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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19 11:53:10
  • 수정 2022-04-19 12: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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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친구' 미추홀바둑리그가 70회 대회를 치르고 있다.  


미추홀리그가 칠순을 맞았다.

삶은 계란이 어울리는 화사한 주말,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는 바둑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애기지애(愛棋之愛) 43명이 옹기종기 모여  제70회 미추홀바둑리그를 가졌다.


70회 생일을 맞은 종합대회는 미추홀 이외에는 없다. 더욱 대견한 건 저 지긋지긋한 코로나에도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바둑은 코로나의 특효약'임을 외친 유일한 대회가 미추홀이었다. 공기처럼 물처럼 있는 지 없는지 모를 만큼 내추럴한 우리의 생활 미추홀이다. 


기자(棋者)의 첫째가는 즐거움으로 일찍이 콩쯔(孔子)는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설파했다. 


칠순잔치에 딱 맞춰 반가운 기우(棋友)가 찾아왔다. 바로 대한바둑협회 신임 서효석 회장이다. 이미 6단급 실력의 마니아임에, 인사하러 온 치어리더가 아니고 플레이어로 당당히 출전했다. '오호 대환영!' 서회장도 풀뿌리 바둑의 본 모습을 직관하고 싶었을 게다.


▲칠순잔치에 반가운 손님 대한바둑협회 신임 서효석 회장도 선수로 출전하여 인삿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화 대회장, 서효석 회장,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 그리고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과 진행도우미.


'그래! 오늘도 딱 네 판만 열심히 두자.' 금세 실망하곤 하지만 매달 되뇌는 다짐을 또 하면서, 프로들도 아마강자들도 동네1급들도 모두 기대만땅 미추홀행이리라. 


빵케이크와 떡케이크가 동시에 등장한다. 칠순파티를 자축하는 의미도 있겠고, 멀리서 찾아온 친구를 축하하는 의미도 있겠고, 간식 타임엔 이 대형 케이크 두덩이로 충분하겠다.

1시30분이 조금 지난 시각. 익숙한 손짓 몸짓으로 케이크 커팅도 하고, 국민의례부터 귀빈들 인사말씀도 듣고, 처음 오신 분 자기소개까지 할 것 다 하면서도, 개회식이 길다는 느낌은 없다.


35분 타임아웃제다. 이렇게 단체 시합을 할 때는 끝마치는 시간이 중요한데 딱 부합되는 방식이다. 매정하게 타임아웃이라고 해서 진짜 시간 아웃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승은 2~3명, 준우승도 2~3명. 3승자는 6~7명 나올 수 있다. 시상금은 적지만 수혜자는 많은 박리다매원칙이다. 받아서 역시 즐겁지 아니한 사람 아무도 없다. 모두가 즐거워야 하는 게 미추홀의 사명이다.


▲70회 대회를 자축하는 의미로 인천바둑협회 회장단과 내빈이 함께 케이크 절단식. 정대상 나종훈 곽계순 김종화 서효석 최병덕 서중휘 서부길 정갑수.


조삼모사의 희망고문은 시작되었다.

0레벨 1레벨의 육식에게 초반 2승은 기본목표이며 2레벨 3레벨의 초식에게 초반 2승은 로망이다. 고수들에겐 고수들과의 승부에서 2승을 거두면 우승이 어른거리며, 하수들에겐 하수들과의 승부에서마저 2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후반전은 기대할 게 행운권 추첨 뿐.

최근엔 인천연구생 꼬맹이들이 세졌고 주니어들이 강성하기 때문에 프로든 아마든 시니어들이 힘이 많이 쇠약해진 느낌. 게 중 지지율 급상승 주자는 역시 시니어랭킹1위 이철주. 파이팅이 좋은 이철주의 바둑은 관전용으로 그만인데, 호쾌 이철주는 지난달에도 우승했다.


역시 이철주는 가뿐히 2승이며, 고양시니어 곽웅구와 인천주니어 조종신, 저스트40이 된 서중휘 프로와 나종훈 프로도 역시 2승이다. 오랜만에 곽웅구가 꿈을 키우고 있고 얌전한 공부벌레 조종신은 입상자 이름에서 빠진 적이 없다.    


▲'미추홀 100회를 향하여!' 인천 서부길-고양 곽웅구.


초식그룹에서는 한경남 남경석 정우석 이기수 김종화가 2승이다. 남경석은 1레벨로 올려야하지 않느냐는 주장엔 못 들은 척 2레벨에서 장기집권 중이다. 오늘 처음 등판한 한경남은 부천에서 기량연마 중인 젊은 직장인인데, 그도 1.5레벨은 족히 된다. 


여기서 눈여겨 볼 친구는 인천유소년대표이며 초등4학년인 정우석이다. 


또 김종화 대회장은 첫판을 부전승한 후, 두 번째 판에서 필패의 바둑을 끝까지 물로 늘어져 역전에 성공하며 대바협 서회장을 뉘었다. 뭐, '이변'이라기 보다는 '의아'.


초식과 육식을 한데 풀어놓아 생존전쟁이 벌어질 3라운드는 맹수의 사냥을 감상할 차례. 이철주는 한경남을, 조종신은 남경석을, 나종훈은 김종화를, 서중휘는 이기수의 팔목을 손쉽게 비틀었다. 


이변은 정녕 없는가. 왜 없겠는가. 이변이 없으면 미추홀이 아니다. 시니어 곽웅구가 꼬맹이 정우석에게 일격을 맞은 것이다. 역시 인천바둑의 미래답게 3승을 올리며 초식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우승단골' 시니어최강 이철주-시니어1호봉 서중휘 프로.


3승자가 5명이다. 약속대로 1명은 2승1패자 중 최강으로 사료되는 '손오공' 서능욱이 와일드카드가 된다. 따라서 서능욱이 3승자를 이기면 저격수당으로 준우승자로 격상이 된다. 


이철주가 제비뽑기를 통해 나종훈 프로를 만났다. 정선이다. 어째 좀 쎄하다. 둘은 파이팅 넘치고 피차 만만하다고 느낄 것이니 엄청 유혈난투극이 예상된다. 


시니어1호봉 서중휘는 최강1패자 서능욱과 '똑같은' 시니어프로로써 무거운 대결을 펼치게 되었고, 인천내셔널리거 조종신은 꼬마 정우석과 힘겨운 두 점 바둑을 두어야 한다. 


역시 이철주와 나종훈은 시종일관 신나게 싸우다가 결국 후반들어 '사진을 찍은' 나종훈에게 이철주는 불계승을 거두었고, 조종신은 정우석과 쉽지 않은 바둑을 야금야금 따라붙어서 신승. 


또한 정우석의 스승 서중휘는 시종 머리를 조아리며 난감한 중반을 맞았지만, 탁월한 끝내기 솜씨를 과시하며 3집반을 남겼다. 애잔하다. 막강 서능욱 나종훈 프로가 나란히 패하는 걸보니 세월이 자꾸 흐르는 건 맞는가 보다. 


우승은 서중휘 이철주 조종신. 준우승은 나종훈 정우석. 그리고 3승자는 정대상 안재성 이석희 윤명철 서부길 박휘재 남경석이 차지했다.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서효석 대한바둑협회장 간 아름다운 대결. 두분은 기풍으로 보나 기력으로 보나 딱 맞수였다.


“둘 만 하지!” vs “좋은 상대야!”


마니아 서효석 회장도 먼 길을 달려와 네 판을 두었다. 첫판은 인천바둑협회 최병덕 회장과 만났다. 이 둘의 매치는 최회장이 먼저 서회장에게 제의하면서 주최 측에서 적극 주선해주었다. 서회장도 흔쾌히 '콜!'


그 이유인즉, 지난 금요일밤 바둑TV에서 방영된 서능욱 프로가 등장하는 접바둑코너에서 서회장이 출연하여 석 점 바둑으로 당당히 승리를 거둔 모습을 본 최회장이 살짝 승부를 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막 잡으로 가는' 자신과 기풍이 비슷한 것 같아 엄청난 동질감을 느꼈다고.(동질감=만만함?)


초반엔 미추홀 분위기가 익숙지 않은 서회장이 약간 비틀거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중반 이후 패싸움을 걸어 국면전환에 성공하며 갑자기 다주택을 건설하며 ‘회장 매치’에서 승리. 


돌을 쓸어 담는 패한 최회장에게 “어떻습디까?”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대답은 “둘 만 하지!”

이번엔 이긴 서회장에게 “두어보니 어떻습디까?” 질문하자 돌아온 대답은 “좋은 상대야!”


회장님들의 격이 있는 일급멘트였다. 곧 리턴매치가 성사될 듯. 


▲2라운드에서 김종화 원장과 서효석 회장이 만났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즐거운 맘으로 승리의 V 포즈를 취해준다.  


인천의 상징 서능욱을 TV에서, 그리고 인천의 자존심 최회장을 모조리 보내버렸으니, 정녕 미추홀은 서효석 회장의 승승장구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다음 2국 상대는 김종화 원장이다. 솔직히 기대는 안했다. 대회장 김원장은 늘 대회준비에 여념이 없고 ‘공사가 다 망하여’ 성적이 늘 신통치 않았기 때문. 최근 2레벨에서 3레벨로 셀프 강급했지만 그래도 성적은 그대로다.


평소 대국 중 농담도 자주하는 김원장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시종 고개를 파묻고 세상고뇌를 다 뒤집어 쓴 양 심각하게 두어 갔다. 그러나 반면 상황은 그리좋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서회장의 인천상륙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중반에 접어들면서 서회장은 김원장의 흔들기에 살짝 흔들리면서(아니면 흔들려 준 건지는 잘 모름) 상전벽해, 10집정도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용궁갔다 온 김원장의 첫 마디는 “(서회장님이) 엄청 센데요.” 


여하튼 미추홀 두 영웅 최병덕 회장은 패, 김종화 대회장은 승. 멋진 화국으로 멀리서 찾아온 친구 접대를 제대로 했다. 다음 3국은 팔순 양완규 선생과 4국은 곽계순 여사와 나란히 붙게 된다. 


이후 매치는 사진과 함께 전한다.


아, 오늘은 부활절이라 삶은 계란 150개와 아까 보았던 큰 케이크 두덩이가 간식으로 나왔고, 멸균세척제가 기념품으로 나왔고, 잊지 않고 저녁 갈비만찬이 이어졌다.











▲서효석(왼쪽) 대바협 회장은 대회개시 한참 전부터 대회장을 방문하여 인천바둑의 리더들과 차담회를 갖고 바둑계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서효석 김종화 나종훈 서능욱 최병덕. 


▲개시 직전의 대회장은 이미 몸을 푸는 선수들로 만원이다. 사진은 서중휘 프로가 자신의 제자들과 실전복기를 하고 있다.


▲시니어들도 공부에 여념이 없다. 한세형 한경남 그리고 김세원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말로만 들어왔던 미추홀에 제가 이렇게 출전하게 되어 좋은 기우들을 만난 건 대단한 행운입니다." 한글과 한방 그리고 바둑을 세계만방에 알려야 하는 '3K문화'임을 역설한 서효석 회장은 레벨3으로 출전했다.


▲ 편강한의원 대표원장 서회장은 고가의 편강구전녹용세트를 선물로 가져왔다. 그리고 연말 미추홀대회에 시가 100만원짜리 인공지능바둑판을 경품으로 약속했다.  미추홀기우회 장두화 총무, 최병덕 회장, 현명덕 회장이 검은 선물꾸러미를 받았다. '서회장님! 매달 출전하세요~!' 


▲처음 미추홀식구가 된 젊은 직장인 한경남(타이젬 8단)이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있다.  


▲일제히 경기가 시작되었다. 레벨2끼리 자존심을 걸었다. 한세형-김세원.


▲선남선녀의 경기. 3연패에 도전하는 조종신과 강적을 만난 새색시 송예슬.


▲'수원성'의 오랜 친구들끼리. 시니어1위 이철주-AI전도사 노근수.


▲AI바둑 연구가 노근수가 최근 자신이 출간한 'AI포석을 말하다'를 서효석 회장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미추홀은 경기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많은 바둑인들의 정보교환의 장이 되는 순기능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국체전 인천대표였던 안영우-미추홀 터줏대감 나종훈. 그 뒤는 정갑수-하승철.


▲언제부턴가 미추홀 한 식구가 된 고양멤버들 임춘기-김재훈.


▲'1승을 향하여!' 대한민국공직자바둑연합회 이용직 사무총장이 시니어 여성최고수 곽계순과 경기중이다. 이들은 정맥회 소속으로 평소에도 자주 겨루곤 한다. 이총장은 멸균세척제 100통을 기증했다.


▲머리띠를 동여매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이용직. 카메라에 잡히는 법을 아는 분이다~.


▲같은 2승자끼리 결승의 길목에서 만난 곽웅구-정우석. 그 결과는 사진을 보면 대충 느낄 수 있을 듯.


▲인천의 미래 한국의 미래 정우석(11)은 인천연구생이며 인천유소년리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우승의 길목에서 만난 묵직한 대결 2제. 이철주-나종훈, 그 뒤는 서중휘-서능욱.


▲미추홀 간판스타들의 우승을 향한 열망. 서능욱 나종훈 프로.


▲또 하나의 관심. 정우석(두점)이 실력최강 조종신과 결승을 치르고 있다. 


▲조종신은 떴다 하면 우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3연패.


▲치열한 3승 쟁탈전. 송예슬-정대상. 정대상 프로가 반면 석 집을 남겼다. 김동섭 나종훈 최병덕 서효석이 관전중이다.


▲"김원장이 미추홀바둑을 구했어!" 서효석 회장-김종화 원장(흑) 간 자존심 매치. 바둑판 좌상귀 백과 우상귀 백이 잡혀서 우변에 대가를 확보한 백이지만 대세는 흑에게 기울었다. 이용직 정갑수 이기수 최병덕이 관전하고 있다.


▲평화로운 모습의 대한바둑협회 서효석 회장.


▲세상근심을 모두 짊어진 듯한 표정의 김종화 원장.


▲전주에서 올라온 양완규(84) 대선배도 3라운드에서 동향의 서효석 원장과 일합을 겨루었다. 


▲부창부수-. 김종화 원장이 승리하자 4라운드에서 부인 곽계순이 서효석 회장을 이겨 전리품 1만원권을 획득했다(실제는 1장이 아님^^). 


▲시합이 모두 끝나고서도 이 분들은 연구에 여념이 없다. 시니어바둑의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향학열에 있다. 나이가 들어서 바둑이 안느는 게 아니라 나이고하를 떠나 공부를 안하기 때문에 늘지 않는 법이다. 안재성 이철주 노근수 박휘재 남경석 곽계순 윤명철 김세원. 


▲꾸준히 3승1패를 기록한 자랑스런 얼굴들. 최병덕(시상) 안재성 정대상 윤명철 이석희 박휘재 서부길 남경석 김종화(시상).


▲ 준우승 시상식. 최병덕 나종훈 정우석 김종화.


▲우승자 시상식. 최병덕 이철주 서효석 조종신 서중휘 김종화. 서중휘는 퐁당퐁당 우승이며 이철주는 2연패 조종신은 3연패 째. 


▲행운상 3위. 김종화 임춘기 소재경 안영우 서부길 정갑수 최병덕.


▲행운상 2위. 하승철 안재성.


▲행운 대상엔 공교롭게도 선수가 아닌 행사진행자들에게 돌아갔다. 장두화 미추홀 총무와 정인순 도우미.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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