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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16 01:59:02
  • 수정 2023-08-16 02: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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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맑은샘배 우승자 이현영.


여자유단자가 아직 소수인 게 작금의 현실이다. '여자가 살아야 바둑이 산다'는 귀에 익숙한 슬로건이 이젠 부끄러울 정도다. 이에 어린이바둑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뜻있는 분들이 맘을 합쳤다.   


충암바둑도장 조국환 원장, 김신영 프로의 부친 김수기 원장, 짝궁페어대회를 후원하는 강산 김대환, 멀리 전남바둑협회(회장 기명도), 충북바둑학원 최계성 원장, 비올렛베이커리. 그리고 박장우, 양세모, 이승희, 정택근, 심우섭, 송난희, 이동은, 장수연…, 이 아름다운 분들의 십시일반이 보태져 여자맑은샘배라는 옥동자를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미래인 건 성장하기 때문이다. 바둑꿈나무들은 한 달 다르고, 한 학기 다르고, 1년이면 몰라보게 다른 법. 여기 모인 16명의 여자어린이들도 나날이 성장 발전하는 모습을 서로 서로 확인하고 싶을게다. 멀리 여수에서 청주에서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맑은샘배는 국내 유수의 바둑도장 바둑학원에서 대표선수 감을 출전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맑은샘배의 모토가 '당신이 최고라면 맑은샘배에 도전하라'는 것이니, 16명이 출전했다면 거의 전국 16강이라도 봐도 무방하다. 또한 이 무대에 이름을 올리는 어린이는 아마도 빠르면 2~3년 후 입단소식을 듣게 될지 모른다. 

 

▲광복절 오전10시 서울 바둑과사람회관에서는 여자맑은샘배(13세이하)가 치러지고 있다. 전국 유명바둑도장과 바둑학원에서 대표꿈나무 16명이 출전했다. 


노력 이외의 일로 고통 받는 꿈나무들이 없게끔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대회. 지금은 어엿한 일본 관서기원의 중견프로이자 일본바둑계 중추로 자리 잡은 아들 홍맑은샘의 이름을 걸고 아빠 홍시범(바둑과사람 대표)이 만든 보은(報恩)의 대회가 맑은샘배 아니던가.


이렇게 한번 두 번 하다보면 전통이 되고 역사가 된다.


한창 피어나는 꽃망울들의 경연장 맑은샘배 여자어린이최강전(이하 여자맑은샘배)이 '지금은 여자바둑시대'임을 천명하듯 광복절 두 번째 대회를 열었다. 


16강전으로 펼쳐졌다. 입상을 바라보는 실력파들이 아니라도 여자초등 유단자들이 용기를 내어 모두 출전했다. 현실적으로 저학년들과 고학년들은 실력차가 존재하다보니, 고학년 위주로 출전했다.(저학년 여자어린이를 위한 대회는 한글날(10월3일) 치러진다.) 


기존 맑은샘배와는 별도로 여자어린이만 출전할 수 있는 2023 맑은샘배 여자어린이최강전이 광복절인 15일 오전10시 서울 바둑과사람 회관에서 16명의 정예 여자꿈나무들이 출전하여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힘껏 경주했다. 


▲결승 모습 지유진(청주)-이현영(서울).


“아직 멀었어요. 이제 겨우 두 번 밖에 우승 못 했는데요~!” 


두 번째 여자맑은샘배에서 이현영이 지유진을 이기고 개인 4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는 A7리그 4라운드 각 10분에 30초 3회가 적용되었다. 


당초 우승후보는 송연재 이현영 정재인 우하영을 꼽였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이기에 우열을 미리 예상한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여타대회에서의 성적을 감안하면 그렇게 예상하는 게 정상이었다.    

송연제는 이현영과 2라운드에서 패했고 다음 3라운드에서 우하영에게 거푸 패했다. 작년 3위에 올랐던 우하영은 엄유주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고, 작년 3승을 올렸던 정재인은 첫판에서 남윤진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우승 꿈이 멀어졌다.


결국 이현영(서울)과 지유진(청주)이 결승에서 만났다. 두 선수는 몇일 전 대통령배 예선에서 만나 지유진이 반집을 패한 적이 있다. 그리고 타이젬 5단(엄)과 6단(이) 정도의 실력이기에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었다.


▲유튜브 라이브 중계가 실시되고 있다. 지금 장면 중앙처리에서 흑이 우세를 확립한다.


포석은 공부하는 어린이들답게 인공지능처럼 서로 엇비슷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중앙싸움이 변수가 되었다. 중앙전투에서 힘이 살짝 우세했던 이현영이 쉽게 수습을 하는 통에 실리에서 한참 우위를 나타내고 말았다. 결국 251수만에 19집반이라는 큰 스코어차로 이현영이 이겼다. 


이로써 우승상금 100만원과 트로피를 받은 이현영은 “이번주 있을 문화체육부장관배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올해 안으로 타이젬 8단에 오르고 싶다.”며 솔직한 목표를 밝혔다.


늘 밝고 명랑한 소녀 이현영은 5학년이던 작년 대통령배에서 덜컥 우승을 하더니 올해 여자맑은샘배에서 우승하여 개인 두 번째 우승. 


사진과 함께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바둑과사람 회관 앞 도로에는 자그마한 입간판이 바둑대회장임을 알린다.


▲남윤진-이지유(승).


▲송연제-이현영(승).


▲우하영-엄유주(승).


▲김채원-정재인(승).


▲전남 여수에서 출전한 황나윤.


▲황나윤의 가족. 황나윤, 엄마 이경미 씨와 동생 황준서와 함께.


▲다카하시요시노(일본).


▲박영채-다카하시(승). 일본에서 조석빈 사범에게 사사하는 연구생 다카하시는 방학을 맞아 여러 친구들과 충암바둑도장으로 단기 유학을 온 케이스란다.


▲조안나(승)-김채원. 조안나는 다카하시와 일본서 같이 온 조석빈 사범의 딸. 


▲충암바둑도장에서 단기 유학중인 일본 일행들 기념촬영. 충암도장 조국환 원장, 아야카, 조안나, 조은진 인천송도충암학원장(뒤) 요시노, 카이세이, 류노스케.


▲일본서 활동하는 조석빈사범(오른쪽 뒷줄)은 방학때마다 유망주들을 데리고 충암도장에 단기 유학을 온다고. 사진은 올 2월 방한했을 때 모습.


이지유(5위).


▲위 이지유의 바둑을 유튜브로 유심히 지켜보는 두 분은? 이지유의 아빠 이용희는 유명 시니어선수이며, 오른쪽 김은선 프로는 이모. 


▲김은선 프로는 엄마표 정성으로 자신의 도장학생들은 아니지만 우하영-엄유주 대국을 열심히 복기지도 해주고 있다. 


▲김은선 프로가 일타강사로 지도해주고 떠나자, 조국환 원장과 김수기 원장이 역시 복기 지도에 여념이 없다. 하긴 '내 아들 네 딸'이 아니라 모두 우리 바둑아들딸이니까.


▲4강전. 엄유주-이현영(승).


▲엄유주는 작년 1승에서 올해는 일약 3위에 올랐다.


▲지유진(2위).


▲이현영(1위).




▲"태도도 훌륭하고 기량도 우수한 여러분이 한국바둑의 희망입니다. 제2의 최정, 제2의 김은지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유쾌한 심우섭 심사위원장의 총평을 듣고 시상식이 이어진다. 


▲이쯤해서 일본서 홍맑은샘 프로가 e메일로 전해온 인사말씀을 한번 들어보자.


▲즐거운 시상식. 여자맑은샘배 우승상금 100만원이고 8위까지 순차적으로 소정의 상금이 주어진다. 게다가 즉석에서 이름 지어지는 특별상도 많아서 즐거운 여자어린이들의 잔치가 되었다. 사진은 특별상수상자들. 김소정 양하영 박영채 조안나. 심우섭 심판위원장(시상).


▲공동5위(8강) 시상. 송연재 이지유 다카사키요시오 정재인. 충북학원장 최계성(시상).


▲공동3위 시상. 엄유주 이하영.


▲우승 준우승자에게 수여될 상패 앞면엔 기보가 새겨져있다. 바로 홍맑은샘 프로가 아마시절인 2000년, 당대 최고수 이창호 프로에게 프로아마대항전 1위전에서 정선에 도전하여 쾌승을 거둔 일생의 기보.

 

▲준우승 시상. 지유진과 장수영도장의 김은선 프로(시상).


▲우승 시상. 이현영과 박순옥 충암도장사모(시상)


▲"매년 8월15일 광복절엔 무조건 여자맑은샘배가 열립니다! 한글날(10월9일)엔 꼬마여자어린이최강전(9세 이하)이 또 열립니다!" 출전선수들이 모두 함께 기념촬영.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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