났다.


▲ 용병 판양에게 이유진이 초반 포석에서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전패를 당하자, 조한승 코치가 복기에 참여해서 역전 당했던 곳에 관련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261수 끝, 흑불계승.


인제 하늘내린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6위의 자리는 지켰지만, 앞 팀과의 차이가 더 벌어져서 2게임 차이가 됐다. 인제 하늘내린의 남은 상대는 포항 포스코켐텍, 서귀포 칠십리, 서울 바둑의품격 3팀이다.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중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대들로 당장 다음주에 벌어질 포항 포스코켐텍과의 일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 경기에서 패하면 9패가 되어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경기 호반건설의 남은 경기는 4회. 서귀포 칠십리, 포항 포스코켐텍, 서울 바둑의품격, 부안 곰소소금이다. 앞의 3팀은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팀들이고 마지막 부안 곰소소금은 경기 호반건설이 꼴찌 탈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이다. 경기 호반건설은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다른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흠뻑 뿌리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에, 다른 팀들도 경기 호반건설을 만났을 때 하위권 팀이라고 좋아하기는커녕 더 긴장해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29일에는 14라운드의 마지막인 4경기가 펼쳐진다. 현재 3위 충남 SG골프와 4위 포항 포스코켐텍의 일전으로 최정 : 강다정, 송혜령 : 조혜연, 김신영 : 박태희의 대진이다. 그 중 1국은 당겨서 치러서 최정이 이미 이겼고, 2국은 일요일 대국을 하지 않는 조혜연이 기권을 선언한 상태이기에 송혜령의 승리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오늘 대국은 3국만 진행될 예정으로 포항 포스코켐텍의 주장 박태희가 팀의 완봉패를 막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 14라운드 3경기 결과 및 4경기 대진표



▲ 팀순위표


29일 저녁 방송에서는 최정 9단 대 강다정 2단의 대국을 복기 생중계로 시작해서 8시 30분에 김신영 대 박태희의 대국을 홍성지 해설위원과 장혜연 캐스터의 진행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모든 경기는 목,금,토,일 저녁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위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속기판 3국은 속기판 2국이 일찍 끝나더라도 8시 30분에 시작한다. 다만 속기판 2국이 늦게 끝나면 종국 후 10분 뒤에 시작한다.


▲ 인제 하늘내린의 검토실. 검토실 단골 멤버 김민정이 오늘도 출근한 가운데 김미리, 조한승 코치, 최명훈 감독이 장고판 1국과 속기판 3국을 나눠서 검토하고 있다.


▲ 경기 호반건설의 검토실에는 처음으로 김은선의 남편인 박병규가 응원오는 등 많은 응원단이 함께 했다.


▲ 팀 승리의 열쇠였던 김미리가 2판 연속 패하면서 팀도 2연패에 빠졌다. 인제 하늘내린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김미리가 다시 힘을 내야 한다.


▲ 박지은은 한때 세계여바둑계를 호령했던 여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 여자기사 인기기사상을 몇 년 동안 계속 거머쥐었었다. 올 시즌은 부진한 편이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 이유진은 인제 투어 때 최정에게 승리를 거두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인 바 있다. 가오싱이 출전하지 못할 때면 이유진의 그런 승리가 필요하다.


▲ 김혜민은 승자 인터뷰에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됐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팍팍 뿌릴 테니 각오하고 있으라며 선전 포고를 했다.


▲ 김은선은 처음으로 신랑 박병규와 아들이 검토실에 응원 왔지만, 애석하게도 패하고 말았다. 육아와 도장 운영, 시합 참여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워킹맘의 표본이다.


▲ 판양은 좋은 기량에도 불구하고 포텐이 너무 늦게 터졌다. 5연패 후에 2연승. 이번에 오청원배에 중국 대표로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실력은 대표들과 대등하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73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