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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02 00:00:05
  • 수정 2022-05-02 1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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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쌍쌍파티중!" 지난 주말 서울압구정기원에서는 선남선녀 10쌍이 모여 남녀페어대회를 아담하게 치르고 있다. 


압구정에서 쌍쌍파티가 벌어졌다.


4월의 마지막 날 시니어들의 수련도장 서울 압구정기원에서 바둑을 사랑하는 선남선녀 10쌍이 모여 제1회 압구정 쌍쌍파티를 아담하게 가졌다. 


불청객 코로나로 인해 바둑 해방구 압구정기원(원장 장시영)에서도 '불금토너'가 1년 가까이 중단되는 등 암울한 시기가 이어졌지만 이젠 서서히 풀리고 있는 시기다. 이에 압구정은 시니어바둑을 음으로 양으로 후원해주는 패트런의 도움으로 작은 파티를 치르고자 했다.  


쌍쌍파티는 압구정리그에 출전하는 선수가 최소 1명이 포함된 남녀 페어대회. 현재 압구정기원은 청룡 백호 현무조에서 80여명의 유명선수들이 코로나의 와중에도 열심히 리그전을 이어오고 있으며, 주니어리그 희망21, 레이디스리그도 꿋꿋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쌍쌍파티를 통해 이들을 격려하는 의미가 컸다.


▲"우승과 꼴찌의 차이는 회수권 한장 차이?' 1회전의 가장 박진감 넘쳤던 경기로 우승을 차지한 장혁구+송예슬과 10위팀 강병두+고정남의 종국 장면. 정선+역 덤 5집 치수였던 이 바둑에서 빅이 나왔지만 압구정 로컬룰에 의거, 빅 백승으로 처리되어 장혁구+송예슬은 우승의 시동을 기분좋게 걸었다. 관전하던 이들이 "계가 제대로 한 거야? 복기해봐"라고 농을 던지자, 장혁구는 "전 기억을 못해요!" 라며 거부하자 웃음꽃 만발.


총 3라운드로 대회를 진행한 결과 송예슬+장혁구가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여자랭킹1위였던 송예슬과 압구정기원의 마당발 장혁구 페어는 인천미추홀대회를 동시에 출전하면서 쌓아온 우정을 무기로 최강의 페어를 구성, 경기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출전선수 중 최고단(9단+7단)을 자랑한 송예슬+장혁구가 그러나 쉽게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아니었다. 


첫판부터 험난했다. 송예슬+장혁구는 한양대 선후배 사이인 강병구+고정남에게 손쉽게 낙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의외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상대에게 줄곧 고전하다 빅이 되었고, 압구정룰 빅=백승 조항 덕분에 빅으로 첫 승점을 따냈다. 


김동섭+김시옥을 만난 둘째 판 역시 계가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이었지만 송예슬+장혁구가 5집을 남겨 2승.


▲'억세게 운좋은 페어'  장혁구+송예슬은 결승에서 20년 친구사이인 박지영+우상혁에게 또 다시 정선에 반면 빅을 연출, 무승부 승리를 거머쥐며 1승2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2승1패팀들은 무려 5팀이나 있는 데 말이다. 월드컵 본선이었다면  무조건 밀렸을텐데... 


박지영+우상혁과의 마지막 결승에서도 ‘희한한’ 광경이 나왔다. 나란히 2승이어서 나머지 한판을 이기면 우승이 보장되었다.


박지영 프로는 오랜 친구인 우상혁과는 많은 지도대국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페어대국을 연습하진 않았지만 호흡이 비교적 맞았다. 


객관적인 기력에서는 송예슬+장혁구가 유리했지만 고비 때마자 박지영의 투혼으로 바둑은 극미하게 흘러갔다. 결국 마지막 계가를 해본 결과 반면 빅. 


따라서 운 좋게도 송예슬+장혁구는 첫판에 이어 결승에서도 정선이었던 박지영+우상혁에게 빅=백승의 압구정로컬룰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여기서 잠시, 10개 팀이 출전했기 때문에 노근수+김순득도 2승을 거두어  2승팀은 원래 3개였다. 따라서 추첨으로 노근수+김순득은 1승1패팀 김동섭+김시옥과 맞붙었다. 그러나 당초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었던 노근수+김순득이 의외로 김동섭+김시옥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양팀 모두 2승1패로 경기를 마감.


▲억세게 운좋은 커플 장혁구+송예슬이 승리의 V를 그리고 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승리의 V가 아니라 2무승부했어요" 라는 뜻이라며 평가절하(?). 송예슬은 무수한 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있으나 장혁구는 생애 첫 우승이라며 "비로소 전국구가 되었다"고.


우승을 차지한 인하대OB 장혁구는 우승소감을 말해달리고 하자 “압구정에서 지금까지 고수님들에게 1억이 넘는 월사금을 갖다 바쳤는데, 이번 우승으로 원리금을 되찾은 느낌이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하수의 청을 기꺼이 들어준 송예슬 사범에게 감사하고 모든 출전자들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송예슬은 “우리 팀이 우승후보라고 해서 많이 긴장되었다. 특히 두 판이나 빅이 나서 승리했으니 홀인원을 기록한 기분이다. 좋은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어서 어떤 대회보다 흥미로웠다.”며 승리의 V를 그려보였다. 


압구정기원 장시영 원장은 “원래 고마운 분들끼리 모여 조그맣게 행사를 가지려고 했지만 소문이 나서 신청 팀이 늘어났다. 하는 수 없이 반 강제로 10개 팀만 신청을 받았다. 의외로 호응이 좋아서 부득이 다음 대회를 또 열어야 할 것 같다.”며 향후 대회가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쌍쌍파티는 페어의 합산 단위로 2단 차이가 나면 정선, 4단 차이면 두 점으로 치수를 정했다. 


제한시간은 피셔방식으로 5분+20초를 채택했다. 상금은 우승 60만원에 10위 10만원까지 차등 지급되었다.


사진으로 흥겨웠던 쌍쌍파티 분위기를 전한다.


▲3라운드 대진표.


▲대회 개시 전 출전자들이 대진 추첨을 하고 있다. 신사들이 숙녀들을 어렵게 모신 관계로 참가금은 대납.


▲끝장승부의 달인 안재성+최영주vs 'AI포석을 말하다'의 저자 노근수+김순득.


▲최영주는 2단으로 출전했는데 합계 단수도 11단으로 비교적 약팀이었다. 하지만 안재성의 안정적인 리드속에 귀중한 1승을 거뒀다. 최영주는 대국 후 "정신이 없어 어떻게 두었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준우승을 차지한 우상혁+박지영 vs 박은선+한윤용.


▲압구정 레이디스리그의 강자 박은선과 압구정의 오랜 후원자 '깍두기' 한윤용 단장은 우승 예상득표율 1% 대 조합이었다. 둘은 모두 4단 실력이라 주전 비주전이 따로 없었고, 그냥 열심히 둔 결과 모두가 예상한 아름다운 3패.  


▲시니어여성 최강그룹의 등장이 반갑다. 푸른돌 감독 채영석+압구정 아이돌 김미애 vs 군포 스타 김순득+최근 AI연구가로 변신한 노근수. 승패를 예측하기는 힘든 딱 호선이라는 평가였는데 과연 누가 이겼을까?. 


▲연구생을 거치지 않은 순수 여성 시니어 중 최강그룹인 군포 김순득 5단과 수원 노근수의 열정적인 복기 모습. 이 팀은 예상 지지도에서 단연 2강에 꼽혔다. 둘은 같은 바둑모임에서 몇 차례 호흡을 같이 맞춰본 적이 있다고.


▲압구정 최고의 페어로 우승 0순위라고 자타 공인했던 김미애+채영석. 이 둘은 페어경기를 여태 100차례 이상 소화해냈고, 특히 김미애는 5단보다는 6단에 가깝다는 후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노력과 비례하는 건 아니라서....


▲명지대 바둑학과 재학생 정유진+압구정리그 총무 김승민 페어. 이들은 평소 대국을 즐겨하지만 페어는 처음이라고. 그러나 첫판 실족을 제외하면 2승을 올렸으니 무난한 성적. 정유진은 바둑TV에서 프로와 짝을 이뤄 페어경기에 나섰던 경험이 있고 김승민은 동호인바둑리그를 최다출전을 자랑하는 열성파. 


▲김동섭+김시옥 vs 오병훈+조경진. 두 팀 모두 2승을 거두었다.


▲과거 파크랜드배 페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 있는 맹장 김동섭과 김시옥이 차분하게 판을 이끌며 '예상밖으로' 2승을 올렸다. '불나방' 김시옥 왈 "성질을 죽이니까 이기더라. 역시 짝을 잘 만나야 한다."


▲압구정리그에 출전하는 조경진의 바둑에 매료되어서 페어로 나서자고 했다는 오병훈 (주)루튼 회장은 압구정의 오랜 후원자이다. 역시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2승을 거뒀다. 오병훈은 평소 압구정에서 장시영 원장과 가끔 페어바둑을 두는데, 그는 "페어바둑을 두게 되면 하수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어서 기력증강에 도움이 된다"며 페어바둑 예찬론을 피력. 


▲한양대기우회OB 선후배 강병두+고정남. 강병두는 회사일을 마치고 저녁 늦은 시간에도 압구정기원을 들려 꼭 한판 씩 두고 가는 바둑초마니아. 짝을 이룬 후배 고정남과 호흡이 매우 잘 맞았으나, 대진운이 좋지 않아 우승 준우승팀과 연속으로 만나는 불운. 오랜 압구정의 후원자 강병두 회장은 이번 쌍쌍파티를 기획했으며 선수단에게 거나한 저녁만찬을 베풀기도.   


▲깜짝 준우승을 차지한 박지영+우상혁 콤비. 압구정에서 입단까지 일궈낸 박지영이 20년 친구인 회사원 우상혁을 압구정기원을 소개한 지 1년여가 흘렀다. 그 1년동안 누구보다 압구정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5단 우상혁이 박지영과 짝을 이뤄 '비교적 하수'임에도 쟁쟁한 무림의 고수들을 뚫고 결승까지 진출.


▲가장 늦게 끝난 두 판. 사진 위쪽은 결승전으로 늦게 까지 가는 건 이해가 되는데, 아래 경기는왜 더딜까. 바로 2패팀끼리 10위를 피하기 위해 단두대매치 중이다. 강병두+고정남 vs 채영석+김미애. 


▲이렇게 한판 한판 최선을 다해 둔 결과 우승엔 송예슬+장혁구 페어에게 돌아갔으며 상금 60만원을 받았다. 왼쪽 시상자는 (주)루튼 오병훈 회장.


▲쌍쌍파티는 끝나고 여러 후원자들과 함께 했다. 장시영 압구정기원장, 강병두 오병훈 회장, 송예슬 장혁구 선수, 한윤용 단장.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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