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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8 11: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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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병으로서 아직 승리가 없었던 두 선수 간의 대결. 동시에 이 판의 결과가 팀 승패에 직결될 것을 알고 있었기에 판양은 패배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막전에서의 0:3 패배.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연패 행진. 팀원 전원이 만 20세가 안된 어린 소녀들로 이루어진 부안 곰소소금은 전반기 내내 연패 행진에 시달리며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첫 번째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성장하고 있는 어린 소녀들이니만큼 한번 이기기만 하면 기세가 붙어서 연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 그 첫 번째 승리가 너무 늦게 나왔다. 어쨌든 힘들게 첫 승리를 이루어낸 만큼, 후반기를 지켜볼 일이다.


한편 1:2로 패배한 경기 호반건설은 2승 6패로 전반기를 8위로 마쳤다. 부안 곰소소금이 어린 소녀들로 이루어진 팀이라면 경기 호반건설은 주전 3명 중 2명이 ‘워킹맘’. 개막전에서 이다혜 감독이 워킹맘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전반기는 미흡한 상태로 마쳤다.


9라운드 3경기의 첫 번째 대국은 용병 선수들끼리의 대국. 부안 곰소소금의 후지사와 리나 대 경기 호반건설의 판양의 대결이다. 아직까지 승점이 없었던 두 명의 용병 선수들끼리의 대결이기도 하다. 대체로 용병 선수는 주장급 전력으로 분류된다. 바둑 내용으로 보아도 두 선수의 실력은 충분한데, 그 동안 만났던 선수들이 모두 상대 팀 주장, 아니면 또 다른 용병 선수였었다. 어쨌든 한 명은 연패를 탈출할 수 있고 다른 한 명은 전반기를 연패 지옥 속에서 마쳐야 한다.


바둑은 시작부터 격렬한 싸움으로 일관됐다. 초반 좌변에서부터 시작된 전투는 포석도 없이 전 판을 휩쓸며 우상귀까지 이어졌고, 전투가 끝나자 승부도 끝났다. 처음 전투 시작을 백이 다소 무리하게 걸어갔던 탓에 전투는 전반적으로 흑이 주도권을 잡았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끝이 났지만, 속기였던 탓에 쌍방 모두 실수가 있었고 따라서 백도 잘 뒀으면 이길 수 있는 찬스도 있었는데 워낙 정신없는 싸움이었기에 그런 수들은 종국 후 복기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두 기사. 여러 개의 곤마가 서로 끊고 끊기면서 벌어진 전투는 바둑TV 시청자에게 최고의 재미를 선사했다. 187수 끝, 흑불계승.


두 팀의 오더가 나왔을 때 모두들 속기판 2국의 용병 대결이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왜냐하면 다른 두 판은 주장 대 3주전의 대결인데, 현재 두 팀은 주장은 제 몫을 하는데 다른 선수들이 받쳐주지 못해서 하위권에 처져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장고판 1국은 부안 곰소소금의 주장 오유진 대 경기 호반건설의 3주전 문도원의 대결. 그런데 이 바둑은 예상과는 달리 문도원이 선전하고 있었다. 우하귀 알파고 파생 정석으로 시작한 포석이 끝나고 좌상귀에서 벌어진 전투가 중앙으로 번져왔다. 흑이 상변을 사석작전으로 중앙 백 대마 전체를 잡으러간 장면이 이 바둑의 백미. 백 대마의 사활이 승부로 떠오른 장면에서 흑이 수순을 하나 놓쳤고, 그 결과 바꿔치기로 타협이 되는 순간 백의 우세가 확정됐다. 이후에도 불리한 문도원이 패를 만드는 등 끊임없이 승부수를 던져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승부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 요즘 잘 나가는 오유진이 크게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중반 전투는 문도원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수순 하나를 빠뜨린 게 결정적인 패인이 됐다. 290수 끝, 백 3집반승.


속기판 3국은 부안 곰소소금의 3주전 김민정 대 경기 호반건설의 주장 김혜민의 대결. 이 바둑이 시작했을 때는 장고판 1국이 아직 혼전 중이었기 때문에 이 바둑의 승패도 중요했다. 그런데 첫 번째 전투였던 상변에서 의욕이 앞선 김민정의 실수가 있었고 이를 노련한 김혜민이 정확히 응징하면서 승부가 초반에 결정됐다. 이후에 반전을 모색하는 김민정의 분투가 있었지만, 김혜민이 잘 막아서 바둑은 그대로 끝이 났다.


▲ 아직은 '신구미월령'일까? 입단 2년이 채 안된 김민정에게 20년차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 김혜민은 높은 벽이었다. 181수 끝, 흑불계승.


전반기를 8,9위로 마무리 한 경기 호반건설과 부안 곰소소금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전반기 승패와 반대의 승패를 기록해야 가능하다. 즉 경기 호반건설은 6승 2패, 부안 곰소소금은 7승 1패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쉽지 않은 성적이지만 전반기에 그런 성적을 올린 다른 팀도 있으므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아쉬운 전반기에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후반기에 기대해 볼 일이다.


계속해서 8일에는 전반기를 마무리 짓는 9라운드 4경기 서울 부광약품 대 포항 포스코켐텍의 대결이 펼쳐진다. 대진은 장혜령 : 강다정, 루민취안 : 왕천싱, 김채영 : 박태희로 짜여졌다. 양 팀 모두 2주전을 뺐고, 모두 동급 지명간의 맞대결이다. 용병 간의 맞대결도 관심을 모으지만, 관전 포인트는 김채영 대 박태희의 주장 맞대결이다. 여자바둑리그에서 패배를 잊은 김채영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리하고 8연승으로 화려하게 전반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강렬한 바둑을 구사하는 박태희가 김채영의 연승을 막고 5할 승률에 복귀할 수 있을지가 흥밋거리이다.


현재 나란히 5승 2패로 2,3위에 올라 있는 두 팀 중 승리 팀은 2위로 전반기를 마치지만 패한 팀은 충남 SG골프에 밀려서 4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는 이처럼 여러 가지 재미를 줄 전망이어서 제대로 붙었다는 느낌이다.




▲ 팀 순위표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모든 경기는 목,금,토,일 저녁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위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부안 곰소소금의 검토실. 오른쪽에서 두번째 기사는 위태웅. 지금까지 4번 구경 왔는데, 자신이 앉아 있던 검토실쪽이 모두 승리했다고 한다. 그래서 첫 승리를 기원하는 안형준 코치가 특별히 모셔(?)왔는데, 그 효과인지 부안 곰소소금이 승리했다. 후반기 검토실에 위태웅이 나타나면 영입 경쟁이 치열할 듯 하다.


▲ 경기 호반건설의 검토실. 대국 결과와 상관 없이 항상 즐거운 분위기이다.


▲ 후지사와 리나는 일본 여자바둑 1인자. 앞의 3번의 대결에서 모두 상대 팀 주장과 대결해서 패한 바 있다. 항상 첫번째가 어려운 법. 후지사와 리나가 이기면 부안 곰소소금의 전력도 무시할 수 없다.


▲ 판양은 1라운드에서 김채영에게 좋은 바둑을 대역전패 한 뒤에 이후 3회 연속 용병과의 맞대결을 펼쳤는데, 아쉽게 모두 패하고 말았다.


▲ 오유진은 전반기 성적 5승 3패. 항상 주장으로서 제 몫을 하는 선수이기에 동료들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부안 곰소소금의 1승을 책임질 것이다.


▲ 문도원은 3연패 후 지난 6라운드에서 첫 승리를 맛봤는데, 또 다시 패하면서 전반기를 1승 4패로 마쳤다.



▲ 김민정은 전반기 성적 1승 5패. 팀에 보탬이 되려면 후반기에는 좀 더 분발해야 한다.


▲ 김혜민은 항상 남편과 같이 대국장에 온다. 외조의 힘으로 전반기 5승 3패. 나쁘지 않은 성적인데, 동료의 뒷받침이 부족했다. 역시 후반기를 기대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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