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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1-30 03:24:19
  • 수정 2021-11-30 03: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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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복지회관에서 열린 제22회 미추홀배 전국 장애인바둑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어릴 때 이웃에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분명 지적장애인인데 바둑을 잘 두었나 봐요. 저도 거동이 불편하니까 집밖으로 나가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심심하던 차였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누나! 바둑 한판 둬요’하는 거예요. 가르쳐 주겠다는 거죠. 아홉 점을 깔고 바둑을 둔 지 2주가 되어갈 즈음, 친구가 가고 나면 방 천정에 바둑판이 온통 깔려있는 거에요. 그로부터 인연이 되어 최근까지 수요바둑강좌를 나가고 있고 끝없이 배우고 있어요. 지금은 초보자를 가르치기도 하지요. 살아있음을 느끼는 거죠. 최근엔 코로나 때문에 오프강좌를 못 나가는 것이 아쉽지만, 회장님이 줌으로 화상강의를 해주시고 계세요. ‘아휴. 이런 오프 모임이 최고죠! 이렇게들 나와서 다들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웃고 떠들고….‘나는 바둑을 둔다. 고로 존재한다!’ 이겁니다. 바둑만큼 좋은 게 없죠!


바둑동네는 장애인의 비율이 비교적 높다. 바둑을 두어서 장애가 생긴 건 아니고, 장애가 있는 분들이 바둑을 많이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분을 장애인이라 한다. 바둑을 접하는 장애인은 반상 앞에 앉으면 휠체어를 타거나 보조지팡이를 착용하거나 들리지 않거나 심지어 보이지 않아도, 전혀 기울지 않은 운동장을 누비듯 자유로움을 느낀다. 반상 앞에선 장애가 전혀 장애가 아닌 것이다.


▲국제키와니스한국지구 인천장애인클럽 김춘수 회장(왼쪽)은 장애인들에게 바둑처럼 좋은 게 없다고 설파한다. 밝고 적극적인 삶으로 바뀐다고 한다.


장애인 바둑애호가들의 축제한마당 제22회 미추홀배 전국 장애인바둑대회가 28일 인천 사회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제14회 인천 실버바둑대회와 함께 치러졌다. 


곳곳에 보이는 휠체어를 탄 이들, 손짓이 분주한 걸 보니 수화출전자들, 그리고 몸이 불편하여 보조지팡이를 소지한 대국자들이었지만 반상에는 어떤 핸디캡도 없었다. 


이 대회에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 장애인등록증이 있는 장애인애호가 64명이 참가했다. 더불어 실버애호가 16명이 별도의 대회를 치렀다. 감염위험 탓에 전체 출입인원도 100명 이하로 맞췄고 두 층으로 나누어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했다.


김동섭 유남호 김동한 윤상진 박영문도 당당하게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놓고 애기가의 한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점자바둑의 달인' 송중택 선생도 보이고, 멀리 제주에서 바둑이 그리워 날아온 제주장애인협회분도 있다.


▲본 미추홀장애인대회를 20여년간 이어온 산증인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오른쪽)과 공동대회장을 맡은 이경임 인천장애인바둑협회장.


대회는 각 조 16강 스위스리그로 25분 타임 아웃제로 실시되었다. 기력에 따라 A조(3급 이상), B조(4급~7급), C조(8급 이하)로 나뉘었고, 별도로 여성장애인부(8급 이하)와 실버부(65세 이상) 등 5개 부분에서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는 20여 명의 장애인바둑협회회원들과 자원봉사 요원들이 운영을 맡아 원활한 대회 진행을 도왔다. 


이 행사는 1999년 만들어진 전국장애인바둑협회가 매년 주최해왔다. 장애인바둑협회는 소속 인원이 2000명에 달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명덕 회장은 “1999년 박문여고에서 1회 대회를 열었던 그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분들의 후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22회 대회까지 맞았다.”고 감회에 젖었다.


또한 현회장은 “미추홀배를 비롯한 전국규모 장애인바둑대회에 매년 3~400명의 장애인들이 참가할 정도로 바둑은 장애인들의 훌륭한 여가문화로 자리 잡았다. 작년엔 코로나 감염확산 탓에 쉬었고, 올해마저 쉴 수는 없어 규모를 줄여서라도 이렇게 열게 되었다.”며 미추홀배는 장애인의 바둑사랑의 표상이라고 밝혔다. 


▲개회식에서 인천남동신협에서 장애인바둑협회 현명덕 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주최 대한장애인바둑협회· 인천장애인바둑협회· 인천장애인체육회
주관 대한장애인바둑협회
후원 대한치과의사협회· 인천치과의사회· 아원기우회· 남동신협· 한국기원기사회
공동대회장 현명덕(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 이경임(인천장애인바둑협회장)
추진위원장 김종화(인천경실련 고문) 심승섭· 김동석· 현정화· 허혁· 이경남· 김광일(이상 추진위원)


참 좋은 분들이 주위에 있다는 걸 이 기회에 알았으면 한다. 주최 주관 후원사를 밝히는 것은 다시 한번 고마운 분들을 기억하자는 뜻이다.  


기부 후원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인천치과의사회에서 위생 칫솔 150개를 기부했고, 위생세트는 김종화치과에서 기부했고, 인천치과의사회 후원금과 치과원장님들의 후원금, 그리고 인천시와 남동신협에서도 기꺼이 후원금을 쾌척했다. 또 서능욱 유병호 김신영 등 프로기사회도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사진과 함께 뜨거운 열기를 전한다.



▲김종화 추진위원장, 이정우 인천치과의사회장, 서능욱 대회심판장.


▲"장애인바둑을 사랑하고 후원을 실천하는 당신들은 천사입니다." 


▲ 김영문-서영남.


▲임화수-최순희.


▲정팔영-이광삼.


▲임성숙-이경임.


▲ 제주장애인바둑협회에서 4명이 올라왔다. 인원제한이 있어서 더 많은 인원이 애석하게도 못왔다고. 김종주 송윤호(회장) 김홍수 양기찬.


▲ 몸은 불편해도 표정과 맘은 늘 밝다. 


▲국제키와니스한국지구 인천장애인클럽 김춘수 회장(왼쪽)은 아직 초보자인 상대에게 가르쳐 주면서 대국하고 있다. 기사 상단에서 천정에 바둑판이 보였다는 그 분이다.


▲ 이 바둑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 요원이 대기하고 있다. 


▲비번이라 혼자 기보를 놓아보고 있다.


▲ 한수 한수 신충하게 두고 있는 최순희.


▲ 인천장애인바둑협회 회원들.


▲ 이혜영.


▲ '누군지 아시겠지요?' 점자바둑의 달인 송중택과 그의 활동지도사인 우경아 씨. 우씨는 평소 대국 도우미역할을 해준다고.  


▲ 상대가 조금 늦어지자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인천바둑협회 곽계순 부회장과 시범경기를 해보이는 송중택. 그는 한때 프로의 꿈을 가진 소년으로, 22살 때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결혼 후 아내가 시각장애인용 점자바둑판을 선물하면서 다시 바둑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코로나 이전엔 일본 세계시각장애인바둑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아들 송상훈(26)이 프로가 되어 아버지의 꿈을 대신하고 있다.


▲ 점자바둑판은 바둑판의 가로줄과 세로줄이 튀어나와 있고 송중택은 줄을 만져서 좌표를 기억한다. 바둑돌은 아래에 십자 홈이 파여 있어서 바둑판과 맞물리게 꽂으면 고정된다. 검은 바둑돌은 위쪽에 튀어나온 데가 있어서 백돌과 구분이 가능하다고.


▲초반 진행된 바둑판 기보를 보다시피 송중택은 아마5단의 기력이 짱짱하다. 오른쪽 백돌 동그라미 부분을 보면 열십자로 홈이 파여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윗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안대장-박광현 실버대회 모습.


▲실버부 우승을 차지한 소재경.


 ▲김동섭-유남호. 수년전 신장 투석을 받게 되면서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강자 김동섭은 최근엔 건강을 회복하고 있고 바둑도 잘 된다고. 


▲김동한-박천하. 프로급 실력을 보여주는 김동한은 어릴 때 오른쪽 고관절 수술 도중 연골을 건드리는 사고가 일어난 케이스. 


▲김동한이 A조 우승을 차지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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