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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20 17:12:32
  • 수정 2018-02-21 09: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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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손근기 33대 기사회장.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정수현은 1993년 22대 기사회장에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나이를 표기할 때 40세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1956년생 정수현은 당시 37세. 나이 계산법이 매체마다 상이했다고 해도, 또 실제 생년월일이 좀 달랐다고 해도, 40세까지는 미치지 못했을 테다. 그럼에도 굳이 중년의 기준인 40세로 표기해달라고 한 것은 어려보이지 않으려는 생각이었을 터.

 

전 기사회장 양건의 바통을 이어받은 1987년생 손근기 기사회장은 올해 31세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처럼 획기적으로 젊다. 1971년 5대 기사회장 김인의 나이가 28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역대 두 번째로 젊은 기사회장. 그러나 김인시대엔 기사수도 적고 기사의 나이가 대체로 20~30대였던 걸 감안해야 한다.

 

지금은 위로는 81세의 고령부터 아래로는 초등생까지 350명의 ‘패밀리’가 존재하는 프로기사 군이다. 비록 동호회라 할지라도 이러한 광폭의 연령스펙트럼 갖고 있는 종목은 찾기 어렵다. 당연히 그들의 주의 주장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설혹 일부 기사들이 불평 부당을 말한다고 해도 불과 1/350의 작은 목소리에 지나지 않을까봐 지레 포기하기 일쑤.

 

한편으로는 차가운 느낌도 들지만, 핸섬한 외모에 예리하고 총기 있는 눈매와 말씨는 한눈에 참신하다. 케모마일 향이 은근히 풍기는 신임 손근기 회장에게 “너무 어리다고 생각지 않나요?” 농반진반 물음을 던지자, 준비라도 한 듯 답변이 돌아온다. “변화를 바라는 것이겠죠.”

 

※ 며칠 전 32대 기사회장 양건의 퇴임 인터뷰를 실었던「바둑일보」는 오늘 다시 신임 33대 기사회장 손근기(31)의 취임 인터뷰를 싣는다.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559 양건 기사회장 고별인터뷰 바로가기

 

▲ 손근기 기사회장(왼쪽)이 2018 입단자 면장수여식에 참석해 기사회장으로서의 첫 한국기원 행사에 참여했다. 맨 오른쪽은 유창혁 사무총장.

 

1월 22일 기사총회에서 회장에 당선된 후 20일이 훌렀다. 입단 이후 가장 사진을 많이 찍혔을 것 같다(웃음).

2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예전부터 잡혀있는 일정이 있어서 6일까지 태국을 다녀왔다. 실제로는 1주일 남짓 기사회장을 경험했다. 가장 먼저 소소회 사무실 이전식에 다녀왔고, 최근 이관철 사범의 부고를 포함하여 3건의 부고를 받았다. 2월엔 공식행사가 적어서 그런지 입단 면장수여식에서 딱 한번(웃음) 사진촬영을 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 손근기 이름 석 자가 익숙지 않은 분이 더러 있다. 본인소개 짤막하게 해달라.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다(웃음). 과거 김원도장에서 수학했고 17세에 입단했다. 뜻한 바 있어 22세에 단국대에 특례로 입학했다. 경영학과를 지원한 이유는 바둑은 아무래도 좀 아는 분야이니까, 새로운 것 배우고 싶었다. 학업 도중에 군 입대를 했다.

 

어떤 계기로 출마를 결심했나?

한국 사회는 나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더러 있다. 그러나 기사회 대의원도 해봤고 기원 행정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판단에 따라 후보로 나섰고, 다행히 기사들의 긍정을 이끌어냈다. 31세는 분명 젊지만 절대 어린 나이는 아니다.

 

‘인간 손근기’의 가장 장점은?

사회 확장력이다. 또래들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한다. 세상 변화를 안다는 것이 장점이며, 젊으니까 활동력이 있고 의욕도 충만할 것이다(웃음).

 

선거 운동과정은 어땠나? 뭔가 신선한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을 것 같은데.

대면 접촉을 우선했다. 다만 유튜브를 통해 3분 분량으로 선거에 임하는 출사표와 공약사항 등을 알렸고, 여러 개의 카드뉴스를 만들어 쉽고 분명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직접 제작했다.

 

왜 자신에게 표를 던졌다고 보는가?

변화를 원했다.

 

▲ 손수 '카드뉴스' 만들어 배포할 정도로 손근기 회장은 적극적이며 활동적이다. 그는 기사들도 공급자인고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 손근기 기사회장은 군 제대후 바둑이 아닌 다양한 사회활동을 경험했다. 사진은 정의당 원내총무인 노회찬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정치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념촬영.

 

군 제대 후에 손회장은 ‘다양한 삶’을 개척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안다. 독서량도 꽤 많다고 알고 있다. 바둑책 말고(웃음).

평소 바둑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었고, 군 제대 후 승부에서는 좀 멀어졌다. 그 대신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인문학, 역사, 경제, 사회, 과학에 관한 독서도 많이 했다. 보다 활동적으로 바둑세상도 경험했다. 바둑교육에 관한 각종 세미나와 바둑심판을 비롯한 각종 자격증 강의에도 꼬박 참석했다. 일단 뭘 하려면 뭐가 뭔지 알아야 했다. 바둑 일을 하기 위한 기초체력은 좀 다진 셈이다.

 

요즘은 한국기원과 기사회도 찰떡궁합이 아니라는 얘기가 많다. 기사총장제에서 기사회장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대별되나?

그간 사무국과 기사들 간에는 서로의 ‘권리’는 지키겠다는 점에서 문제가 다소 있었다. 일일이 다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뭣하지만, 기사는 한국기원의 중요한 주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한국기원 사무국을 책임지는 이가 총장이며, 기사의 권리를 지키는 이가 기사회장이다.

 

한국기원 내부에서는 어떤 루트를 통해 기사들의 의견이 전달되나?

기사회는 대의원총회를 거친다. 대의원은 기사회장 포함 13명의 기사로 구성된다. 20대, 30대, 40~55세, 55세 이상에서 각 2명씩 자체 선거를 통해 선출된 8명에다, 여자기사회장 시니어기사회장. 기사회장 각 1명과 기사회장이 선임한 2명해서 모두 13명이다.

 

그리고 기원과 기사회의 관계에서 기사의 의견반영이 안 된다는 점은 오래된 문제다. 상임이사회는 원래대로 있지만, 앞으로 2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 실질적인 대안 모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10명의 운영위원 중에 4명의 기사위원을 오는 26일 임시기사총회에서 뽑을 예정이다. 말하자면 기사이사가 되는 셈이다.

 

승부하는 기사, 방송하는 기사, 보급 활동하는 기사 등 350명의 기사들 모두가 입장이 다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부류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이 뽑힐 지는 모르지만 전보다는 기원과의 관계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 손회장(왼쪽)은 당선 후 처음으로 소소회 연구실 개소식에 참석하여 송태곤 박지연 등 젊은 기사들의 얘기를 직접 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기원 개혁에 관한 얘기가 쑥 들어갔다. 아마도 지금 바둑계가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에 관한 생각은?

어디건 어렵다고 하지 스스로 넉넉하다는 말하는 단체가 어디 있겠는가. ‘개혁’이란 대단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일처리를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를 제대로 결정하면 된다. 한국기원은 어느 순간부터 ‘타자화 전략’으로 나간다는 느낌이다. 어디까지나 기원이 우선이며 그 이외의 ‘세력’에겐 관심이 덜하다. 그 세력에 기사회도 포함된다.

 

기원은 분명히 기사들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보험회사는 영업직원을 많이 뽑아야 어차피 그 중에서 판매왕도 나오고 회사는 수익이 증대될 것이다. 기원은 기사를 보험회사의 영업사원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과거엔 기사들이 기원을 ‘친정’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거리감을 꽤 느낀다.

 

세간에는 '입단할까봐 걱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떤 기사가 1년에 50만원도 수입을 못 올린다고 한다. 기사들의 복지 문제가 심각하다. 손회장은 작년 한 해 얼마의 수입을 올렸나(웃음)

작년 한해 방송출연을 조금 한 덕에 7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고, 순수 기원에서 올린 수입은 0원에 수렴된다고 보면 된다.(웃음).

(좀 뜸을 들이더니) 기사들도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요즘 여자기사들 보면 앞날이 밝다. 그런데 여자기사들은 바뀌었다. 얼마 전 최정의 인터뷰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크라운해태배 인터뷰였는데, ‘홈런볼(해태제과 과자 이름)’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었다. 팬을 만났을 때나 스폰서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다들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젠 기사들도 '프로답게' 변해야 할 것이다.

 

손회장의 공약사항을 다시 이 자리에서 간단히 말해 달라.

기사의 생계안정, 보급·교육 예산 증대, 국외기전 참가 경비부담 경감, 지역보급 기사의 체계적 지원 등이다. 1년 동안 가용할 수 있는 기사회 예산을 가지고 일자리를 만들거나 일자리 획득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데 투자할 생각이다. 신예기사들이 외국대회를 참가하려면 100만원이 든다. 이젠 자기 돈을 들여서 대국해야 하는 뼈아픈 현실을 좀 거들어줄 생각이다. 또한 지방 바둑을 키워야 하는데 서울 경기는 과포화 지역이다. 이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끝 질문이다. 손회장이 경영하는 코어라인소프트사가 2015년 미래부 디지털콘텐츠R&D 우선사업자 선정되었다. 지금 근황은?

바둑 디지털 플랫폼에 관심이 많아 3년 전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코어라인소프트에서 ‘수담바둑팀’으로 독립했고, 나는 이제 기사회장이 우선이니 경영에서는 완전 손을 뗐다. 수담팀에서는 기보관리를 하려고 한다. 1990년도 국기전 기보를 검색하려고 하면 지금은 찾을 길이 막막하지만 유럽바둑사이트를 뒤지면 나온다. 한국기원에서 지금도 벌어지는 수많은 예선기보가 사장되고 있다. 따라서 기보가 저장이 되려면 일단 기록을 해야 한다. 이때 기록을 무인화 하는 작업이다. 곧 실용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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