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2-01-31 17:06:30
  • 수정 2022-01-31 18:38:04
기사수정

▲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슈퍼시니어들의 무대 活人劍이 A7에서 펼쳐졌다. 할인검은 도합 125세 이상으로 페어대회로 치러졌다. 대회에 출전한 전 선수들의 기념촬영.


“활인검(活人劍)을 해야 하는데 제가 올해 수입이 별로 없어 확정은 못하지만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모 후원자가 또 50만원을 넣어주셨네요. 원래 8강부터 차비를 드릴려고 했는데 약소하게나마 16강진출자들에게도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슈퍼시니어들을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맛나는 대회를 개최하기로 소문난 A7(대표 홍시범)이 매년 신년에 여는 활인검(活人劍)이라는 대회가 있다. 


검도대회는 아니고, 바둑 고유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제법 파격적인 요소들을 집어넣은, 이겨도 좋고 져도 좋고, 이긴 지도 모르고 져 있는지도 모르는, 꽤나 진지한 ‘퓨전대회’가 바로 할인검. 남과 같은 짓을 하려면 죽는 게 낫다는 지론을 가진 초개성파 A7 홍대표 자유자재의 작명이라면 다들 이해가 될 듯하다.

참고로 A7이 주최하는 대회는 늘 홍대표의 부인과 처제 처남 그리고 A7 요원들이 물심노(物心勞)삼면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들어가는 건 불문가지.  


▲지난 일요일(23일) 전국 32명의  시니어들이 짝을 이뤄 홀 시즌 첫 페어대회로 진행되었다. 


23일 서울 바둑과사람에서 32명의 슈퍼시니어들이 옹기종기 모여 A7이 주최하는 새해 첫 대회 활인검(活人劍) 페어대회가 벌어졌다. 


'32명이 옹기종기'라고 했지만, 어제의 용사들은 의정부 인천 수원 부천 성남 고양 등 경기도는 물론이요 신안 순천 괴산 전주 대구 등지에서 총 집결했다. 역시 바둑이 그립고 친구가 그리웠던 용사들은 진짜 한 명도 지각하지 않고 다들 제 시간에 착석했다.


할인검은 페어바둑으로 치러졌는데, 나이 합이 125세 이상이라는 엄격한 규정이 흥미로웠다. 원래 130세 이상으로 하려다가 인천의 모 시니어가 빌고 빌어 125세로 낮추었다고.


▲최고령 출전자인 양완규(84)와 최연소 김종민(51) 페어.


가장 눈길을 모은 페어는 김희중 임동균. 이들은 모두 50년생이며 절친이다. 이들은 2주전 바로 A7 신년회에서 만나서 할인검을 화제 삼아 덕담을 나누다, 대뜸 '우리 페어할까'하고 의기가 투합되어 출전한 케이스. 굳이 나이합을 들먹이면 우리나이로 146세인데, 커트라인을 상당히 오버한 나이임에도 군말 없는 찐페어.


반면 가장 푸르른 페어는 조민수 곽웅구로 저스트 125세.


가장 연세가 많은 선수는 전주의 양완규 대선배로 84세. 양선배는 ‘주니어’ 하성봉을 짝으로 구해도 되는 나이다. 양선배는 지금도 전북대 바둑동아리에서 바둑강의를 나가고 있는 아마6단급 실력자. 그는 팔팔한 51세 김종민을 짝으로 데리고 나섰다.


하기야 나이많아서 자랑할 데가 할인검밖에 더 있나. 평소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연세대 간판 정인규, 방송에서만 가끔 대하는 유럽챔피언 유종수도 모습을 비췄고, 대구에서 신영철 박강수 이학용도 세트로 입장했다. 


그외 박성균 장시영 박윤서 심우섭 등 전국의 맹장 지장 덕장 용장들이 모두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작년보다 흰머리가 하나씩 는 것 말고는 20대 때 어느 대회장에서 마주치던 그 모습 그 미소 그 반가움 그대로 였다.


전국의 맹호들이 모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맹묘 수준도 안되는 이들이 두 팀 있다. 원래 짝이 급한 일이 생겨서 불참한 조가 생겨서 유섭인 김대환이 대타로 뛰었고, 진재호 조석기가 전국대회에 덩달아 출전하는 가문의 영광이 돌아왔다. 


참고로 이들 4인의 깍두기는 아마5단 실력으로 동네에서는 1급소리 하고 살지만 ‘그것 가지고서야…’ 어디 잽이 되겠나. 참고로 대회가 스위스룰이어서 16개팀으로 짝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깍두기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 


▲이학용(모자) 노근수-김희중-임동균 결승전 계가 모습. 반면 1집을 남겨서 백승이 확정되는 순간.


대회는 말했듯 스위스리그 4라운드로 치러진다. 제한시간은 5분+20초 피셔방식. 게다가 하프타임 때 4분간 작전타임이 주어진다.


자, 1라운드가 가장 중차대하다. 1승과 1패는 가는 길이 다르다. 그리고 점심 메뉴가 달라진다. 

우승후보 박휘재 안재성은 인천의 짠물조 서부길 이용만에게 패했다. 


임동균 김희중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박성균 박강수를 산뜻하게 물리친다. 박박조는 강진 김인국수배 단체전에서 그 이름도 유명한 '국수산맥'으로 몇차례 우승을 했는지도 모를 만큼 단골우승멤버가 아닌가. 146세에도 그 위력은 대단했다.


또 노사초배 우승자이며 랭킹1위 심우섭 최진복이 성남팀 김동섭 장부상을 제쳤고, 역시 오랜절친 압구정멤버 장시영 박윤서는 정인규 황이근을 돌려보냈다.


▲도합 146세의 위엄 임동균+김희중. 


2라운드를 마치고 점심을 먹는단다. 125세로 출전연령을 줄여달라고 한 서부길 이용만이 강적 조민수 곽웅구를 뉘었다. 역시 페어바둑은 호흡이다. 곽웅구는 원봉JS배에서 후배 문국현과 짝을 이뤄 우승맛을 본 페어바둑의 거장. 역시 초개성파 조민수와 호흡맞추기는 어려웠을 듯. 하긴 이세돌이 페어대회에서 판 맛을 거의 못본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페어는 호흡인데 말이다.


제주도지사배와 김인국수배 개인전에서 우승한 대구의 초강호 이학용 노근수는 1회전에서 깍두기를 밝고 가더니 2회전에서 양완규 김종민도 쉽게 넘는다. 운이 따르는 페어임에 틀림없었다.


역시 임동균 김희중은 셌다. 심우섭 최진복도 갈아버린다. 물론 김희중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타자이지만 임동균도 워낙 페어에 강미가 있다. 1997년도 세 번의 국제페어대회에 한국대표로 나선 적이 있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임동균은 어머니같은 마무리를 잘 해낸다. 


압구정 간판 장시영 박윤서는 압구정 단골손님 이석희 정연우를 이기고 역시 2승대열에 합류했다. 정연우는 제천 세명대 교수로 아마 교수계에서는 가장 쎈 그룹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바둑돌 착점 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안지는 게 확실하다.


▲우승팀 노근수+이학용. 노근수는 첫 우승이며 이학용은 제주도지사배 김인국수배에 이어 최근 세번 연속으로 우승.


서부길 이용만 vs 노근수 이학용, 임동균 김희중 vs 장시영 박윤서. 


4팀 중에 우승팀이 나온다. 물론 운 나쁘게 2승 후에 2패를 하게 되는 팀도 있겠지만(장시영 박윤서라고 말은 못한다), 이들 중에서 우승이 나오는 건 확실하다.


서부길 이용만은 인천토박이로 수십년쨰 호형호제하는 사이며 현재 서로 수담을 자주 나누는 편이다. 


조혜연 프로의 어릴적 스승인 노근수는 압구정리그 총무로서 최근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그가 대구에 사는 이학용과 같이 조를 만들게 된 이유는 평소에 AI포석 공부를 같이 하며 의기투합되었다고. 석학 노근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학구파로 서울대출신. 이학용 또한 바둑계에서 인터넷을 가장 빠른 시간내에 자기것으로 만든 사람이며 알아주는 학구파.


서울압구정의 감독과 시니어선수 사이인 장시영 박윤서는 서로 눈빛만 보면, 아니 눈빛을 안보아도 서로를 알 수 있는 40년 단짝. 


10대 후반부터 동갑나기 친구이자 스승과 제자의 특수관계인 임동균 김희중. 정릉과 연신내가 집이었던 두사람은 김희중이 바둑을 주도하고 임동균이 뒷 설거지를 잘 하는 쪽이라서 단연 호흡만점이다.


결국 노근수-이학용 조가 임동균 김희중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학용+노근수의 작전타임 때 모습. 이미 바둑이 좋은 지 이학용이 환하게 웃고 있다.


분명 승자도 있었고 패자도 있었지만 누구 하나 즐겁지 않은 이가 없었다. 평생을 바둑과 함께 살아왔고 살아갈 슈퍼시니어들에게 독하고 모진 일은 생기지 말라는 살풀이 몸풀이가 활인검(活人劍)이었다.


사진과 함께 대회 모습을 전한다.


※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해져서 당분간 점차 A7 주최의 대회가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 일단 상황을 보고서 결정하려고 합니다. 









▲바둑핵심관계자들에게 사랑받던 모임 '아마바둑사랑회(약칭 아바사)'가 40년 전통의 (사)조치훈후원회를 인수하여 올해부터 사람내음 물씬 풍기는 이름 <바둑과사람>으로 거듭났다. 앞으로는 ‘아마바둑사랑회’라는 이름 대신 ‘바둑과사람’이 쓰인다. 따라서 바둑과사람이 처음으로 주최한 행사가 바로 할인검이었다.


▲오전10시에 시작되었음에도 한 명의 지각자 없이 일찌감치 자리가 찼다. 추첨을 겸하고 있다. 또한 출전자들에겐 모두 설날 선물세트가 지급되었다.


▲2022 할인검  '어느새 우리가...' 개막식에서 바둑과사람 홍시범 대표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바둑리그 우승팀 성남을 이끈 장부상 김동섭-노사초배 우승자 심우섭 최진복. 


▲양덕주-신영철 진지한 대국모습.


▲정연우 이석희-한양대 OB 안병운 유럽챔피언 유종수.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국수산맥' 박강수 박성균. 


▲연세대OB 대부 정인규와 황이근. 


▲페어의 전력이 골라 우승후보로 지목되었던 양 팀의 격돌. 안재성 박휘재-서부길 이용만.


▲시합전 우승후보 1순위에 지목되었던 조민수 곽웅구가 작전타임 때 검토에 열중하고 있다.


▲압구정의 절친 박윤서 장시영. 


▲50년 절친 임동균 김희중. 임동균은 페어국제대회에 가장 많이 국가대표로 나선 경험이 있다. 김희중은 상대가 장고하는 틈에 옆 바둑에 관심이 많다.  


▲이학용와 노근수는 페어바둑의 진수를 모여주며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이었다. 둘은 지역은 다르지만 인터넷으로 AI연구를 많이 하며 호흡을 자연스레 맞췄다고. 


▲'압구정 백호의 위력을 보여주자!' 정연우 이석희는 최근 기량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올해가 흑호의 해였으니...(ㅎ) 


▲'깍두기'로 출전한 김대환 유섭인. 표정은 굉장히 심각하다. 그도 그럴 것이... 


▲'깍뚜기의 혈투'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기지 못하면 이길 대상이 없는 고로, 사력을 다해서 바둑을 두었다. 이들은 '명승부답게' 반집승부로 결정났다.


▲노사초배 우승으로 말미암아 A7에는 작은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바로 시니어랭킹1위 심우섭의 사진과 함께. 저 사진은 기자가 찍은 것인데 심우섭은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사진값을 톡톡히 쳐 주었다. 


▲양덕주 신영철-곽웅구 조민수. 결국 1집반을 조민수 곽웅구가 남겼다.


▲감히 박휘재 안재성과 마주앉은 진재호 조석기. '깍뚜기의 전쟁'에서 반집을 남기며 백을 들고서 출세를 했다. 


▲"전국대회 9강에 들었습니다!" 깍두기로 참가한 기자가 '몽유도원도'를 그렸다. 좌측 테이블에서는 파이터 조민수가 있고 좌상 쪽은 노사초배 우승자 랭킹1위 심우섭이 있고 앞에는 영원한 국수 박성균이 흑을 들고 손을 조아리고 있다. '이 판만 이기면 8강에 드는 건데…' ㅋㅋㅋㅋ. 


▲'끝장승부의 달인' 안재성이 동료 박휘재가 보는 가운데 작전지시 중.


▲'자꾸 수내려고 하지마! ' 박윤서 장시영의 첫 호흡맞추기. 


▲준우승 시상. 백규환(시상) 김희중 임동균.


▲우승팀 시상. 이학용 노근수 임동균(시상).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adukilbo.com/news/view.php?idx=200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