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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17 20:54:39
  • 수정 2022-10-17 21: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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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젊어진 미추홀바둑리그 10월대회가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 48명의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3명의 우승자를 가려내었다. 맨앞은 김동섭-이석희.


그날도 오후1시 반쯤 대회가 개시되었는데, 오전11시부터 대회장에 당도했으니 고파도 엄청 고팠다.  8월은 코로나감염 뒤끝이라 부득불 불참했고, 9월은 전국대회가 겹치다보니 역시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매달 벌어지는 미추홀에 겨우 두 달을 빼먹었다고 이토록 그리워질 줄이야. 바둑보다는 사람이 고팠다. 이미 기자도 미추홀패밀리가 되었나 보다.


오랜만에 출격하니 낯설다. 짧게나마 미추홀을 소개하고 가자. 매달 셋째 일요일 인천에서는 딱 시골운동회 같은 미추홀리그가 있다. 미추홀은 인천의 옛 이름이다. 과거 인천 인근의 바둑마니아들이 모여서 미추홀기우회를 만들었고, 미추홀기우회의 자체 대회를 일반동호인에게 개방하기에 이르렀고, 지금은 패밀리대회의 새로운 모럴을 제시하는 선도적인 대회로 자리잡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16일 오후1시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에서는 하루 4승을 꿈에도 기원하는 ‘바생바사’ 48명이 모여 제76회 미추홀바둑리그를 열었다. 


이번 달에도 대회가 많다보니 주니어 시니어 몇몇 선수들이 부득불 빠졌다지만 여전히 강호는 넒고 고수는 많다. 프로도 있고, 주니어 시니어강자도 있고, 바둑꿈나무들도 있고, 요즘 보기 드문 2030 젊은 고수들도 있고, 수십년째 지역구에서는 적수가 없는 '마르고 닳은' 1급들이 즐비하다.


▲인천의 간판스타의 프로아마대결(서능욱-서부길)을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이 관전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대회개시 전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미추홀식구가 늘어나다보니 달마다 소소한 대회에서 입상하는 식구들이 늘어나고 따라서 개시 전에 일단 그들에게 축하 박수부터 전달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봉 J.S Together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철주. 인천시장배 시니어여성부 우승자 양덕주. 전국체전 여자단체 금메달 송예슬. 노사초배 시니어여성부 준우승자 서부길. 그리고 3위 이철주. 전국노인바둑단체전 우승 최병덕 서부길 윤명철이 소개된다. 


이렇게 지난 한 달간 대소의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분들의 이름이 모두 미추홀패밀리라니, 당연히 떡이, 갈비가 없을 손가(떡갈비 아님). 이번 달도 미추홀에서는 잔치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레와 같은 축하 박수를 치고 있자니, 너도 나도 속에서 시뻘건 게 올라올 테다. ‘언제까지 박수만 칠 수 있나. 나도 우승 한번 해보자’하는 용암 같은 결기.


미추홀은 딱 네 판만 이기면 우승이고, 우승자가 한 두 명도 아니고 세 명씩이나 되는데, 출전자 4명 중에 내가 뽑힐 가능성은 매우 높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말야. 우승 준우승은 그렇다 치고 3승만 올려도 입상인데, 그 3승도 보일 듯 보일 듯 늘 빗나간단 말이야... 


▲홍이점 대결 장혜민-곽계순.


결석한 사람을 제외하고서 나의 이름표가 올라가면서 착착 윗사람과 대진이 확정되면 서서히 긴장감이 음습한다.


1,2라운드에선 맹수과 0~1레벨끼리, 그리고 고라니과 2~3레벨끼리 붙이니까 라이벌전이 잘 일어난다. 이번 달엔 고라니과에서 볼만한 대결이 많았다. 피차 만만한 진재호-최병덕, 인하대 선후배끼리 장혁구-하승철, 홍이점 곽계순-장혜민 대결이 그것이다.


‘흐흐흐...’ 1회전에서 기자는 숙적 최병덕 회장과 만났다. 


미추홀에서 기자가 꺾을 수 있는 후보군은(거명된 분들의 드센 항의가 예상되지만) 최병덕 김종화 곽계순 정도가 꼽힌다. 1회전에서 최병덕, 2회전에서 김종화 혹은 곽계순을 만나면 최상의 대진인데... 여태 수년간 출전해봤지만 그런 골든 시나리오는 한번도 안 일어났다.


밖에서 청귤을 까먹으면서 떠버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찐기자는 최회장 들리게 한마디. “오랜만에 출전하니까 또 이런 복도 다 있네요.” 그러자 최회장도 지지 않는다. “난 대회에서는 강하단 말이야. 아까 우승했다고 박수 받았잖어? 편히 취재하게 일찍 보내줄게.” 


역시 당구 치러가자는 사람이 당구비용을 다 물어내는 법이며 카드를 먼저 까는 사람이 지는 법. 기자는 촐랑대더니 보기 좋게 대마 두 덩어리가 떨어지면서 만방패하고 말았다. 또 다른 라이벌전에선 선배 하승철이 이겼고 멀리 아산에서 미추홀에 출전한 장혜민이 ‘왕언니’ 곽계순을 잡았다. 


▲결승대결1. 한경남-서중휘(승). 한경남은 정대상 프로를 꺾었으나 화룡점정에는 실패했다. 한편 서중휘 프로를 꺾는 사람에게 특별상금을 지급하는 '서중휘를 꺾어라!' 이벤트를 실시했으나 결국 특별상금은 굳고 말았다.


2라운드에서도 연승을 기록한 이는 맹수과에서는 최홍윤 서중휘 조종신 정대상 서능욱 프로 5인에다 오늘 처음 출전한 박성현이 당당 2승. 고라니과에선 남경석 안영우 등 익숙한 이름에다 이지훈 최동균 남정득 등 뉴페이스.


이들 뉴페이스들과 아까 박성현은 그 유명한 2030 청년들이다. 여자선수보다 다 귀한 젊은 친구들인데, 이들은 한 달에 한번 이상 씩 오프모임을 하는데, 오늘 낯선 초원을 방문해 풀이란 풀은 다 접수할 모양이다.


자, 이제부터 초원의 칸막이가 열리는 3,4라운드다. 사자 표범 킹코브라 고라니 임팔라가 뒤섞인다.


최홍윤은 남경석을, 서중휘는 최동균을, 서능욱은 남정득을, 조종신은 안영우를 잡아 역시 프로사냥꾼임을 뽐냈다. 0레벨 같기도 하고 1레벨 같기도 한 박성현은 같이 온 친구 이지훈을 잡아 탄력을 받았고, ‘반치타 반고라니’ 한경남이 사냥꾼프로 정대상을 잡아 기염을 토한다. 한경남이나 박성현이나 둘 다 젊은 2030세대. 


▲고라니가 표범을 잡은 '전설의 고향' 주연 한세형. 그는 인공지능을 돌려보면서 여전히 공부중. 


여기서 고라니가 표범을 사냥한 '전설의 고향'을 들려주어야 한다. 나이 칠십을 바라보는 노회한 고라니 한세형은 꾸준히 기보를 놓아보고 사활책을 꿰차면서 다리 근육을 키우던 와중에, 한입에 자신을 식 하려고 달려드는 표범 이철주를 뒷발 저격KO승을 거둔 옛 이야기 말이다.  그 후 한세형은 치타로 변신했다. 


하긴, 자주 등장하면 이변이 아니고 전설이 아닌 것. 프로 넷에다 2030 둘. 이 흥미로운 정글서바이벌에서 결국 프로는 프로임을 확인하는 선에서 막을 내린다. 


박성현은 젊은 프로 조종신에게 정선에 덤 5집으로 도전했지만 살짝 부족했고, 정대상을 꺾은 한경남에게도 기대를 했건만 주니어인가 시니어인가 싶은 프로 서중휘의 벽은 높았다. 그리고 최홍윤과 서능욱의 경기에선 중반까지 판을 잘 짠 서능욱이었지만, 역시 뒤로 갈수록 격차를 드러내며 아쉽게도 세월의 힘에 버티질 못했다.


10월의 미추홀은 2030 젊은 그대들이 대거 등장하여 활력이 넘쳤고 역시 젊은 프로들이 우승을 모두 가져간 결과였다. 사진과 함께 미추홀 10월 대회 이모저모를 전한다. 





▲'초심은 누구나 우승!' 48명의 건각이 일제히 스타트.


▲오늘도 변함없이 도우미를 자처한 전국장애인바둑협회 회원들. 가운데는 진행총괄하는 현명덕 회장.


▲김종화 대회장의 개회선언. 왼쪽은 장두화 미추홀기우회 총무.


▲"인천이 KBF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어요!"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 겸 미추홀기우회 회장. 


▲이번 달 처음 출전한 분이 엄청 많다. 대부분 2030그룹이다.


▲2030의 대결. 김남헌-박성현(승). 


▲결승서 만날 꿈을 가졌지만 첫판에 조우한 선후배 장혁구-하승철(승).  


▲서부길(승)-임연식. 임연식은 아주 오랜만에 출전하여 오랜 기우 서부길과 정겨운 한 수.


▲윤천준-박휘재(승). 윤천준은 변호사이며 인천바둑협회 부회장.


▲김세원-남경석(승).


▲김춘식-나종훈(승).


▲이진우(승)-이재철. 이진우는 주니어 정상급이며 이재철은 동호인바둑의 최강자.


▲평소 구면인 한경남과 장혜민의 다정한 복기.


▲서산에서 미추홀을 위해 올라운 장혜민은 타이젬 7단의 강자. 


▲박성현이 이석희와 스마트폰으로 복기를 하고 있다. 


▲정대상-한경남(승). 한경남은 프로 정대상을 꺾었다.


▲이어서 서중휘 프로에게 야심찬 도전을 했지만 중반 이후 무너지며 준우승. 이럴 때 쓰는 말이 '졌잘싸. '


▲결승대결2. 서능욱과 최홍윤이 멋진 대결을 펼쳤고 중반 이후 승기를 잡은 최홍윤의 승.


▲최홍윤. 


▲결승대결3. 조종신-박성현.


▲최근 입단 후 훨씬 정교해졌다는 평을 듣는 조종신.


▲금메달을 딴 프로 3명 조종신 서중휘 최홍윤. 좌 우는 최병덕 회장, 김종화 대회장(시상).


▲은메달 3명 한경남 서능욱 박성현. 좌 우는 전과 동.


▲동메달 10인. 맨 왼쪽 김종화 대회장은 두 대회 연속 3승을 올리는 기염.


▲행운상타기는 3승보다 어렵다. 문영출 김종석 김희숙 이재철. 좌우는 김종화 대회장과 곽계순 인천협회 부회장(시상).  


▲행운 은상 수상자는 2명이다. 김종화(시상) 안영우 최병덕(시상 아님^^) 최회장은 자신이 자신의 번호를 뽑는 신공을 보여주었다. 


▲우승 확률보다 어려운 10월 행운대상은 노상호.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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