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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6 21:29:19
  • 수정 2018-04-06 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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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전 일본 연구생시절 남원을 방문했을 때(왼쪽)와 최근 일본 관서기원 프로가 되어 나타난 이와타사에카(21).

 

얼마 전 SG페어대회에 한종진 프로와 짝을 이룬 이와타사에카(21)라는 일본 아가씨가 있다. 한종진-사에카 조는 한종진 덕인지 사에카의 덕인지 모르지만 예선 첫판부터 승승장구하여 본선까지 올랐다.

 

당시 사에카는 기자를 마주치자 먼저 인사를 꾸벅 한다.

‘이를 어쩌나?’ 기억이 나는 둥 마는 둥하다.

눈치 빠른 이 아가씨는 “전에 남원에서… ” 하면서 기자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쓴다.

‘맞다!’ 2년 전 춘향선발대회에 출전하여 4위를 차지했던 일본 여자선수가 있었는데, 이제 기억이 난다.

 

사에카는 바둑 공부를 위해 지난 3월 내한하여 예정보다 길게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바로 SG페어대회 본선에 진출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은 4월에 개학을 하니 3월은 아직까지 방학 중이다.(3월에 인터뷰했다.)

 

SG페어대회에 출전한 한종진-사에카(오른쪽) 조의 경기 모습.

 

1997년생인 사에카는 일본의 ‘홍도장’ 출신이라 홍맑은샘의 제자. 그녀도 작년 12월 스승처럼 관서기원에서 입단에 성공했다. 반가운 일이다.

 

“중학교 때 한국을 한번 왔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그때는 제가 한국어를 거의 못해서 속상했어요.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지금까지 한국바둑에 심취해있고 한국 분들이 (바둑대회 차) 일본에 오면 한국어통역도 해주곤 해요.”

 

사에카는 유창한 한국말로 수다를 떨었다. 기자와도 통역 없이도 대화가 가능했다. 알고 보니 한국에도 알고 지내는 프로도 많고 동호인들도 친한 부류가 굉장히 많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중학교 때부터 교류전으로 한국을 자주 방문한 대가로 얻어진 교분.

 

갓 프로가 되었다는데 바둑은 어떨까. 그를 키운 스승 홍맑은샘의 말.

“초등5학년 때 홍도장에 와서 연구생이 되었다. 독특한 바둑이다. 창의성이 있다. 바둑이외에도 재능이 많고 붙임성도 매우 좋아 마당발이다. 외동딸이라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장점도 될 수 있고 단점도 된다. 일본 여자일인자 후지사와리나와 연구회를 같이 하는데, 승률이 약간 처지는 정도다.”

 

사에카는 수읽기가 약하다고 자가진단 했다. 한국바둑이 좋은 이유도 수읽기가 강하고 격렬하여 창의성이 돋보여서라고. 이번 한국 방문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을 묻자,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알고 싶고 복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한국기사로 조훈현을 꼽은 것도 역시 자신의 기풍이랑 흡사한 격렬함에 반한 것일 테다.

 

다시 홍맑은샘의 전언. “관서기원 프로 공식전에서는 1패를 했다. 그러나 한국으로 치면 예선전인데, 일본 비공식전에서 세 판을 거푸 이기고 본선에 진입했다. 관서기원 여자 기사들에게는 질 것 같지 않다.”

 

▲ 작년 한일교류전 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에카는 여자아마본인방이었다. 아마강자인 김태연 변호사와 함께 대국하는 모습.

 

사에카는 게이오대 재학 중이다. 게이오대는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일류 대학이며 자유전공학부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학과로 커트라인이 매우 높다. 프로가 되었어도 일본은 다수가 대학을 다닌다는 점이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홍도장의 또 다른 제자 이치리키료가 사에카의 고교 선배이며 그도 와세다대를 다닌다고.

 

바둑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일단 바둑에 집중하고 이후엔 세계바둑과 교류하고 싶다는 욕심 많은 아가씨다. “일본에서 한국바둑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공부도 하고, 한국에서 바둑공부도 하고, 열심히 사는 거에요. 외국어는 영어도 조금 하는데. 혼자 유럽여행은 못 가요.”

 

웃을 때 살짝 보이는 덧니가 매력적인 아가씨 사에카. 이젠 지한파를 넘어서 친한파가 되어간다.

 

▲ 스승의 이름을 딴 맑은샘배를 참관하러 대회장에 나타나자 '스승의 아빠' 클럽 A7 홍시범 대표가 일본 어머님께 갖다드리라며 애지중지하던 도자기 그릇을 선물로 준다. 

 

▲ 이왕 대회장에 온 김에 시상에 처음으로 등판했다. 그간 상을 받기만 했던 사에카의 놀란 얼굴이 이채롭다.

 

▲ 일본에서 지난 2월 벌어진 세계대학생바둑대회를 마치고 출전 선수 전원 기념촬영. 사진 가운데 푸른 줄을 그은 지점에 한국대표 조은진과 사에카가 단짝 처럼 붙어있다. 이때 사에카는 조은진의 일본어 통역을 담당했다고.

 

▲ 한국통이 되고 픈 사에카, 박순옥(조은진 모), 해외바둑전문가를 꿈꾸는 조은진이 한국에서 다시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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