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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17 15:53:31
  • 수정 2023-09-17 16: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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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면서 바둑울 두세요. 우승할 겁니다!' 전남도지사배 최강단체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기도락' 정찬호 김정선 최호철.


과거 내셔널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친분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흔쾌히 팀을 결성한 그들은 ‘즐겁게 바둑을 두자’는 뜻으로 팀 명을 '기도락(棋道樂)'으로 정했다.


정찬호(37) 김정선(34) 최호철(52)-.


이 처럼 완벽한 팀워크는 없다. 20대가 즐비한 주니어 중에는 노련한 이가 드물고, 60대가 주류인 시니어에서는 비교적 패기있는 '젊은' 선수로 구성되었다. 기도락(棋道樂)이 전남도지사배에서 우승했다. 


17일 전남 장흥체육관에서 속개된 제19회 전남도지시배 전국최강단체전 결승에서 정찬호 김정선 최호철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기도락’이 임지혁 최우수 김희중으로 팀을 꾸린 ‘낭만바둑’을 2-1 물리치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400만원.


바둑은 역시 낭만적이거나 도락으로 즐기는 사람을 이길 도리가 없다?


▲'기도락'-'낭만바둑'의 전국최강단체전 결승 모습. 정찬호-최우수, 임지혁-김정선, 최호철-김희중.


결승맞대결은 호화멤버들의 스타워즈였다. 


가장 먼저 끝난 바둑은 시니어들의 결전. 최호철은 중반까지 좋지 않았던 바둑이었지만 종반 들어 김희중이 ‘낭만적으로’ 판을 이끄는 바람에 어려웠던 바둑을 역전에 성공했다. 귀중한 1승. 


두 번째 끝난 바둑은 정찬호-최우수 판. 둘 다 30대의 노련한 바둑이지만, 초반 감각이 탁월한 정찬호가 초반부터 우위를 확보하며 손 쉬운 내용으로 알관했다. 최우수가 돌을 거두면서 2-0으로 기도락의 우승이 결정되었다.


그와 동시에 끝난 바둑은 양팀 에이스의 맞대결이랄 수 있는 임지혁과 랭킹1위 김정선의 바둑. 임지혁이 깅장히 잘 둔 바둑으로 초반부터 리드해 나갔고, 팀이 2-0으로 승리한 이후임을 알아차리고 김정선은 싹싹하게 돌을 거두었다. 


기도락은 팀워크가 절묘했는데, 어제 예선 3경기에서는 단 한판도 개인 패배가 없었고, 오늘도 세 경기 모두 2-1 승부였는데, 팀원 골고루 한판 씩 패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패하도 팀원이 이겨서 이길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를 두고 최호철은 “과거 내셔녈에서 한 팀에서 우승을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주니어들이) 잘 두는 친구들이지만, 나름 위기관리능력도 뛰어난 선수들이라 생각한다. 이런 좋은 팀의 일원이라는 게 영광이다.”고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우승을 차지한 후 이들을 전주로 자리를 옮겨 식도락(食道樂)을 즐겼다고 한다. 


▲'기도락'은 4강전에서 코브라를 이겼다.


오전9시30분부터 8강전이 개시되었다. 참고로 최강단체전은 16개 팀이 출전했는데, ‘생명의땅’(신현석 박승현 서수경)은 전국체전 전남팀으로 시드가 주어졌다. 따라서 15개 팀 가운데 7개 팀을 어제 선발하였는데, 오늘은 예선 성적을 무시하고 8개 팀이 공히 추첨을 통해 제로베이스에서 넉다운 토너먼트로 자웅을 가렸다.


예선에서 한판도 패하지 않았던 ‘기도락’은 8강전에서 압구정B, 4강에서는 코브라를 각각 2-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한편 ‘낭만바둑’은 8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조민수의 ‘세발낙지’를 3-0으로 완파했고, 4강에서 압구정A를 역시 완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시니어수련도장 압구정리그에서 대표해서 나온 압구정A와 압구정B는 양팀 모두 본선행을 이뤄, 압구정A만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바둑중고팀 중 유일하게 올라온 '주암특공대'는 8강 첫판에서 어제 7위 결정전까지 치르고 본선 턱걸이를 한 '코브라'에게 1-2로 패하며 탈락했다. 




▲전남시군단체 결승 순천만국가장원-1004섬신안. 


한편 지역바둑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5인1조 전남시군단체전에서는 '이세돌의 누나'가 활약한 이세돌의 고향팀 1004섬신안이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 오전9시30분부터 개시된 8강 토너먼트에서 신안은 강진청자를 5-0, 4강에서 광양백운산을 4-1로 격파하는 등 탁월한 전적으로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김종민 이영욱 이세나 성현호 김형전의 신안에게 결승은 쉽지 않았다. 예선에서도 3-2로 힘겹게 이겼던 순천만국가정원을 만났기 때문인데, 순천만국가정원은 바둑중고 바둑교사들로 이뤄진 만만찮은 팀이었다. 


1004섬신안은 김길곤 김태환 김기범 김용성 황우연으로 팀을 이룬 순천만국가정원을 맞아 연구생경험이 있던 이영욱과 시니어최강 성현호가 승리를 거두며 낙승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김기범 김용성 등 젊은 바둑교사들이 힘을 내면서 2-2 타이.


김길곤-김종민 대결이 승부판이었다. 김길곤은 바둑중고 교장선생님으로 한때 내셔널리그를 뛰었던 김종민을 이기는 건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중반까지 필승의 바둑을 만들어놓았던 김길곤은 후반들어 연속 실수를 범하며 그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길길곤은 ‘대어를 놓쳤다’는 주변의 지적에 애석한 맘을 이렇게 답했다. “큰 그림이었다. 작년엔 3위, 올해는 2위를 했으니 내년엔 우승이다. 김(종민)사범에게 만약 내가 이긴다면 바둑질서가 무너지는 몰예의가 아니겠는가.”


▲'다 이긴 바둑을 이기는 게 가장 어렵다!' 전남시군단체 결승 신안 김종민(승)-순천 김길곤. 바둑중고 교장선생님인 김길곤은 '거함' 김종민에게 사진에 보이는 수순까지는 원사이드하게 제압했다. 그러나-.


전남바둑협회(회장 기명도)가 주최하고 고장흥군바둑협회(회장 임경준)가 주관하는 전남도지사배는 16,17 이틀간 장흥실내체육관에서  벌어졌다. 


한편 전남도지사배는 전 선수들에게 이틀간 식사를 매끼 제공했고, 숙소, 기념품까지 충분히 만족했다. 무엇보다 상금도 두둑하여 선수친화적인 모습. 또한 600여명의 선수가 출전했음에도 한 건의 사건 사고 또는 경기 중 클레임이 발생하지 않는 등 대회 운영 역시 최고점을 받을 만했다.  


전남바둑협회는 2005년 바둑협회창립 후 2012년 전남체전에서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2013년 2월 전남도체육회 정가맹 단체로 가입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매년 전남 일원의 시군을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전남도지사배는 장흥군으로서는 이번이 첫 개최.  다음 제20회 전남도지사배는 장성군에서 벌어질 예정. 



사진과 함께 8강전 이모저모를 전한다.




▲둘쨋날 각부 8강토너먼트 경기 모습. 


▲결승같은 8강전. 낭만바둑(얼굴)-세발낙지(등).


▲김정훈-임지혁.


▲김정선(기도락)-조민수(압구정B)


▲8강 시드를 받은 전남팀 서수경 박승현 신현석.


▲노사초배 우승자 서수경. 


▲인천의 간판끼리. 박중훈(코브라)-안상범(주암특공대).


▲'바둑은 기다림이야!' 안상범이 4강진출에 실패하고서 귀가를 하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전남시군단체전에 진출해있는 바둑선생님들과 함께 가야하기에(ㅋㅋㅋ)


▲김희중(낭만바둑)-장시영(압구정A).


▲박성균-최호철. 유튜브로 주요경기를 생중계했다. 


▲최호철-김희중.


▲정찬호-최우수.


▲임지혁-김정선.


▲최강단체부 준우승 시상. 양건 심판장, 신철호 전무, 임경준 장흥군바둑협회장(시상), 임지혁 최우수 김희중, 허영락(시상).


▲최강단체부 우승 시상. 양건 심판장, 신철호 전무, 임경준 장흥군바둑협회장(시상), 정찬호 김정선 최호철, 허영락(시상).


▲최호철.


▲정찬호.


▲김정선.


▲1004섬신안 김형전-강진청자 임동신.


▲장성홍길동 오배령-순천만 조상현.


▲4강전 장성홍길동-순천만국가정원.


▲전남시군단체부 결승 1004섬신안(맞은편)-순천만국가정원(등쪽)


▲신안-순천만국가정원. 김종민-김길곤, 뒤는 이영욱-김태환.


▲신안 이세나-순천 김용성.


▲준우승 시상. 신철호 전무(시상), 김길곤, 김태환,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시상),  김용성, 김기범, 황우연.


▲우승 시상. 신철호(시상), 김형전 이세나 기명도(시상), 김종민, 성현호, 이영욱.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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