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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30 1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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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팀 주장의 맞대결이 승부판이 됐다. 패한 경기 호반건설 팀의 김은선이 동료인 김혜민을 위로차 와서 복기에 참여하고 있다.


초반 3연패를 당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혹독한 신생팀 신고식이 오래 갈 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하게 만들었던 서울 바둑의품격. 그러나 1승을 거둔 이후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이후 파죽의 4연승을 거두고 있다. 꼴찌에서 차근차근 순위를 올려서 이제는 5위가 됐다.


이번 8라운드 서울 바둑의품격의 주인공은 주장 박지연 5단과 용병 헤이자자. 헤이자자가 서울 바둑의품격에서 뛰게 된 데에는 박지연의 영향이 컸다고 했을 정도로 두 기사는 절친으로 알려졌다. 이 절친 커플의 동반 승리로 팀에 승리를 안긴 것은 지난 6라운드에 이어 두 번째, 따라서 서울 바둑의품격은 앞으로 ‘바쁜 헤이자자를 얼마나 자주 불러올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가장 먼저 끝난 바둑은 속기판 2국. 헤이자자와 판양, 즉 용병끼리의 맞대결이다. 초반 포석은 경기 호반건설의 판양이 앞서 나갔다. 그런데 유리한 가운데, 중앙 백 대마를 향해 지나치게 강한 공격을 퍼붓다가 역습을 당하는 순간 갑자기 바둑이 대책이 없어졌다. 잡으러갔던 흑의 포위군이 끊기면서 좌변 흑 대마가 수상전에서 역으로 잡히면서 일거에 역전됐고, 바둑의 승부도 결정됐다. 판양은 7라운드에 이어 유일하게 용병 맞대결을 펼쳤는데, 그 결과 중요한 두 판을 모두 져서 본인은 물론 팀까지 안타까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 용병 선수끼리의 맞대결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 대국실에서 중국어로의 복기 상황이 나올 때가 많다. 헤이자자는 중국어가 가장 편하다고 했다. 270수 끝, 백 3집반승.


장고판 1국은 김은선 대 강지수의 대결. 이 바둑은 속기판 2국과 정반대의 내용이다. 포석은 강지수가 좋았는데, 중반 좌변 백 진영에서 흑이 수를 내며 중앙 백돌들을 잡았지만, 그 동안 좌변에 있던 흑돌 석점이 그냥 잡히며 좌변에 커다란 백집을 통으로 내주어 순식간에 바둑이 역전됐다. 이어서 백이 우변 흑 세력마자 깔끔히 지우며 승부의 격차를 점점 벌렸고 그 결과 종국 시에는 11집반이라는 큰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고 말았다.



▲ 계가를 마친 후 약 3분 정도 동안 말 한 마디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바둑판만 바라보고 있던 강지수는 복기 없이 인사 하고 돌을 담았다. 248수 끝, 백 11집반승.


1:1의 상황에서 시작된 속기판 3국은 양 팀 주장 간의 맞대결. 이 바둑이 시작될 무렵은 장고판 1국의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뒤였기 때문에 두 대국자는 본인의 바둑이 승부판이라는 사실을 알고 대국에 임했다. 초반은 완연한 백의 우세. 우변 접전에서 백돌을 넘겨준 것이 문제가 되어 전체적으로 흑이 너무 집이 없는 바둑이 되고 말았다. 중반 진입 시점이 되자 서울 바둑의품격의 송태곤 감독은 너무 대책이 없는 바둑이 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김혜민의 행마가 꼬이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좌변 흑집을 내주고 마무리를 짓던지, 아니면 우변 흑의 찜찜한 곳을 건드려보던지 했어햐 했는데, 애매하게 중앙을 두다가 좌변 흑집을 최대한으로 키워주고도 선수를 빼앗겨서 곳곳의 큰 곳을 전부 흑에게 내주고 말았다. 바둑이 끝났을 때는 거꾸로 차이가 크게 벌어져 오히려 흑이 7집반이나 이겼다.


▲ 밝은 성격의 두 기사이지만, 팀 승패가 걸린 3국에 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이 굳기 마련이다. 긴장감 속에 시작된 3국은 박지연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212수 끝, 흑 7집반승.


4연승의 기세를 올리고 있는 서울 바둑의품격의 송태곤 감독은 팀이 “초반 팀이 연패를 당하던 때는 공교롭게도 내 개인의 성적이 너무 좋았다. 감독이 팀의 승운을 너무 가져간 것이 아닌가 싶어서 미안했다. 그런데, 내가 지기 시작하면서 팀이 연승을 거두기 시작했다. 오늘도 갑자기 휴대폰이 망가지는 불운이 있어서, 그 액땜으로 팀은 이길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며 ‘액땜’론으로 팀의 연승 분위기를 설명했다.


반면 경기 호반건설은 3연패 후 지난 주 통합라운드 주간에서는 2연승으로 팀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싶었는데, 이번 주 통합라운드 주간에서는 이틀 동안 2패를 당하며 2승 5패가 되어 다시 팀 분위기가 가라앉고 말았다. 이제 9라운드를 잘 마무리 짓고 후반기의 도약을 노려봐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8라운드 2경기는 여수 투어로 현재 1,2위 팀인 포항 포스코켐텍과 여수 거북선의 대결이다. 작년 시즌부터 계속해서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팀이기 때문에 올 상반기 최고의 빅카드이다. 대진은 이민진 : 강다정, 이슬아 : 박태희, 김다영 : 조혜연. 여수 거북선은 후보 선수가 아예 없고, 포항 포스코켐텍도 용병 왕천싱이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선수들끼리의 정면대결이다. 3판 모두 팽팽한 대결이 예상되어 어느 한판을 관전 포인트로 뽑을 수 없을 정도이다. 9라운드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대결에서의 승자가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 지을 확률이 높아서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팀 순위표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8라운드 2경기는 오전 10시에 여수에서 대국이 진행된 뒤에,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서 복기 중계될 예정이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위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서울 바둑의품격 검토실에는 바둑팬이 만든 팀답게 항상 응원 오는 응원단이 여려 명 있다. 오늘은 해설자인 박정상을 비롯해서 부안 곰소소금의 안형준 코치 등 여러 기사들도 검토에 같이 참여했다.



▲ 판양은 현재 3국에 출전해서 모두 패하고 말았다. 용병 선수 중에서 가장 성적이 안 좋은 편. 이다혜 감독은 질책보다는 한상훈의 도움을 받으며 복기 지도로 다음 대국에 대비했다.


▲ 헤이자자는 장고파이지만, 1시간짜리 장고판과는 잘 안 맞는 듯. 속기 대국에 출전하면서 2승을 거두는 등, 속기판에서의 성적이 훨씬 좋다.


▲ 판양은 1국에서 서울 부광약품의 주장 김채영 3단에게 역전패를 당한 뒤, 왕천싱, 헤이자자 등 용병 선수에게 연거푸 패하며 승점 없이 3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 강지수는 패했을 때 충격을 많이 받는 듯하다. 옆에서 말 한 마디 붙이기 힘들 정도의 상태. 송태곤 감독도 수고했다고 위로만 해줄 뿐 다른 방법이 없다.


▲ 김은선도 초반의 부진을 어느 정도 벗어나서 3승 4패가 됐다. 조금만 분전하면 승률 50%를 넘길 수 있을 듯.



▲ 박지연은 이제 4승 3패로 주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 김혜민도 4승 3패, 특히 주장과의 맞대결이 많은 편으로 벌써 5국째(3승 2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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