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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8 21:39:39
  • 수정 2018-01-29 10: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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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의 기온을 녹이는 바둑기재들의 열기.

 

날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영하 10도의 추운 일요일(18일). 오전9시부터 묘수를 찾기 위해 속속 차량들이 운동장에 집결한다. 아이들은 잔뜩 어깨를 움츠린 채 체육관으로 들어서더니 알아서 접수창구에 줄을 선다. 그리고 다들 약속이나 한 듯, 각 조별 표시를 해 둔 엑스배너만 보고도 자기 자리를 척척 찾아간다.

 

아이 뒷바라지를 위해 일요일을 반납한 학부모들은 2층 스탠드에 진을 쳤다. 아이가 바둑의 길에 들어설 때부터 시작된 예기치 못했던 고생문이 최소한 몇 년간은 닫히질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나 학부모나 끝은 희미하지만 ‘고난’을 견딜 수 있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훗날 한국바둑계를 이끌고 나갈 주역이 되기 위한 수련을 받는 어린 기재들이 ‘한바연’ 기치 아래 모였다. ‘한바연’은 실력으로는 연구생 아래그룹이며, 세다는 인터넷사이트에서 2단~8단까지 해당된다. 나이로는 유치원부터 고교생까지 다양하지만 갈수록 어려지는 추세.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일선 도장원장님 프로·아마지도사범들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도 실로 오랜만. 충암도장의 조국환 원장, 이세돌연구소 김정렬 원장, 산본진석도장 성기정 원장, 장수영도장의 박병규 김은선 사범, 대전서 올라온 옥득진 사범, 분당유창혁도장 김만수 사범, 세종시에 자리를 잡은 김성룡 프로까지….

 

▲ 출전자 학부모 등 500여명이 모인 성남 대진고체육관. 제240회 한바연 대회는 군 동작 하나없이 질서정연하게 치러졌다. 사진은 개막식 모습.

 

1995년 첫삽을 뜬 ‘한바연’은 ‘한국바둑발전연구회’의 줄임이다. 당시 바둑교육에 종사하던 강준열 김종성 어준수 임항재 정우영 등 ‘독수리5형제’가 뜻을 함께 모아 제1회 대회를 열었다.

 

한바연 창설 멤버이며 현재 초등바둑연맹 강준열 회장은 “바둑교육에 종사하면서 좀 더 체계적인 교육메뉴얼이 필요했고, 아이들에게 부족한 실전경험을 쌓아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바연이 이토록 오래갈 줄 몰랐다.”며 20여 년 전을 회고하며 껄껄 웃었다.

 

오늘 대회는 무려 240회 째. 년 10회 정도 대회를 치르니 어언 23년째가 된다. 지난 20여 년 동안 거쳐 간 프로들은 박지은 박영훈 강동윤 나현 이동훈 신민준 등 무려 120명이 넘는다. 2000년 이후 입단한 프로들은 거의 모두가 한바연에서 쓴맛 단맛을 다 보았다고 보면 될 터.

 

▲ 한바연 학생바둑대회는 상패 상장은 있지만 상금(장학금)이 없는 '스스로를 위한' 대회다. 플랜카드에 쓰여진 '240' 부분만 매 대회마다 수정하여 고쳐 쓴다.

 

한바연 대회는 최강조부터 1조~10조, 그리고 진입조까지 12개 조 경기가 벌어진다. 그리고 하루 다섯 판을 두어서 성적상위자 8명은 승급하고 하위자 8명은 강급이다. 한국중고바둑연맹 사무국장 유재성 프로는 “이러한 한바연의 누적된 경험치를 토대로 아이들의 철저한 기력관리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도자 학부모 모두 만족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바연 대회는 한국중고바둑연맹 소관이다. 과거 한바연 대회를 만들었던 그 주축들이 만든 이름 ‘한국바둑발전연구회’가 한국중고바둑연맹의 모태가 되었다. 양천대일바둑도장 원장이자 신임 중고바둑연맹을 맡게 된 김희용 회장은 “그간 아이들만 키우고 바둑계 행정은 잘 몰랐었다. 이제는 오랜 세월동안 발전을 거듭해온 한바연을 지속적인 성장모드로 이끌기 위해 나 자신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바둑이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이즘. 그러나 영하의 추위를 녹이는 한바연의 열기를 보노라면 전혀 그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오늘도 대진고체육관은 300여 바둑꿈나무들의 열기로 연신 후끈거린다.

 

 

▲ 오전9시부터 접수처엔 줄이 길다랐게 만들어졌다.

 

▲ 낯익은 얼굴들이 줄지어 서있다. 청색롱코트는 김은선 프로, 그 옆은 부군인 박병규 프로. 그리고 그 앞은 수원도장 박지훈 프로, 뒤쪽은 대전에서 온 옥득진 프로.

 

▲ 한바연대회는 지난 대회 입상자를 시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 중고바둑연맹 김희용 회장은 시상대에 선 아이들에게 꼭 "열심히 하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각 조 32명 당 1명의 심판이 배치되어 자리 배치까지 규정대로 하는 등 매우 질서정연하게 치러져 잡음이 한 건도 생기질 않았다.

 

▲ '프로배출왕' 양천대일바둑도장의 김희용 원장이 신임 중고바둑연맹 회장을 맡아 첫 대회를 치르고 있다.

 

▲ '프로 제조기'들의 대화. 충암도장의 조국환 원장, 이세돌연구소 김정렬 원장, 초등바둑연맹 강준열 회장의 담소.

 

▲ 세종시를 개척하고 있는 김성룡 프로는 학부모와 선수 40명을 이끌고 버스를 대절했다고. 그 옆은 분당유창혁도장의 김만수 프로.

 

▲ 시작하자마자 뚫어져라 반상만 응시하는 꿈나무들.

 

▲ '나만의 수읽기 손톱 물어뜯기에요!'

 

▲ 지난 주 춘천에서 벌어진 세계청소년마인드스포츠대회 초등최강부 우승을 차지했던 김민서(왼쪽)가 오늘도 열중한다.

 

▲ 역시 지난 주 춘천에서 봤던 꼬마아가씬데…'오늘은 마스크를 썼네?'.

 

▲ 쓰미레(9)라는 일본 꼬마아가씨. 왼쪽은 지난 주 마인드스포츠대회에서 본 앙증맞은 모습이며, 오늘은 감기가 톡톡히 걸렸나 보다.

 

▲ '리혁걸과 악지우?' 지난 주 바둑일보에 소개되었던 중국소년 리혁걸(李奕傑)바둑을 잘 두는 아이라는 뜻. '악지우'라는 소녀는 알고보니 권효진 프로의 딸. 그런데 한국에 악씨도 있을까? 권효진 프로는 중국의 위에량(岳亮 )프로와 혼인하였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지우의 성엔 아빠의 성씨인 '악'을 썼다.

 

▲ 김희용 중고연맹회장과 한바연 대회의 숨은 일꾼 유재성 프로. 유프로는 중고연맹 사무국장이다.

 

▲ 소년들의 혈투가 끝나간다. 진행자가 반상에 푹 빠져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 흥미로웠던 모양.

 

 

 

▲ 계시기 사용을 놓고 옥신각신. 이에 심판위원 박영롱 프로가 중재하고 있다.

 

▲ '너네는 바둑둬라. 나는 숙제를 하마!' 일찍 끝낸 소녀기사가 잊기전에 자신이 둔 바둑기보를 옮겨놓는 중.

 

▲ 대전에서 한창 성적을 내는 옥득진 프로와 김회장의 안부 묻기. 옥프로는 한때 양천대일도장에서 사범을 맡았기 때문에 둘은 막역한 사이.

 

▲ '한바연대회 앞으로 잘 이끌어갑시다! ' 오늘의 한바연 대회를 있게 만든 두 주역 강준열 초등바둑연맹회장과 김희용 중고등바둑연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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