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3-08-16 11:44:34
  • 수정 2023-08-16 11:59:46
기사수정

▲압구정 최강시니어 최호철.


최호철이 최강시니어에 올랐다.


광복절이던 15일 오전10시부터 서울 압구정기원에서 벌어진 2023 압구정왕중왕전 결승에서 최호철은 김종수 프로에게 치열한 접전 끝에 264수만에 흑3집승을 거두고 왕중왕전 첫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와 아마 대결 시 아마가 정선, 빅 백승) 

 

시니어들의 수련도장 압구정리그는 이미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최강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최강의 리그. 그 압구정리그가 1년에 한 두 번씩 왕중왕전을 치르는데, 이번이 7회 째.


현재 압구정리그는 청룡· 백호· 현무 등 3개조 80여명으로 운영된다. 거의 모든 부분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일합을 겨룰 수 있는 때가 바로 왕중왕전. 


마침 15일은 3개월 정도 텀을 주고 1년 내내 지속되는 압구정리그 64회 리그전을 마감하는 날이어서 이벤트 경기로는 그만이었다.


▲압구정리그에서는 선수가 곧 스텝이다. 이날 왕중왕전엔 40명이 몰려서 대성황이었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최강 시니어와 몇몇 여성 강자 등 40명의 영웅호걸들이 반상대충돌을 일으킨 '압구정양산박'이었다. 


이번 대회엔 정상급 선수 40명이 출전했다. 그중엔 김종수 김일환 박승문 등 프로시니어리그에서도 호성적을 기록하는 프로들이 출전했고, 조민수 최호철 안재성 이용만 김동섭 박윤서 등 영롱한 시니어강자들과 서수경 조경진 김수영 김지수 등 여성강자들도 합류했다. 


결승전은 6판을 두었고 나머지 순위전은 5라운드로 마감했다. 제한시간은 각자 10분+20초 피셔방식. 


변형 스위스리그로 시드 없이 무작위로 추첨했다. 무작위 추첨을 하다 보니 대진운이 좋은 선수 그렇지 못한 선수들이 등장한다. 사실 40명 건각들의 이름을 보노라면 대진운이란 것이 모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살짝 '불조'와 '꽃조'는 있기 마련. 


박윤서-김일환, 이용만-박승문, 조경진-김종수, 안재성-장부상 페어들은 피차 불운하다. 압구정리그에서 가장 강하다는 청룡조 선수끼리 1회전에서 만났기 때문. 


반면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최호철 주변엔 초강자가 별로 없어서 ‘강자는 대진운도 좋다’는 진리는 여기서도 통했다. 


▲1라운드의 이변(?). 박승문 프로-이용만(승).


1라운드에서 이변 아닌 이변은 있었다. ‘이용만당하던’ 왕년의 국수 이용만이 거함 박승문 프로를 꺾어 초반의 파란이다. 이용만은 엊그제 대통령배에서 서부길과 함께 공동3위에 오른 실력자이며, 박승문은 2년전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라운드에서는 김동섭이 미추홀에서도 자주 만나던 서부길을 꺾은 것을 비롯해, 김수영 김일환 김종수 이용만 안재성 최호철 조민수 등도 쾌조의 초반이다.


한편 메이저급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장혁구는 '하늘이 도운' 대진운으로 2승을 올리며 거함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임신 8개월의 '사랑이엄마' 김수영(승)-김일환 프로.


3라운드부터는 오직 실력이다. 임신 8개월 차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전했던 김수영이 태명 ‘사랑이’의 도움을 받고 김일환 프로를 제쳤다(와우!).


이용만은 동향의 터프가이 조민수를 꺾어 역시 3승이며, 김종수 프로도 40년 절친 안재성을 곱게 뉘였다. 


전직 프로 최욱관이 요상한 '블랙홀 포석'으로 무장하여 최근 잘나가는 김동섭을 이겼다. 최호철은 장혁구에게 행운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며 ‘가베얍게’ 3승.


자, 정리하면, 3승자는 5명이 나왔다. 김수영-이용만, 김종수-최욱관 대진이며, 최호철은 1패자 가운데 최강 김일환 프로와 만났다. 


▲결승대국은 바둑TV에서 녹화 중계했다. 김종수-최호철.


유일한 여성 전승자 김수영은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용만을 제압했고, 김종수는 블랙홀 전법을 제대로 응징하며 '허무류'로 만들어버리며 역시 ‘결승’에 진출한다. 여기서 1패자 김일환은 최호철의 앞 길을 막지는 않았다. 따라서 김수영 김종수 최호철 세 명이 4승자가 되었다.


결승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또 한판 더 해야 한다. 또 1패자와 만나는 행운은 애초에 대진표상 아랫부분을 점했던 최호철에게 또 왔다. 이번에는 안재성과 만났고, 전승자 두 명 김종수-김수영이 결승 아닌 결승을 치렀다. 


대통령배 우승자 김수영의 체력이 다되었나 보다. 아님 ‘사랑이’가 보챘을까. 김종수 프로에게 결승행을 내주었다. 그리고 다른 한판은 최호철의 승리였다.


사실 김일환과 안재성이 상대라면 결코 전승자 못지않은 강타자일진대, 아무래도 우승의 꿈이 사라진 선수들이어서 모질게 두지는 못했으리라. 최호철과 김종수가 결승에서 만났다. 


결승에 앞서 바둑TV에서 녹화를 하기 위해 카메라맨이 세팅을 한 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세팅하는 시간에 짬이 있어 최호철에게 김종수 사범과 승률이 어떠한지 물어봤다. '아휴 힘들죠' 하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지만 의외의 리스펀스. "반반은 됩니다."(호곡!)


그래서 슬쩍 돌아서 김종수 프로에게 물었다. "최호철과는 평소 리그에서 승률이 어떤지?" 김종수는 괘활하게 고한다. "요즘 30퍼센트도 안됩니다."


▲장시영 압구정기원장의 대국개시 선언에 맞춰 결승전을 개시한다. 김종수 프로-최호철.


장시영 압구정기원장의 대국개시로 결승전이 개시되었다. 


정말이었다. 최호철은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씩씩하게 속기로 두어나갔고 김종수는 에이 조심스런 행마로 긴 승부로 나갈 참이었다.


중반에 들어설 무렵 좌변에서 50집을 상회하는 큰집을 마련한 최호철은 여유로운 인상이었고, 김종수는 균형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따라 붙는 모습. 


후반 들어서도 반면 2~3집 가까운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던 바둑이 끝까지 그 격차를 유지하며 끝내 최호철이 3집승을 거둔다. 


표정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최호철은 계가를 확인하고서야 긴장이 풀어진 듯 환하게 웃는다. “압구정리그에서는 간혹 우승을 하지만, 왕중왕전은 7회를 이어오는 동안 처음 우승이다. 아무래도 초반은 대진운도 좋았다. 압구정리그는 고향과 같다. 평소 공부한다는 자세로 꾸준히 연마를 하고 배우고 있고, 프로사범님들도 자기를 희생해가면서 대국해주는 모습에 늘 감사드린다.”


2023 압구정왕중왕전 전국바둑대회는 강남구바둑협회가 주최·주관하고 (주)GUESS· 강남구체육회· 바둑TV· 바둑일보가 후원했다.


사진과 함께 대회 분위기를 전한다.







▲노상호-김세현.


▲이석희-서수경.


▲이재철-장시영.


▲조민수 서부길.


▲압구정리그 총무 김승민-압구정리그 사무총장 장혁구


▲최욱관-김동섭.


▲김지수.


▲조경진.


▲장부상.


▲서수경.


▲김수영.


▲임상혁.


▲양세모-이용남.


▲조민수-이용만.


▲'우리는 절친 그러나 승부는 승부.' 안재성-김종수.


▲이용만-김수영.


▲김일환-최호철.


▲김종수-최욱관. 비상식적인 위치(좌표상 5에7)에 흑돌을 놓고 있는 최욱관. 기자가 사진을 찍자 이를 의식하는 듯 슬쩍 눈이 마추친다. 속기파 전투형인 그는 계속 이 포진으로 대국하고 있었다.


▲강원중-김동섭. 강원중은 강훈 프로의 친형이며 바둑도 엄청 강하다.


▲4강전1. 김종수(승)-김수영. 


▲4강전2. 안재성-최호철(승).


▲결승 김종수-최호철.


▲김종수 프로. 프로시니어리그에서도 1지명의 강타자이다.


▲시니어 최강그룹 최호철.


▲종국 모습. 계가 결과 흑3집승이 확정되자 김종수 프로는 막판에 따라왔는데 의외의 결과라고 하는 듯 놀라는 표정이며 최호철은 지긋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 


▲즐거운 시상식. 우승100만원이며 8위까지 소정의 상금이 돌아갔다. 최욱관(5위), 이용만(3위), 최호철 김종수, 김수영(3위), 서수경(5위), 장시영 강남구바둑협회장 겸 압구정기원장(시상).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227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