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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18 17:53:55
  • 수정 2020-08-18 18: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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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知바둑센터에서 인천연구생과인천부천시니어가 10대10 대결을 펼쳤다. 한창한 원장과 知바둑 정민효 센터장이 포즈를 취했다. 시니어들은 모두 부천知바둑센터에서 연마하고 있다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체육관식 종합대회가 뜸한 현실에서 소규모 교류전 내지 대항전이 오히려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다. 압구정리그 미추홀리그 등등이 그것인데, 오늘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기획을 소개한다. 


대체 휴일이었던 17일 부천知바둑센터(센터장 정민효)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한창 바둑공부에 열중하는 10대 인천연구생들과 50~60대 인천·부천시니어가 10명씩 전면전을 펼치기로 했다. 과연 누가 이겼을까. 


이번 행사는 인천부천지역에서 바둑도장을 경영하는 한창한 원장이 기획했으며 부천시바둑협회장 윤명철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성사되었다. 


한창한 원장은 “제가 인천에서 나고 자라서 인천바둑이 얼마나 강한 지 잘 알고 있다. 요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실전이 소홀한 도장연구생들에게 찐한 승부기회를 주고 싶었다. 오늘 첫 교류전인 만큼 반응이 좋으면 정례화 계획도 갖고 있다.”며 지속적인 교류전도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 윤명철 부천바둑협회장은 “인천과 부천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닿는 형제도시다. 모처럼 인천연구생들과 자존심을 건 교류전을 한다기에 살짝 승부욕도 생긴다. 장강의 뒷 물결을 당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밀리고 싶지 않다.”며 도전을 흔쾌하게 받아들였다고.


이번 교류전은 양측에서 10명씩 두 번에 걸쳐 경기를 하며 승패 합을 따져 승부를 가리기로 했다. 기자는 문득 ‘10대10으로 비기면 어떡하지?’ 의문이 들었지만, 주최 측은 ‘그럴 리가 있겠나’ 반문.


그런데 일이 되려니 두 경기 합산 진짜 10-10이 되었다. 즉석에서 다시 9명으로 결승전을 치르기로 했다. 최종 15-14로 승부가 났다. 누가 15일까?


▲10대 인천연구생들과 50~60대 인천·부천시니어가 10명씩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연구생들은 10세부터 16세까지 다양했다. 기력은 타이젬 7단~9단이란다. 7단이 4~5명이고 9단이 6명인데, 아무래도 저학년은 한수 배우는 자세로 출전했고(두 점을 붙이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고학년들은 아저씨들에게 한수 가르쳐주려고(?) 출전했을 터.


연구생 주장인 안상범(16)은 작년 입단대회 8강까지 진격했고, 초등최강 이건우(13)는 작년 제주도지사배와 순천만정원배를 우승했고, 16시도 어린대회 단체전 우승을 인천으로 가져왔다.

인천부천지역의 시니어 고수들이 그렇게 많을까? 이름을 대면 확실하겠다. 이용만 이철주 서부길 안재성 양덕주 등 내셔널리거들이 무려 절반이다. 또 김진환 윤명철 남승호 한번쯤 들어봤을 고수 이름들이 추가되고, 고성원 문영출 등 40대 비교적 젊은 선수로 채웠다.


아무래도 시니어들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교류전은 적당히 5할 승부가 나야 하는데, 은근히 한쪽으로 쏠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연구생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기우였으니.


▲이철주-문성인.


1차전에서부터 연구생들은 일취월장을 과시했다. 빛나는 내셔널리거 5명 중 최고참 서부길만 승리했고, 나머지 4명은 전멸이었다. 게다가 조금 아랫길이었던 연구생 최정우 최준혁도 당당히 승리하여 6-4로 연구생들이 리드를 잡았다. 시니어들에게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2차전에서는 자존심을 찾을 것인가. 또 쉽지 않았다. 박상준 안영우 등 대타 투입된 연구생들이 승리했고, 소년스타 이건우가 서부길을 잡아주는 덕에 연구생이 리드해 나갔다. 그러나 내셔널리거들의 경기가 속속 끝나면서 시니어들의 승점이 올라간다. 결국 안재성 양덕주가 마지막 승점을 확보하면서 극적으로 6-4로 승리. 


10-10이었다. 누구는 화국(和局)이니 어쩌니 하지만, 연구생이나 시니어나 승부를 가리자고 한 목소리다. 즉석에서 결승전을 한판 더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무승부가 생기지 않도록 9명끼리 격돌했다. 교류전은 어느새 대항전으로 변했다. 1~2차전엔 한두 판 두 점바둑도 있었지만 이젠 모조리 호선이다.


결국 시니어 승부사들이 가까스로 연구생들을 제쳤다. 이철주 안재성 서부길이 연구생 강타자들에게 패퇴했으나 김진환 윤명철 등 백전노장들이 귀중한 승점을 보태주어서 어느덧 4-4.


▲결승판이 된 이건우-고성원.


마지막 고성원-이건우 판이 최종 결승판이 되고 만다. 고성원은 일찍이 대학패왕전을 우승했던 강타자이며 이건우는 조만간 입단 문을 두드릴 기재.


갈수록 고성원 쪽에서 농담이 늘어나고 이건우의 인상이 굳어지는 것으로 보아 고성원이 앞서는 것 같았다. 결국 계가해보니 반면 10집 차이. “미안하다 건우야!” 대회장엔 어느새 박수소리가 가득했다. 


“소감은 무척 기쁘고요. 내년에는 내셔널 부천판타지아에서 후보로 부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기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쾌활한 고성원은 자진 인터뷰란다. 하기야 이번 교류전에서 3승을 거둔 유일한 선수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어른이란 아이들에게 성심성의껏 바둑을 가르쳐주고 결국은 제 살까지 뜯기면서도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그날 저녁, 부천인천시니어들에게 한창한 원장이 삽겹살 파티를 열어서 고마움을 표했다.


▲ 교류전을 마치고 인천부천지역 바둑인들이 함께 모여 '건배!'





▲인천 한창한도장 원생들의 기념촬영.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안의 전쟁' 안재성-안동준.


▲조예원(두점)-김진환. 조예원은 작년 시도대항전에서 인천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정우석(두점)-남승호. 정우석 군은 초등3학년인데 타이젬7단이 강하다고.


▲귀여움을 독차지한 초등연구생들. 최정우 조예원 정우석.


▲서부길-김현호.


▲남승호-문영출.


▲'묵은 생강' 윤명철-김진환.


▲양덕주(왼쪽)는 연구생 에이스인 안상범을 이기며 10-10 동률을 만들고 연장승부로 이끌었다.


▲이건우-문성인.


▲안동준-안상범. 모두 2승1패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10-10으로 비긴 후 체스한판으로 머리를 식히는 이용만-이건우.


▲안동준-서부길.


▲ 2승자끼리의 격돌. 이건우-고성원.  여담이지만, 기자가 4일 연속 동일 인물을 취재한 건 이건우 군이 처음인 듯하다. 불금챌린지(금), 미추홀리그(토), 위대한탄생(일), 부천10-10교류전(월)까지.


▲결국 최다관객을 동원한 하이라이트판이 되었다. 고승원(왼쪽)이 반면 10집을 남기고 시니어측 승리를 확정짓는다.


▲고성원은 대학시절 대학패왕전을 우승했던 강호.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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