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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09 10:36:51
  • 수정 2018-03-09 11: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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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판인 3국이 종국된 후 서울 바둑의품격의 송태곤 감독과 바둑TV 박정상 해설자가 복기에 합류해서 승부처를 검토하고 있다.

포항 포스코켐텍의 조혜연이 또 다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1:1의 상황에서 최종 속기판 3국에 등장한 조혜연은 서울 바둑의품격의 이영주를 물리치고 팀의 승리를 확정했다. 지난 2라운드 때와 거의 비슷한 스토리. 다만 지난 2라운드 때는 또 다른 1승의 주인공이 주장 박태희였고, 오늘은 3주전 강다정이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이로써 포항 포스코켐텍은 2승으로 인제 하늘내린, 여수 거북선과 함께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반면 서울 바둑의품격은 3연패로 최하위로 밀리고 말았다.

먼저 1승을 거둔 쪽은 속기판 2국에서 승리한 서울 바둑의품격. 주장간 맞대결에서 박지연이 박태희를 상대로 초반의 우세를 종반까지 그대로 이어가며 완승을 거뒀다. 전투를 즐기는 박태희가 좌하귀 백귀의 실리를 탐해 쳐들어갔다가 사는 과정에서 큰 손해를 보면서 형세가 급격하게 백쪽으로 기울어졌다. 이후에는 백이 유리한 곳에서만 싸우고 작은 것은 양보해도 실리와 두터움에서 모두 앞섰기 때문에 승리까지 여유 있게 골인했다.

박지연은 팀의 1라운드 속기판 3국, 2라운드 장고판 1국에 나와서 모두 패했다가 이번에는 속기판 2국에 나와서 첫승을 거두며 주장의 체면을 살렸다.

▲ 주장 맞대결이므로 원래 이번 경기의 승부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는데, 초반에 박태희의 실수가 나오면서 승부가 일찌감치 박지연 쪽으로 기울었다. 192수 끝, 백불계승.

장고판과 속기판은 제한시간이 각각 1시간과 10분으로 두 사람의 제한시간을 합하면 1시간 40분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1국이 속기판 3국보다 늦게 끝날 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의 장고판은 속기판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빨리 진행됐다.

서울 바둑의품격의 강지수는 지난 1,2 라운드 때에도 상대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손이 빠르게 나갔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빠른 손은 가끔 큰 실수를 부르기도 한다. 오늘 대국에서도 우하귀에 흑진에 쳐들어온 백돌을 잡으며 쉽게 우세를 차지할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하변에서 괜한 반발로 바꿔치기를 했다가 일거에 형세를 그르치고 말았다.

반면 강다정은 하변에서 우세를 차지한 이후는 형세가 많이 유리하므로 장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장면이 없었다. 두텁게 두다가 종반 무렵 흑이 무리를 해오자 맥점으로 응징하여 대마를 잡고 순식간에 바둑을 끝냈다. 종국 시간은 8시 40분 무렵. 속기판 3국이 시작한지 10분이 막 지났을 때였다.

▲ 강 대 강의 대결. 초반 흑이 우세를 확립할 수 있는 순간에 나온 실수로, 백이 거꾸로 우세해진 이후에는 흑에게 이렇다 할 기회가 없었다. 164수 끝, 백불계승.

속기판 3국은 포항 포스코켐텍의 2주전 조혜연 대 서울 바둑의품격의 3주전 이영주의 대결. 그 동안의 성적을 보면 조혜연이 월등히 좋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우세할 것 같지만, 막상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조혜연 기준으로 3승 2패. 더구나 3연승 후 2연패를 당하고 있던 중이어서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실제 초반 포석은 흑의 흐름. 그런데 중반 진입 무렵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바둑이 일거에 무너지고 말았다. 중앙에서 백이 들여다봤을 때 흑이 이은 수가 사실상 패착으로 씌워서 가볍게 둘 자리. 실전은 흑 대마가 끊기면서 백 대마와 수상전을 벌였지만 패싸움을 거쳐 전부 잡히면서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262수 끝, 백불계승)

▲ 조혜연은 2주전이지만, 현재 여자기사 랭킹 4위. 본인의 소신에 따라 일요일 시합을 안 두기 때문에 주장으로 선발되는 것을 극구 사양하고 있을 뿐, 어느 주장에 못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정규리크 통산 전적은 29승 8패로 최정의 34승 8패에 이어, 다승 공동 2위, 승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써 전통의 강팀 포항 포스코켐텍은 올해도 2연승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반면 올해 신생팀으로 참가한 서울 바둑의품격은 개막전부터 내리 3연패를 당하며 톡톡히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중, 아직 첫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계속해서 9일 3라운드 2경기에서는 공동 선두 여수 거북선과 부안 곰소소금이 대결한다. 대진은 김다영 : 후지사와 리나, 이민진 : 오유진, 이슬아 : 김민정이다. 2패로 최하위에 쳐져 있는 부안 곰소소금은 용병 후지사와 리나를 불러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후지사와 리나는 7일 벌어진 일본 여류명인전 도전2국에서 도전자 야시로 구미코를 물리치고 2:0으로 타이틀을 방어하자마자 급하게 한국으로 날아와서 대국에 임한다. 상대인 김다영은 작년말 제1회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에서 우승한 바 있어 한일 양국의 여자 타이틀 보유자끼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 1순위이다.


더구나 두 기사는 98년 동갑내기. 동갑에, 타이틀 보유자, 한일대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를 끄는 한판 승부라고 할 수 있다.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모든 경기는 매주 목,금,토,일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윌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박태희는 올해 주장으로 발탁됐을 때 많이 부담스러워 하며, 언니들만 믿고 열심히 두겠다고 했다. 오늘 대국에서 본인은 졌지만, 믿은 언니 두 명이 팀 승리를 지켜줬다.

▲ 오래간만에 주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한 박지연. 선승을 거뒀지만, 후속타 불발로 팀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승리한 후의 인터뷰는 기다리는 순간에도 즐겁다.


▲ 연패로 마음 고생했던 경험이 너무 많아서 올해 처음 2연패를 당한 것은 큰 일도 아니라고 소감을 말하고 있지만, 얼굴에는 승리 후의 기쁨이 가득하다.


▲ 강지수는 4차원 소녀라는 별명이 있지만, 대국에 임하면 온 정성을 다 하는 게 느껴질 정도이다. 다만 지나친 속기가 어이없는 실수를 부르는 경우가 있다.


▲ 2라운드 때에는 팀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강다정은 패해서 마음이 아팠지만 내색도 제대로 못했었다


▲ 정규리그에서 연패에 빠져 있는 이영주는 마인트콘트롤이 필요한 시점. 불행히도 올해 대국 상대 2명이 역대 여자바둑리그 통산 승률 1,2위인 최정과 조혜연이었다.

▲ 조혜연도 바둑을 두지 않을 때는 아주 명랑한 소녀의 얼굴이다. 그래서 이영신 감독은 4차원들끼리의 대결을 기대하며 강지수와 만나서 대국했으면 아주 재미있는 바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고 밝혔다.



▲ 이영신 감독은 바쁘다. 승리 인터뷰 하고 있는 선수의 사진을 찍어서 소셜미디어에도 올린다.


▲ '올해의 목표는 반타작'이라는 강다정의 승자 인터뷰. 작년에는 정규리그 5승 6패로 50%에 살짝 못 미쳤었다.


▲ 지난 주 예고대로 많은 응원단이 찾아온 서울 바둑의품격 팀. 이기면 와인을 마시러 가겠다고 했는데, 졌기 때문에 와인은 다음으로 미루고 다시 치맥을 하러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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