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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1-16 09: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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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 8단은 지난 10일 궁륭산병성배를 우승하며 올해 세계 여자 기전을 석권했다. 최 8단이 궁륭산병성배 우승 트로피를 쓰다듬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우상조 기자)

 

‘바둑 여제’ 최정(21)이 2017년 세계 여자바둑을 평정했다.  

 

최정 8단은 지난 10일 중국 쑤저우 우중구에서 열린 제8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전에서 중국의 왕천싱에게 264수 만에 백 불계승하고 우승했다. 우승상금 30만 위안(약 5000만원)을 받은 최정은 한국기원 특별 승단 규정에 따라 7단에서 8단으로 한 단계 승단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궁륭산병성배 우승으로 최정은 올해 열린 세계여자 바둑대회 4개를 석권했다. 단체전인 황룡사정단과기배와 천태산농상은행배는 단체전으로 한국대표로 출전해 우승했다. 또 한중일대만 대표가 출전한 명월산배 4도시 여자 바둑쟁탈전에서도 우승했다. 14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최정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는 나쁘지 않지만, 스스로 느끼는 감정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올해는 내가 운 좋게 우승한 대회가 많았다. 요즘 남자 기전이 적고, 여자 기전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 성적이 부각되어 보이는 것 같다.

 

겸손한 대답인 것 같은데.
실제로 단체전에서는 내가 출전하지도 않고 우승한 적이 몇 번 있다. 황룡사·정단과기배에서는 오유진이 잘해 줘서 내가 출전하기도 전에 한국이 우승을 확정했고, 국내 대회인 지지옥션배도 내가 출전하지 않았는데 숙녀팀이 우승했다. 

 

▲ 궁륭산병성배 결승에서 대국 중인 최정(오른쪽)과 중국의 왕천싱. (사진=한국기원)

 

올해 자신의 바둑을 평가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오히려 약간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왜 그렇게 느꼈나.
요즘 바둑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자극이 별로 없는 거 같다. 가장 큰 원인은 종합 기전이 줄어든 것이다. 종합 기전이 하나둘 없어지면서 남자 선수들과 시합하는 자리가 줄었다. 자연스레 여자 기전 위주로 출전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지금 상태에 익숙해진 거 같다. 

 

본인보다 강한 남자 기사들과 싸울 때 전투력이 향상하나 보다.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내 롤 모델은 루이나이웨이 사범님이었다. 루이사범님처럼 종합기전에서 남자 프로들을 꺾고 우승하는 게 내 꿈이다. 

 

현실적으로 여자 선수가 종합기전에서 우승하기는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예전에는 여자 선수들이 ‘나는 남자를 이길 수 없다’고 스스로 단념하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체력적으로도 여자가 불리하고, 사고 구조도 남녀가 다르다. 사회적으로는 여자 바둑을 마이너로 취급하고, 여자 선수는 어느 정도만 하면 된다고 보는 시선들이 있다. 프로 바둑은 종이 한 장 차이라서, 이런 것들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정이 종합기전에서 우승하면 이런 편견이 깨질 것 같은데.
그러면 좋겠지만, 사람들 생각이 쉽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나를 ‘남자’ 같은,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다. 이처럼 여자 바둑을 대하는 현실적인 문제점에 대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매년 나의 목표는 같다. 종합기전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중앙일보 정아람 기자가 쓴 11월16일자 "2017년 세계 여자 바둑은 '최정 천하'"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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