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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2 11: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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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필드에 서는 골프선수들도 첫 티샷 때는 매우 떨린다고 한다. 프로기사들도 마찬가지. 하물며 방송대국은 긴장감이 더 크다.


4월 1일 치러진 8라운드 4경기에서 충남 SG골프가 부안 곰소소금을 3:0으로 물리치고 전반기를 5승 3패로 마쳤다. 시즌 시작 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충남 SG골프는 개막 전 패배와 3라운드 0:3 패배 등 좋지 않은 출발을 보였지만, 7,8라운드에서 연속으로 3:0 승리를 거두며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부안 곰소소금은 또 다시 패배를 당하며 7연패로 전반기를 무승으로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


속기판 2국은 충남 SG골프의 김신영 대 부안 곰소소금의 허서현의 대결. 김신영은 1승 후 3연패 중이고, 허서현은 승리 없이 5연패. 따라서 연패 중인 두 기사의 대결이므로 어느 한쪽은 연패를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초반은 복고풍의 포석. 최근 대부분의 바둑에서 대유행 중인 알파고 정석이나 알파고 포석이 등장하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다. 이 바둑에서 김신영은 작심한 듯이 초반부터 강수로 상대의 의표를 찌르며 포석을 주도해 나갔고, 허서현도 강수로 정면대결을 펼쳐 시작부터 난전의 양상이었다. 그러나 불리한 허서현이 좌변에서 타협책을 모색한 것이 실수, 김신영 역시 싸움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서자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허서현으로서는 불리했던 만큼 좌변에서 끝장 승부를 봤어야 했다.



▲ 허서현이 후배이기도 하지만, 6연패의 충격으로 복기 때는 김신영의 의견을 주로 듣기만 했다. 153수 끝, 흑불계승.


장고판 1국은 충남 SG골프의 용병 루이나이웨이 대 부안 곰소소금의 주장 오유진이 만났다. 루이나이웨이는 현재 55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전성기에 손색없는 기량으로 여전히 일선에서 활양 중인 백전노장. 잘 알려졌다시피 전형적인 파이터이다. 반면 오유진은 정상급 여자 기사들 중에서는 드물게 전투바둑이 아니다. 남자 기사와 비교한다면 조한승처럼 균형이 잘 잡힌 유연한 바둑이다. 포석은 백이 살짝 좋았지만 루이나이웨이가 강수로 일관할 때 오유진이 사이드스텝을 잘 밟아서 형세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그런데, 직후 흑85로 움직인 수가 패착으로 이후 루이나이웨이의 거센 공격을 받으면서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졌다. 이 수로 중앙을 보강하고 천천히 두어갔으면 긴 바둑이었다.



▲ 루이나이웨이는 바둑의 승패보다 동료 프로기사와의 바둑 시합 그 자체를 너무 사랑하는 느낌을 준다. 180수 끝, 백불계승.


이미 2:0으로 충남 SG골프의 승리가 확정된 상태에서 벌어진 3국은 충남 SG골프가 자랑하는 주장 최정 대 부안 곰소소금의 용병 후지사와 리나의 대결. 한일 1인자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두 기사는 한때 승패를 주고 받으며 3승 3패로 대등하게 싸우다가 얼마 전의 센코배 3,4위 전에서 최정 9단이 이기면서 연승하여 현재는 5승 3패의 상태였다. 바둑은 팽팽하게 흐르다가 좌중앙에서 접전이 한번 벌어지자 최정이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 거대한 흑 대마가 쌈지 뜨고 살아야 되는 처지가 되자 후지사와 리나는 일찌감치 항복을 선언했다. 이번 여자바둑리그에서 김다영, 박지연 등 상대 팀의 주장만 만나서 2연패를 당하고 있던 후지사와 리나는 또 다시 주장을 만나서 패배, 3연패째가 됐다.


▲ 9개 팀 코치 중에서 부지런한 것으로는 1등인 안형준 코치. 부안 곰소소금 팀의 시합 때는 물론이고 다른 팀의 시합에도 자주 검토실에 참여한다. 특히 부안 곰소소금 팀 선수의 시합이 끝나면 부지런히 대국실에 와서 복기에 참여한다. 152수 끝, 백불계승.


충남 SG골프는 5승 3패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현재 4위이지만, 9라운드에서 2,3위 팀이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에 지는 팀을 누르고 전반기를 3위로 마무리하는 것이 확정된 상태.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후반기에는 선두도 노려볼 만하다. 반면 부안 곰소소금은 현재 7연패로 아직 승점이 없다. 다음 9라운드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전반기를 무승으로 그치는 수모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인 9라운드는 4월 5일부터 8일까지 펼쳐진다. 인제 하늘내린 : 서울 바둑의품격, 여수 거북선 : 서귀포 칠십리, 부안 곰소소금 : 경기 호반건설, 서울 부광약품 : 포항 포스코켐텍이 순서대로 대결한다. 과연 여수 거북선이 또 다시 승리하고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부안 곰소소금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1승을 거둘 것인지 등인 관심거리인데, 가장 관심이 가는 대진은 4경기 서울 부광약품 : 포항 포스코켐텍의 2,3위 대결이다. 이기는 팀은 여수 거북선의 결과에 따라서 1위까지 노려볼 수 있지만, 지는 팀은 서울 바둑의품격의 결과에 따라서 5위까지 밀릴 수도 있는 중요한 한판 승부이다.




▲ 팀 순위표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모든 경기는 목,금,토,일 저녁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위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윤현석 심판의 대국 개시 선언에 4명의 대국자가 서로 인사를 통해 대국을 시작하고 있다.



▲ 부안 곰소소금의 검토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3주전 김민정, 며칠 전 한중일대 영재바둑대결에서 우승한 박현수, 송규상, 김효정 감독, 안형준 코치. 주로 김효정 감독은 엄마처럼 선수들을 챙겨주고, 안형준 코치는 바둑 수에 대한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 이용찬 감독, 2주전 송혜령, 한태희.


▲ 배윤진 캐스터가 감독님께 어필해보라는 얘기에 김신영은 "그 동안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오늘 이겼으니까 앞으로 많이 기용해 주세요"라고.

얼마 전 바둑영재센터를 오픈한 김신영은 지난 번 패했을 때 배우는 학생이 선생님이 져서 슬퍼서 울었다는 말에 더욱 열심히 뒀다고 한다.
인터뷰 N행시 낭독 중 실감나게 표현한 후 민망함에 배윤진 캐스터와 함께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 아직 1승을 거두지 못한 허서현의 녹차. 대국 전 갖고 들어갔는데 종국까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 루이나이웨이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것은 힘들어도 대회에 참가해서 바둑을 둘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즐겁고 감사하다고.
이용찬 감독은 팀이 초반 성적이 안 좋았을 때도 특별한 작전을 세우기보다는 선수들을 항상 믿고 있고, 선수에게 맞는 대국 오더를 짜는 데만 집중했더니 점점 성적이 좋아졌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 오유진은 2패 후 4연승을 달리고 있었는데, 다시 1패를 당했다.


▲ 최정은 6승 1패. 연일 계속되는 시합에도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종국 후에도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는데, 그래도 이기면 조금 덜 피곤하다고 한다.



▲ 후지사와 리나는 상대 팀 주장만 3번 만나면서 3패째. 사실 팀에서 용병을 부를 때는 강자를 꺾어달라는 뜻이므로, 이것은 후지사와 리나 본인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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