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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2 21:55:08
  • 수정 2018-04-03 06: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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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세(1923년생) 이정균 선생의 수담.

 

바둑이 남녀노소 한데 어울리는 참 좋은 종목이라고들 말한다. 앙증맞은 모습의 꼬마기객들이나 단아한 모습의 여성들의 바둑은 그래도 꽤 많이 소개되었다. 그런데 아마 이 모습을 처음 보았지 않을까 싶다. 구순을 넘긴 고고한 바둑선비 이정균(95) 옹이 대회장에서 수담을 나누는 모습을 소개한다.

 

“그냥 이 친구들이 혼자 있는 노인네 심심할까봐 (대회에)같이 데려간 거지.”

 

지난 주말 경남 함안에서 벌어진 함안군협회장배 바둑대회에서 만난 이정균 선생은 1923년생이었다. 전국 대소의 바둑대회를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경험한 기자에게도 95세 바둑동호인을 만난 기억은 없다. 여태 대회장에서 뵌 최고령 어르신.

 

이선생이 대단한 것은 해마다 바둑대회에 이렇게 참가를 한다는 것이며, 지금까지도 젊은 친구들과 바둑으로 하루 왼 종일 대적을 할 정도로 정정하다는 것이다. 기력은 3급.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의사소통에 전혀 애로가 없고, 대국할 때도 착점 시에 돌을 떨어뜨린다든지, 바둑판에 정확한 착점이 안된다든지 하는 ‘노인병’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바둑을 두면 정말 정신건강에 최고라는 말이 맞다. 이 선생이 대국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아, 그 좋던 바둑을 그만 헛수를 두어버렸어! 하변에서 대궐을 지었는데 말이야 ”

 

조웅장학회B팀으로 참가한 단체전에서 그만 좋던 바둑을 패하고 말아 결승진출이 좌절되었다는 이 선생은 동네 기원에서 늘 들을 수 있는 푸념을 내뱉는다. 하기야 이선생이 그런 실수로 바둑을 그르친 적이 어디 수천 번은 되지않았을까.

 

같이 출전한 조웅장학회 조종래 이사장은 “이선생님은 지인들과 평소에도 바둑을 즐겨 두시고 기량이 젊은이들과 겨루어도 밀리지 않는다. 후배인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어른이다.”고 선생의 바둑사랑을 전해주었다.

 

조웅장학회 조종래 이사장의 경기를 꼿꼿이 서서 관전하는 이정균 옹.

 

“젊을 때 교편을 잡으면서 짬짬이 바둑을 두었지. 뭐, 꼰(고누의 사투리) 수준이야. 아직도.” 선생은 젊은 시절인 일제 말기 때부터 교편을 잡고 경남일원의 학교를 거의 다 거친 이후 마산 중리초등학교에서 마지막 교장선생님으로서 은퇴를 했다.

 

은퇴 이후 30년의 세월동안 그는 여전히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선생은 현재도 함안향교의 전교(典校-지방향교를 관리하는 책임자)이며, 생육신을 모시는 서산서원의 원장을 역임하는 등 함안유림의 사표요 종장(宗匠) 어른이다. 한학에도 밝고 지금도 여러 비문도 쓰는 등 역시 고령에도 타에 귀감이 되고 학문하는 모범적인 늙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팀명 ‘조웅장학회’도 이선생의 학문과 교육자로서의 인생행로와 퍽 어울리니 이해가 되었다. 벤처 1세대로 단돈 2000만원으로 휴대폰 컬러링 사업을 성공시키며 소주업체 선양을 인수한조웅래 회장의 이름을 딴 장학회가 ‘조웅(래)장학회.’ 같이 출전하신 분들도 모두 학자풍의 점잖으신 풍모라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바둑 두다)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렇게 나이만 먹었어. 하하. 바둑을 두면 뇌 운동에는 그만이지. 올 가을에 (함안 바둑대회에서)또 봐요. 그때는 우승해봐야지. 하하.”

 

바둑으로 인생 자체가 멋지고 품격있데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정균(95) 선생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웅장학회 A B 팀이 기념촬영을 했다. 세번째가 이정균 선생.

 

이정균 선생에게 함안군바둑협회 최승필 회장이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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