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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27 00:48:15
  • 수정 2023-06-28 11: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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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어제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추홀은 계속된다. 제84회 미추홀바둑리그 1라운드 모습.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맥아더가 바둑을 진작 알았다면, 미추홀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그런 택도 아인 소리는 안했을 테다. 오늘만큼은 서능욱 정대상 등 老승부사는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았다. 다만 더 노련하고 더 노회했을 뿐. 


인천의 자부심 미추홀바둑리그 84번째 대회가 25일(일) 오후1시30분부터 인천 모래내시장 인근 인천바둑발전연구회(김종화 치과 내)에서 상반기 결산대회로 조촐하지만 뜨겁게 개최되었다. 


프로와 아마강자 그리고 그들과 한 수 배우길 거부하지 않는 멤버들까지, 38명이 힘을 합쳐 하루 왼종일 바둑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번 달엔 정대상 서능욱 등 노병과 함께 첫 출전했던 전주의 양동일이 탁월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레벨 양동일은 다음번 참가할 때부턴 0레벨로 올려두기로 했다. 그만큼 준비된 고수였다.  


▲6월 미추홀 우승자. 속사포 정대상, 신출귀몰 서능욱, 첫 출전 양동일.


셋째주로 고정이던 미추홀이 이번엔 넷째 주로 이동되었다. 워낙 전국대회가 몰려있다 보니 날짜 잡기도 어려워졌다. 오늘도 경기도시군리그가 마지막 날이어서 김동섭 이용만 윤명철 소재경 등 미추홀러 중 몇몇 분들은 아예 참가를 못했다. 


또한 늘 진행은 맡아 수고하던 한국장애인바둑협회 현명덕 회장 외 도우미들이 다른 행사 때문에 부득불 불참하는 바람에, 장두화 총무님과 곽계순 여사님이 더블 도우미로서 매끄러운 진행을 자랑했다. 하긴 한 두 명이 빠진다고 해서 스러질 미추홀이 아니다. 84회를 자랑하는 경륜이 있다.


미추홀은 프로든 아마든 주니어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수준이 꽤 높다. 다들 아시겠지만 시니어와 주니어는 당연히 기량차가 있기에 정선 정도로 맞추었다. 주니어들은 시니어 프로와 호선에 두고 시니어와는 정선에 둔다. 


게다가 입상을 자주하는 선수에게는 플러스(+)제도를 확립하여 시니어에게 '좀 봐주라'고 해도 주니어들이 많이 이긴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는 시니어끼리 묶고, 주니어는 주니어끼리 묶어도 어차피 결국엔 만난다. 젊을 수록 바둑이 세고 어린 학생들은 더 세다. ‘휴우~’ 


▲1회전 최고의 카드. 양동일(승)-조은호.


1라운드는 고라니 표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1라운드를 무사통과하면 평균 수명이 연장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꿈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단명할 터. 


희한하게도 1라운드에서 이변은 없었다. 둘 다 1레벨인 조은호-양동일 전이 관심이었고, 조은호는 연구생을 하다 학업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날카로움을 가지고있으며 최근 미추홀을 우승한 적도 있다. 


그런 조은호가 ‘굴러온 돌’ 양동일에게 완패했다. 양동일은 전주에서 국무총리배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겸사겸사 출천한 케이스. 


날이 더워서일까 2라운드에서도 이변은 없다. 신입 3레벨 김창호가 살짝 자신보다 윗길인 장혁구 임흥기를 연파한 게 눈에 띌 뿐이다. 


‘이런 정신머릴 봤나?’ 매번 1시간 일찍 도착해서 맘을 다잡는 한세형이 서능욱 프로에게 축을 착각한 나머지 고작 20수만에 불계패한 게 특기사항. 200수가 아니고 20수 임.


▲인하대 대표주자 장혁구-첫 등판 김창호. 

  

빗장을 풀어놓은 3라운드가 진짜 생태계를 흔들어놓을 무대. 


3레벨 김창호는 울타리가 풀리지 마자 '거목' 나종훈 프로에게 막혔고, 최근 강릉에서 차비 들여가면서 출전하는 서능욱 프로는 찐기자를 ‘빅 백승’으로 고통을 줬던 이석희에게 승리했다. 


최홍윤 프로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대표이던 김준영에게 승리했고, 정대상 프로는 끝장승부의 달인 안재성에게 쾌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신입 양동일은 서중휘 프로에게 승리하며 주니어급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자, 5명이 결승에 올랐다. 1명 와일드카드는 1패자 중 최고실력자인 서중휘 프로. 따라서 총 6명이 결승을 한다. 여기서 서중휘 프로가 승리한다면 준우승자로 격상된다.


추첨 결과 서중휘-서능욱, 정대상-나종훈, 양동일-최홍윤. 쟁쟁한 멤버다. 프로 5명에 아마는 양동일 1명. 프로가 이처럼 힘을 쓴 적이 있었던가 싶다.


▲결승1. 서로 너무나 잘 아는 상대끼리. 속사 정대상(승)-거목 나종훈.


이변이 없었던 이번 대회에서 비로소 결승에서야 이변이 나온다. 


먼저 정대상-나종훈 판은 치열했다. 마치 시니어바둑리그를 보는 듯한 박진감. 사나운 주니어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겠는가. 피터지게 싸우더니 결국 대마 살상극으로 마무리 된다. 속사포 정대상의 불계승. 


다음 서능욱-서중휘 전. 누구라도 서중휘가 나을 줄 알았다. 치수가 일단 호선이다. 같은 시니어프로이기 때문이다. 일단 서중휘가 20살 이상 젊지만, 결국 40살이 넘기는 매한가지이니, 시니어 2호봉이나 시니어 20호봉이나 똑같이 시니어다. 


그러나 흑을 든 서능욱은 마치 강릉에서 인천으로 대회를 위해 날아왔으니, 차비라도 뽑아야 한다는 헝그리 정신에 입각하여 맹공을 퍼부으며 완승, 인천의 간판이 죽지 않았음을 알렸다. 서능욱의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찐기자는 좀 감명. 


서능욱과 정대상은 최근 주니어 강타자들이 살짝 줄어들자 힘을 부쩍 쓰고 있다. 지난 대회에 이어 또다시 우승이니 둘 다 2연패. 


▲결승2. 시니어 2호봉 대 시니어 20호봉의 대결. 서중휘 프로-서능욱 프로(승). 


오늘의 히어로 양동일은 최고수 최홍윤 프로에게 정선+3점으로 도전하여 성공을 거둔다. 


패싸움을 여러 번 하더니, 인상을 보아하니 최홍윤이 흙빛이다. 양동일의 존재를 잘 모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양동일은 작년 재작년 전국동호인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주니어 선수. 지금 보니 시니어고수의 수준은 넘은 듯하고 주니어강자는 될 듯하다. 


양동일은 연구생 경험도 없고 순수 독학으로 이 정도 기량을 쌓았으니 대견할 뿐이다. 현재 압구정리그 백호에 속해있으며 7연승 중이다. 이 정도면 최홍윤도 느닷없이 패했지만 수긍은 될 테다.  


▲결승3 최홍윤 프로-양동일(승). 치수는 정선+덤3개.


오늘도 힘겹게 대회를 마감했다. 미추홀의 특장점 중 하나는 처음 시작한 멤버들이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는 것이고 모두들 사진촬영에 인한다는 사실. 


이번 달에도 3승상, 준우승상, 우승상 시상에 이어, 행운상으로 고급 치약과 시가 5만원 이상하는 유리그릇세트. 그리고 홍삼선물용 세트가 주어졌다. 


모두 갈비집에서 식사를 맛있게 하고서 소주가 한 순배쯤 돌았을때 누군가 또 시작했다.


‘한번 하까? 됐나?’

‘그래 됐다!’ 


불 꺼진 대회장을 다시 노크하며 10여명의 바생바사들이 개인전 포함, 편바둑으로 또 밤을 달렸다. 헤어지기 싫어서리.


※ 7월8,9일(토일)은 인천 영종도에서 인천바둑협회장배가 1박2일로 펼쳐집니다. 우리 이날도 밤을 새워 바둑과 씨름합시다! 그냥 씨름도 좋고요~.






▲개시 1시간 전부터 공부하는 시니어 선수들. 한세형은 잡지를 통해, 안재성은 스마트폰으로 기보를 놓아보고 있다.


▲이 시각 주방에서는 시원한 수박을 쓸고 있다. 이날 냉장 수박 세 통이 제공되었다. 수박쓰는 분은 곽계순 여사님. 


▲곽계순 여사의 1인2역. 수박을 쓸고 난 후, 대진 추첨과 접수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부군 김종화 대회장과 장두화 총무가 도와주고 있다. 


▲'촌음을 아껴서리 한판 두어야지~!' 평소 구면인 임흥기-나종훈 프로가 '삼만원증권배'를 개시하고 있다.  


▲이윽고 대회 개시. '맘껏 퍼주는 남자' 김종화 대회장의 인삿말을 하고 있고, 


▲이어서 최병덕 미추홀 기우회장 겸 인천바둑협회장의 인삿말. "7월 둘째 주말 영종도로 협회장배에 꼭 참석하세요~!"


▲아무리 바빠도 신입 패밀리들의 소개. 서있는 3명(김창호 양동일 김현우)이 처음 오셨다.


▲오후1시30분. 대회가 개시된다. 


▲곽계순 여사의 1인3역. 전주 양완규 대선배와 한판.


▲강경덕-김종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대표 김준영-최홍윤 프로. 





▲이기수 최병덕.


▲임흥기 김세원.


▲장혁구-김선홍.


▲이석희-손오공(승).


▲괴력의 양동일이 서중휘 프로를 꺾었다.


▲강민서-김한주.


▲'돌통 아래 돈이 보입니다 그려~!'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님과 김선홍 인천중구협회장 간 만원증권배. 


▲헉! 곽계순 여사의 1인 4역. 시상식 준비(상금을 담고 있다)에 한창입니다.


▲3승상. 김종화 강민서 김준영 정제민 조은호 김세원 안재성 박휘재 최병덕. 


▲우승보다 더 귀한 준우승 시상. 최병덕(시상) 나종훈 최홍윤 김종화(시상).


▲대망의 우승 시상식. 최병덕(시상), 서능욱 정대상 양동일, 김종화(시상).


▲고급 치약세트는 강민서 노상호 김창호 김한주에게 돌아갔다.


▲고급그릇세트는 처음 온 김현우에게 돌아갔다.  


▲아니, 이렇게 건장한 사나이가 몸에 좋다는 홍삼선물세트를 받다니? '세상 참 안 고르다.' 행운대상 송양석.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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