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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21 16:39:41
  • 수정 2022-04-21 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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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이어온 '신사와 숙녀' 아마대항전이 중단되고 '연구생 유망주대결'로 대체된다.


10년 이상 흥행 고공행진을 해왔던 지지옥션배 아마연승대항전이 전면 개편되었다.  


추억의 시니어와 여자 선수들의 가성비 만점의 남녀 성대결 신시와 숙녀 아마연승전이 올해부터 남녀 연구생 들의 대결로 바뀌었다. 


오는 24일 오후7시부터 서울 한국기원에서는 남자연구생 김하윤과 여자연구생 이윤 간 첫 대결로 제16기 아마연승대항전이 막을 올린다.  


남녀 연구생의 실력 차를 감안하여 여자연구생은 2007년생 이후, 그리고 남자는 2009년생 이후 출생자들이 출전한다. (아래 대회 출전인원 참조). 이들은 별도의 예선 없이 곧장 본선에 나선다. 


‘반상의 월화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던 신사와 숙녀의 대결이 왜 이렇게 10세에서 14세까지의 꼬마신사와 꼬마숙녀 간 대결로 급변했을까.


제16기 지지옥션배 신대 대 숙녀 아마연승대항전 출전선수 명단
남자(7명)=주현우 원강하 김동욱 박태환 홍준선 이주영 김하윤(무순)
여자(7명)=이정은 이나경 최민서 최서비 이나현 송유진 이윤(무순)


한국기원 측은 “시청률 저하로 흥미가 반감되었기 때문에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한다. 프로대항전의 경우 여전히 인기 만점이지만, 아마대항전의 경우 시니어 측이 최근 4년 동안 연속으로 이기고 있어서 그 좋던 시청률이 점점 급감하고 있다는 것. 


이해는 된다. ‘신사와 숙녀’는 오후7시부터 바둑TV 생방송으로 진행이 되는데, 동 시간대 기타 종편이나 공중파와 힘겨운 시청률 경쟁에 나서야하는 한국기원바둑TV와 후원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작년 5월 한국기원에서 치러진 지지옥션배 아마대표 선발전 모습. 당시 남여 선수 90명이 출전하여 대단한 성황을 이뤘다. 


특히 작년의 아마대항전은 심각했다. 안 그래도 3년 연속 시니어에게 뒤진 상황이었던 숙녀팀은 예선에 연구생 최상위 랭커들을 출전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결정했다. 프로의 경우도 신사팀이 숙녀팀에게 어려워지자 10기 대회부터 시니어연령을 45세에서 40세로 낮춰 균형을 맞춰 진행한 바 있다. 그 덕에(?) 전설 이창호가 출전을 하고 있는 상황.


예선에서 여자연구생을 출전시킨 결과, 공교롭게 시드였던 당시 여자랭킹1위 송예슬을 제외하고, 이서영 이나현 김희수 고윤서 김민서 서수경 등 6명 모두 현역 연구생으로 채워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선발된 연구생은 전원 랭킹 상위권 대표 여자아마선수였다. 그런데도 숙녀팀은 김희중 최호철 두 에이스를 출전도 시키지 않은 신사팀에 추풍낙엽이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내리 4년 연속 대참패를 맛봤다.


▲숙녀팀 김민서(현 프로)와 신사팀 김세현의 대결 종국 모습(바둑TV캡쳐).


여기서 할 얘기가 좀 있다. 작년의 경우는 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작년 그 멤버들끼리 다시 겨룬다고 한다면 결과가 정반대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아마바둑계 상황을 잘 아는 다수의 판단이다.


이유인 즉, 당시 지지옥션배는 6월에 펼쳐졌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여자입단대회가 동시에 개최되었다. 당연히 연구생 최상위 그룹의 여자 선수들은 일생일대의 입단대회에 철저하게 핀트를 맞췄을 것이며, 비슷한 시기에 겹쳐 실시된 지지옥션배 본선은 오히려 그들의 신경을 분산시켰을 것이란 판단이 어렵지 않다. 


고윤서 김희수 이서영은 당시나 지금이나 입단0순위며 김민서는 지지옥션배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며칠 후 벌어진 입단대회를 당당히 통과했다. 참고로 당시 여자연구생 랭킹은 고윤서(3위)-이서영(4위)-김민서(5위)-김희수(9위)-이나현(16위)로 최상의 멤버라고 할만했다.


▲'신사' 한철균과 '숙녀' 류승희의 지지옥션배 해설 실황 모습.


다시 지지옥션배로 돌아오자. 대결이 대결답지 않다면 기울어진 한쪽을 어떤 형식으로 보강하는 건 비난 할 수 없다. 그래서 작년 연구생을 긴급투입해서 실력의 균형을 맞추는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위 설명과 같은 저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1년 만에 ‘연구생을 투입해도 소용없다’식의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 섣부른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핵심은 시니어와 여자선수들의 경쟁만이 타이틀명 ‘신사와 숙녀 아마대항전’에 맞는 취지며, 그러한 훌륭한 매치의 전반적인 서청률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승전, 치수고치기, 프로아마대항전 등은 매치 자체로 팬들의 구미를 당기는 전형적인 사례임을 바둑인이라면 잘 알지 않는가. 따라서 작년의 그 좋은 기획을 다시 한 번 시도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이러한 대회 개편 결정이 제4회 대회 이후 12년째 고락을 함께 했던 시니어와 여자선수들과 일언반구의 대화도 없이 한국기원과 주최사의 독단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자가 만나본 다수의 시니어 선수들은 “이번 결정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아니, 잘 두어도 문제가 되는가. 어느 한쪽이 많이 이겨서 흥미가 반감된다면 다른 쪽을 보강하면 되는 것이지 아예 페지해버린다는 건 행정편의적 발상이다.”며 입을 모았고, “게다가 사전 준비과정에서 상의조차 없었다는 건 심히 불쾌한 일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작년 인기리에 방영된 '끝장승부' 포스터.


기억하겠지만 작년과 재작년 바둑TV는 시니어 대표선수 5명을 내세워 '끝장승부'라는 프로그램을 대히트시킨 바 있다. 세계선수권 출신 유창혁과 서봉수 프로와 아마 시니어대표 5명이 나선 치수고치기 이벤트 ‘끝장승부’는 장안의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성공의 8할 이상은 아마측의 선전 덕분이라는 걸 주최사와 한국기원은 잘 알고 있을테다.  


다시 지지옥션배 아마대항전으로 돌아오자. 이번 연구생 대결에는 '신사 대 숙녀 아마연승대항전'이라는 제목은 그대로 두고 ‘소년소녀 유망주 대항전’이라는 옹색한 부제가 달렸다. ‘신사와 숙녀’라는 멋들어진 제목은 지키고 싶고, 등장인물은 ‘소년소녀’라고 하니 뭔가 심한 언밸런스가 아닌가.


연구생은 엘리트 사관생도의 길을 걷고 있다. 프로에 준하는 최강의 연구생도 아닌, 유망주 사관생도들의 대결을 TV생방송 프로프로그램에서 관전용으로 방영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도 한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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