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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1-14 00:51:41
  • 수정 2020-11-14 0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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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1세인 최재섭 어르신이 압구정 불금챌린지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장안의 고수들이 득실대는 압구정에서 가장 하수 둘이서 결승매치를 벌였다. 3단 어르신과 2단 여성이 마치 시아버님과 며느님의 모습처럼 마주 앉았다. 하수들 세상을 만들고자 한 압구정챌린지의 모토와 딱 맞아떨어지는 매치가 성립된 것.


결과는 80대 어르신 최재섭의 역전승이었다.


13일 서울 압구정기원에서 벌어진 제9회 압구정 불금챌린지 결승에서 3단 최재섭(81)은 2단 송난희(정선)를 267수만에 백 7집승을 거두고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다.(단위는 타이젬 단 기준). 아홉 차례 대회에서 최저단, 최고령 우승이며, 최저단끼리의 결승전이었다.


2단 주미란, 3단 임승철, 6단 박인성, 7단 남경석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한 최재섭은 역시 챌린지 단골 출전 여성선수인 송난희를 맞아 초반부터 큰 실수를 하여 극도의 비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노회한 최재섭은 중반 이후 포위망을 크게 하며 승부로 들어갔고, 때 마침 등장한 상대의 무리수를 제대로 응징하며 대역전승을 일구었다.


▲송난희-최재섭 결승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막판 팽팽한 장면.


“압구정 출입하면서 그저 고수들 숨결이라도 느껴보려고 심심풀이 삼아 출전했는데 이렇게 덜컥 우승이라니… 나랑 만난 사람들이 모두 (비교적)하수들이라 그런지 운이 전부 나를 따라다닌 것 같다.” 


최재섭 어르신은 5연승을 했다는 자체가 다시 올 수 없는 행운이라고 했다. 어쨌든 바둑을 접한 지 60년 만에 바둑으로 가장 기쁜 날이고 앞으로 이런 횡재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내 상금봉투를 열더니 응원해주었던 낯익은 분들에게 골고루 몇 장씩 나눠주는 걸 빼먹지 않는다.


▲시상식 모습. 장시영 압구정기원장(시상), 최재섭(우승), 송난희(준우승), 홍동환(공동3위).


오늘 대회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세 자리수로 늘어나 출전자수가 몹시 적을 것을 염려했으나, 2시가 임박하자 삼삼오오 모여 들더니 25명이 접수하여 정족수를 채운다. 이제 불금챌린지는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9단 이하의 하수님들에게 정기대회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최저단이 결승에 올라오게 된 것도 무작위로 추첨을 하는 등 ‘설움 받는’ 하수님들도 우승꿈이 가까워지도록 대진 운이 작용할 수 있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 챌린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압구정 강자로 소문난 정연우 한세형 문영출 김길영 김승민은 초반부터 서로 물고 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단끼리 살아남게 된 것.


3승자가 딱 4명. 3단 홍동환-2단 송난희, 7단 남경석-3단 최재섭이 그들로, 저단진이 4강에 3명이나 올라 저단파워를 과시했다. 게 중 최고수가 탈락하고 말았다. 


장시영 압구정 기원장은 “이제 대회가 자리 잡으면서, 평소에 압구정에 나와서 기량을 연마하셔서 기량이 좀 는 덕도 봤을 것이다. 어쨌든 압구정에서 ‘변방’에 있던 분들이 전면에 나오니 보기 좋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에 계속 되었으면 한다.”고 관전평을 남겼다. 




압구정 불금리그 안내
일시=매월 1·3주 금요일 오후2시 ※ 제40회 대회는 11/20(금) 오후2시
대상=압구정리그 참여자 및 시니어(40세 이상) 혹은 여성
시상=우승-40만원, 준우승-15만원, 3승1패자-7만원
참가비=2만원(기료 및 식대 포함)


압구정 불금챌린지 안내
일시= 매월 2,4주 금요일 오후2시 ※ 제10회 대회는 10/27(금) 오후2시
대상= 타이젬 3단~7단(35세 이상)
시상= 우승-30만원, 준우승-15만원, 3승1패자-5만원
참가비= 2만원(기료 및 식대 포함)
참가문의=장시영 원장 010-4318-6791



사진으로 대회 분위기를 전한다.


▲2단 김경원-7단 김동희.


▲7단 박영규-2단 주미란.


▲8단 장병목-4단 박은선.


▲9단 김수철-5단 윤영재. 김수철은 챌린지에서 두번 우승하여 '9단급'으로 두고 있다.


▲7단+한세형-8단 문영출.


▲7단 김승민, 7단 남경석, 7단 김동희.


▲출전 여성 최고수 4단 박은선.


▲4강전1. 3단 최재섭(4점)-7단 남경석.


▲4강전2. 3단 홍동환-2단 송난희.


▲송난희-최재섭 결승 모습. 최재섭이 계시기 사용이 서툴러서 계시원이 등장했다. 계시원은 장수연 씨로 지난 번 불금챌린지에서 여성최초로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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