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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0-16 18:21:04
  • 수정 2017-11-02 21: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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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인을 위해 마련된 사각의 특별 무대. 그 앞에는 방송카메라가 경기 모습을 담기 위해 진을 치고 있고, 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들이 일전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주변을 에워싼다. 아마바둑인에 선망의 무대 이창호배 최강부 결승전은 건장한 체격의 최광호(27)와 박종욱(25)의 대결이어서 더욱 꽉 찬 긴장감이 흘렀다.


다수의시각은 아마랭킹1위 최광호의 우세였다. 최광호는 바로 직전 대회였던 김해시장배에서도 우승을 차지했고, 그 대회 4강전에서 박종욱을 이미 제압한 바 있다. 그 뿐인가. 덕영배 문경새재배 익산서동배 부산시장배 등 내로라하는 유수의 대회를 석권해 왔던 명실공히 아마최강.

그러나 치열한 승부에서 약간의 '이변'이 일어났다. 아마랭킹3위 박종욱은 예의 차분한 행마로 초반에 벌어진 수상전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압승을 거두었다. 박종욱은 그의 화려한 아마대회 경력을 과시하듯 이번 이창호배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을 꿰찬다. 경기 직후 의외로 차분한 표정의 박종욱을 만나보았다.



먼저 우승을 축하한다. 꽤 오랜만에 우승한 것 같다. 몇 년 만인가?

아마대회에 나선 지 4년째인데 총 다섯 번째 우승이다. 2년 전 인천시장배에서 우승한 이후 2년만이다. 그간 우승은 못했지만 꾸준히 입상권에는 들었다.
박종욱은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 재학 중이며 작년엔 국제아마페어대회에서도 김수영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몽백합배 세계바둑선수권에 세계아마대표로 출전하여 64강전에서 최강 이세돌과 마주친 적도 있다.

아마최강 최광호를 꺾고 우승했는데. ‘의외라고 봐도 되나(웃음)?

()광호 형은 아마최강이니 의외의 우승이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올해 상대전적도 그렇고 광호 형과는 이겼다 졌다한다.

많은 대회를 우승했지만 그래도 이곳 전주에서 우승한 것이 특별한 느낌이 있을 텐데?

고향과 같은 곳 전주에서 우승하여 기쁘다.


내셔널바둑리그 때문인가? 내셔널에서는 개인전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던데?

5년 전부터 전북 팀과 인연을 맺어왔다. 팀에서는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못 내서 아쉬운 맘이 크다. 특히 올해는 전북아시아펜스에서 좋은 선수들과 좋은 기회를 만들었었는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서 많이 아쉽고 팀에 미안한 맘이다. 개인전이 아무래도 심적으로는 편하다.


▲ 박종욱은 전북아시아펜스선수인 박종욱은 제2의 고향과 같은 전주에서 우승하여 몸시 기쁘단다. 전북바둑협회장이자 전북아시아펜스단장인 오인섭 회장과 함께


그간 꾸준히 대회출전을 했지만 약간 부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대회엔 빠지지 않고 출전하여 김해시장배 부산시장배 등 4강권에도 자주 들어갔다. 아무래도 고학년에 되다보니 학교공부에 매진하게 되는 만큼 바둑공부에는 소홀하게 된다. 특히 최신 공부를 덜 하다 보니 초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번에 총 6승을 하는 동안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나?

과거 네 번 우승했을 때와 이번 대회의 분위기가 좀 닮았던 것 같다. 바둑이 좋지 않아도 왠지 질 것 같지 않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편안했다. 과거엔 성적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오히려 맘을 편히 갖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바둑은 어떤 스타일인가?

침착한 바둑이며 수읽기나 전투력에서 균형이 잡힌 바둑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포석이 약해서 초반이 아직은 어렵다.

이제 연구생 출신 중에서도 나이가 제법 든 쪽이다. 요즘 연구생에서 나오는 선수들의 실력이 또래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3년 전 쯤엔 연구생에서 갓 나온 선수들이 우리 또래들보다 조금 약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영재입단으로 인해 어린 나이의 유망주들이 프로로 진출하게 되니 일시적으로 생겨난 현상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그 공백이 메워졌다고 본다. 지금 친구들은 절대 기존 아마강자들보다 약하지 않다.

지난 6월 중국 몽백합배에 출전하여 이세돌과 겨루었는데, 그때 애기 좀 해 달라.

처음엔 어렵게 64강 본선무대에 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를 만났으면 하는 맘도 있었다. 그런데 쉬운 상대 어려운 상대가 나에게 있을 리 만무했다. 따라서 이세돌 사범님과 대진해서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최선을 다한다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웃음). 그런데 약간의 실수를 파고들어 결국 승리를 가져가는 모습에서 과연 이세돌이구나하고 느꼈다. 초일류의 시각과 관점을 약간이나마 맛 볼 수 있었고, 실전보다 복기를 더 치열하게 하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엔 프로가 되는 것만이 목표였지만 최근 생각이 조금 변했다. 일단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바둑 틀 안에서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그에 적합한 일을 찾을 것이다. 평생 바둑과 함께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게 바둑계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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