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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22 16:10:57
  • 수정 2022-02-22 1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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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미추홀바둑리그 제68회 대회가 20일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치러졌다.


속 깊은 친구들과 나누는 오래된 포도주처럼 그윽한 향이 제격인 미추홀. 

미추홀리그는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매일 수 십 년 째 먹고 마시는 물과 밥이 질리지 않듯, 미추홀에서 벌어지는 고수와 하수들의 바둑향연은 물과 공기와 같다.


확진자 10만 명을 헤아리는 시기이며 아무래도 바둑대회가 뜸한 겨울이지만, 지난달도 지지난달도 미추홀은 바둑대회를 이어나갔다. 바둑알은 초음파 세척기로 소독하고 투명 가림막까지 설치하며 철저한 방역의 모범사례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20일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총 46명의 ‘바생바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미추홀바둑리그 제68회를 치렀다.


이번엔 첫 출근자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복직한 이가 둘 있었다. ‘빠른 손’ 정대상 프로가 2년 만에 모습을 보였고, 또 아마YS 김영삼도 오랜만이다. 연구생 과정을 거쳤고 장기간 해외바둑보급에 앞장섰던 아마강호 김영삼은 프로 김영삼과 동명이인이다. 아마 사진을 보게 되면, ‘아, 이 친구!  유럽콩그레스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하실 분이 있을 듯.


미열이 있는 서능욱 곽계순 등 미추홀 스타들이 안전을 위해 불참했다. 주지하다시피 미추홀은 하수에게도 희망이 있는 대회며 손오공이 빠졌다면 그것은 낭보 중 하나. 그러나 고수가 하나뿐이던가. 이번 대회도 입상은 거의 고수들 차지였다. 


우승(3명)엔 조종신 박중훈 나종훈, 준우승(3명)엔 김영삼 이용만 최진복. 그리고 3승자(9명)엔 김세원 이철주 송예슬 정대상 하승철 장혁구 안영우 최준민 서중휘가 당첨되었다. 고라니과에서는 장혁구 하승철 안영우 등 3명이 입상했고 나머지는 다들 이름깨나 알려진 고수들.

  

▲미추홀은 50명이 상회하지 않은 범위내에서 치러졌다. 메인 홀 이외에도 작은 룸 2~3곳에서 분산 개최되었다. 사진은 1레벨 이호용-이철주(승).


딱 네 판만 열심히 두어보리라 이번 달도 맘을 굳게 다진다. 특히 1라운드는 ‘닥치고 승리’를 외쳐본다. 조삼모사인줄은 잘 알지만 첫판부터 희망을 가지게 만든 건 참으로 잘한 조치라는 생각이다.


같은 2승2패라도 2승 후 2패라면(대개 하수의 입장에서는 그러하지만) 희망(고문)을 전판에 걸쳐서 가져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장혁구 하승철 안영우 등 고라니 셋도 시상식 무대에 설 수 있었음에랴.

왁자지껄하다가도 곧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지더니 이윽고 청량하게 들려오는 돌소리는 봄의 교향악이 되어 여기저기서 지저귄다.


제한시간은 타임아웃제로 35분이다. 즉 흑백 상호간 70분이면 바둑은 끝나지만, 한 20분쯤이면 형세의 유불리는 극명해지는 판이 나오기 마련. 듣기 좋은 교향악도 20분쯤이면 살짝 지겹기 시작한다. 아쉬움과 탄식을 넘어 비명도 들려오면서 연주회장은 거의 파장을 맞는다. 


▲주니어같은 시니어 서중휘 프로(승)와 부천시 대표 선수 최준민의 국후 복기담.


올해 ‘저스트 40’을 채워 원치 않는 시니어 대접을 받은 서중휘 프로는 기자가 뽑은 10연패 기대주. 그러나 인천내셔널 간판 조종신에게 둘째 판에서 패해 기자의 예언은 불과 한 달 만에 헛소리가 되었다.


대신 조종신은 단골 우승을 차지했다. 조종신은 고양시의 간판스타 곽웅구와 서중휘 프로를 1,2라운드에서 제쳤고 소재경 김영삼 등 만만찮은 멤버들을 꺾고 대망의 4승을 거두었다. 특히 대단한 건 거의 주니어 프로 서중휘에게 호선으로 맞붙어 승리한 대목이다. 


반면 아마 김영삼은 조종신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서부길 김한주 하승철을 거푸 꺾으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인천 여자연구생인 김한주에게 다소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노련미로 극복했다. 김영삼은 평택에서 바둑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고.


인천의 아마국수 이용만은 인천의 미래 이건우에 이어 박휘재와의 대결에서 승리했고, 항공대 최돈민 교수를 제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다만 화룡점정엔 실패했다. ‘터줏대감’ 나종훈 프로에게 6집 패.


나종훈 프로가 대신 오랜만에 우승했다. 나프로는 김춘식 조동일 안영우 등 비교적 '손쉬운' 상대를 꺾고 결승에서 이용만을 만났다. 인천 연구생 안영우와의 대결에서는 서로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끝내기에서 망외의 소득을 올리는 행운에 힘입어 낙승.


▲파이터의 대결. 최진복(승)-정대상.


접바둑의 귀재 정대상은 최근 부천에서 바둑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파이터 최진복을 만난게 좋지 못했다. 최진복에게 첫판을 패하고서 나름 선전하며 3승을 추가.


대신 최진복이 우승 복병마였다. 송예슬 이철주 김승민 등 만만찮은 멤버들을 모두 극복한 인천의 주니어 박중훈과 결승에서 만났다. 흑을 든 최진복은 시중 박중훈을 몰아세웠고 중반까지 우세함을 유지했으니 경기 막판 끝내기에서 실족하는 바람에(시니어들은 늘 그분이 문제다.) 아쉽게 2집을 패하고 말았다. 


3레벨에서 입상권에 든 안영우는 인천연구생으로 작년 전국체전 인천대표로 출전한 바 있는데, 자칭 우승후보인 진재호를 꺾고 2승을 거두었으며, 다음 나종훈 프로에게 패하면서 우승꿈이 꺾였다. 


2레벨에서는 압구정리그의 깍두기 장혁구가 3승자가 되었는데, 그는 박휘재를 정선으로 꺾고 파란을 일으켰다. 1,2월대회 연속 3승자의 반열에 올랐다. 인하대 OB 장혁구는 지난번 노사초배에서 포항주먹 박강수를 꺾은 적도 있는 숨은 강호. 


같은 2레벨 하승철도 아마 김영삼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만 빼면 3승이며 통증의학과 김세원 원장도 서부길을 꺾는 등 3승을 거두었다. 


▲'1번다이'의 결투. 터줏대감 나종훈 프로(승)-이용만 아마국수.


미추홀의 복지시스템 행운권 추첨에는 특기할 일이 생겼다. 행운 대상 5만 원 권은 기자가 탄 것. 사실 미추홀에 수 삼 년 째 출전했지만 입상은 3위 딱 한번 해본 것이 전부였다. 수 많았던 행운권 추첨에도 한번을 걸리지 않던 불운아였던 기자가 전 출전자들의 시샘 속에 행운대상 5만 원 권을 건져 올렸다. 본인 사진을 제재하는 게 좀 그렇지만, 머 행운대상이니까 우승자와 같은 취급이다. 어쩔 수가 없다. 나보기가 역겨워도 좀 참으시라.


자, 언제나 그렇듯 밥 때가 되자 인천까지 방문한 기우들을 위해 인근 식당에서 갈비탕 한 그릇이라도 드시고 가라는 공지가 떴다.  


힘들어도 고달파도 참고 살아가는 이유는 끝이 있기 때문일 테다. 이제 춘삼월이 되면 코로나도 끝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 반나절 미추홀리그는 끝났지만 아쉬울 새도 없이 또 춘삼월리그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도 뽑히고 새로운 대한바둑협회장도 뽑히고 미추홀도 새로운 희망의 대회가 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된다. 다음 미추홀은 3월20일 일요일 오후1시. 


미추홀리그 제67회 대회 이모저모를 사진과 함께 전한다.



▲'너무 고마워서 가끔 고마움을 잊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미추홀리그로 바둑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는 멋진 두분. 대회장 김종화 치과원장과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 최회장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또 200만원의 후원금을 쾌척했다고. 


▲인천유소년대표 임형섭-항공대 최돈민 교수(승).


▲인천간판 서부길-아마 김영삼(승).


▲'안 잡으러가면 이기는데...' 소재경(승)-최병덕.


▲김종화 원장-인천의 미래 이건우(승). 관전하는 이는 미추홀에 후원을 아끼지 않는 윤천준 변호사.


▲중후함의 격돌. 김동섭-박휘재(승).


▲아버지와 아들. 이주행-이건우.


▲2년만에 돌아온 '빠른손' 정대상 프로.


▲역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아마 김영삼. 그는 연구생을 역임했고 해외보급으로 수년째 외국생활을 마치고 들어왔다. 프로 김영삼과 동명이인.


▲김세원 통증의학과 병원장. 그는 바둑이 세지고 싶다며 '김세강'으로 불러달라고 하기도. 3승을 거두었다.


▲고양 임춘기-번개손 정대상.


▲언제나 '1번 다이'는 관전객들로 붐빈다. 저 멀리 대국자는 나종훈프로-연구생 안영우. 그리고 임형섭-김춘식.


▲3위 쟁탈전을 벌이는 압구정의 다크호스들. 김승민-장혁구(승).


▲인천내셔널 여자선수 송예슬과 인천여자연구생 김한주. 


▲아마 김영삼은 대국후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돌려보면서 복기에 여념이 없다. 


▲결승전1. 조종신(승)-김영삼.


▲조종신은 두번에 한번꼴로 우승을 차지한다.


▲결승전2. 오늘의 하일라이트 박종훈(승)-최진복. 시작부터 최진복이 거세게 몰아부쳤으나...


▲박종훈 역시 두번에 한번꼴로 우승을 차지한다. 


▲결승전3. 이용만-나종훈(승).


▲영광의 얼굴들 3승. 최병덕(시상) 이철주 장혁구 하승철 정대상 송예슬 김세원 최준민 안영우 서중휘 김종화.(시상)


▲준우승 시상. 최병덕 이용만 최진복 김영삼 김종화.


▲우승 시상식. 최병덕 박종훈 나종훈 조종신 김종화.


▲행운상. 임춘기 김춘식 김재원 노상호 나종훈 하승철 김종화.


▲행운상2. 최병덕 김재훈 이건우 김종화.


▲행운대상 시상. 최병덕 진재호 김종화.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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