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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03 22:47:35
  • 수정 2023-09-05 06: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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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苦盡甘來)-. 바둑선수 생활 10년만에 첫 전국대회 우승의 감격을 맛 본 홍성원과 박한솔.


“초반에 맹공을 당해서 굉장히 어려웠는데, 상대가 ‘이 정도만 공격해도 좋다’고 생각해서인지 의외로 위기를 쉽게 넘겼다. 상대가 어려운 곳을 더 추궁했다면 바둑은 중도에 끝났을 테다. 어렸을 때는 프로가 꿈이었고 연구생을 했지만, 지금은 후학을 키우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어릴 때는 그토록 우승하고 싶었는데 기어이 비켜가더니만, 맘이 편하니까 오히려 더 잘 이긴다. 신기하다.”(주니어최강부 우승자 홍성원(29))


“초반에 낯선 정석이 나와서 약간 당황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풀렸던 것 같다. 마지막에 상대가 조금 어려운 장면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우위에 선 것 같다.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수도권 시합 외엔 짬을 내긴 쉽지 않다. 현재는 딱히 바둑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우승까지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의아하다. 아마도 재미있게 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시니어여성부 우승자 박한솔(32))


어쩌면 이렇게 두 우승자의 소감이 똑같을까. 죽어라고 공부할 때는 우승맛을 본 적이 없는데, 오히려 지금은 '직업인'이라는 핸디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더 성적이 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요지다. 


이 둘은 연구생을 나오고 나서 근 10년(혹은 그 이상)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재미있게 두면서도 말이다. 


▲제13회 김삿갓배 전국바둑대회가 3일 양주 별산대놀이마당에서 개최되었다.


어제는 푹푹 찌는 날이었지만 오늘은 바람 솔솔 가을이라네~.


9월의 첫 주말인 3일, 완연한 가을공기를 만끽하며 양주 별산대놀이마당에서는 제13회 양주 김삿갓배 전국바둑대회가 전국 500여 기객들이 출전한 가운데 성대하게 벌어졌다. 


중요 무형문화재 2호인 경기도 양주시에 전승되는 탈놀음을 별산대라고 하며, 서민의 애환과 풍자를 그대로 살린 마당놀이 탈놀이공연장이 양주 별산대놀이마당. 제 고장의 맛을 가장 잘 살린 걸작이 양주 김삿갓배이리라. 


오전9시부터 붐볐다. 30분후에 개시될 개회식에 늦지 않기 위함일 테고, 그보다 기량을 선보일 무대가 그리웠기 때문일 테다. 


9시30분 정각, 천재시인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분한 겨레시인 성재경의 호방한 웃음과 함께 대회 개시선언이 이어진다.  


김성권 양주시바둑협회장, 강수현 양주시장, 정성호 민주당 국회의원, 임재근 양주시체육회장, 안기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최영호 의정부바둑협회장, 이상훈 안광세 전 양주시바둑협회장, 겨레시인 김삿갓 성재경, 김효정 김나영 프로 등 경기북부의 중심지 양주를 상징하는 바둑VIP들이 모인 가운데 개회식이 시작되었다.


▲김성권 양주시바둑협회장의 대회사 “5년 만에 야외무대에서 가을맞이 김삿갓배를 열었다. 어린 학생들이 많아서 우리바둑의 미래가 밝은 듯하다."


▲안기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정성호 민주당 국회의원, 강수현 양주시장, 임재근 양주시체육회장의 릴레이축사. "학생들이 참 많네요. 아울러 13회가 되기까지 김성권 회장님 이하 역대 회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작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는 건 천재시인 김삿갓과 양주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다."(강수현 양주시장) "양주시 30개 종목단체 중 전국대회가 있는 건 바둑과 함께 4개 뿐이다. 양주체육회가 얼마나 바둑에 대해 역점을 두고 있는 지 아실 것이다."(임재근 양주시체육회장) 


▲주니어최강부 결승 모습 김동한-홍성원(승).


관심은 최강부였다. 주니어최강부와 시니어+여성최강부 두 파트에서 이변과 이변이 꼬리를 물었다. 


먼저 전국의 내로라하는 24명의 젊은 고수들이 모인 주니어최강부. 홍근영 송민혁 조성빈 정우진 김동한 등 익히 이름이 익숙한 전국수 스타들이 우승후보군이었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과거 연구생 3조까지 올라간 바 있던 29세 홍성원이 깜짝우승을 차지했다.


윤남기와의 첫판을 무사히 넘겼던 홍성원은 인천의 기대주 안상범과 내셔널강호 홍근영을 제압했다. 이때 3승자는 홍성원과 ‘무명’ 윤지수, 김동한이었다. 추첨결과 윤지수는 1패자인 홍근영과 만났고, 3전전승자인 김동한과 홍성원은 결승 아닌 결승을 치렀다. 


김동한이 월등했다. 연구생생활을 같이 하긴 했지만 늘 홍성원보다 늘 윗길에 있었던 김동한이기에 스스로도 이긴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바둑은 어려웠고 김동한이 느슨하게 대했다. 느슨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화근이었다.


바둑은 결국 반집승이었다. 홍성원은 이보다는 더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후반이 탁월했던 김동한이 한 집 한 집 추격을 해왔지만 결국 김동한이 운좋게 반집은 지켜낼 수 있었다. 


홍성원은 지난달 3.15의거배에서도 3전 전승으로 선두권을 달리다가 1패자 김사우에게 패하는 바람에 결승진출을 놓친 바 있다. 어느 정도 기량이 올라오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시니어여성최강부 결승 박한솔(승)-박하음.


총 42명이 출전하여 대성황을 이룬 시니어+여성최강부. 


시니어 1인자 하성봉과 2인자랄 수 있는 이용희가 출전했고, 이철주 안재성 최호철 이용만 양덕주 김희중 등 소문난 시니어강자가 총출동했다. 게다가 요즘 핫한 이우주도 합류했다. 


그 외 여자선수들도 출전했는데, 권가양 김지수 정하음 조시연이 앞길이며 '곧 우승자' 박한솔은 뒷전이었다. 그런데 대 이변이 일어났다. 박한솔이 5전 전승으로 13년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 


3라운드 서부길을 이길 때만해도 '이 정도로 그치겠지' 했다. 그러나 다음 일인자 하성봉을 극북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박한솔을 포함하여 아무도 없었다. 


후반 들어 하성봉과의 경기에 많은 갤리리들이 몰려들었고 결국 승자는 박한솔이었다. “말도 안되는 바둑이었다. (하)성봉오빠가 큰 실수를 하는 통에 거저 주운 판이었다.”


결승에서 박한솔은 백을 들고 전투를 벌였고 결국 중앙에서 흑의 요석을 잡으면서 승기를 확보하여 대망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연구생은 나온 지 13년만의 쾌거였다. 

 

사실 박한솔이 우승을 했지만 준우승자 정하음도 꽤 이변이었다. 박윤서 이용희 이우주 박성균 등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다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기 때문. 정하음도 올해 연구생을 나온 일반인 1호봉인데, 연구생 시절에도 꾸준함 이외에 특출한 성적을 보이지는 못했다. 더욱이 시니어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이용희를 꺾었다는 건 대이변이었다.


이변은 또 있었다. 4라운드를 마치고 4승자가 3명이 발생했는데 나머지 1명은 김지수였다. 그렇다면 전승자 3명 모두 여성선수였던 것. 아쉽게 김지수는 1패자인 하성봉을 만나 패퇴.


▲여성3인단체에서 우승 준우승을 나눠가진 군포A와 군포B팀. 김윤숙 임난희 손해림 김순득 오숙영 임경화.


8개팀이 출전한 여성3인단체전에서는 군포B가 자매팀 군포A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군 격인 군포B는 오숙영 임경화가 승점을 챙기며 1군 격인 군포A를 꺾었다. 


군포는 서울, 평택과 함께 여성단체전의 3대 강호로 꼽히는데, 이번 대회엔 신입 손해림을 영입하여 A팀 B팀으로 분리하여 대회에 나섰다. 


그러나 서울수담망우는 여전히 얕볼 수 없는 팀. 군포A는 첫경기에서부터 수담망우와 실질적인 결승을 벌였다. 여기서 에이스인 김순득이 서울 고정남에게 패해 패색이 짙었으나, 임난희가 평소 자신보다 기량이 살짝 윗길인 서울 김미애를 잡는 바람에 천금의 결승타를 쳤다. 


처음 성인여성대회에 나섰던 군포A 손해림은 3전전승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음 동호인부인 갑조 을조 병조 경기도 역시 치열했다. 공지엔 급으로 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갑조 타이젬 8~9단, 을조 7~8단, 병조 6~7단급이 입상했다. 


갑조에서는 전주의 양동일이 임연식을 꺾고 우승했고, 을조에서는 김준식, 병조에서는 한성희가 각각 우승했다. (여타 각부 입상자 명단은 기사 하단 참조)


▲ 일반주 갑조 결승 모습 양동일(승)-임연식.



2023 양주김삿갓배 각 부 입상자 명단(우승~공동3위 순)

일반부(갑)=양동일 임연식 송상민 장우진

일반부(을)=김준식 심대하 김희현 김명일 

일반부(병)=한성희 조영민 신경민 강정훈

중고최강부=조대희 박송현 강민구 박지환

초등최강부=박태준 황보선준 안도현 전준영

초등고학년부=임준 박정빈 이서우 카이세이

초등저학년부=유하준 박준우 김태은 이지유

양주시니어=장홍 최복규 길병양 이선도




시니어여성부






▲김삿갓으로 분한 겨레시인 성재경의 개시선언.


▲양주초등단체전 심효린-심민규.


▲초등저학년부 김서하-이강산.


▲다소 요란한 복장의 어린이 이강산.


▲초등고학년부 이서준-김채원.


▲초등저학년부 3위 이지유.


▲초등고학년부 우하영-김소정.


▲여자맑은샘배 우승자 이현영.


▲문시현.


▲이연석-윤다은.


▲초등고학년부 3위 일본 카이세이.


▲김삿갓이 대회장을 구석구석 살피며 어린이들의 바둑을 관전하고 있다. 


▲검은 돌 흰 돌이 진을 치고 에워싸며, 잡아먹고 버리기로 승부가 결정 난다. 그 옛날 서호들은 바둑으로 세상 잊고, 삼청의 신선놀음 도끼자루 썩었다네. 꾀를 써서 요석 잡아 유리하게 돌아가니, 잘못 썼다 물러 달라 손을 휘휘 내젓는다. 한나절에 승부 나고 다시 한판 시작하니, 돌 소리는 쩡쩡하나 석양이 기울었네. (김삿갓 '바둑')


▲초등최강부 송연재-전준용.


▲초등고학년부 결승. 박정빈-임준(승). 


▲초등저학년부 결승. 유하준(승)-박준우. 위 어린이들은 문체부장관배에서도 결승서 만나 유하준이 승리한 바 있다.


▲중고등최강부 결승. 박송현-조대희(승).


▲중고최강부 준우승 박송현.


▲중고최강부 우승 조대희.


▲초등저학년부 시상 모습. 


▲김성권 양주시바둑협회장. 과거엔 복싱을 한 분 답게 주먹포즈가 예사롭지 않다.


▲양주시니어부 경기 모습.


▲양주 시니어부 4강 경기. 길병양-최복규(승).


▲양주 시니어부 시상 모습. 김삿갓(시상), 이선도 길병양 최복규 장홍(우승), 김성권 회장(시상).




▲여성3인단체부 경기 모습.


▲수원팔달-부천성주산.


▲첫판부터 우승후보끼리? 서울수담망우-군포A(승).


▲군포A 삼총사. 임난희 손혜림 김순득.


▲강적 서울을 물리치는데 일조한 군포A  임난희.


▲군포A-수원장안. 


▲군포A(승)-군포B 결승전.

.

▲군포A의 '젊은피' 손해림.


▲여성3인단체 시상. 우승~공동3위가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갑조 송상민-임연식(승).


▲갑조 윤지성 한상현.


▲을조 박병용(승)-도인석.


▲갑조 소강우(승)-이욱빈.


▲을조 결승 모습. 김준식(승)-심대하.


▲갑조 이상민(승)-박영규.


▲갑조 우승자 양동일.





▲시니어여성최강부 경기 모습.


▲김영민-하성봉(승).


▲안재성-정하음(승).


▲노사초배 우승자 이철주.


▲시니어랭킹1위 하성봉.


▲시니어 실력2위 이용희.


▲같은 부천에서 온 선수끼리. 김세원-윤명철(승).


▲정하음(승)-박성균.


▲'여성파워!' 3승자끼리 승부. 김지수(승)-조경진.


▲김지수는 4승을 거두며 3명이 동률이었지만, 1패자 중 최강 하성봉과 겨루어 패배.


▲노사초배 여성국수부 준우승자 이우주.


▲한국물가정보 파주지점에 근무하는 박한솔 과장.


▲연구생을 졸업한 뒤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는 정하음.


▲시니어여성최강부 결승 모습. 박한솔(승)-정하음.


▲주니어최강부 경기. 이건우-박승현.


▲홍근영(승)-송민혁.


▲조성빈-정우진(승).


▲'무명' 윤지수도 3승을 올리며 선전했다. 


▲박종훈-김동한(승).


▲'홍가네' 대결. 홍성원(승)-홍근영.


▲홍성원.


▲김동한.


▲주니어최강부 결승전 종국. 반집이 모자라는 걸 확인하고 김동한과 홍성원이 서로 웃고 있다. 


▲시니어여성부 시상. 김삿갓, 박한솔 김성권 회장(시상)


▲인터뷰 전 사진이 잘 나와야 한다며 살짝 돌아서 화장을 손보는 박한솔. 


▲'행복해 보여요~!' 박한솔은 연구생을 나온 뒤 무려 13년만에 첫 우승이다. 


▲주니어최강부 시상 모습. 김삿갓 홍성원 김성권 회장(시상).


▲역시 연구생을 나온 뒤 10년만에 첫 우승을 거머쥔 홍성원.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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