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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04 17:19:14
  • 수정 2022-05-04 17: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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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충암바둑학원 조은진(28) 원장이 포즈를 취했다. 조원장은 명지대 바둑학과를 수석졸업했으며 내셔널과 시도리그 선수로 활약하며 다양한 사회활동을 경험한 바둑계 대표적인 재원이다.


그들은 길지 않은 인생 대부분을 바둑에 푹 매료되었고, 자연스레 바둑을 전공했고 전문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환호하는 바둑이 약육강식의 냉혹한 사회에서는 그리 호의적이질 않았다. 


벌써 10년쯤 되었을게다. 웹툰 <미생>에서 장그래는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처지를 ‘미생’이라 표현했다.


연구생 1조에다 명지대 바둑학과 수석 졸업. 전국체전 내셔널리그를 수년째 출전중이며 국내외 대회 다수의 입상 경력까지. 그리고 뛰어난 외국어구사에다 국내 최초로 국제바둑심판자격증까지 취득한 재원이 있다. 덤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이라는 자산도 톡톡히 장착한 미생이 있다. 


팝콘 같은 열성파 조은진(28)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요즘 젤 잘 나간다는 신도시 인천송도국제도시에서 바둑학원을 오픈했단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G타워)에서 바라본 송도국제도시 전경(사진출처=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국제도시는 인천 연수구 송도 일원에 조성된 경제자유구역. 


송도답다. 키 자랑 하듯 우뚝 솟은 빌딩들이 국제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세련되었다. 마치 맨해튼의 한 가운데로 접어든 기분이랄까. 


캠퍼스타운역을 살짝 끼고 돌아서니 상가 밀집지역이 나온다. 각종 영어 수학 과학학원, 피아노학원 재수학원 스터디카페 등등 주르르 나온다. 대형빌딩 전체가 학원가인가 보다. 이렇게 잘 나가는 신도시 학원가에서 용감하게 바둑학원을 차리다니. 살짝 겁이 났다. 


7층에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생각이 싹 변했다. 화려하게 보였던 여느 학원들에 전혀 모자람이 없고, 오히려 ‘학원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뽐내듯, 잘 차려진 카페같은 송도충암바둑학원은 당당했다.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아직 아이들이 붐비는 시간이 아니에요.” 1시 쯤 도착한 기자를 조은진 원장은 격하게  반겨준다. 늘 미생으로만 대했던 그녀를 이렇게 완생의 길목에서 만나다니 실감이 아직 안난다. 


▲ 인천 송도충암바둑학원은 사진에 보이는 빌딩 제일 윗층 화살표에 위치해있다. 내부 사진은 학원 내부.


“첫 창업이라 약간 겁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준비가 많았고 각오도 투철하고... 씩씩하게 내 방식대로 해보려고요. 벌써 아이들도 제법 많아요. 성업 중이죠.(웃음)”

조은진은 대학원까지 마친 후 생활인으로 변모한 건 1년 남짓. 그간 바둑선수로서 이 팀 저 팀 바쁘게 뛰어다녔고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계획은 세울 수 없었고, 이곳 송도에서 6개월 전부터 사범 겸 원장으로 일하다가 이제 진짜 원장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단다. 그래도 명함을 내미는 손길이 초보처럼 어색하지는 않다.  


평소 개성파 열성파 자유파요 자기주장이 분명한 그녀는 바둑동네 젊은이답지 않다. 따라서 워낙 하고싶은 것도 많은 욕심쟁이 아가씨가 스스로를 바둑학원이라는 업으로 옭아맨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저도 상상이 안 갔죠. 다만 가장 제가 잘하는 것이 이 일이고 그간 많은 다양한 경험도 쌓았으니 뭔가 자신감이 생겨났죠. 어차피 갈 길이라면 빨리 시작하자고 맘을 굳혔죠. 월급을 줘야하는 입장이니까 책임감은 생각보다 많이 생기더라고요(웃음).”


▲ 오후가 되자 송도충암학원에 아이들이 속속 도착하여 바둑수업에 열중이다. 앞줄 기보를 놓은 아이들은 선수반이며 현재 타이젬 7~8단 씩 두는재주있는 아이들도 대여섯명씩 된다고. 게 중 신지혜(중1) 학생은 소년체전 인천대표로 선발되었다고.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물어봤다. “제가 해외 나가서도 많은 활동을 했었는데 아이들과 뛰어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심지어 원주민 아이들에게까지 노래나 바둑 한글도 가르치곤 했어요. 사실 10년 전 쯤부터 '교육'이라는 테마를 고민하기도 했었지요.”


뭘 가르칠 것인지 물어봤다. 물론 바둑을 가르친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고, 개성 있는 어떤 콘셉트가 있는 지 궁금했다. “바둑은 자체로서도 매우 흥미로운 거지만. 저는 바둑을 바둑 아닌 요소와 결합해서 가르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바둑영어와 바둑속담 그리고 바둑야화를 활용해서, 이제껏 제가 배우고 익힌 모든 것을 바둑교육에 접목해서 흥미를 갖게 하고 싶은 거죠. 아이들이 다른 데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도 전달해 줄 거고요.”


확고한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그녀 스스로 어릴 적 바둑을 배우면서 아쉬웠던 부분이란다. 그래서 조은진은 바둑학원에서 바둑만 가르치는 걸 극구 지양할 거란다. 


자신이 바둑을 배울 때와는 요즘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일례로 학원에 취미반 선수반이 나뉘어져있는데, 각 반마다 각 아이들마다 취향이 다 다르다고 한다. "정말 욕심나서 배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들이 어느 정도까지 올려달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 어쩌면 학구열이 높은 이 지역의 특성일 수도 있죠. 단순 취미를 하더라고 목표점을 정해두고 최선을 다하는 식의 습관이 잡힌 것 같더군요."


조은진 원장은 학부모와 아이들의 니즈에 스스로를 맞춰간다. 즉, 다수가 바둑수업을 듣지만 천편일률적이어서는 안 되고 개인지도 형식을 띄고 있단다. 내가 잘하는 것을 팔 게 아니라 고객이 사고 싶은 걸 팔아야 한다는 지론인 것. 과연 똑순이 답다. 


▲ 작년 내셔널리그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조은진.


학원이름이 송도충암바둑학원이다. 익숙한 이름 ‘충암’은 아무래도 부친의 영향일 테다. 아빠의 딸로써 비치는 건 도움될까 아님 부담될까. “운영이나 지도방식에 난관이 생기면 언제든지 부모님의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큰 도움이죠. 거의 매일 도움을 받아요(웃음).”  


안 그래도 지난 겨울방학 때 서울충암도장으로 1~2주 바둑캠프를 다녀왔는데, 학부모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앞으로도 정기 바둑캠프도 계획 중이란다. 조은진의 부친은 충암바둑도장 조국환 원장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이곳까지 출퇴근만 3시간이 걸리는 고생을 하면서 송도까지 진출한 이유는 아무래도 송도가 성장할 수 있는 파이가 크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단다. 


조은진(28) 이력
2018년 명지대 바둑학과 수석 졸업
2013년~현재 내셔널리그 및 시도리그 선수
2012년~현재 전국체전 바둑종목 메달 다수 획득
2017년 대학패왕전 여학생부 우승
2018년 세계대학생왕좌전 여자부 우승
2018년 국제페어바둑선수권 한국대표
2018년 BnBK배 여자아마연승최강전 최다연승(7연승)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심판 역임
2019년~2020년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 국제심판 역임
2020년 독일 국제바둑학교 초청 사범
2021년 최초 국제바둑심판자격증 취득
2022년 인천 송도충암바둑학원장


▲조은진 원장이 대학재학 시절 선수로서 일군 많은 상장과 상패들을 따로 진열해둔 방에서 찰칵.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지만 제가 배웁니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을 뺑뺑 돌면서 공부만을 위해서 고생한다고 하죠. 그러나 그들은 꿈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참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아요. 다만 바둑이란 과목은 그 와중에서도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유일한 과목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때문에 바둑이란 없어서는 안 되는 레크리에이션 과목이라는 거죠. 재창조를 위한 과목이라는 거죠. 아이들이 바둑을 배우고나서 성적도 올라간다고 들 해요(웃음).”


조원장은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오고 싶어서 오는 학원으로 만들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바둑선수로서도 롱런하는 소망을 갖고 있단다.  


오후3시 쯤 되었을까. 멀리서 픽업을 원하는 학부모의 긴급 전화를 받자, 기자와의 얘기 도중이지만 곧장 미안하다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다. 


미생들은 연구생 과정을 거쳤기에 탄탄한 바둑실력은 기본이며, 과거 세대와는 달리 바둑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내공이 쌓였기에 꿈나무들에게 신 바둑지식의 첨병이다. 팝콘 같은 열성파 조은진은 분명 완생을 향해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 바둑교육에 젊은 새바람을 일으키며 말이다. 


송도충암바둑학원
상담 문의=032-858-0914 / 010-9838-2158
주소=인천 연수구 신송로121 센타프라자 709호



▲조은진은 학창시절 견문을 넓히기 위해, 그리고 해외대회 출전을 위해 50여 차례 해외를 경험했다. 사진은 유럽콩그레스 입상과 세계대학왕좌전에서 우승한 트로피(좌측). 교육부가 주최한 농어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중고생들에게 멘토링 글로벌 리더로서 영상진로맨트링도 했고(가운데). 작년 한국최초의 국제심판자격증을 따냈다. 올해 개최 예정인 항저우아시안게임에 국제심판으로써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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