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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11 16:08:19
  • 수정 2022-04-11 16: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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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125세 이상의 왕시니어들만 출전하는 반상유희(盤上遊戱)가 지난 주말 바둑과사람에서 벌어졌다. 사진은 박강수 박성균-김희중 심우섭(우승) 간 결승전 복기 장면.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맛과 멋이 더한 법. 

오래된 기우와 함께 열정 가득했던 그 때를 생각하며 반상에서 나뒹굴어보는 반상유희(盤上遊戱). 


9일 서울 바둑과사람(구 아마바둑사랑회)에서는 '찐벗' 16쌍이 출전한 가운데 반상 상춘곡(賞春曲)이 펼쳐져 '실력최고' 김희중과 '랭킹1위' 심우섭 페어가 최강 슈퍼주니어에 올랐다. 


A7리그 4라운드로 치러진 대회 결승에서 김희중 심우섭이 박성균 박강수를 초반부터  한치 앞으로 내다볼 수 없는 백병전 끝에 100수가 채 못 되는 수순에서 대마를 잡고 끝냈다.


결승에서는 빡빡한 승부가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급박하게 판세가 돌아가더니 피차 타협이 되지 않는 막다른 길에서 마주쳤다. 


이때 박강수는 수읽기가 어려워 순번을 넘기는 의미에서 선수랍시고 활용을 했고, 이 찰나에 김희중이 응수를 생략한 채 대마를 옥죄어버려 그만 단명국이 되고 말았다.


김희중 심우섭은 안병운 유종수, 김웅환 양덕주, 정인규 김정우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고, 박성균 박강수는 박휘재 주준유, 최진복 안재성, 곽웅구 조민수를 역시 차례로 물리치고 올라왔다.


▲'오래된 포도주' 16쌍이 최강 슈퍼시니어를 가리기 위해 출발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반상유희(盤上遊戱)는 둘이 합쳐 나이가 125세 이상만 참가할 수 있는 페어바둑대회. 대충 나이가 환갑은 넘는, 이른바 왕시니어들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다. 


이번 대회는 2021 내셔널 포항시 팀을 이끌었던 노영균 단장과 이성호 감독이 시니어들의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흔쾌히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또 미지근한 대회는 질색인 바둑과사람 홍시범 대표의 손맛이 어우러져 탄생했다.

125세 대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활인검(活人劍)에서 처음 시도를 했고,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이번에 포항에서 흔쾌히 노장들의 투혼에 힘을 실어주었던 것. 참고로 앞으로 이 대회는 지속될 것이라는 홍대표의 전언이 더욱 출전자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전 출전선수들에 대한 소개로 개회식을 대신했다. 


지난 번 125세 대회에 출전했던 팀이 똑같이 팀을 구성한 예가 많았다. 이석희+정연우, 김동섭+장부상, 곽웅구+조민수, 박성균+박강수, 이학용+노근수, 장시영+박윤서, 서부길+이용만, 안병운+유종수 등 8쌍으로 절반이었다.


다만 지난 대회에서 준우승을 이뤘던 김희중 임동균(나이 합 146세) 페어가 이번에는 발전적 해체를 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를 두고서 실력 최강 김희중이 우승을 목표로 '50년 절친'과 헤어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난달 제주나들이를 동행했던 김희중과 심우섭은 밤새 잔을 주고받다 ‘우리 팀 만들어볼까?’하고 둘의 의기가 투합된 결과라고.


본의 아니게 ‘황혼 이혼’을 당한 임동균은 박정윤을 긴급 수혈하여 등판했으나 그만 9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또 심우섭과 짝이었던 최진복도 본의 아니게(?) 안재성과 새로운 결합을 했고 3위까지 진군했다. 그럼 과거 최진복과 호흡을 맞췄던 박휘재는 고교동문 주준유와 새로운 팀을 결성해 5위까지 올라섰다. 이렇듯 파트너 연쇄이동이 결과적으로 나은 결과가 되기도 했다. 


곽웅구 조민수는 전보다 나은 성적 3위에 입상하여 다음번 대회를 벌써부터 기대하게 만들었고, 66학번 정인규는 연대동문 김정우를 새 파트너로 삼아 5위에 올랐다.


▲이변의 현장. 압구정 백전노장 박윤서 장시영 조를 물리친 김웅환 양덕주 (오른쪽) 조. 김동섭(노란점퍼)이 김웅환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대이변이라면 이학용 노근수의 입상권 탈락을 들 수 있겠다. 이학용 노근수는 대구와 수원에서 AI연구를 가장 활발히 하는 시니어로 정평이 나 있고, 지난 활인검에서 당당 우승을 차지했던 그야말로 최강 페어.


그런데 장시영 박윤서에게 그 좋던 바둑을 실수로 귀퉁이 하나를 떼어주면서 살짝 계가가 모자라게 되면서 맛이 가더니,  이어서 역시 전 대회 4강에 든 이용만 서부길에게 한번 더 연타를 허용하면서 일찌감치 2패를 당해 전도 암암.


또 이변은 있었다. 김웅환 양덕주가 5위에 역시 오른 것은 대 대 이변이었다. 양덕주야 알아주는 실력파인데 그 파트너 김웅환은 전국구라기엔 살짝 모자라는 실력. 


김은선 프로의 부친이며 박병규 프로의 장인이 되는 김웅환은 현재 부천에서 바둑보급 활동에 열심인데, 그가 시니어 최고봉 양덕주를 파트너로 잡은 건 대단한 행운이었다. 양덕주의 입장에서 보면 '불행'이겠지만. 그러나 김웅환은 페어바둑은 성적 순이 아님을 그대로 증명했다.


김재훈 김흥태를 이겼을 때는 운이 따르니 잘하면 8강에는 들겠다고 생각했고, 김희중 심우섭을 만났을 때는 지지리도 복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이학용 노근수를 꺾었던 압구정 박윤서 장시영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일약 5위까지 올라사게 될 줄은 자신들도 몰랐을 것.  

 

양덕주에게 좀 더 강한 파트너에게서 오퍼가 오지 않았냐고 묻자, “(김웅환의) 손자를 제가 가르치고 있어서 갑을관계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고, 이를 옆에서 들고있던 김웅환은 “난 양사범이 파트너가 없으면 나랑 하자고 했을 뿐”이라고 무덤덤하게 대꾸. 1+1=3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케이스였다. 


이 밖에 가는 세월을 잠시 멈춘 슈퍼시니어들의 반상UFC를 사진과 함께 전한다.





▲바둑과사람 전속MC 이승주 전 초등연맹 부회장과 선수대표 임동균의 간단한 소감발표. "김(희중)사범이 절 버리고 어디 잘 사나 보겠습니다!"(일동 웃음)


▲ 한양대 OB 김흥태 김태훈.


▲ 왕년의 유럽챔피언 유종수 한양대 OB 안병운.


▲ 인천의 간판스타 서부길 이용만.


▲'후지사와' 임동균은 성남 박정윤과 짝을 맞췄다.


▲중동고 OB 지창석 조병철.


▲나날이 기량이 일취월장하여 이젠 완연한 전국구 이석희 정연우.


▲개인전 최강 조민수와 '페어기술자' 곽웅구가 전 대회보다 진일보한 성적 3위에 입상.


▲'이 알록 달록한 용기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다들 연세가 지긋해져서인지 손가락이 건조해서 바둑돌이 미끌미끌하기 때문에 물 머금은 스펀지가 필요했다. 


▲'독서실 모드' 대국개시 30분 쯤이 지나면 작전타임시간이 주어진다. 저마다 작전 숙고에 여념이 없다. 


▲검정고시 동문 주준유 박휘재.


▲임동균 박정윤-조민수 곽웅구(승).


▲이 아름다운 대회를 후원한 포항바둑협회 이성호 부회장과 대구열린요양병원 노영균 병원장. 이들은 작년 내셔널 포항시 팀의 감독과 단장이기도 하다. 


▲'첫판부터 세게 붙었다'. 압구정 박윤서 장시영(승)-지난 대회 우승자 노근수 이학용.


▲AI공동연구를 통해 더욱 친해진 노근수 이학용의 작전타임 때 모습. 


▲연세대 팀 정인규 김정우와 한양대 팀 김재훈 김흥태의 공동연구.


▲'부천 식구끼리 3위 자리를 놓고'. 안재성 최진복(승)-김웅환 양덕주.


▲'교수님 서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이석희 정연우가 작전을 짜고 있다.


▲'5위를 차지한 비결을 보라.' 김웅환 양덕주의 열띤 검토중.


▲4강전 곽웅구 조민수-박성균 박강수(승). 


▲역시 4강전. 김희중 심우섭-정인규 김정우.


▲진지한 결승 모습. 김희중 심우섭-박성균 박강수.


▲'박대박' 대구 박강수 괴산 박성균은 '국수산맥' 팀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상대의 실수가 나왔고 김희중 심우섭은 거의 우승이 눈앞에 온 상황이다. 


▲바둑은 천길나락 수상전이 붙어서 흑이 백 대마를 잡고 승리했다. 김희중이 패착을 지적하고 있다.


▲결승국을 비롯한 주요대국은 바둑과사람 유튜브에서 생중계했다. 


▲"슈퍼시니어들의 멋진 승부를 직전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음엔 좀 더 풍성한 대회를 계획하겠습니다." 후원자 노영균 병원장.


▲공동3위 시상. 안재성 조민수 곽웅구 임동균(시상). 


▲준우승팀 시상. 박성균 이성호(시상) 박강수.


▲우승팀 시상. 김희중 노영균(시상) 심우섭.


▲고마운 분들께 맘을 담은 선물 하나씩. 노영균 김길자 이성호. 직함은 포항바둑협회 분들이지만 하는 일은 한국바둑의 한 축을 지탱.  


▲대회를 마치고 전 출전자들의 기념촬영.


▲'바둑과사람을 위하여! 위! 하! 여!"  이 순간을 위해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고 오히려 인원이 더 불었다. 박장우 백규완 김종민 김대환 김진필 정경수 전재명 등 평소 우리들의 대회를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는 분들까지 모두 모였다. 왜 일요일은 아니고 토요일에만 대회를 하는 지 이제야 알았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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