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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22 04:37:20
  • 수정 2022-03-24 15: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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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미추홀리그가 20일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30명의 소수정예가 출전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은 이변의 현장으로 양덕주-남경석(승) 계가 상황에 많은 관전객의 눈이 쏠리고 있다. 남경석의 2집승. 


오미크론에다 스텔스오미크론까지 변종에 변종이 등장해도 우리의 내성도 덩달아 강해지나 보다. 확진자가 수십 만 명이라는 소식에 살짝 주춤하긴 했지만, 오늘 미추홀엔 30명의 인간지능들이 모였다. 이들은 바이러스에 대항해 최후까지 지구를 지키는 전사 같은 느낌이었다.


20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는 미추홀 대표회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미추홀바둑리그 제69회를 치렀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꼬맹이 연구생들에겐 출전을 금했기에 전원 백신 3회 이상 맞은 성인만 출전했다. 



▲ 초기 감기라고 해도 열이 있는 분은 자진해서 빠져주었기에 근래 가장 적은 30명이 출전했다. 맨앞은 임춘기(승)-양완규.


요즘 화두인 기회의 공정이 제대로 지켜지는 미추홀. 제 아무리 하수라도 우승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가 내려온다는 건 참 민주적이다. 그럼으로써 육식도 초식 귀중한 줄 알고 초식도 육식 존경할 줄 알게 된다.


초식은 결국 버티지만 육식의 먹잇감이 될테다. 그러나 굼뜬 소발이 쥐를 잡곤 한다지. 오늘도 이변의 소가 되어보리라 매무새를 다진다.


이번엔 우승자가 2명이다. 준우승자도 2명. 3승자는 6명. 그렇다면 30명 중에서 입상자가 10명이니 확률은 1/3.


게다가 행운권 5장(2만원) 2장(3만원) 1장(5만원). 그러면 봉투를 받을 확률은 1/2을 훌쩍 넘긴다. 미추홀은 과녁 넓은 뺑뺑이.


골치 아픈 꼬맹이 연구생들이 없으니 조금 수월할 걸~.


설마 나만 이런 탐욕적 사고를 가진 건 아니겠지.


▲시니어들은 경기 훨씬 이전부터 나와서 이렇게 연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왼쪽부터 서부길 이철주 최진복 윤찬준 임춘기 박휘재.


주지하다시피 하루 네 판인데, 처음 두 판은 엇비슷한 레벨끼리 만난다. 그러니까 레벨0과 레벨1이 섞인다. 0은 프로나 주니어가 속하고, 1은 시니어나 여자강자 그리고 연구생 일부가 들어간다. 0과 1은 정선 치수.


또한 레벨2는 큰 동네 1급이며, 레벨3은 아랫동네 1급. 그리고 레벨4는 말로만 1급이다. 2와 4는 두 점 치수며 비기면 백승.


이변은 1라운드부터 잉태된다. 나종훈 프로가 '아직 새색시' 송예슬에게 무너진다. 지난달 우승자이며 대회장 청소관리를 도맡은 나종훈의 우승권 탈락이 화제가 될 수밖에.


‘빠른 손’ 정대상은 지난달 우승자 박중훈에게 쓴 맛을 봤다. 그리고 빨강머리가 어울리는 박휘재는 주니어 최준민을 꺾었는데, 박휘재는 어제 제주나들이에 참여했다가 급 미추홀행. 


한편 3월에 우승문턱까지 갔던 최진복은 불행히도 첫판부터 이철주를 만나 꺾인다. 


그런데 지난 달 행운대상 수상자였던 진재호는 초식이면서 육식인 양덕주와 순번이 맞닿아있는 고로, 첫판부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저 많은 초식 중에 왜 하필 내가…’ 


밀림의 왕국을 보면, 풀을 찾아서 이동하는 거대한 누 떼는 리틀 리버를 건너기 위해서는 결국 한 마리는 악어에게 제물이 되어야만 전체가 무사할 수 있다. 꼭 그짝이다. 


▲양덕주(승)-서능욱. 2라운드에서 양덕주가 승리하면서 프로 3명은 모두 2라운드 내에 탈락했다.


2라운드. 송예슬이 김동섭을 잡았고 이철주는 2연속 시니어(박휘재)를 잡았다. 조종신은 1회전에서 이건우 인천연구생을, 2라운드에서는 3월의 패자 박중훈을 잡아 기염을 토한다.


손오공 서능욱은 진재호를 1회전에서 낚아 챈 ‘최강’ 양덕주에게 잡히면서 웬걸, 프로들은 2라운드를 넘기지 못하고 전원 우승권탈락이다. 2라운드만 넘기면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데 말이다.


초식에서는 김세원이 평소 어렵다던 소재경에게 승리하며 2승, 마당발 전국구 장혁구도 하승철 한세형을 거푸 꺾고 2승. 고양멤버 임춘기가 노익장을 과시했고, 남경석이 만만찮은 압구정 노상호를 뉘였다. 이렇듯 4명의 초식왕들이 1시간 후의 운명을 모른채 2라운드까지는 통과했다.


▲송예슬(승)-김세원. 명국 일보직전까지 갔으니 김세원은 무리수 한번으로 급격히 기울고 말았다.


초식과 육식의 칸막이가 치워지는 3라운드.


최강 조종신에게 노장 임춘기가 두 점으로 패했다. 그리고 송예슬은 굉장히 초반이 힘들었으나 순간적인 김세원을 과욕으로 쉽게 결승 진출했고, 이철주는 장혁구를 정선으로 비교적 손쉽게 요리했다. 

 

양덕주-남경석. 마지막 한판에서 이변이 등장한다. 누가 봐도 정선이면 양덕주가 넉넉했을테다. 다만 남경석은 초식 중에서도 좀 질겼다. 속기파인 양덕주가 약한 얕보았을까. 쉬운 장면에서 실수를 하면서 긴긴 바둑이 되더니 결국 2집을 패하고 만다. 


▲두 판의 결승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조종신-남경석, 송예슬-이철주.


대망의 결승. 송예슬-이철주(호선), 조종신-남경석(두 점). 이기면 우승이고 지면 준우승이다.


먼저 송예슬과 이철주는 한 때 시니어와 여성선수로서 랭킹1위까지 갔던 베테랑답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결국 이철주의 완력이 힘을 발휘하며 이철주가 우승.


다음 조종신은 '굳은 짝'이었지만, 역시 남경석은 강단있었다. 두점 치석을 잘 활용하며 두텁게 반면을 짜 나가더니, 결국 아쉽게 4집패. 조종신이 지난 달에 이어 2연패했다.


양덕주 서능욱 이건우 최준민 박휘재 임춘기는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3승에 성공했고, 반면 나종훈 정대상 박중훈은 이름값과는 어울리지 않게 고작 2승에 그쳤다. 


'오늘은 갈비라도 좀 많이 먹어야지.'
'본전 생각이 나지 않으려면 맥주도 한 잔 해야지.'


다음 미추홀은 4월17일 오후1시이며, 48명으로 인원이 는다.


미추홀리그 제69회 대회 이모저모를 사진과 함께 전한다.








▲치과의사인 김종화 대회장은 "코로나를 조심해야하지만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도 없으니 방역에 신경을 쓰면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병덕 인천바둑협회장은 “인천시장배는 하반기에 있을 것이고 여러분들이 널리 참여하라고 동호인 대회를 두 차례할 예정"이라고 인천의 대회 계획을 밝혔다.


▲조의 사항을 전달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바둑협회 현명덕 회장은 오늘도 대회진행을 총괄하고 있다.


▲이철주(승)-최진복.


▲송예슬(승)-나종훈 프로.


▲김동섭(승)-서부길.


▲한세형(승)-최병덕.


▲오랜만에 출전한 한세형은 짬짬이 기보를 놓으며 맘을 다잡는 모습.


▲지난 달 우승자끼리 첫판부터 조우. 박중훈-조종신(승).


▲김종화-서능욱(승).


▲임춘기(오른쪽)가 앞서 패한 바둑을 박휘재와 복기하고 있다.


▲"이럴때 이렇게 두라구!" 이철주(오른쪽)가 같은 정맥회 회원이기도 한 김한주에게 뭔가 코칭하고 있다.


▲1승을 향한 최선. 장두화(승)-정충의.


▲결승1. 송예슬-이철주(승).


▲이철주.


▲결승2 . 남경석-조종신(승).


▲조종신.


▲남경석.


▲3승상 시상. 최병덕(시상). 양덕주 서능욱 박휘재 이건우 최준민 임춘기, 김종화(시상).


▲준우승 시상. 최병덕 남경석 송예슬 김종화.


▲대망의 우승은 이철주 조종신.


▲행운상 시상. 서능욱 김재훈 최준민 장두화 최병덕 김동섭 김종화(시상).


▲행운더블 시상. 양덕주 윤찬준.


▲진행도우미로 수고하신 김희숙 씨가 행운대상의 주인공.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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