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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17 16:51:49
  • 수정 2021-08-17 17: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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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입단에 성공한 임상규 허영락이 입단 직후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기념촬영.


덕영배 인천시장배 국무총리배 우승과 ‘위대한 탄생’ 네 번 우승, 압구정 주니어리그 ‘희망21’ 두 번 우승의 경험이 있는 간판스타 허영락(25). ‘희망21’ 黎明의 劍 우승, 세계아마대회 선발전 준우승 등 각종 기전에서 늘 상위권을 점하던 강자 임상규(24).


허영락 임상규는 연구생을 나온 이후에도 단 한시도 입단의 꿈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입단대회 뿐 아니라 각종 아마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주변에서는 ‘언제고 입단할 재목’이라고 진작부터 꼽고 있었다. 그런 이들은 지난 7월, 꿈에도 몽매하던 입단에 성공하며 뒤만 쫓아다니던 무지개를 드디어 움켜잡았다.


아마바둑의 대제전 내셔널리그 포스트시즌이 현재 한창 진행 중이다. ‘프로’ 허영락 임상규가 피크로 치닫는 내셔널리그 탓에 색다른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큰 무대에서 겨루는 것은 선수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일이다.”(허영락)  
“수년간 함께 했던 팀원들을 생각해서라도 (내셔널을) 끝까지 뛸 생각이다.”(임상규)


결론적으로 초보 프로는 '같은 길 다른 출발'을 결정했다. 허영락은 당장 프로기전 출전을 결정했고, 임상규는 프로데뷔전은 잠시 미루고 마지막 아마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것.


▲올 초 '위대한 탄생' 영스타리그 결승에서 만난 허영락-임상규. 


당연히 입단하는 즉시 프로다. 다만 한참 내셔널리그가 진행 중이라는 데에 문제가 좀 생겼다. 내셔널리그 규정에는 리그 도중 입단자가 나올 경우 ‘입단자가 프로시합에 출전하기 전까지는 내셔널을 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셔널리그가 아마선수들에게 선망의 기전이라고 해도 신진서 박정환 커제가 노니는 큰 리그 프로리그와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내셔널리그에서도 상위권이며 팀에서 수삼 년을 에이스로서 활약을 했기에 대체불가의 선수라는 점이다.  


허영락이 서울압구정, 임상규는 정규리그 1위 서울에코 소속이다. 이들은 이미 입단 직후 내셔널을 뛴 적이 있다. 7월 인천투어에서 허영락 임상규 임진욱 등 입단자 3명이 마지막 내셔널을 뛰었다. 당시만 해도 프로시합이 예정에 없었기 때문에 아마무대를 계속해서 뛰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2019년 당시 최고 기전 덕영배를 우승했던 허영락은 다년간 아마랭킹1위를 지켰다.


문제는 지금이다. 19일로 예정된 삼성화재배 국내선발전 공지가 진작부터 떴다. 이때부터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있는 허영락의 서울압구정과 임상규의 서울에코는 난감하게 되었다. 1년 농사의 마무리인 포스트시즌에서 이들 에이스가 뛰어주어야 하지만, 수삼 년을 기다려왔던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내셔널을 뛰어달라고 주문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했다. 


공교롭게 두 팀 모두 후보 선수가 없다. 물론 이들이 빠지게 되면 다른 선수를 채워 넣을 순 있지만, 아무래도 기존 팀원들과 당장 호흡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고 에이스인 이들보다 기대치는 낮을 것임은 당연지사.  


“입단까지 오래 걸렸는데 늦은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성적을 내고 싶다. 최종목표는 세계대회 우승이다.”(허영락)

“12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입단에 성공해 마음의 짐을 덜었다. 돌아와서 세계대회에서 활약하고 싶다”(임상규)


▲ 역시 2019년 黎明의 劍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상규.


우승상금 3000만원을 건 黎明의 劍-棋龍戰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LG배 국내선발전과 일정이 겹쳐서 허영락은 아마최고의 대회를 빠진 적이 있다. 허영락은 누구보다 상위 입상 가능성이 큰 선수임에 당시 기자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棋龍戰 출전을 권유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아마대표로서 프로와 당당히 겨뤄야하고 오랜 꿈에 도전해고 싶었기에 당장의 달콤함을 기꺼이 내던졌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프로' 허영락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프로데뷔전을 치르고 싶다. 프로무대를 누빌 기회를 포기하는 건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순둥이’ 임상규도 허영락과 같은 맘이다. 다만 수년째 손발을 맞춰온 최우수 임지혁 등 주니어 선후배들과의 끈끈한 우정, 그리고 팀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을 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 


힘들었던 아마시절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 보듬어준 내셔널팀의 존재는 인큐베이터처럼 따스했고, 또 자신의 꿈을 하루 빨리 펼쳐 보이는 것이 그들의 고마움에 결초보은하는 일임에, 선택의 문제가 결코 아니며 어느 쪽도 프로다운 현명한 결정이리라. 


“임상규가 입단한 건 대단한 경사지만 당장 팀으로서는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임상규 없이 4명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자고 내부 결정을 한 상태였는데, 뜻밖에도 임상규가 내셔널을 끝까지 뛴다고 해서 그의 결정을 존중해주었다.”(서울에코 양세모 감독)


“큰물로 가는 허영락의 장도에 축하를 보내야 한다. 수년째 랭킹1위를 지켰다는 건 그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열중했는지 알 수 있다. 허영락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대타를 자신이 구해놓겠다고 한 책임 있는 선수다. 무엇보다 그의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이다.”(서울압구정 장시영 감독)


‘초보 프로’ 허영락 임상규의 같은 길 다른 출발이 어떤 결말을 보여줄 지 자못 궁금하다.


※ 서울압구정은 19일 부천판타지아 PO6강전엔 2020년 랭킹5위 강재우가 대타로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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