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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13 15:05:18
  • 수정 2018-03-22 12: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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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영동대학 스포츠지도과에서 바둑실전 강의를 하고 있는 서능욱 교수. 강릉영동대학은 바둑 체스를 동시에 가르치는 마인드스포츠 전공을 올해부터 개설했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4대 마인드스포츠가 뭘까?”
“바둑! 체스! (다음은?) ……”

 

“알파고의 강점과 약점이 뭘까?”
“……“

 

“알파고는 계산력과 수읽기에서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지만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지. 이를 테면 패싸움으로 인한 형세의 복잡한 변화라든가, 미지의 중앙에 대한 분석이 아직은 덜 되어 있어. 그러나 그런 면은 인간도 분석이 한참 모자라는 부분이지.”

 

바둑강좌라면 40년 베테랑이지만 대학에서 바둑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행하는 강의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명쾌하게 설명해 내자 학생들의 눈망울이 더욱 또록또록해진다. 바둑실기 시간이라고 ‘그냥 대국만 하겠지’라고 생각했더니 큰 오산이었다. ‘손오공’ 서능욱 교수가 월요일이던 12일 강릉영동대학에서의 ‘바둑실기’ 첫 수업 2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무아지경 수업을 듣던 7명의 마인드스포츠 전공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교수 서능욱’의 첫 강의도 이렇게 끝이 났다. 바둑실전 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은 바둑교양과 바둑역사 를 짚어주면서 50년 프로생활에서 체득한 지식을 모두 쏟아 붓는 명강의였다.

 

▲ 강릉영동대학 스포츠지도과 마인드스포츠 전공 학생은 모두 7명. 이들은 바둑은 물론 체스(최준일 교수)도 순도높은 교육이 실시된다.

 

서능욱 교수의 부인은 익히 알다시피 강릉영동대학 현인숙 총장이다. 현총장은 대한체스연맹회장을 10년 이상 맡고 있으며 지난 1월 세계청소년마인드스포츠대회를 개최한 바 있는 마인드스포츠의 대모. 그녀 총장으로 있는 대학에서 수년전부터 마인드스포츠학과를 꿈꾸어 온 것은 지극히 당한 일이다.

 

부인 덕에 교수직을 맡은 건 아닐까. “하하. 그런 점도 있겠죠. 저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수업을 맡은 교수니까 일체 무보수입니다. 그래도 혹시 교통비는 줄지 모르죠. 하하.”

 

늘 솔직담백한 서능욱 교수는 바둑만 프로가 아니고 브리지도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 브리지는 체스와 함께 IMSA에서 인정한 마인드스포츠 종목 중 하나. 그렇다면 이미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IMSA=International Mind Sports Association)에서 인정한 바둑 체스 브리지 체커 등 세계 4대 마인드스포츠종목 중 2개에서 이미 도를 통한 초 절정 고수가 바로 서능욱 교수. 그는 아예 체스까지 정식으로 배워 볼 참이라고 한다.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495&mcode=m102ud4 바둑과 체스를 겸비하면 글로벌 인재죠!” 강릉영동대학교 러시아국립사회대학교와 바둑 체스 교류추진 기사 바로가기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508&mcode=m102ud4 바둑과 체스가 하나 되었다! 세계청소년마인드스포츠대회 소식 바로가기

 

▲ 마인드스포츠 전공 1기생. 김은동 임성빈 이재구(한국바둑고 졸) 김진수 문효진 이명재 조진석.

 

바둑 하는 학생들은 무한한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뚜렷하다. 바둑으로 평생 밥을 먹으려면 지금까지 살아온 바둑수법만 가지고는 세상이 너무 좁고 어렵다는 것을 학생들도 잘 안다. 이에 대해 서교수는 바깥으로 눈을 돌리라고 말한다. “유럽콩그레스는 한번 가 보세요. 세계 각국 인종들이 모여서 바둑을 즐겨요. 바둑은 좀 알지만 떠듬떠듬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진짜 우물 안 개구리구임을 느낄 겁니다.”

 

외국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 타 대학의 외국어과정을 이수하는 문제도 학교에서는 고려하고 있다고 서교수는 귀띔했다.

 

일단 자각에서 공부를 출발한다고 했다. 서교수는 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이번 여름에 당장 가자'고 한다. 지금부터 알바를 해서라도 자금을 모으라고 조언했고, 또 즉석에서 알바자리를 알아봐주기도 했다. 덧붙이길 비용이 모자란다면 학교가 보태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강릉영동대학 정문.

 

서교수는 바둑에 투자한 시간의 10분의 1만 '재투자'를 해도 문호가 넓어진다고 강조한다. ”생산자는 모름지기 소비자가 찾는 물건을 내놓아야죠. 바둑과 체스 브리지 등 여러 가지 종목을 골고루 섭렵한다면 글로벌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겠죠.”

 

서능욱 교수는 학생들에게 바둑이든 체스는 자질의 문제를 많이 거론했다. 팬들과 호흡하려면 그들이 알고 있는 많은 상식과 지식 등도 기본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팬들에게 매번 바둑수에 관한 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사람들이 모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얘기가 늘 등장하고, 그 때 사람관계가 이뤄지는 겁니다. 바둑만 해서 사람관계는 젬병인 경우가 많아요."

 

사회성 회복이 급선무일 텐데 역시 대학생활에서 많은 도움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다. “자기주도 강의법이라고 할까요. 장차 사회에서 바둑지도를 할 텐데 기력만 가지고 좋은 지도사가 되긴 어렵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개성 있게 지도하는 모습을 학생 스스로가 다듬고 평가받게 하려고합니다.” 첫 강의 때 만난 ‘손오공’ 서능욱 교수의 포부는 많고도 넓었다.

 

▲ 학생회관 카페에서 포즈를 취한 7인의 '개척자들'. 이들은 이제 체스와 바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고서 마인드스포츠계의 신성이 될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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