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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3-21 00:22:11
  • 수정 2021-03-21 01: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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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들 진지한 바둑을 보았나?' 멀리 제주에서부터 우리들의 바둑시즌은 시작되었다. ‘운산과 함께 하는 제주나들이’ 페어대국 장면. 


제주는 봄이다.
봄은 출발이며 희망이다.
바둑의 봄은 따뜻한 제주로부터 북상중이다.


봄비가 전국을 살포시 적신 주말
안녕과 건강을 빌어주고 멋진 기우로서 피차 기억되고자 제주 하귀리엔 전국의 열성파들이 모여들었다.


‘운산과 함께 하는 제주나들이’가 20일 제주 하귀리 밀양박씨 종친회 강당에서 전국에서 날아든 바생바사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명나게 벌어졌다. 


인코배 바둑축제, 서귀포 칠십리바둑축제 등 엇비슷한 대회 명으로 대회가 덧칠되어오길 어언 17년째. ‘운산(雲山)’은 이 행사를 17년째 후원해주는 바둑은인 ㈜인코 백규환 대표의 아호.


▲17년째 제주행사를 후원해 온 바둑은인 백규환 대표에게 '괴산명필' 청산이 백대표의 아호인 '운산'이란 작품을 선물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감염 우려 탓에 행사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뭍에서 자비를 들여가며 50명의 인원이 운집했다는 건 대단한 열정이다. 


주최 측 A7에서는 누구를 '오시라 가시라' 말은 못하지만, 이미 17년째 전통의 행사인고로, 예전에 참석한 이들은 또 벗의 손을 잡고 꼭 다시 이 행사를 찾곤 한다. 서울 제주는 물론이요 인천 수원 고양 군포 의정부 괴산 문경 포항 안동 신안 부산 울산에서 말이다.


말 나온 김에 참석자들을 모두 읊어보자. 백규환 심우섭 박휘재 이성호 노영균 주준유 김진필 진재호 한공민 김대환 손병남 김종민 김형전 유제성 황원순 박장우 이승주 김현아 노영균 유경아 김순득 김다빈 김준식 곽계순 김영순 박기주 박병윤 주기돈 이상명 문석준 김길자 윤분선 김현숙 강순찬 청산부부 금동일부부.


‘하귀리 제주나들이’엔 권위를 상징하는 단상도 없었고, 박수부대도 없었고, 수상자와 시상자가 피차 번갈아 수고했고, 참가자보다 더 많은 시상품이 있었다. 시상품은 올 제주산이었다. 한라봉 고등어 찰보리빵 햇고사리 표고버섯 건취나물… 


왜 제주였을까? 제주의 한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마바둑사랑회(A7) 홍시범 대표의 애틋한 고향사랑과, ‘후원’이란 단어를 극구 싫어하는 백규환 대표의 먼저 간 젊은 시절의 절친의 고향이 또한 제주였단다.


▲제주바둑축제가 시작됨을 징소리를 통해 알리고 있다. 오른쪽 개시타징은 A7 박연숙 실장.


정오가 넘어가자 서서히 행사장이 시끌벅적하다. 행사는 오후1시 정확하게 시작했다. 1부는 몸 풀기, 2부는 바둑겨루기와 번외경기로 고스톱시합이 있었다. 고스톱은 바둑을 모르는 분을 위한 배려. 


1부에서는 사다리 타기를 통해 행운화폐를 지급하고 또 화두패 뒤집기를 통해 행운화폐를 지급하게 했다. 서로 처음 만나는 분들도 있으니 서먹서먹해질 법한 분위기를 누그러트려보자는 의도였으니라.


2부의 메인이벤트는 역시 페어바둑. 바둑꾼들에게 바둑만큼 흥미로운 것은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냥 짝을 맞춰서 페어경기를 하는 게 아니고 드래프트를 실시하여 자신의 페어를 고로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즉, 1지명급 선수들을 팀 수만큼 미리 배치해두고서 자기가 원하는 여자선수들을 팀으로 모셔가야 하는데, 드래프트 용지에 원하는 선수 이름을 적고 원하는 가격을 써 넣는 방식이 묘미였다. 참고로 여자선수들은 대개 타이젬 2~3단 정도의 실력들인데, 게 중 타이젬 6단급 실력파들도 더러 있었다. 


가장 많은 트레이드머니를 적은 이는 충암도장 조국환 원장. 그는 5단 곽계순에게 무려 12만원에 적어내며 타 경쟁자를 제치며 최고의 선수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포항의 4단 실력의 김길자 선수도 인기가 높았는데, 인연이 있는 김길자 선수를 기자가 드래프트머니 5만원을 써 내며 거의 파트너로 낙착이 된 줄 알았다. 그러나 막판에 7만원을 적어낸 박장우 K바둑 본부장에게 최종 낙착. 


이렇게 여자선수들을 지명하면서 모인 ‘드래프트머니’는 주최 측에서 1/N로 쪼개어서 각 여자선수들에게 여행경비에 보태라며 골고루 나눠주는 훈훈한 모습.


▲여성최고 곽계순(5단)-조국환 페어. 조국환 원장은 '일류' 곽계순을 파트너로 모셨으나 우승엔 실패했다.


경기는 40분 경기로 두 판을 겨루었다. 이기면 고등어 지면 찰보리빵 이런 식이었다. 즉, 이기면 좋고 져도 좋은 경기였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여서 경기에 들어가자마자 찬물을 끼얹은 듯 장내가 조용해지기도.


흥미로운 점은 한판의 대국을 전후반으로 나뉘어치렀다는 점이다. 대국 개시 후 20분이 지나면 각 팀당 5분간 작전타임이 주어지는데, 작전시간에는 주장이 전체적인 형세판단을 파트너에게 코치하며 사활을 조심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기자는 여자선수 중 두 번째로 센 5단 김순득 선수를 파트너로 삼았는데, 파트너 덕에 2승을 거둘 수 있어 우승페어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시상식이 장시간 진행되었다. 벽 한쪽에 쌓여있던 선물을 골고루 나눠주는 시간이었다. 그냥 1등 2등으로 호명하는 게 아니라 출전자들을 모두 개인 호명하면서 한아름 선물을 안겨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대회를 마치고 참가자 전원 횟집에서 만복(滿腹)을 만끽했다.


곧 움츠렸던 대지가 아지랑이 호위를 받을 테다. 따뜻한 남쪽에서부터 봄바람은 일어나고 곧 북상할 것이다. 짧은 소풍은 늘 아쉽지만, 다음 만남과 다른 만남이 있어서 즐거웠던 하귀리 제주나들이였다.


▲'전국의 바생바사 여기 다 모였습니다!'






▲대회 개시전 제주의 명소 용두암에서 바둑절친끼리 한 컷! 수원 손병남-부산 김영순.


▲대회장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시끌벅적했다. 문경 금동일-의정부 황원순.


▲대국장 한 옆에서는 막걸리 한잔으로 인사를 나눌 공간이 마련.


▲본 행사의 장소제공을 흔쾌히 해준 밀양박씨 종친회 이사님(가운데)에게 황원순 부단장과 백규환 단장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500원 지폐 오랜만에 보시죠?' 이 가상화폐로 막걸리 파전 등 간식을 살 수 있다.


▲화투패뒤집기를 실시하는 홍시범 대표가 행운화폐 1만원권도 동시에 들어보이고 있다.


▲위에서 봤던 화투패와 같은 화투패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행운화페를 받게 된다.


▲지금은 사다리타기 중. 역시 행운화페를 갖게 되는 길이다.


▲행사의 하이라이트 페어바둑. 손병남 심우섭(승)-김종민 윤분선.


▲이영남 김정현(승)-김현숙-유제성.


▲박기주 황원순-박장우 김길자(흑승). 이 팀들은 파트너가 서로 대각선임에 유의.


▲곽계순 조국환(승)-청산 김현아.


▲김선옥-김대환.


▲한쪽에서는 고스톱대회전이 벌어지고 있다. 괴산분 문경분 제주분(실명공개는 안하겠음^^). 문경분이 거의 쓸고 있음.


▲백규환-김영순.


▲작전타임 김형전-유경아.


▲역시 작전타임 때 파트너에게 미리 판세를 읽어준다. 박장우-김길자.


▲손병남-심우섭. 이 페어는 수년째 호흡도 맞지 않으면서(^^) 페어 중.


▲최강 여자선수 곽계순이 파트너 조국환에게 작전지시를 하는 중~.


▲주준유-김진필 남남페어.


▲관람객도 들어차고 제법 불이 붙는 고스톱쟁패전. 


▲진재호 김순득 페어. 기자는 파트너 덕에 2승을 거두었다.


▲시상식에 앞서 초대가수 공연. 조항조의 '고맙소'를 열창하는 황원순.


▲고스톱 금은동 시상. 문경분 제주분 괴산분 심우섭(시상). 시상품은 고등어 세트.


▲포항에서는 7명이 대거 참가했는데, 포항의 이성호원장이 A7 박연숙 실장에게 7명이 확보한 상금과 행운화페를 모아서 주최측에 감사의 선물로 드리고 있는 장면. 왼쪽은 제주 강타자 강순찬.


▲홍맑은샘의 초창기 스승(왼쪽) 이상명과 강순찬+이성호(가운데). 그리고 출전자를 대표하여 참가소감을 말하는 곽계순 인천바둑협회 부회장.


▲"벌써 17년이 흘렀네요. 내년에도 죽 봅시다요~!" 소리없는 후원자 백규환 대표.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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